발레 도슨트

by아트 서연


프롤로그를 읽고나서 그 다음장을 펼치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리고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발레의 역사를 세계사와 한국사의 흐름과 묶어서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연대표라니. 그 다음 장에서는 취향별 발레 공연 추천 가이드가 나왔는데, 정말 기발하고 센스 만점이었다.


이렇게 발레의 역사와 입문하기 좋은 발레 작품들부터 난이도가 있는 발레 작품들을 거시적으로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 뒤 입문자들이 주로 궁금해하는 부분들과 막히는 부분들을 위트와 재치넘치는 설명으로 가려운 데를 속시원하게 긁어주고 있다.


게다가 시대별로 대표하는 발레 작품들의 탄생 배경과 주요 작품의 인물관계도, 줄거리, 가장 중점적으로 봐야 하는 포인트까지 일타강사처럼 콕콕 찝어서 떠먹여 주신다. 그리고 이 모든 설명들이 이미지로 시각화되어 있어서 단숨에 바카라의 내용들이 캡쳐되어 머리속으로 저장된 느낌이다.


20세기 들어서 복잡해지는 발레사의 변화와 흐름도 독자들에게 가장 와닿을 것 같은 찰떡같은 비유로 단번에 이해가 될 만큼 깔끔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신다.

"19세기 클래식 발레가 완성도 높은 '제품'이었다면, 발레 뤼스는 '브랜드 경험'이었어요."(p.115)


'줄거리 요약', '공연 5분 전에 읽으세요.'와 같은 소제목으로 실전 꿀팁 대방출은 다양한 취향의 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쓰신 거라 짐작된다. 게다가 발레 작품 속 인물관계도를 둘러싼 테두리 그림과 바카라 속의 일러스트, 바카라의 편집과 전체 구성, 표지 디자인까지 "미감" 이 넘 훌륭해서 경영학 전공하고 있는 딸아이에게 보여주었다. 딸아이가 평소 외치는 게 "미감","고객 만족도","트렌드"인데, 내가 이 바카라을 보여줬더니 "바카라 진짜 잘 만들었네."하고 말했다.


또 한가지 더 깜짝 놀랐던 부분은 저자분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 관한 코멘트였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진짜 주인공은 오로라 공주가 아닐지도 몰라요."(p.99) 안 그래도 얼마전 딸아이와 함께 유니버설 발레단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봤던 날, 공연 시작 전에 딸아이가 내게 이렇게 말했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핵심은 오로라 공주가 아니라 라일락 요정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딸아이에게 저자분의 코멘트를 읽어줬더니 저자분의 설명에 폭풍 공감했다. 그러면서 딸아이가 덧붙였다.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가 주인공 같지만 사실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 작품에 이용당한거야." 이 바카라 딸아이에게도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이 외에도 티켓 가격, 어느 좌석이 좋은지, 할인 정보, 드레스 코드, 언제 박수를 치는지 등 입문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깨알같은 알찬 정보들이 가득히 있다. 발레에 입문한지 오래된 애호가들도 새로운 시각, 새로운 관점에서 발레를 바라보고 그 동안 놓쳤던 부분들을 재점검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리라 생각한다.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예술이 발레입니다."(p.22)

"그 고통은 감춘 채 아름다운 선만 보여주는 것, 이것이 발레의 미학입니다."(p.32)

"그 형식미에 반발한 수많은 시도들, 드라마 발레와 컨템포리리 발레까지도 결국 프티파가 만든 틀이 있었기에 가능했어요."(p.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