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문에 몸짓으로 답하다

by아트 서연


김태희 무용평론가가 쓴 이 바카라은 죽음, 사랑, 몸, 환상과 현실, 움직임, 예술과 정치, 우아함 이라는 주제를 통해 저자 자신이 작품에 대해 다각도로 성찰한 무용칼럼이다. 단순히 작품에 대한 해설서라고 하기엔 몸과 몸짓, 예술과 존재의 의미를 다소 철학적으로 사유한 바카라이어서 바카라에 소개된 익숙한 발레 작품들도 조금 더 깊이있는 감상을 하게 해주는 길잡이가 되는 바카라이다. 무엇보다도 시적이고 은유적인 문학적인 필체가 매우 아름다운 바카라으로 읽는 내내 한 권의 문학바카라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발레블랑으로 대표되는 작품들과 우리에게 친숙한 드라마 발레 작품들, 고전발레의 형식미와 20세기의 안무가들이 새롭게 만든 고전, 새롭지만 가장 고전적인 발레 작품, 용비어천가가 된 발레 작품들까지 바카라에 소개된 발레 작품의 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내용은 정말 깊다.


예술은 인간의 삶을 반영하기도 하고 안무가의 페르소나가 되기도 한다. 무용수들은 춤을 통해 삶의 공간이 되는 무대 위에서 공간을 지배한다. 관객은 현실을 잊기 위해 극장이라는 환상으로 도피하지만 오히려 그 너머의 진실, 새로운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오늘날 일부 안무가들은 발레의 전통을 의도적으로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또한 이념에 순응하고 용비어천가를 부르기도 한 발레는 사실 본질적으로 우아한 춤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바카라에서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렇게 시대가 지나고 스타일은 변화할지라도 발레에 깃든 우아함은 끝없이 변주된다."




보여주기 위한 무대와 그곳에 실존하는 몸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자 하는 부단한 움직임은 몸이 주체로 존재하기 위한 방식을 탐구한다. 발레라는 메소드의 수행을 통해 규범화된 몸은 스스로 균열을 일으키고 불완전한 상태에 놓이면서 무대라는 허상과 현실을 넘나든다. (p.50)


클래식 발레의 문법을 지키면서도 극적 표현을 배가한 안무는 궁정 시대에 태어난 발레가 오늘날 예술춤으로서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p.59)


예술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이 있겠으나, 춤의 주인공은 춤 자체여야 한다고 믿는다.(p.89)


어떤 작품은 이야기없이 음악과 이미지, 그리고 무대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에서 비롯한 모티프만으로 한 편의 공연을 완성한다. 구조와 이들의 조화로 완성된 예술에서는 오직 무용수만이 작품의 주인공이 된다. (p.90)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고 그에 맞게 변화하며, 세월을 통과해 살아남은 작품은 새로운 시대의 관객과 만나 또 다른 관점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중략) 예술 작품에 시대와 역사, 국가와 종교를 대입하기보다 이 모든 것이 예술가의 환상에서 비롯된 산물이라고.(p.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