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나만의 발레 아카이브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많은 참고를 했던 발레바카라들
이 춤의 운명은 - 살아남은 작품들의 생애사 -
2년전에 읽었던 정옥희 무용평론가님의 바카라. 바카라을 다 읽자마자 감동이 희석되기 전에 후기를 썼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이제와 쓰려니 잘 안 써져서 정옥희 평론가님의 서문을 옮겨적는 것으로 대신한다.
"기록과 보존이 어려운 춤의 역사는 전설의 왕국이다. 공중으로 뛰어올라 내려오지 않았다는 신들이 즐비했지만 내겐 감흥이 없었다. 발레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여덟 살때부터 춤은 내 몸으로 살아내는 것이었다. (중략) 안나 파블로바니 루돌프 누레예프니 해도 오늘 내가 추는 춤이 더 재미있었다.
그러나 무용수들은 고전 위에서 성장한다. 그들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 내려오는 갖가지 작품들을 맛보고 연습하며 자란다. 인정하든 안 하든, 인식하든 안 하든 춤의 역사는 그들의 몸 속으로 조금씩 축적된다. (중략)
시간이 한참 흘러 무대에서 내려오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무엇보다 미래를 그리 기대하지 않는 나이가 되면서 새삼 옛 사람들이 보이고 이야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중략) 안무가, 무용수의 인생이 보였고, 그 아래 작품의 생애도 보였다.(중략) 일반 독자들에게 춤을 소개해 보자는 기획안을 받고 하나의 춤이 탄생해서 어떻게 살아가고 살아남거나 혹은 사라지는지 그 굽이굽이 맺힌 사연들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한 사람의 삶이 끝나도 타인의 기억 속에서 살아남듯 하나의 춤도 전승과 변형을 통해 다른 춤과 연결됨을 드러내 보이고자 했다. 그럴 때 생의 의미는 확장된다. - (p.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