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자연에 짓는 마음의 초가삼간
성적 호기심에 눈뜨기 시작한 장난꾸러기 아이들은 청소 시간마다 짓궂은 장난을 치곤 했다. 바닥을 닦는 척 무릎을 굽히고 기어 다니며 미술 선생님의 치마 속을 훔쳐보려 애썼다. 선생님은 그런 녀석들을 발견하면 노발대발하기는커녕, "너, 거기 서!"하고 호통을 치면서도 손으로는 어서 도망가라는 시늉을 하셨다. 운동장으로 내몰린 아이들과 함께 한바탕 뜀박질을 즐기던 선생님은 그야말로 호탕한 여장부였다.
그런 선생님이 우리에게 털어놓은 고민은 의외로 심각한 불면증이었다. 아이들은 제각각 처방을 내놓았다. "그냥 눈 감고 양을 천 마리까지 세세요." "우리 아빠처럼 술을 드셔보세요." 선생님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씀하셨다. "불면증은 아무리 노력해도 잠들 수 없는 깊은 병이란다."
중학교 1학년 마지막 수업 시간, 선생님은 그림을 통해 불면증을 치유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셨다. 밤마다 불면에 시달리던 어느 날, 비몽사몽간에 벽에 걸린 추상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갑자기 가슴 밑바닥이 따뜻해지더라는 것이다. 그림 속에서 어린 시절의 다정했던 친구들이 비눗방울처럼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소공자, 소공녀, 플란다스의 개…. 요정들이 들려주는 감미로운 성가를 자장가 삼아 선생님은 마침내 깊은 잠의 바다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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