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산행

채송화의 눈물과 이상주의자의 기도

by최만섭

꽃으로 기억되는 유년의 허기


지난 일요일,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도봉산에 올랐다. 햇볕은 오래된 벗을 찾아 나서기에 알맞을 만큼 포근했고, 바람은 봄날의 예의를 지키듯 가볍게 불어왔다. 산 중턱에 이르자 붉은 진달래들이 마치 훈장을 목에 건 병사들처럼 무리 지어 피어, 지나가는 이들을 환영하는 듯했다.


내 고향의 진달래는 모양새부터 남달랐다. 메마른 산비탈의 엉킨 뿌리 사이로 콩나물처럼 빽빽하게 돋아난 꽃송이들은 유난히도 속이 꽉 차 있었다. 어린 시절, 나와 친구들은 그 꽃잎을 한 움큼 따서 입안에 털어 넣곤 했다. 혀끝에 감기는 쌉싸름한 맛이 가실 즈음이면, 빈속에서부터 알싸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우리는 마치 술기운이 오른 나무꾼들처럼 산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대곤 했다.


바람 부는 날 아카시아 숲을 걷는 일은, 산속에서 멈추지 않는 함박눈을 맞는 기분과도 같았다. 길을 잃을지 두려우면서도,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하얀 꽃잎들이 펼치는 동화 같은 풍경에 마음은 속절없이 붙들렸다.


세찬 바람이 꽃잎 속 꿀샘을 터뜨리면, 나는 활짝 핀 꽃송이를 입안 가득 넣고 달콤한 향기가 온몸으로 번지기를 기다렸다. 배고프고 헐벗었던 그 시절, 꽃은 나의 친구였고 연인이었으며, 유일한 간식이었다. 그러므로 내게 꽃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허기를 견디게 해 준 유년의 기억 그 자체다.


채송화의 눈물과 이상주의자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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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인간은 개인적인 역사를 가지게 됨니다. 나는 감히 그것이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모든 인간의 인격이 소중하다는 논리의 반증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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