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화의 눈물과 이상주의자의 기도
지난 일요일, 나는 아내의 손을 잡고 도봉산에 올랐다. 햇볕은 오래된 벗을 찾아 나서기에 알맞을 만큼 포근했고, 바람은 봄날의 예의를 지키듯 가볍게 불어왔다. 산 중턱에 이르자 붉은 진달래들이 마치 훈장을 목에 건 병사들처럼 무리 지어 피어, 지나가는 이들을 환영하는 듯했다.
내 고향의 진달래는 모양새부터 남달랐다. 메마른 산비탈의 엉킨 뿌리 사이로 콩나물처럼 빽빽하게 돋아난 꽃송이들은 유난히도 속이 꽉 차 있었다. 어린 시절, 나와 친구들은 그 꽃잎을 한 움큼 따서 입안에 털어 넣곤 했다. 혀끝에 감기는 쌉싸름한 맛이 가실 즈음이면, 빈속에서부터 알싸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우리는 마치 술기운이 오른 나무꾼들처럼 산이 떠나가라 소리를 질러대곤 했다.
바람 부는 날 아카시아 숲을 걷는 일은, 산속에서 멈추지 않는 함박눈을 맞는 기분과도 같았다. 길을 잃을지 두려우면서도,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하얀 꽃잎들이 펼치는 동화 같은 풍경에 마음은 속절없이 붙들렸다.
세찬 바람이 꽃잎 속 꿀샘을 터뜨리면, 나는 활짝 핀 꽃송이를 입안 가득 넣고 달콤한 향기가 온몸으로 번지기를 기다렸다. 배고프고 헐벗었던 그 시절, 꽃은 나의 친구였고 연인이었으며, 유일한 간식이었다. 그러므로 내게 꽃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허기를 견디게 해 준 유년의 기억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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