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옵세션> 리뷰, 사랑은 왜 공포가 되었나

사랑을 소원으로 만들었을 때 생기는 비극

by슈퍼T

영화 Obsession은 단순히 집착하는 연인을 그린 공포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자유의지가 사라진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공포다"라는 질문을 던지는 심리 호러다. 실제로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상당히 흥미롭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좋은 메시지가 후반부로 갈수록 지나친 연출 속에서 희석되었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영화의 시작은 로맨틱 코메디 영화처럼 의외로 평범하다.

주인공 베어(Bear)는 전형적인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동시에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소심하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오랫동안 좋아했던 친구 니키에게 고백 한마디 하지 못한 채 혼자만의 짝사랑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One Wish Willow'라는 물건을 손에 넣는다.

이름부터 동화 속 소원을 들어주는 나무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이 영화에서 가장 잔인한 장치다.

베어는 니키를 집까지 데려다준 뒤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자신의 나약함에 실망한다. 결국 장난 반, 자포자기 반으로 "니키가 나를 사랑하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빌게 된다.

그리고 영화는 그 순간부터 로맨틱 코미디를 가장한 악몽으로 변한다.

그 소원이 마법처럼 베어를 좋아하게 된 니키는 집에 들어가지도 않고 베어의 집으로 따라온다. 심지어 거짓말까지 하며 함께 밤을 보내려 한다.

여기까지는 마치 오래된 로맨틱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짝사랑이 기적처럼 이루어졌다.'

하지만 감독은 여기서 관객을 속인다.

바로 그날 밤, 베어와 키스를 하던 니키는 갑자기 정신이 돌아온 사람처럼 크게 비명을 지르며 공포에 질린다.

마치 자신의 몸 안에서 "이건 내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또 다른 니키가 잠시 깨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곧 다시 마법이 그녀를 집어삼키고, 니키는 점점 자신의 자아를 잃어 간다.


영화를 보면서 가장 흥미롭게 느꼈던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감독은 귀신을 보여주는 대신 한 사람의 자유의지가 천천히 침식되는 과정을 공포로 만든다.

사랑이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아가 사라지는 것이다.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는 인간을 "선택하는 존재"라고 말했다. 인간은 선택할 자유가 있기 때문에 인간이다.

그런데 영화 속 니키는 더 이상 선택하지 못한다.

오직 베어만 바라보도록 강제된다.

그 순간 사랑은 관계가 아니라 프로그램이 되고, 연인은 사람이 아니라 명령만 수행하는 존재가 된다.

그래서 영화의 메시지인 "자유의지가 사라진 사랑은 공포다."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정말 뛰어났던 부분은 의외로 화면이 아니었다.

바로 소리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불편했던 것은 시각적인 공포보다 일상적인 생활 소음이었다.

문을 두드리는 둔탁한 소리, 문에 덕지덕지 붙여진 테이프가 찢어지는 소리, 샤워기의 손잡이를 돌리는 마찰음, 니키의 갑작스러운 비명과 고함.

평소라면 아무 의미 없이 지나칠 소리들이 영화에서는 베어와 니키의 심리 상태를 그대로 전달하는 도구가 된다.

공포영화는 보통 괴물을 보여주지만, 영화 Obsession은 괴물이 오기 직전의 소리부터 들려준다.

나 역시 영화를 보면서 화면보다 소리에 먼저 긴장했던 경험은 흔치 않았다.

이 부분만큼은 상당히 인상적인 연출이었다.


반면 후반부로 갈수록 아쉬움도 커졌다.

니키의 집착은 점점 현실적인 데이트 폭력이나 스토킹의 범위를 넘어 거의 악령에 빙의된 사람처럼 변한다.

영화를 보면서 여러 작품이 동시에 떠올랐다.

현실의 데이트 폭력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이야기 같기도 했고,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한 사람의 왜곡된 사랑처럼 보이기도 했으며,

때로는 영화 '엑소시스트'를 순화한 버전을 보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집착이 너무 과해질수록 오히려 현실성이 사라진다.

초반에는 누구나 경험할 법한 연애의 불안과 집착이 공포였지만, 후반에는 초자연적인 악령 영화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 결과 영화가 던지려던 현실적인 질문도 함께 멀어진다.


결말 역시 다소 예상 가능했다.

제품 뒷면의 전화번호를 통해 "소원을 빈 사람이 죽어야 저주가 끝난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부터 결말은 어느 정도 예상된다.

베어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고백도 하지 못하고,

사랑도 직접 얻지 못하며,

마지막 선택조차 운명에 떠밀리듯 이루어진다.

그래서 그의 마지막 역시 캐릭터와 일관되기는 했지만, 반전이나 의외성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너무 예상 가능한 결말이어서 긴장감이 다소 떨어졌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가장 크게 남은 감정은 '찝찝함'이었다.

그 찝찝함은 나쁜 의미만은 아니다.

분명 영화는 두 시간 가까이 관객을 긴장하게 만들고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 사운드를 이용한 심리 공포 연출은 매우 뛰어나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현실적인 심리 스릴러가 아니라 초자연적 호러에 가까워지면서, 작품이 처음 던졌던 질문의 설득력이 조금씩 약해진다.


결국 영화 Obsession은 "자유의지가 사라진 사랑은 공포가 된다"라는 훌륭한 주제를 선택했지만,

그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집착을 지나치게 과장한 나머지 현실성과 공감대를 일부 잃어버린 작품처럼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한 가지 질문만큼은 오래 남긴다.

우리는 정말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단지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을 소유하고 싶은 것일까.

Obsession의 진짜 공포는 귀신도, 악마도 아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상대의 자유를 빼앗고 싶어 하는 인간의 오래된 욕망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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