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주부입니다

by문이

전업주부와 전문주부. 단 한 글자 차이인데 두 단어가 주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전문가라고 하면 왠지 있어 보인다. 오랜 시간 지식과 기술을 쌓아 자기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반면 전업주부라고 하면 딱히 다른 능력이 없어 집에서 살림이나 하는 사람으로 여기는 시선이 있다.

아무래도 돈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노동의 가치를 돈으로 평가하는 데 익숙하다. 매달 통장에 월급이 들어오면 직업이 되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그저 집안일이 된다.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면 요리사이고, 집에서 세 끼 밥을 차리면 주부다. 남의 아이를 돌보면 보육교사이고, 자기 아이를 돌보면 엄마다. 다른 사람의 집을 청소하면 노동의 대가를 받지만, 자기 집을 청소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 된다.

같은 일을 하는데 누구를 위해, 어디에서 하느냐에 따라 이름도 대우도 달라진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주부만큼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해내는 사람도 드물다.

매일 가족의 식단을 짜고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회계사, 가족의 건강을 살피는 건강관리사, 아이의 성장을 돕는 교육자, 집 안 구석구석을 관리하는 살림 전문가까지.

물론 모든 주부가 이 일을 능숙하게 해내는 것은 아니다. 요리를 못하는 주부도 있고, 청소를 싫어하는 주부도 있다. 하지만 어느 직업이나 처음부터 전문가인 사람은 없다. 배우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경험이 쌓인다.

냉장고에 남은 재료만 보고도 한 상을 차리고, 계절이 바뀌기 전에 필요한 물건을 챙기고, 가족의 식성과 생활 습관을 꿰뚫는 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수년, 수십 년의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것이다.

밥을 차리면 먹고 사라지고, 청소를 하면 다시 더러워지고, 빨래를 하면 다음 날 또 빨랫감이 쌓인다. 하루 종일 분주하게 움직였는데 저녁이 되면 무엇을 했는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별로 없다.

회사에서는 한 해가 지나면 경력이 쌓이고, 성과에 따라 승진도 하고 연봉도 오른다. 그런데 집에서는 십 년을 일하든 삼십 년을 일하든 여전히 주부다. 경력증명서도 없고 퇴직금도 없다.

더 재미있는 것은 잘하면 별로 티가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밥이 제때 나오고 집이 깨끗하면 가족들은 그저 평소처럼 생활한다. 하지만 밥이 없거나 집이 어질러져 있으면 금세 표시가 난다.

잘한 일은 당연한 일이 되고, 하지 못한 일은 눈에 띄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전업주부라는 말이 억울하게 느껴진다.

전업이라는 말은 다른 직업 없이 한 가지 일에 종사한다는 뜻이지만, 사람들은 종종 그 말을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직업을 물었을 때 "그냥 집에서 살림해요"라고 대답하는 사람도 있다.

그 '그냥'이라는 말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동이 숨어 있을까.

나는 이제 전업주부 대신 전문주부라고 부르면 어떨까 싶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오십에도 네 멋대로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