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무지외반증 발

by문이

나의 시어머니는 무지외반증으로 휘어진 두 발을 오래 지니고 계신다. 그래서 예전부터 예쁘고 편한 신발을 고르는 일은 늘 쉽지 않았다. 오히려 싸고 말랑한 고무신이 가장 편한 신발이었다.

치매가 온 뒤로는 한겨울 병원에 갈 때도 본능처럼 그 고무신을 신고 따라나서곤 하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쇼핑을 참 좋아하셨다. 백화점 할인 코너를 돌며 아기자기한 살림살이를 고르고, 가족들 속옷과 셔츠를 알뜰하게 사는 일이 큰 즐거움이었다. 두 며느리가 명절날 입을 꽃무늬 앞치마, 자고 갈 것에 대비한 베이지 색 작은 베개 등 뭐든 공평하게 두 개씩 준비해 놓으셨다. 당신이 시어머니로부터 차별받았던 과거가 한몫한 듯하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자식들과 여행을 떠나는 것도, 지하철을 한 시간 넘게 타고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발이 아파 자주 넘어지면서도 걷는 일을 포기하지 않으셨다.

그랬던 어머니는 늙고 치매가 찾아온 뒤부터 혼자 밖에 나가는 것을 꺼리게 되셨다. 심장까지 약해지면서 숨이 차고 다리에 힘도 빠져 오래 서 계시는 일조차 힘겨워졌다.

평생 세상을 향해 걷던 두 발은 이제 아파트 고층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1층에 내려가 땅을 밟은 날이 언제였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생각해 보니 사람의 삶은 발이 그린 궤적이었다. 어디를 향해 걸었는지, 누구를 만나러 갔는지, 무엇을 품고 돌아왔는지가 한 사람의 생이 된다.

이제 어머니의 발은 더 이상 멀리 가지 못한다. 그 발은 이미 충분히 많은 길을 걸었다. 휘어진 발이지만 한 사람의 삶을 함께 해왔고 움직이게 했다.

어머니는 지금의 무료하고 재미없는 일상을 덤덤히 받아들이신다. "늙으면 다 그렇지." 하며 오히려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먼저 괜찮다고, 고맙다고 말씀하신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족에 대한 따뜻한 마음에 가슴 한편이 뭉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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