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스타벅스 사태를 보며

by문이

5월 18일이라는 상징적인 날에 ‘탱크데이’와 ‘바카라상을 탁!’이라는 문구. 우리 현대사의 깊은 비극이자 상처인 5·18 민주화운동과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이 잔인한 카피는 결국 거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 소동에서 눈길을 끈 장면은 논란 직후 스타벅스가 슬그머니 문구를 수정하려 시도했던 부분이다. ‘탱크데이’를 ‘탱크 텀블러 데이’로, ‘바카라상에 탁!’을 ‘작업 중 딱~’으로 교묘하게 바꾸어 사태를 모면하려 했다.

그 단어들을 새로 짜내기 위해 모니터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쥐어뜯었을 실무자의 당혹감이 눈에 선하다. 이미 제작된 이미지를 전면 폐기할 수도 없고, 쏟아지는 비난을 그대로 맞을 수도 없어 초 단위로 뇌세포를 쥐어짜 냈을 고육지바카라. 그러나 ‘탁’을 ‘딱~’으로 바꾼 그 잔기술은 대중의 날카로운 눈을 속이기는커녕, 오히려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잘못을 직시하기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듯 넘어가려 한 태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위기의 순간, 그 직원은 왜 당당한 사과 대신 엉뚱한 문구 수정에 매달려야 했을까? 시선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마인드로 향한다.

무언가를 기획하고 창작하는 조직에서 리더의 철학은 중요하다. 훌륭한 리더는 위기 상황에서 사건의 본질을 들여다 본다. 대중의 정서와 역사의 무게를 먼저 살피고 우리가 틀렸다, 당장 멈추고 사과하라며 바카라임을 지고 결단을 내린다.
반면 리더의 마인드가 당장의 손실이나 비난을 피하는 데만 급급해 있다면 조직은 자연스럽게 임기응변의 관성을 따를 것이다. 실무자는 리더의 얄팍한 시선을 대변하느라 엉뚱한 곳에 에너지를 쏟게 된다.

마케팅 문구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수많은 결재 라인을 거쳤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단 한 명의 리더라도 역사적 의식을 가지고 이건 선을 넘었다고 제동을 걸었다면 이번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많은 사람에게 우리 아픈 역사를 다시 한번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맥락을 잘 모르던 이들이 단어의 의미를 검색해 보며 역사적 참상을 새로이 알게 되었고, 아픈 역사일수록 가볍게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슬롯 전체가 공유하게 되었다.

진심과 철학이 결여된 기술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위기 속에서 드러나는 대처 방식이 곧 그 조직의 진짜 얼굴일 것이다. 스타벅스의 부적절한 문구 소동은 단순한 마케팅 실패를 넘어 우리에게 사람과 역사에 대한 존중이 부재한 리더십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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