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하루야, 안녕?

by예쁨


읽고 쓰고 그리는 일 모두가 게을러졌다.

남들은 눈치채지 못했을지 몰라도,

나는 나를 속이지 못하는 법이니까.


그동안 손을 오래 쉰 탓인지 펜을 잡는 모양조차 어색하다.

틈나는 대로 그림일기라도 그려보자는 마음으로 노트를 펼쳤다.



라톤이의 폭풍성장


몇몇 반려식물을 들이게 되었는데,

그중 가장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라톤(플라톤)이다.

시작은 앙증맞은 네 잎이었지만 세 달 만에 무려 여섯잎으로 장성했다.

연둣빛 새 잎을 바라보면 마음까지 말랑해져서 힐링이 된다.




이웃사촌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이웃사촌 '야롱이'.

인상은 쓰고 있지만 엄청난 애교쟁이다.

대부분 유리 문이 가로막고 있지만 이따금씩 문이 열리면 밖으로 나와 온몸으로 부비부비 애교를 부린다.


한참 사랑에 빠졌던 <얼그레이 잠봉뵈르 샌드위치>도 그려봤다.

도나르 빵집의 바게트 빵은 정말 예술이다.

아.. 또 먹고 싶네.



배 박수


물범이 배박수를 치는 이유는,

내 힘과 건강함을 상대에게 알리기 위함이란다.


아니 그러니까 왜 나랑 닮았는데?


치즈 팝업스토어에서 다양한 치즈 시식에 참여했다가 혼쭐이 났다.

<랑그르> 치즈는 프랑스 어느 시골마을 랑그르 고원에서 생산된 전통 소젖 치즈라고 한다.

누군가가 랑그르 치즈를 맛보고 이런 평을 남긴 것을 보았다.

한 달 정도 장맛비에 젖은 채 빨지 않은 양말을 맛본 것 같다고.

나에게 또 랑그르 치즈를 맛보라고 권유한다면, 나는 큰 소리로 외칠 거다.


"NO! Langres!!"



*랑그르 치즈는 오븐에 살짝 구웠을 때 특유의 꼬릿한 향기가 사라지고 고소하고 녹진한 맛이 살아난다.



오리 양말

월요일은 정말이지 출근하기 싫은 날,


월요일 나빠

월요일 못됐어

월요일 꺼져

월요일 꽥


엣지 있는 오리양말로 기분 up 시키기!

(이번 주는 머리와 꼬리 둘 다 휴일이라 기부니가 조크등여)


드라큘라 뮤지컬을 보았다.

압도적인 무대장치나 화려한 배우들의 노래 솜씨가 훌륭했다.

문화와 예술은 언제나 나를 풍족하게 채워준다.



체력은 심력

감히 내 몸에 ‘무기력’이라는 것이 쳐들어 오려고 할 때,

그럴 때일수록 몸을 더 자주 움직여줘야 한다.


운동하기까지 마음을 먹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마음을 자주 먹는 편도 아니지만,

어떻게든 운동하기 위한 핑계를 만들어 본다.

씻으러 가는 김에 수영,

동네 새 구경하러 조깅,

오이를 더 맛있게 먹기 위해 등산....

뭐, 가끔이라도 하는 게 어디야?


몸이 건강한 사람이 마음도 건강하다.



그림일기로 미처 담지 못한 일상들)

신분 알림표


새 학기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벌써?)

지난 학기에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사건들이 있었다.

학교 측에 건의를 해서 조금이나 해결이 되었다고나 할까,

사실은 내 존재에 대한 알림의 작은 움직임정도이지만 만족한다.


장애인 활동지원사 이름표를 받았다.

이게 뭐라고 이제야 만들어주는지 모르겠지만,

이젠 다짜고짜 반말부터 하는 교수님은 없겠지?

내 돈 주고 사 먹는 학식조차 눈치 보는 일은 없겠지?


계란일 수도 가지일 수도

이 식물의 이름은 '계란가지'다.

계란이면 계란이고,

가지면 가지지,

계란가지의 정체성이 뭘까?

하긴 뭐 꼭 하나의 자아로만 살라는 법이 있나?

요즘은 부캐의 시대이지 않는가.


*계란가지는 계란모양의 가지인데 식용가능하나 주로 관상용 식물로 쓰인다고 한다.

내 피 가져가시오

올해는 겨우 두 번째 하는 헌혈이다.

어찌 보면 핑계가 많은 상반기였다.

굵직한 일들을 겪고 나니 마음과 몸이 함께 지쳐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명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매일 복용하던 알러지약도 차츰 줄여가고 있다.


건강해지니 나눔의 여유가 생긴다.

(사실은 좀 과하게(?) 건강해졌다.)



드라이브스루

누차 이야기하지만 어린이대공원 참새들은 매우 용맹(?)하고 공격적이다.

정자에 앉아 옥수수를 뜯고 있는 나에게 단체로 날아와 시위를 했다.


어쩌다 보니 참새들 드라이브스루.

누군가는 말한다.

그들의 먹이는 스스로 구하게 두어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그렇지만 한 번쯤 손님들에게 얻어먹는 콩고물이 그들의 삶을 통째로 흔들어 놓기야 하겠는가.

뭐든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주면 좋겠다.



나뭇잎으로 보이겠지?

사마귀는 흔들리는 나뭇잎처럼 보이기 위해 저렇게 어정쩡한 자세로 몸을 움직인다고 한다.

둠치둠치..

신기해서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춤에 맞는 bgm까지 틀어줬건만,

자신의 정체가 들켰다고 생각했는지 춤을 멈추고 지그시 나를 응시하던 사마귀님.


모른 척 지나가드릴 걸.

때로는 무심함이 가장 안심이 되는 줄 알면서도.






그림을 그리게 된 동기가 어디 있냐고?

그것은 심히 간단하외다.

어려서부터 무엇을 보면 연필로 곧 그리고 싶었고

학교에서도 반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했습니다.


- 나혜석 녀사 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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