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야, 안녕?
울새 구조하기
햇살 좋은 어느 아침,
꼬질꼬질한 차림에 한 손엔 커피를 들고 유유히 단지를 돌며 사색 중이었다.
그때 머리 위에서 무언가 ‘탁-툭‘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유리문에 부딪혀 내 앞에 떨어진 것이었다.
놀람도 잠시,
살리고 싶은 마음에 떨고 있는 녀석을 들고 무조건 집으로 뛰어갔다.
자고 있는 딸을 부르고 난리난리.
(도둑이라도 들어온 줄 알았다고 자기가 더 놀랐다며 혼났음;)
물을 먹이고,
체온을 나눠주고,
진정시키고 나니 조금씩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
많이 놀랐는지 여기저기 배설물을 한가득 묻히긴 했지만 조금씩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거실에서 작은 방으로 옮겨 가더니 방 안에서는 제법 비행을 했다.
침대 위로 폴짝~ 벽지에 한 번 더 배설물을 묻히고는 이내 바카라장 속으로 몸을 숨겼다.
.. 이제 괜찮아진 건가? 날려 보내야 하나? 고민하다 창문을 열었는데,
아차차.. 우리 집은 꽤 높이가 있었던 것.
회복이 덜 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어 다시 거두려던 찰나,
슝~~
우려와 달리 녀석은 힘차게 날아갔다.
‘살았구나!’
정말이지 너무너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녀석을 무사히 날려 보내고,
정신없는 와중에 찍은 영상과 사진을 살펴보며 이 낯선 새는 누구지? 검색한 결과,
내가 구조한 이 새의 이름은 바로 <울새>였다.
<울새>
외형 : 몸길이는 약 14-15cm 정도이며, 참새와 비슷한 크기의 작은 새
무늬 : 멱(목의 밑부분)과 가슴 부위에 특유의 비늘무늬가 있음
분류 : 딱새과 / 한국에서는 주로 봄과 가을에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 새로 알려짐
특징 : 꼬리를 높게 치켜드는 동작을 자주 하며, 울음소리가 구슬퍼 ‘울음새’라는 뜻의 이름이 붙여짐
나비야 나비야
학교 주차장에서 움직임이 둔한 나비를 발견했다.
다행히도 미세한 움직임을 보니 괜찮은 것 같았다.
차도 사람도 많이 다니는 위험한 곳이었으므로 조금 더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켜 주었다.
이내 내 손으로 날아왔지만, 다시 풀숲에 내려주었다.
부디 훨훨 잘 날아갔기를 바란다.
<벚나무까마귀부전나비>
외형 : 크기가 작고 예쁜 나비 무리에 속함
무늬 : 날개 윗면 바탕색이 까마귀처럼 어두운 암갈색(흑갈색)을 띠고 있음
분류 : 나비목 부전나비과
특징 : 주로 벚나무, 왕벚나무, 자두나무 등 장미과 식물의 잎을 먹고 자람
* 부전 : 옛 여인들이 한복에 차던 노리개나 바늘집 같은 작은 장식품
까치 유조
5월~6월 사이는 까치 유조들이 둥지를 떠나 독립을 배우는 ‘이소(移巢) 기간’이다.
주변에 엄마 새가 있고 큰 상처가 아니라면 그냥 두는 것이 가장 좋다.
퇴근길, 허둥지둥 당황하는 어린 까치를 만났다.
비행연습 도중 어떤 문제로 인해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 같아 보였다.
자세히 보니 한쪽 날개가 찌그러져 있었는데 어디 부딪혔거나 접힌 것 같았다.
살펴보려고 가까이 다가가기만 해도 엄마새는 몹시 화를 냈다.
’내 새끼 건드리기만 해 봐! 아쥬!‘
놀란 어린 까치에게 물만 조금 먹이고 돌아서는데,
모성애가 얼마나 강한 어미새였는지 나뭇가지를 밟고 흔들어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졌다.
저토록 강한 어미새가 지켜주고 있으니 곧 스스로 날아 오를 수 있으리라.
어설프지만 세상으로 향하는 녀석의 첫 비행을 응원하며!
작은 존재들의 위태로움이 눈에 밟힌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작은 순간일지 모르겠지만,
그들에게는 세상 전부를 구원받는 일이 될 수 있으므로 지나칠 수만은 없다.
나뭇가지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닐 울새도,
꽃잎 위에 사뿐히 앉아 숨을 고르고 있을 나비도,
멋진 폼으로 비행에 성공했을 까치도,
따뜻했던 내 손길을 한 번쯤은 기억하며 숨 쉬고 있기를 바란다.
나는 의사도 아니고, 대단한 의인도 아니지만,
작고 어린 생명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마음은 있다.
결국 그 마음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깊고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게 아닐는지.
기왕지사 다른 풍요로움도 찾아오면 좋겠지만야..흠흠.
(로또 번호는 매번 낙첨이더구먼? 서운하긴 무얼 (긁적긁적) ㅎ)
울새야, 잘 있니? ^^
새와 관련된 에피소드
한참 땅콩을 둬도 먹지 않길래 이제 땅콩보다 더 싱싱하고 좋은 먹이들이 많은가 보다 안심했었다.
그러다가 새로운 땅콩으로 바꿔줬더니 또 온다.
이제는 브랜드도 가려먹는 입맛 고급 까치들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카톡을 보냈다.
그럼 까치가 까악 하지,
네! 제가 그 땅콩 골라먹는 까치랍니다! … 할까?
스무 살 딸은 여전히 어린 유조새처럼 불안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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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식을 전합니다.
개인적인 일들이 많은 5월이구요,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일들이 있어 바쁘고 있습니다.
글을 쓰기보다는 몸을 정비하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 중입니다.
모두 건강하시고,
푸르고 아름다운 5월 만끽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