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기후변화와 엘니뇨, 한국의 기후 상황

한국의 여름은 25일 길어졌다. 가을은 8일,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by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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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요약
지구는 식지 않았습니다. 2024년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55℃ 높아 처음으로 한 해 평균이 1.5℃를 넘었고, 2025년(약 1.43~1.44℃)은 2~3위였으며, 2026년 8월은 1.65℃로 관측 사상 가장 더운 달과 같은 기록을 세웠습니다(코페르니쿠스, 2026년 9월 10일 발표).
엘니뇨가 '역대급'으로 자라고 있습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2026년 9월 10일, 올가을·겨울 '매우 강한' 엘니뇨 확률을 90% 이상으로, 1950년 이후 가장 강한 엘니뇨가 될 확률을 75%로 제시했습니다. 과거 패턴대로라면 2027년 지구 기온 신기록, 산호 백화, 세계 곳곳의 가뭄·홍수 위험이 커집니다(전망이며 확정 아님).
한국은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여름은 1912~1940년 대비 최근 30년에 25일 길어졌고 가을은 늦게 시작해 짧아졌으며, 2026년 여름은 평균기온 역대 3위·열대야 역대 2위, 우리 바다 표층 수온은 58년간 1.60℃ 올라 전 지구 평균(0.76℃)의 두 배를 넘었습니다.
긍정적인 신호; 1.5℃ 탄소 예산은 현재 배출량으로 3~4년 치밖에 남지 않았지만, 재생에너지가 2025년 처음으로 석탄 발전을 추월하는 등 반전의 신호도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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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현관문을 열었는데 공기가 달라져 있는 날이 있습니다. 반팔 위에 얇은 겉옷을 걸치고 싶어지는 날, 에어컨 리모컨 대신 창문 손잡이에 손이 가는 날. 9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많은 분이 그런 아침을 맞았을 겁니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볼 만한 사실이 있습니다. 기상청은 계절을 달력이 아니라 기온으로 나눕니다. 하루 평균기온이 20℃ 아래로 내려간 뒤 다시 올라가지 않는 첫날을 '가을의 시작'으로 봅니다.


이 기준으로 기상청이 1912년부터 2020년까지 109년 치 관측 자료를 분석했더니, 과거 30년(1912~1940년)에는 가을이 평균 9월 17일에 시작했는데 최근 30년(1991~2020년)에는 9월 26일에야 시작했습니다. 가을이 9일이나 늦게 시작된 것입니다.

흔히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라고 말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조금 다릅니다. 가을이 통째로 없어지는 게 아니라, 여름이 앞뒤로 몸집을 불리면서 가을의 시작을 뒤로 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109년 분석에서 여름은 20일 길어져 118일이 됐고, 겨울은 22일 짧아졌습니다. 가을은 73일에서 69일로 조금 줄어 사계절 가운데 가장 짧은 계절이 됐습니다.

image.png2026년 여름철 일별 전국 평균기온 시계열

기상청이 2025년 12월 말 내놓은 113년(1912~2024년) 분석은 이 흐름이 더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최근 30년(1995~2024년) 여름은 평균 123일로 과거보다 25일 길고, 최근 10년(2015~2024년)만 떼어 보면 무려 130일입니다.

가을은 73일에서 65일로 8일 줄었습니다. 기상청 기후정보포털의 미래 전망은 더 극적입니다. 온실가스를 지금처럼 배출한다면 2090년대에는 여름이 173일에 이를 수 있다고 합니다.

기상청의 "2026년 여름철 기후특성"

기상청이 9월 초 발표한 '2026년 여름철 기후특성'에 따르면, 6~8월 전국 평균기온은 25.4℃로 평년보다 1.7℃ 높아 역대 3위를 기록했습니다. 열대야는 18.2일로 평년(6.5일)의 약 2.8배, 역대 2위였습니다.

1위는 2024년의 20.2일이었으니, 최근 3년 사이에 '가장 잠 못 이루는 여름' 기록이 두 번이나 나온 셈입니다. 광주, 남원, 완도, 구미 등 11개 지점은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열대야를 겪었습니다. 폭염일수는 21.5일로 평년의 약 2배였고, 7월 하순부터 8월 상순 사이에는 13개 지점에서 일 최고기온 39℃ 이상이 42회나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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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지구의 체온계: 1.5℃라는 선 위에서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평균)보다 약 1.55℃(오차 ±0.13℃) 높았다고 확인했습니다.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고, 연평균이 1.5℃를 넘은 첫해였을 가능성이 큽니다.

2025년은 어땠을까?

WMO가 2026년 3월 발표한 '전 지구 기후 현황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은 약 1.43℃ 높아, 데이터에 따라 역대 2위 또는 3위였습니다. 태평양이 일시적으로 지구를 식히는 라니냐 상태였는데도 이 정도였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 11년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11년이고, 2023~2025년은 가장 더운 3년입니다. WMO가 8개 데이터를 종합한 2023~2025년 3년 평균은 1.48℃로, 1.5℃에 바짝 붙어 있습니다.

2026년 8월 전 지구의 기후변화 상황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는 9월 10일, 2026년 8월 지구 평균 기온이 16.96℃로 산업화 이전보다 1.65℃ 높았다고 발표했습니다. 역대 가장 더운 8월이자, 2023년 7월과 함께 관측 사상 '가장 더운 달' 공동 1위입니다. 한 달 평균이 1.5℃를 넘은 것은 2025년 11월 이후 처음입니다.

6~8월 북반구 여름 전체도 2024년과 함께 역대 공동 1위였고, 최근 12개월 평균은 1.48℃입니다. 바다는 더 뜨거웠습니다. 극지방을 제외한 전 세계 바다 표층 수온이 8월 하순 하루 기준 21.11℃까지 올라 역대 최고를 경신했습니다.

1.5℃를 넘었다는데, 파리협정은 이미 실패한 걸까?

"2024년에 1.5℃를 넘었다면 파리협정 목표인 1.5℃는 끝난 것일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답은 "아직은 아니다"입니다. 학생의 성적을 시험 한 번이 아니라 한 학기 평균으로 보는 것과 같습니다.

파리협정의 1.5℃는 한 해의 기온이 아니라 약 20년에 걸친 장기 평균을 말합니다. 한 해 기온은 엘니뇨 같은 자연 변동 때문에 들쑥날쑥하기 때문입니다. WMO도 한 해가 1.5℃를 넘었다고 해서 파리협정의 1.5℃ 수준을 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image.png연도별(1973~2026년) 여름철 전국 평균기온 및 편차
그럼 '장기 평균'은 지금 어디쯤일까?

지구 기후변화 지표(IGCC)에 따르면, 2025년 인간 활동 때문에 생긴 온난화는 1.37℃이고, 10년마다 약 0.27℃씩 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10년(2016~2025년) 평균 관측 기온은 1.26℃였는데, 그중 1.24℃가 인간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사실상 최근 온난화 전부가 사람이 만든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속도라면 인간이 만든 장기 온난화가 2030년 무렵 1.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2장. 엘니뇨가 돌아왔다: 태평양이라는 거대한 욕조

적도 태평양을 거대한 욕조라고 생각해 보자. 평소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욕조의 따뜻한 물을 서쪽(인도네시아·호주 쪽)으로 밀어붙입니다. 그래서 서태평양에는 따뜻한 물이 두껍게 쌓이고, 동태평양(남미 페루 쪽)에는 깊은 곳의 차가운 물이 올라옵니다.

그런데 몇 년에 한 번씩 이 바람이 약해집니다. 그러면 서쪽에 몰려 있던 따뜻한 물이 욕조 물이 출렁이듯 동쪽으로 되돌아옵니다. 적도 태평양 중·동부 바다가 평소보다 뜨거워지는 이 상태가 엘니뇨입니다.

반대로 바람이 더 세져 동태평양이 더 차가워지는 상태가 라니냐입니다. 둘을 합쳐 '엔소(ENSO)'라고 부르는데, 지구 기후의 가장 큰 시소라고 보면 됩니다.

엘니뇨가 중요한 이유는 바다가 품고 있던 열을 대기로 대량으로 내뿜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23~2024년 엘니뇨는 2023년과 2024년의 기록적인 더위에 불을 붙였고, 이후 두 차례 겨울에 걸친 약한 라니냐가 2025년 기온을 살짝 끌어내렸습니다.

스크린샷 2026-10-01 225020.png2025년 여름철 일별 전국 평균기온 시계열(괄호 안의 값: 월평균기온, 평년 대비 기온 차이, 순위
2026년 9월, 지금 태평양에서 벌어지는 일

2026년 초 약한 라니냐는 중립 상태로 바뀌었고, 봄부터 엘니뇨로 빠르게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NOAA 기후예측센터(CPC)는 2026년 9월 10일 엔소 진단 토론에서 '엘니뇨 주의보'를 유지하며, 엘니뇨가 계속 강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6년 가을부터 2026~2027년 겨울까지 '매우 강한' 엘니뇨가 될 확률은 90% 이상이고, 10~12월에는 1950년 이후 모든 엘니뇨를 뛰어넘는 역사적으로 강한 강도가 될 확률이 75%라고 했습니다.

8월 월평균 해수면 온도 편차는 핵심 감시 구역인 니뇨3.4 지역에서 +1.8℃, 남미 연안에 가까운 니뇨1+2 지역에서는 +3.4℃를 기록했습니다.

일부 언론이 '슈퍼 엘니뇨'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다만 NOAA도 강한 엘니뇨일수록 전형적인 영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지만 확정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역대급 엘니뇨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까?

첫째, 2027년 지구 기온 신기록 가능성이 커집니다. 엘니뇨의 열은 보통 정점 후 몇 달 뒤 지구 전체 기온에 반영됩니다. 2023년 엘니뇨 뒤에 2024년이 역대 최고를 찍었습니다.

이번 엘니뇨가 겨울에 정점을 찍는다면 2027년은 2024년 기록을 넘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2026년과 2027년의 최종 순위는 아직 전망일 뿐입니다.

Gemini_Generated_Image_beoyf1beoyf1beoy.png생성형 AI(gemini)가 이 글을 읽고 그린 그림

둘째, 세계 곳곳의 가뭄과 홍수 위험입니다. 역사적으로 강한 엘니뇨는 인도네시아·호주 등 서태평양 쪽에는 가뭄과 산불을, 페루·에콰도르 등 남미 서해안에는 폭우와 홍수를 가져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 뮌헨재보험(Munich Re)도 2026년 상반기 보고서에서 다가오는 '슈퍼 엘니뇨'로 여러 지역에서 극한 기상이 우려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셋째, 한국의 겨울과 내년 여름입니다. 엘니뇨가 한국 날씨에 미치는 영향은 열대 지역만큼 뚜렷하지 않고 다른 요인과 뒤섞입니다.

일반적으로 엘니뇨가 발달한 겨울에는 우리나라가 비교적 따뜻하고 강수가 많아지는 경향이 알려져 있지만, 이는 경향일 뿐 확정적 예보가 아니므로 기상청의 3개월 전망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넷째, 산호초입니다. 산호에게 엘니뇨는 가장 두려운 손님인데, 이 이야기는 5장에서 하겠습니다.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지구 온난화가 엘니뇨의 성격 자체를 바꾸고 있는가"라는 질문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이 없는 현재 진행형의 과학입니다.

분명한 것은, 같은 강도의 엘니뇨라도 이미 1.4℃ 가까이 데워진 지구 위에서 벌어지면 그 결과가 과거보다 더 뜨거울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