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입맛을 찾습니다

소고기 볶음 고추장

by윤병옥


또 여름이다. 나는 여름을 많이 타서 매년 고생을 한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내가 하는 운동이 실내운동이라 더운 야외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내 체육관에 에어컨을 빵빵 가동해도 여름에는 땀이 더 많이 흐르고 쉽게 지친다. 돌아와서 지치고 입맛도 없지만 매끼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외식도 가끔 하고 배달도 시키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질리기도 하고 맛도 별로 없다.

예전에 보리밥 한상을 차려 먹었던 기억이 나서 또다시 시도해 보았다.

이상하게도 여름에는 보리밥이 맛있다. 밥이 결정되면 보리밥에 어울리는 반찬을 떠올리면 된다. 여름김치는 단연코 배추김치보다는 열무김치다. 그다음, 땀으로 염분이 배출되니 짭짤한 오이지 냉국을 곁들여야겠다. 왜 옛날 어른들이 여름에 밥을 시원한 물에 말아 오이지랑 먹었는지 이 나이가 되니 십분 이해한다.

또한 여름 밑반찬으로는 꽈리고추 멸치볶음 만 한 것이 없다. 고추와 멸치의 비율을 반반으로 잡는다. 꽈리고추의 양쪽을 가위로 조금 잘라 구멍을 낸 후 간장양념에 조리면 고추의 매운맛이 빠지며 풍미가 좋아진다. 충분히 고추에 간장이 스며든 후에 덖어놓은 멸치를 넣고 조금 더 조려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푸성귀가 많이 나오니 쌈 채소도 준비한다. 대형 마트에서 잔뜩 사 온 파프리카도 생각났다. 이 채소들에 찍을 쌈장을 만들어야 한다. 평소라면 된장을 베이스로 한 소스를 만들었을 것이다. 된장에 들기름과 매실액과 다진 청양고추와 다진 마늘과 깨를 잔뜩 넣고, 짠맛을 중화시키기 위해 나만의 킥인 ‘피넛 버터’를 섞은 쌈장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볶음 고추장이 먹고 싶다. 고추장 하나만 넣고 비벼 먹어도 좋은 소고기 볶음 고추장을 만들어본다. 물론 불 앞에 한참 서서 저어야 하니 힘들지만 그래도 한번 만들어두면 오래 먹을 수 있다. 다진 소고기를 한 근 사서 불고기 양념을 해서 볶는다. 이때 나중에 고추장까지 섞으면 짜니까 간장은 조금만(1/3) 넣고 마늘은 듬뿍 넣는다. 포슬포슬하게 충분히 볶은 후 중요한 일이 남아있다. 소고기에서 나온 지방이 장난이 아니다. 그대로 고추장을 넣으면 식었을때 하얀 지방이 낀다. 따라서 체에 키친타월을 올리고 볶은 고기를 넣어서 지방을 걸러준다. 조금 번거로워도 깔끔한 고추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과정이 필요하다. 감칠맛을 위해 양파 한개를 다져서 물기가 없어질때까지 볶는다. 이 모든 재료에 볶은 고기보다 조금 많은량의 고추장을 섞어서 볶는다. 농도는 물로 맞춘다.(너무 되면 찍어 먹기 불편하다.) 이때 사방으로 튀는 단점이 있다. 되직한 소스를 만들 때마다 겪는 일이다. 불을 중 약불로 줄이고 타지 않게 계속 저어주어야 한다. 약간 달달해야 맛있는데, 고추장과 잘 어울리는 당류는 조청이라고 생각한다. 없다면 올리고당이나 설탕이나 꿀을 넣어도 된다.

많이 만들어서 병에 나누어 담아 지인들과 나누어 먹어도 되고, 혼자 쟁여두고 먹어도 든든한 소스이다. 밥에 쓱쓱 비벼 먹거나 쌈을 싸서 먹거나 오이 파프리카 등을 찍어 먹어도 맛있다.

여름엔 뜨거운 국도 사양이다. 소고기를 넣은 무거운 국도 사양이다. 식초를 넣은 새콤한 오이나 미역냉국도 있지만 이번에는 콩나물 냉국이 먹고 싶다. 멸치 다시마 육수에 콩나물을 넣고 끓이는데 나의 비법은 김칫국물을 넣는 것이다. 김치를 다 먹고 통에 남은 국물을 체로 거르면 무채나 양념을 뺀 가벼운 김칫국물이 남는다. 이것을 희석해서 오이채를 넣어 그냥 냉국으로 먹어도 개운하고 콩나물국 끓일 때 넣어서 간을 맞춘 후 식혀서 냉국으로 먹어도 좋다.


나머지는 호박볶음이나 어묵볶음 같은 평소에 있는 반찬을 꺼내면 된다. 단백질이 조금 부족한 식단이라고 생각한다면 생선을 한토막 구워서 곁들이거나 계란 프라이를 하거나 두부 부침을 해도 좋다.


여름이어서 입맛이 떨어진다고 불평했지만 생각해 보면 해 먹을 음식들이 많다. 무더운 여름, 시원한 보리차로 수분을 보충하고, 입맛 돋우는 음식을 드시고 기운을 차리시기를 바란다. 이 여름을 견디면 시원한 가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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