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까치를 통해서 본 우리의 삶
사람은 오래 살면 100세까지도 산다. 거북이는 몇백 년을 산다고 한다. 개는 15년 정도 산다. 어떤 새들은 10년 정도를 산다. 하루살이는 하루를 산다. 서로 다른 동물들이어서 그들의 입장으로 보면 시간의 흐름도 다르게 느낄 테니 길다 짧다 할 것은 없다.
이렇게 생의 길이가 각기 다른 동물들도 공통점이 있다. 모두 종을 이어갈 수 있게 생식을 하고 새끼를 낳고 키운다. 애완동물이 새끼를 낳는 것을 보는 경우는 많지만 그들은 주인에게 운명을 맡겼으니 직접 부모가 새끼를 키울 수는 없다. 반면 새들은 자연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인간과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티브이 다큐멘터리에서 북극의 아빠 황제펭귄이 알을 얼지 않게 하려고 발 위에 알을 놓고 오래 품고 있고 엄마 펭귄은 먹이를 구하러 멀리 갔다 오는 장면을 보고 감동하기도 했다.
숲 근처의 아파트 2층에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 어느 날 베란다 난간과 에어컨 실외기 사이에 물까치 새가 둥지를 틀었다. 26년 5월 8일에 어미새가 알을 하나 낳은 것을 시작으로 매일 하나씩 6개의 알을 낳았다. 엄마 새와 아빠 새가 번갈아 가며 알을 품었고, 드디어 6월 2일에 새끼 새들이 태어났다. 빨간 입을 벌리고 있는 새끼들에게 부모는 열심히 먹이를 물어다 주었고 그들은 무럭무럭 자랐다. 6월 12일이 되자 새끼 새들이 날아서 떠나기 시작했고 한 마리만 망설이며 떠나지 못했다. 부모 새들은 근처를 배회하며 막내를 들여다보았고 소심한 막내는 근처에 날아갔다가 다시 둥지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했다. 드디어 14일에 막내 새도 둥지를 완전히 떠났다.
친구는 우연히 베란다 실외기 안쪽에 둥지를 발견하고 단톡방에 사진과 동영상과 설명을 올리기 시작했다. 모두 신기해하며 후속 기사를 실어줄 것을 바랐고 친구는 거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것이다. 방송에서 보는 거대한 프로그램에 비하면 비록 작은 이야기지만 우리가 사는 근처에서 일어난 일이고 우리들 모두 자식들을 열심히 키우고 독립시키는 부모였기 때문에 더 열광하면서 반응했던 것 같다. 친구는 에어컨을 켜지 않았고 사진 찍을때도 새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그 결과로 나중에는 예민했던 부모 새들도 친구를 안전한 존재라고 믿고 베란다 난간에서 놀다 갈 정도로 서로 신뢰를 쌓았다. 그 배려에는 친구의 딸이 곧 결혼식을 앞두고 있었던 터라 딸이 만들 새 가정에 대한 축복과 기도까지 들어있었을 것이다.
새들은 사람에 비하면 아주 짧은 기간에 결혼과 임신과 출산과 양육과 독립까지 마친 셈이지만 그 기간이 짧아서 집중할 수 있었고 은유적으로 그 장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천천히 진행되는 일이었다면 느끼기가 어려운 의미도 축약해서 보면 잘 보이기 마련이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 <올드>에서는 자기장이 흘러서 하루 만에 50년의 변화가 일어나는 어떤 해변에 갇혀서, 하루만 살게된 사람들이 사는 이야기를 그렸었다. 그 영화에서 원래는 헤어지려고 했던 부부가 빠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다르게 느끼고 서로를 의지하며 생을 마쳤었다. 마찬가지로 새들이 보여주는 초고속 삶의 과정에서 우리가 살았던 인생의 의미가 확 다가온다. 누구나 살면서 힘든 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속카메라로 인생을 하이라이트 부분만 띄엄띄엄 찍은 부분을 연결해서 흐름을 만들면 그래도 살아온 의미를 찾을수 있게 된다.
사람에게도 어떤 이유로 뒤쳐졌던 아픈 손가락이 있을 수 있다. 이번 물까치 새의 경우 여섯 마리의 새끼 새 중 하나가 먹이를 제일 못 받아먹어서 몸이 약했을 것이다. “막내야 힘내라!”고 말하는 듯 안타까워하며 주위를 떠나지 못하던 부모 새의 모습이 마치 일부러 만든 드라마 같았다. 새끼들이 모두 둥지를 떠나자 부모 새도 안심하고 자연 속으로 돌아갔다. 해피 엔딩이다.
인생의 발달과제 중 제일 큰 일인 결혼과 자식들을 키워내는 일과 독립시키는 일을 마친 우리들, 정말 수고했다. 우리도 이제 편안히 남은 시간을 보낼 자격이 있다. 자식에게는 그들의 삶이 있고 그들의 과제가 있다. 대신 과제를 해주며 그들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새들에게 배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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