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웃으면서? 톤은 높게? 중저음? 아... 모르겠다!!! 환한 미소로 갑자기 인사를 건네셨다. "어! 가시나보다? 명절 잘 보내세요" "네?" "아! 고향 가시는 거 아니세요? 그렇게 보이길래..." "네... 감.. 사.. 합.. 니.. 다.." "아! 많이 놀라셨죠? 저는 못 내려가서 부러워서 그랬어요. 추석 잘 보내세요!"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도 추석 잘 보내세요!" 추석 전 날 편의점에서 생긴 일이었다. 사장님이라고 하기엔 어려 보였고, 아르바이트생인 듯 했다. 편의점을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진심 어린 말투와 표정, 그리고 행동까지... 하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고객을 대하는 일상적인 태도처럼 보일 수 있을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겐 그냥 고마운 인사말로 여길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웃으면서 먼저 인사를 건네지? 모르는 사람인데... 안 부끄러운가?" 처음 인사를 받았을 때,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먼저하는 인사' 였다. '저걸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이 드는 건 지금의 나에겐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시간을 돌이켜 보면, 나 또한 저런 행동을 꽤나 자주 행했던 시절도 있었다. 국민학교 때 동네에서 어른들을 만나면 항상, "안녕하세요!" 돌아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마주쳐도, "안녕하세요!" 동네든 어디든 장소, 횟수에 상관없이 하루에 몇 번이라도 마주치게 되면, 여전히 생글생글 밝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그땐 무조건 인사를 잘하는 게 미덕이라 생각했다. 인사를 먼저 하는 것 또한 좋은 일이라 여겼지만, 꼭 그렇지 않다는 사실도 알게 동시에 깨닫게 되었다. 어느 날, 듣게 된 얘기 " 관돌아! 인사를 얼마나 잘하는지 아줌마들이 니 인사 피하려고 돌아간다고 한다네! 아까 보고 또 인사하니깐 민망하다고. 얼마나 인사를 잘하는지 착하네!" 그때는 단순히 칭찬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괜한 위축감도 생겼다. 오히려 내가 먼저 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 아까 인사드렸던 옥순이 아줌마네. 또, 인사드리면 싫어하실 텐데...' 그리고 먼저 돌아가거나, 안 보이는데 숨어 있다 지나가시면 나온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픈 일이지만, 당시 나에겐 꽤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 다. '분명 인사는 잘해야 된다고 배웠는데... 왜 불편해하지?' 물론 그 불편함이라는 게 정말 그분들이 느낀 불편함에서 나온 진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 불편함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잦은 마주침과 반복된 인사에 따른 어색함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이번에 인사하면 또 뭐라고 받아줘야 되지?'라는 그런 어색함이 아닐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어렸을 땐, 무조건 마주치면 인사를 해야 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면, 이제는 '적당함'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내 입장뿐 아니라 상대의 입장도 고려할 수 있는 그런 '적당함' 솔직히 그 당시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누군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 본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솔직하게 얘기하면 환하게 웃으며 밝은 음성으로 인사를 건넨 적이라고 없는게 더 사실적인 말이 다. 어렵다. 밝게 웃는 게 어색하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건 더 힘들다. 아니 힘들어졌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이건 나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나이를 먹기에 마땅한 이유가 될 순 없을 것 같다. 그럼 이유가 뭘까? 좋은 행동은 계속 이어진다면 참 좋을 텐데... 나쁜 습관이나 행동은 정말 쉽게 배우고 꽤 오래 유지하는 편인데... 이런걸 보면 정말 아쉽기도 하다. 어느 날,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편의점. 처음 본 아르바이트생의 환한 미소와 밝은 인사말. 분명 기분은 좋았다. 하지만, 가슴 한편에는 왠지 모를 씁쓸함도 함께 느껴졌다. 마치, 헝클어진 머릿결 처럼 기분도 이리저리 정리되지 않은 듯 묘한 하루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