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요물인 것 같다.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게재하고 1년이 지날 무렵부터...
글쓰기에 대한 갈증이 생겨 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과에 편입학을 했다.
의욕만큼 온라인 게임과 학업을 병행하는 건 예상했던 것 보더 더 힘든 일이라는 걸 매번 느끼고 있다.
이번 학기에 받은 과제 중 하나로, 세 가지 키워드를 활용하여 자기소개서를 에세이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취업 외에 자기소개서를 다시 쓰게 될 거라곤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목적을 가지고 쓰는 내용도 아니기에 더 힘든 과제였다.
문득 AI에게 이 내용을 던져주면 어떤 식으로 재작성할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 두 번째 키워드는...(장비빨에 빠진 남자) 원문
성격이 차분하다. 예전부터 일처리를 꼼꼼하게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 성격상 실수를 줄이기 위해 몇 번이고 확인하고, 처리하는 것을 선호하여 꼼꼼하다는 평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꼼꼼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이건 나만 아는 느낌이다.
어느 순간, 아무 생각 없이 결재 완료된 문서를 훑어보고 있으면, 큰 문제가 될 소지는 아니지만 작지만 눈에 거슬리는 무언가가 발견되곤 했다. 이런 일들이 한두 번 정도면 실수로 여길 수 있겠지만, 생각보다 이런 일들이 빈번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 또 왜 이랬지? 제대로 본 건데 또 실수했네...’
분명 모르고 틀린 경우도 있었겠지만, 분명 잘못이라는 것을 인지했으면서도 제대로 수정하지 않고 그 또한 실수로 넘어간 적도 꽤 있었다. 그러나 그때도 동료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꼼꼼하게 실수 없이 일처리를 잘하는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왜냐면 눈에 띄는 사고나 말썽 같은 것 없이 무난하게 지내왔으니 어쩌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것 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실수가 잦아지는 것에 대해 스스로 불편함을 느꼈고, 실수를 하나라도 더 줄이기 위해서는 ‘사전준비’가 잘 되어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이때부터인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준비를 보다 철저히 한다는 명목 하에 갖가지 장비들을 갖추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 중에서는 분명 필요한 것들도 있지만,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꽤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심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이후부터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모든 준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시작도 전에 불안함과 더불어 아쉬움, 허전함을 자주 느낀다.
물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갖추어져 있어야 된다는 건 아니지만, 가급적 예상한 바와 일치된 상황이어야만 내적 안정감을 느끼는 편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장비빨을 선호하거나 겉멋이 든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는 타인의 시선은 크게 신경 쓰려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것들이 분명 나의 부족한 점을 보완시켜 주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상에서 말했다시피, 겉모습은 그렇게 강단이 있어 보이지 않다. 하지만 겉모습이 약해 보인다고
그 속까지 줏대 없는 숙맥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겉은 유순해 보일지라도, 속은 꽉 차고 단단한 그런 사람.
조심스럽게 언급하자면, ‘외유내강’이라는 표현이 나를 가장 잘 드러내 줄 수 있는 그런 사자성어가 아닐까 싶다.
AI(Gemini)는 이 글을 어떻게 변형시켜 줄까?
예전에는 ‘꼼꼼하다’는 칭찬을 들으면 안심했다. 쏟아지는 업무 속에서도 실수를 줄이기 위해 몇 번이고 확인하는 습관, 그것이 곧 나의 직무적 가치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차가 쌓이고 바카라임의 무게가 달라지면서, 어느덧 그 꼼꼼함은 ‘나만 아는 미세한 균열’이 되어가고 있었다.
결재 문서를 훑어보다 발견하는 작지만 눈에 거슬리는 흔적들. 치명적인 사고는 아닐지라도,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쌓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또 왜 이랬지?’라는 자바카라이 반복될 때, 나는 깨달았다.
의지력만으로 완벽을 유지하려던 방식은 이제 유효기간이 다했다는 사실을.
그때부터 나는 ‘운’에 맡기는 꼼꼼함 대신, ‘환경’을 통제하는 방식을 택했다.
내가 놓칠 수 있는 찰나의 실수를 잡아낼 모니터를 고르고, 문서를 읽을 때의 피로도를 낮춰줄 안경을 맞췄다. 내가 지향하는 정교한 업무 속도에 맞춰 키보드를 바꾸고, 생각의 속도를 따라올 수 있는 볼펜을 챙겼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장비빨’이라거나 ‘겉멋’이라 할지 모른다. 하지만 30대의 중반을 넘어선 지금, 나는 타인의 시선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안다.
이 도구들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 나의 결핍을 메우고 업무의 질을 담보하는 ‘외부의 뇌’이자 ‘전략적 파트너’라는 사실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세팅되어야 안정감을 느끼는 스스로의 모습이 때로는 유난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불안을 무작정 억누르기보다, 도구라는 구체적인 수단으로 그 불안을 다루고 제어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치열한 실무 현장에서 내가 선택한 생존 방식이자, 나를 지탱하는 힘이다.
겉모습이 유순해 보인다고 해서 속까지 무른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부드럽게 협업하면서도, 내면에는 나만의 엄격한 기준과 루틴을 세워 실수를 통제하는 사람.
스스로를 정의하자면, 역시 ‘외유내강(外柔內剛)’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나의 유순함은 타인을 향한 배려이고, 나의 철저한 장비 세팅은 스스로를 향한 기강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AI가 수정한 내용이다. 물론 이 글이 나오기 위해서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질문'이다.
어떠한 방식으로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글이 달라진다.
AI의 특징 중 하나로 생각되는데, 초반에는 어떠한 답변이든 긍정적인 내용 위주의 답변을 해주는 경향이 강하다.
'아주 훌륭합니다. 매우 인상적입니다. 독자들의 공감을 충분히 살 만한 글입니다.'라는 식으로 얼핏 보면 사람을 붕 뜨게 만든다. 하지만 그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면 함정에 빠지는 것과 같다.
이 즈음에서 한 번 AI를 꾸짖을 필요가 있다.
"왜 너는 항상 칭찬만 해주는 거야! 솔직하고 냉정하게 비판을 해줘야지!"
라고 질문을 바꿔 던지면, 10초도 걸리지 않아 이전과는 180도 달리 냉정하고 신랄하게 비판을 해주는 비평글을 쏟아내 준다. 읽어보면 뜨끔하기도 하면서 일타강사처럼 콕! 콕! 잘 찍어주는 느낌도 받는다.
지금 이 글도 나의 원문과 비교하면...
아니 비교 불가다.
깔끔하다. 한눈에 들어온다.
곁가지가 없는 글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AI가 쓴 글과 비교해 보면 자극이 되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아직 내 수준은 이 정도밖에...
자존감 vs 자신감
분명 가운데 한 글자 차인데, 그 의미는 천지차이다.
AI는 나에게 이 두 가지를 다 느끼게 해주는 요물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