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코미디의 가면을 쓰고 소외된 이들을 품어안다

[리뷰]어설픈 모지리들이 건네는 다정한 위로, 넷플릭스 <원더풀스>

by미야

밤을 꼴딱 새우게 만든 '결핍된 존재들'의 몰입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원더풀스>(2026년 5월 15일 공개)가 8부작으로 공개되었다. 이 작품은 지난 2018년 '더B팀'이라는 가제로 알려지며 히어로물의 거장 스탠 리의 코믹 스토리 원안 각색 소식 등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베일을 벗은 <원더풀스>를 밤을 꼴딱 새워가며 전편을 감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시리즈가 가진 서사의 몰입력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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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원더풀스> 포스터https://namu.wiki/w/%EC%9



이 드라마의 몰입력을 높여준 출연진을 살펴보자. 믿고 보는 배우 박은빈, 연기의 달인 김해숙, 그리고 극의 묵직한 카리스마 손현주까지. 여기에 최대훈과 임성재의 연기는 배역과 그야말로 '찰떡'이어서 뻔할 수 있는 서사 속에서도 웃음과 함께 끝까지 몰입하게 만든다. 차은우 역시 차가운 시청 공무원 연기와 매력적인 목소리를 선보인다.



비록 일각에서는 킬링파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아쉬운 평도 존재한다. 하지만 차은우의 출연작은 이 드라마로 처음 접했는데 조용하고 차분한 연기가 참 좋았다. 특히 초능력을 발휘할 때의 그 섬세한 손가락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작품은 종말론이 득세하던 1999년 경기도의 가상 도시 '해성시'를 배경으로 한다. 뜻밖의 사건으로 초능력을 얻은 동네 허당들이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과 맞서 싸우는 코미디 액션 어드벤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생체 실험과 소외된 아이들의 비극을 다룬 다크 코미디에 가깝다.



극 중 초능력을 얻는 과정은 잔혹하다. 과거 '하원도 랩'에 감금되어 강제 주입을 당한 아이들은 고작 25%만이 살아남았고, 1999년 현재는 사이비 종교 '구원영생교'가 방출한 폐기 약물에 노출되어 능력이 발현된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절반이 죽고 부작용으로 신체가 슬라임처럼 녹아내리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 유일하게 은채니(박은빈 분), 손경훈(최대훈 분), 강로빈(임성재 분)만이 성공적으로 능력을 얻어 어설픈 초능력자 무리인 '분더킨더(Wunder Kinder)'의 불량품으로 존재한다.



"아직 아무것도 안 한 것뿐"... 어설픈 초능력자들의 눈물겨운 마지막



극을 이끄는 서사는 인물들의 결핍에서 온다. 킹전복 여사(김해숙 분)의 시선으로 보면, 손녀 은채니는 선천성 심장병으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애틋한 존재다. 손녀의 생존을 위해서라면 양심에 꺼리는 반도덕적인 행동(뇌사 상태 아이의 심장 이식 및 하원도 박사 연구비 지원)까지 불사한다.



반면, 은채니의 입장에선 오늘 당장 심장이 멈출지도 모르는 절망적인 하루들이다. 굳이 착하게 살 이유가 없으니 해성시 공식 '개차반'으로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 2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하원도 박사는 "원래 세상은 불공평하고 부조리한 진실들뿐이지. 넌 아무것도 아니니까"라며 빈정댄다. 하지만 채니는 당당히 맞선다.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니라, 아직 아무것도 안 한 것뿐이야."


이 대사는 결국 위험에 빠진 해성시를 구하기 위해 강력한 빌런들과 전면전에 나서는 모지리 초능력자들의 핵심 정체성이 된다.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은 하원도 박사를 '아버지'라 부르며 맹목적으로 따르다 부작용으로 죽어가는 초능력자들의 모습이다. 과거 '스위트 홈 복지원' 시절부터 불법 실험을 자행해 온 하 박사의 악의적인 손길은, 세상 어디에서도 따뜻한 사랑을 받아본 적 없는 버려진 아이들에게 유일한 구원이었을 것이다. "너희가 나를 믿지 않으면 바라는 것을 볼 수 없다"는 성경 구절 같은 하 박사의 말을 의심하면서도 습관처럼 따르다 죽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아이들의 마지막은 눈물겹도록 아프다.



뒤틀린 가치관의 세상, 우리는 어떤 손을 내밀 것인가



이 비극이 비단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하원도 박사의 뒤틀린 가치관, 그리고 자신만 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돈으로 뭐든 할 수 있다고 믿는 부도덕한 인물들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일면을 정조준한다.



지금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는 외롭게 버려져 악마의 손길이라도 잡을 수밖에 없는 소외된 이들이 존재한다. 의지할 곳이 없어 그것이 악의 손길임을 알면서도, 죽을 길임을 알면서도 걸어갈 수밖에 없는 외로운 이들. 그들을 외면한 채 나만, 우리 가족만, 내가 아는 지인들만을 위해 문을 닫아거는 좁은 소시민의 삶에 머물러도 괜찮은 것일까. 주변을 두루 살피고 함께 하는 삶이야말로, 결국 우리 모두를 불행으로부터 구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는 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쓸모없는 존재란 없다. 온 시민이 하나같이 부족하다며 비웃던 이들에게 초능력이 쥐어졌을 때, 그들은 세상을 파괴하거나 이기적으로 사용하는 대신 '기여할 기회'를 택했다. "아직 아무것도 안 한 것뿐"이라던 그들이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증명해 내는 과정이 이 작품을 따뜻하게 기억하게 만든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와 아쉬운 로맨스



드라마의 긴장감 속에서 숨통을 틔워주는 것은 단연 최대훈과 임성재의 코미디다. 거짓말을 하면 몸이 사물에 붙어버리는 일명 '끈끈이 능력'의 손경훈(최대훈 분)은 몸 개그와 세치 혀로 상대를 환각에 빠뜨리는 초능력자 석호란의 능력을 무력화하는 반전을 선사한다. 그의 세치 혀는 가족에겐 경멸의 대상이었을지언정, 위기의 순간에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괴력을 가졌지만 순진무구한 왕호구 강로빈(임성재 분) 역시 러블리한 매력으로 웃음을 바카라임진다. 여기에 순간 이동을 하는 은채니와 이들의 리더 격인 이운정, 중력을 조작하는 김팔호 등의 능력이 어우러져 극의 재미를 더한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이운정이 엄마의 정보를 얻기 위해 자신이 그토록 증오하는 하원도에게 채니를 넘기는 설정은, 그의 초능력을 고려할 때 다소 개연성이 떨어져 보였다. 또한, 채니와 운정의 로맨스 역시 뜬금없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죽은 친구의 심장을 가졌다는 특별한 이끌림은 이해하지만, 극의 흐름상 굳이 로맨스보다는 깊은 '우정'으로 표현했다면 더 깔끔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화부터 지구 종말과 시한부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던지면서도, 긴박한 전투 속에서도 끊이지 않는 코믹함의 언밸런스는 매력적이다. 부족하고 슬롯적으로 외면받는 존재들이지만, 그들이 가진 따뜻한 감성과 웃음은 이 어설픈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지켜보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조금 늦거나 한가한 언저리에 머물 뿐, 결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은 없다는 대사가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https://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3246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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