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새해가 되거나 달이 바뀌면 운동과 명상, 독서 같은 좋은 습관을 다짐하곤 한다. 그러나 대개 뜨거운 의지로 시작했다가도 바쁜 일상과 예기치 못한 피로에 부딪혀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삶에서 정작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건강을 위한 운동, 마음을 챙기는 명상, 정신을 채우는 독서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는 없다.
오랜만에 헬스장 문을 열었다. 그동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예쁜 손주들을 돌보느라 잠시 멈추어 두었던, 오롯이 나만을 위한 운동을 비로소 재개하는 순간이었다. 헬스장은 조용했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에 몰입할 수 있는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부상 없이 내 기량에 맞게 조금씩 하기. 이것이 내 운동 원칙이다.
팔다리 기본 근육을 다진 후, 달리기와 계단 오르기, 자전거 타기까지 마치고 나니 온몸에 땀이 쫙 배어 나왔다. 신기하게도 지루할 틈 없이 한 시간이 금방 흘렀는데,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오디오북 <30분 CEO의 아침 Driving Edition> 덕분이었다. 운전자를 위해 간결하게 구성된 자기계발서인데, 운동하며 귀로 지혜를 담기에도 제격이었다.
사소한 일관성의 비밀
귀를 통해 흘러 들어온 세계적 리더들의 아침 풍경은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단순했다. 애플의 팀 쿡은 이른 새벽 메일 확인과 운동으로 하루를 열고, 오프라 윈프리는 20분의 명상과 감사 일기, 그리고 걷기와 요가로 몸을 깨운다.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명상과 맨발 걷기를 하며 단순함과 명확함을 매일 지속하고 있었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충분한 8시간의 수면을 최고의 투자로 여기며 아침 에너지를 비축하고, 오전 10시 전에는 중요한 회의를 잡지 않은 채 '하루에 딱 3가지의 좋은 결정이면 충분하다'는 원칙을 지킨다. 펩시코를 이끈 인드라 누이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며 그날의 가장 중요한 일을 결정하고 성과를 낸 직원의 부모에게 직접 감사 편지를 보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는 비즈니스 서적이 아닌 '시(詩)'를 읽는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키우며 배운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모든 것을 아는 척하는 문화 대신 모든 것을 배우려는 자세를 취하기 위해 문학을 읽으며 공감력을 키우는 것이다. 리더들의 아침은 화려한 성취가 아닌, 뜻밖에도 이토록 단순하고 담백한 '매일의 반복'에 있었다.
▲헬스장 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성공한 리더들을 바라볼 때,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엄청난 재능을 가졌거나 남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거창하고 특별한 비결이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품곤 한다. '그들은 나와 다른 세상의 사람'이라 선을 긋고는, 그저 부러워만 할 뿐 스스로 실천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오디오북에서 세계적인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건네는 조언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대단한 목표를 세우라 말하지 않는다. 그저 아주 작고 사소한 것이라도 좋으니, 내가 매일 해낼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지금 당장 시작하라고 삶으로 보여준다. 성공하기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갑자기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깨기 전에 일어나 몸과 마음을 정돈하는 '매일의 작은 반복'이 쌓여 성공을 만든다는 점이다.
가방 속 종이바카라과 귓속의 오디오북, 삶을 지탱하는 오랜 습관
문득 나의 하루 루틴을 돌아보았다. 눈을 뜨면 이부자리를 정돈하는 것으로 시작해 산바카라을 하고, 무언가를 읽고 쓰는 것. 이것은 비단 나만의 독특한 습관이 아니라, 오랜 세월 삶의 중심을 잡고 살아온 수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보편적인 지혜일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읽고 쓰는 삶은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써온 일기와 수없이 주고받았던 편지들이 단단한 밑거름이 되었다. 활자 중독이라도 걸린 것처럼 가방 속에는 늘 종이바카라 한 권이 들어있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장거리 이동을 할 때는 시집이나 자기계발서를 챙기고, 집안일을 하거나 몸을 움직일 때는 오디오북으로 에세이나 소설을 듣는다. 매일 몸을 움직이고 문장을 읽고 쓰는 일, 이것은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은연중에 형성된 오랜 세월 나만의 삶의 루틴이었던 셈이다.
▲가방 속 종이바카라
우리가 세계적인 CEO들처럼 거대한 기업을 움직이거나 대단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이 소박한 루틴들이 내 삶을 어제보다 오늘 더 성숙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끌려 다니는 삶에서 벗어나 오롯이 내가 설계한 아침을 맞이하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길이다.
헬스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내일도 모레도, 또 한 걸음 나만의 아침을, 그리고 스스로 이끄는 삶을 설계해 보려 한다. 위대한 하루는, 언제나 세상의 자극에 반응하기를 멈추고 내면을 정돈하는 위대한 아침으로부터 시작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