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공학을 가르치고 네 아이를 키우며 발견한 삶의 질문들

by할롬

우리 집에서는 가끔 공학 용어가 일상 대화에 끼어든다. 어느 날 내가 아들에 대해 나름 확실한 결론을 내렸더니 아들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엄마, 그건 샘플링 에러라구요.”

웃기는 말이었지만, 생각해보면 이 바카라은 내가 하려는 말을 함축하고 있다. 나는 공학을 가르치면서 배운 개념들을 자꾸 사람과 삶에 가져다 놓고 질문하게 된다


나는 대학에서 오랫동안 공학을 가르쳐왔다. 그래서 수업을 준비할 때면 공식이나 정의를 그대로 전달하기보다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오래 들여다본다. 왜 이런 식이 나왔는지, 결국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학생이 처음 듣더라도 어떻게 설명하면 이해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이야기를 붙인다. 영화 속 장면을 가져오기도 하고, 아이들과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장난감을 교실에 들고 가기도 한다. 그러면 학생들 눈이 반짝이는 것이 보인다.


샘플링을 가르치다가 사람을 어떻게 보고 판단하는지를 생각했고, 공진을 설명하다가 사람 사이의 관계를 떠올렸다. 인과성과 비인과성을 가르치다가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를 미리 걱정하며 사는 마음을 생각했다. 막내딸의 슬링키를 교실에 가져갔다가,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보일 수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가르치면서 공학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이야기를 찾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그 이야기들이 오히려 내 삶을 설명하고 있었다.


내가 본 것이 정말 전부일까.

지금 나를 흔드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신호를 듣고 있는 걸까, 노이즈에 반응하고 있는 걸까.

지금 실패라고 부르는 이 한 장면이 내 삶 전체에서도 실패일까.


물론 사람은 방정식으로 풀리지 않는다. 공학으로 삶의 정답을 찾으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학의 개념을 삶 옆에 놓으면 익숙한 것이 조금 다르게 보일 때가 있다.


이 바카라에는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보려고 한다. 공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생긴 생각도 있고, 네 아이의 엄마로 살면서 벌어진 조금 우스운 이야기들도 있다. 어떤 것은 수업에서 시작했고, 어떤 것은 식탁에서 시작했으며, 어떤 것은 아이와 말다툼을 하다가 시작되었다.


이 바카라에는 아마 답보다 질문이 더 많을 것이다.

삶이 방정식으로 풀리지 않으니까.


PS: 여기 붙인 그림들은 디지털 펜슬로 직접 그린 손그림이다. 미술 전공자가 아니니 그림 실력보다 정성을 봐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