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요양병원. 이정희(79)씨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본다. 햇살이 들어오지만 손끝 으로 닿을 수 없다. 오른쪽 팔과 다리는 4년째 움직이지 않는다.
75세 생일 다음 날, 갑자기 쓰러졌다. "뇌경색입니다. 오른쪽 반신이 마비됐습니다."
1년간 재활치료를 받았지만 예전처럼 걷거나 말할 수는 없었다. 퇴원 후 2년 만에 폐렴으 로 다시 입원했고, 지금은 하루 세 번 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식사한다. 요양병원 비용은 월 280만 원. 국민연금 90만 원, 자녀 지원 190만 원으로 간신히 충당한 다. 딸은 매주 토요일 찾아와 말한다.
"엄마, 다음 주에 또 올게요."
그 말이 들릴 때마다, 이정희씨는 창문 밖을 본다. "이게 인생인가." 그녀는 기대수명인 84세까지 살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남은 5년 중 건강한 시간은 없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생명표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다. 그런데 건강수 명은 65.8세에 그친다. 이 둘 사이의 격차는 무려 17.7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평균 17년 이상을 아픈 채로 살아야 한다.
건강수명이란 "일상생활에 제한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을 말한다. 스스로 옷을 입고, 식사하고, 걷고, 씻을 수 있는 시간. 그 이후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시간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이 격차가 가장 큰 나라 중 하나라는 사실이 다. 일본이나 서유럽은 10-12년인데 반해, 우리는 훨씬 길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건강수명은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인다. 서울이 71.2세 로 가장 높고, 부산이 69.4세로 가장 낮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거주 지역에 따라 2년 가까 이 차이 난다.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2020년 “Nature Communications”에 충격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선진국 대부분이 기대수명은 늘지만, 건강수명은 정체되어 있다는 것이다. 의료 기술 발달로 오래 살게 됐지만, 건강하게 사는 방법은 개선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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