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남은 시간 D-8년
우리 집에는 5학년 쌍둥이 남자아이들이 살고 있다. 7살 유치원 시절부터 각각 다른 반으로 배정을 요청하여 그들의 첫 슬롯생활은 나름 독립적으로 시작했다. 고학년이 되면서 제일 좋아하는 것은 ‘친구’이고 앞머리 커튼을 치면 나오는 세상에서 가장 사악한 것(진심을 다해), 그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얼굴을 못생기게 만드는’ 여드름을 제일 싫어한다.
여드름을 몰아내기 위해 그토록 좋아하는 피자나 과자도 멀리할 정도로 피부미용에 극도로 예민해졌다. 긴 머리를 하고서 무바카라임하게 빗질도 하지 않는 나보다 더 섬세한 빗질(분무기의 물도 뿌려가며..)을 하느라 현관 거울 앞은 언제나 붐빈다. 그로 인해 엘리베이터는 번번이 떠나간다. 집 안에 유일한 여자인 엄마보다 철저한 외모관리의 시작. 사춘기가 시작된 것이다.
두 아이는 한시도 입을 가만히 두지 못한다. 특히 노래를 자주 흥얼거리는데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신착란 증세를 일으키게 할 만큼 무한반복해서 부른다. 나는 좋아하는 노래가 있다고 하여 그 곡을 ‘1곡 무한반복’으로 듣거나 재미있는 미드나 영화가 있다고 해도 두 번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두 아이는 끊임없이 돌림노래를 한다.
계속 듣고 있으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내가 무엇을 하려던 것이었는지도 잊는다. 이어 헛 것이 보이는 것 같아 눈을 한번 질끈 감았다 뜨고 종국에는 뇌정지가 와서 노래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우선 몸을 피하고 그 도피처가 어디든(옷방이든, 주방바닥이든) 등을 바닥에 대고 누워야 한다. 뱃사람을 홀리는 사이렌의 노래인지 나는 그들의 흥얼거림에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다.
그 입에서 무한반복의 멜로디가 나오지 않는 순간에는 이제 끝없는 대화가 이어진다. ‘귀멸의 칼날’의 수많은 혈귀와 귀살대원(등장인물이 엄청나게 많이 등장한다), 로블록스나 닌텐도 게임, 친구 얘기 등이다.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어느 때에는 숨이 넘어갈 듯이 까르르 웃다가 소파 뒤로 나자빠지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갑자기 무슨 심오한 얘기(대부분 ‘귀칼’의 귀살대원 등급이나 혈귀에 대해)를 하는지 전쟁종결을 논의하는 두 정상처럼 진중한 분위기로 바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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