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설날풍경
독감에 걸려 일주일을 골골거리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오늘이 설날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기침도 잦아들었고 띵하던 머리도 산뜻하다.
온몸이 쑤시던 근육통도 사라지고 없다.
아 이렇게 좋을 수가,
아프지 않은 것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이었던 것을 . . .
설날 아침,
둘이 떡국을 끓여 먹고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한 첫 명절인데,
생각한 것보다 엄청 편안하다.
편안하다 보니 조용하고
조용하다 보니 점점 가라앉고 있다.
오후가 되니,
남편이 왠지 서운하다며 술 한 잔을 하겠단다.
(그럼 그렇지)
정말 오랜만에 나는 주방에 불 밝히고, 칼을 빼어든다.
호박전,
육전,
버섯전,
봄동전을 해 치우고 만다.
남편은 이미 막걸리 잔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집 모둠 전
이래도
저래도
젊은 시절 같지 않은 . . . .
쓸쓸한 기운은 쉬 가시지 않는다.
내일은 유노와 비단이가 온다는데?
그 녀석들이 세배는 할 수 있나?
그제서야 오래 산 노부부 얼굴에 미소가 비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