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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박종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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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글의 품격과 향기는 글쓴이의 심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겸손한 언어로 누구나 공감하는 수필, 구들장 같이 온기 있는 언어로 따뜻한 수필을 쓰고 싶다.</description>
    <language>ko</language>
    <pubDate>Mon, 12 Oct 2026 20:04:46 GMT</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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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글의 품격과 향기는 글쓴이의 심성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겸손한 언어로 누구나 공감하는 수필, 구들장 같이 온기 있는 언어로 따뜻한 수필을 쓰고 싶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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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보랏빛 줄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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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물컵에 꽂아둔 바이올렛 줄기에서 잔뿌리가 돋았다. 솜털 같은 실뿌리가 하루가 다르게 물속으로 뻗어 나가는 모습은, 볼 때마다 경이롭다. 한 달쯤 지나 뿌리가 제법 힘을 갖췄을 때 거름 섞인 흙에 옮겨 심어주었더니, 기특하게도 연보라색 꽃을 밀어 올렸다. 모체 줄기에서 보았던 것과 영락없이 같은 빛깔이다. 줄기 하나 건너왔을 뿐인데 제 바탕을 잊지 않고 같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mzopGd81AhU5YWppbTm3XaT9-Js.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Thu, 10 Sep 2026 00:16:14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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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재식거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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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꽃씨를 뿌렸다. 지인이 선물로 주었는데 서랍 속에 넣어두고 잊었던 봉선화 꽃씨다. 거름과 흙을 고루 섞어 씨앗을 심고 치자 화분 옆에 나란히 놓아두었다. 며칠이 지나고 치자 꽃이 쏟아내는 수다로 꽃향기가 가득하던 날, 시샘이 났던지 봉선화 화분에서도 싹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갓난아기의 발가락처럼 꼬물거리며 잎을 틔우더니 며칠 사이에 큰 화분이 수북해졌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LODuEmKO1j4J9K2AoTlKDkgIeOc.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Tue, 14 Jul 2026 23:57:35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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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빛바랜 반지, 눈부신 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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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거칠고 마디가 굵어진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다가 빛바랜 반지를 꺼내 본다.&amp;nbsp;손에 물 마를 날 없이 사느라 보석함 구석에 갇혀 있던 물건이다.&amp;nbsp;평생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처럼 내 손가락에 끼워졌던 그 증표는,&amp;nbsp;어느 순간부터 답답하고 지겨운 울타리가 되었다.&amp;nbsp;그 원 안에서 스치고 부딪치며 살다 보니 내 마음의 동그라미는 자주 우그러들고 일그러졌다.&amp;nbsp;어떤 날은 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_ZJgv5S8kST_BPlksvQl1L69nxg.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Thu, 09 Jul 2026 01:15:29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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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조용한 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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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조용한 품  초록 잎사귀 속에서 재료들이 조용히 몸을 말고 앉아 있다.&amp;nbsp;펄펄 끓는 솥에서 푹 쪄내어 한결 부드러워진 호박잎과 양배추는 제각기 속을 단단히 품어 살짝 불룩한 뺨을 하고 있다.&amp;nbsp;그 잎사귀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었는지 겉으로는 알 길이 없지만,&amp;nbsp;어쩐지 그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묵직한 확신이 든다.&amp;nbsp;하얀 밥알 하나조차 밖으로 삐져나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_pEVQYmAkfHgi5QQaMNQww-ttJg.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Sun, 05 Jul 2026 06:14:27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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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발가락이 닮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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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거실 티브이가 혼자 바쁘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채널을 돌리던 남편이 손가락으로 티브이를 가리켰다. 홈쇼핑 채널에서는 의료용 기구를 소개하고 있었다. 탄력이 느껴지는 하얀색 둥근 고리에 검은색 뚜껑 모양이 연결되어 있는 별나게 생긴 물건이었다. 눈으로는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것인지 파악하기 어려운데, 자막에 &amp;lsquo;무지외반증 교정기&amp;rsquo;라고 쓰여 있었다. 얼마 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XE9FwF2QtTjeM8LqSnE6rp5KN0.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Sun, 10 May 2026 03:50:31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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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멀리보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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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나이 듦의 신호는 예고 없이 눈에서부터 찾아왔다.&amp;nbsp;어느 날부턴가 손바닥 안의 활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흐릿한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amp;nbsp;돋보기를 코끝에 걸쳐야 겨우 책장을 넘기고,&amp;nbsp;작은 글자 하나하나를 더듬듯 해독해야 했다.&amp;nbsp;처음엔 침침해진 눈을 원망하며 노심초사했으나,&amp;nbsp;곰곰이 생각하니 이 또한 몸이 내게 건네는,&amp;nbsp;은밀하고 다정한 전언이 아닐까 싶었다. 학창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ZBLxZ7kMEftAoCvddrfQx7hGj_U.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Thu, 23 Apr 2026 22:58:51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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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치매(致梅)</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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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이우는 꽃잎처럼 야윈 봄날이 저문다. 습관대로 핸들에 이끌려 도착한 병원 뒤뜰에는 꽃이 지고 여기저기 흩날리는 꽃잎이 하얀 꽃길을 내고 있다. 아직 어머니의 온기가 남아있을 휠체어와 도시락을 먹던 평상이 그대로다. 그저 어머니만 안 계실 뿐, 병원은 한 달 전처럼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 어머니가 떠나시는 것을 예감했을까. 어머니가 가시던 날, 매화나무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DoTp8dHLCXSrNcNDY7_mKcomNPM.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Sun, 05 Apr 2026 06:52:17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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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염낭거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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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지난주,&amp;nbsp;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형제들과 함께 국립현충원을 찾았다.&amp;nbsp;이른 봄의 공기는 아직 차가웠지만,&amp;nbsp;묘역으로 오르는 길에는 연둣빛 기운이 은근히 스며들고 있었다.&amp;nbsp;나란히 누워 계신 부모님의 묘역 앞에 서자,&amp;nbsp;풀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마저 조심스레 숨을 죽였다. 추도 예배를 올리는 내내 참았던 눈물이 끝내 봇물 터지듯 터지고 말았다.&amp;nbsp;십 년이면 강산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1O_Ho2sWvyrcL0lYdJe-PgV4flI.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Wed, 01 Apr 2026 01:01:36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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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석양 증후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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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amp;ldquo;기상!&amp;nbsp;전원 기상!&amp;rdquo; 단잠에 빠져 있던 병실이 갑자기 술렁였다.&amp;nbsp;아버지의 서슬 퍼런 불호령 때문이었다.&amp;nbsp;간이의자에 몸을 구기고 쪽잠을 자던 나도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켰다.&amp;nbsp;창밖은 아직 칠흑 같은 새벽 네 시다. &amp;ldquo;아버지,&amp;nbsp;아직 한밤중이에요.&amp;nbsp;벌써 일어나시면 어떡해요?&amp;rdquo; 나지막이 만류해 보지만 아버지는 완강했다. &amp;ldquo;무슨 소리야!&amp;nbsp;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 자고&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XXZiVPRXs7AKGE2BO26XvKcZxRE.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Sun, 29 Mar 2026 22:39:17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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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바코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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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할인 판매 마지막 날, 대형마트의 공기는 전쟁터를 닮아 있었다. 카트는 서로의 길을 밀어내며 뒤엉키고, 사람들의 한숨은 계산대 앞 긴 줄 위에서 얇게 포개졌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긴 지 이십여 분 남짓, 마침내 내 차례가 왔다. 그러나 계산원의 손길이, 마치 잘려 나간 문장처럼, 돌연 멈췄다. 투명한 비닐에 싸인 애호박 한 봉지를 이리저리 뒤척이던 직원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cK0GcJr6q00z8sTHkvYsnIf7WOA.jpg" width="250" /&gt;</description>
      <pubDate>Thu, 26 Mar 2026 03:07:10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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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기차는 인연을 싣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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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플랫폼으로 들어서는 기차의 육중한 울림에 설렘이 앞선다.&amp;nbsp;참으로 오랜만에 맡아보는 기차 특유의 냄새,&amp;nbsp;그 매캐하면서도 아련한 향수가 콧등을 스친다.&amp;nbsp;자리를 찾아 앉으니,&amp;nbsp;창밖의 풍경이 벌써 소란스럽다.&amp;nbsp;이상 기후 탓에 일주일이나 늑장을 부리던 봄꽃들이,&amp;nbsp;달리는 열차의 속도에 맞춰 서둘러 분홍빛 엽서를 그려내느라 분주하다. 오송역을 지난 지 얼마나 되었을까.&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1X7dhMuTrs6m4NZ0Zz98JEkuSs0.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Wed, 25 Mar 2026 03:41:29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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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프지 마라, 기어이 올 봄이라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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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바람이 사근히 스치며 오래된 기억 같은 향을 실어 나른다. 콧속을 훅 채우는 이 알싸하고도 비릿한 냄새는 봄볕에 기대어 다복다복 올라온 쑥의 숨결이다. 공원 한 켠, 볕이 잘 드는 둔덕에 몸을 낮추고 앉아 쑥을 뜯는 여인이 보인다. 아직은 아기 손가락 끝만도 못한 여린 순이 소쿠리에 담길 때마다, 대지의 체온 같은 온기가 내 발등까지 조용히 번져 온다. 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dt8DbxKy2BZq_V-TBQfPRHjUiNY.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Sat, 21 Mar 2026 13:52:49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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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어머니의 십석입옹(十石入瓮)</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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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노을이 붉게 내려앉는 시간, 국립경주박물관에 도착했다. 경주에 오면 늘 가슴이 설렌다. 눈깔사탕과 곶감을 갈무리해 두던 외할머니의 깊은 속곳처럼, 어딘가 신비롭고 내밀한 옛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아서다. 이천 년 역사를 한눈에 축약해 놓은 이곳에 발을 들이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신라의 시간 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다.  동궁과 월지의 풍경&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zjcFGRXgibciFxD9crSk_lVfmZM.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Fri, 20 Mar 2026 01:39:59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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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지치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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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친정집 마당을 지키던 머루나무가 어느새 제 나이를 온몸으로 드러낸다. 한때 아버지의 손길로 푸르고 단단했던 나무는, 이제 산발한 가지들을 수습하지 못한 채 서 있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 모양새가 돌봐줄 이 없는 외로움을 닮았다. 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 일조차 버거워 보이는 저 나무의 등을 쓸어주던 아버지의 손길은 얼마나 깊은 거름이었을까. 처음 심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gr3q_l7EodbU_AvdiNx7-bTMeZ0.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Fri, 20 Mar 2026 01:10:38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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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출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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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스님이 된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친구를 따라 절에 다녀왔다. 비구니 절이라 그런지 어느 것 하나도 제멋대로 놓여있는 것이 없었다. 화장실이며, 화단, 사방을 둘러보아도 깨끗하고 단정하게 정돈된 절 뜨락에 가을볕이 한 번씩 추임새를 넣을 때마다 가을이 조금씩 물들어갔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에 잠도 설쳤다는 스님의 이마 위에 여윈 햇살이 얄랑거렸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yf3VkFwJy6CwzfCC_NA2MDTY_Eg.jpg" width="500" /&gt;</description>
      <pubDate>Wed, 18 Mar 2026 23:21:31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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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모란(母糷)</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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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모란(母糷)  &amp;ldquo;밥 먹어라.&amp;rdquo; 친정어머니의 나직한 목소리에 이불을 걷어내고 거실로 나가니, 밥그릇 놓을 자리조차 없을 만큼 빼곡히 차려진 한 상이 나를 맞았다. 간이 알맞게 배어 보드라운 고등어 무조림을 한입 베어 물고, 구수한 된장찌개 한 숟가락을 떠 넣는 순간 가슴이 형언할 수 없이 떨려왔다. 아, 엄마는 이미 돌아가셨는데&amp;hellip;. 입안 가득 밥을 씹으면서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m-SBtQyu8Jsqjak2BeilAvp3idg.jpg" width="500" /&gt;</description>
      <pubDate>Mon, 16 Mar 2026 01:52:39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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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어머니의 기억</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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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계절은 늘 누군가의 손을 잡고 돌아온다.&amp;nbsp;매화꽃이 세상을 물들일 때면 하얀 기억 속을 걷던 어머님 생각이 난다.&amp;nbsp;기억은 잊었어도 몸짓말로 나를 반기던 어머님이 올해도 어김없이 봄을 데리고 왔다. 빼꼼히 열린 병실 문 사이로 나를 발견하고는 쑥스러운 듯 당신 코를 잡아당긴다.&amp;nbsp;기다렸다는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는 어머님만의 몸짓이다.&amp;nbsp;어머님 눈에 낯익은 눈부처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xSvH6jKWbvWz_7a5IvljMMDo8S8.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Wed, 11 Mar 2026 09:11:54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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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낙타의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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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정년을 마친 낙타가 한가로이 오수(午睡)에 빠져 있다.&amp;nbsp;두 무릎을 꿇고 엎드린 늙은 낙타의 등으로 누더기가 된 햇살이 쏟아진다.&amp;nbsp;인기척을 느꼈는지,&amp;nbsp;살포시 눈을 뜨는데 웬만한 일은 눈감아주고 살아왔다는 듯,&amp;nbsp;아래로 오긋이 내려 깐 두 눈이 무덤덤해 보인다. 휘어지도록 많은 짐을 지고 걷는 낙타는 지치고 허기지면 등이 낮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amp;nbsp;체념하고&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saQD-FJoSb3p3VVZSCXbQDOvEuE.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Mon, 09 Mar 2026 04:39:32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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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포장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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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포장지  상자가 제법 크다. 무엇이 들어 있을까. 택배로 보내온 선물을 앞에 놓고 가만히 가슴이 설렌다. 조심스럽게 테이프를 자르고 상자를 여니 분홍색 꽃무늬 포장지에 싸인 작은 상자가 나온다. 리본으로 묶은 포장지를 걷어내니 다시 고급스러운 한지에 싸인 선물이 나타난다. 세 겹의 옷을 벗고 드디어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종합비타민 세트다. 요즘 갱년기 여성&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b6RbFPZhrH0FsZBIJvfWGnfZLyk.jpg" width="500" /&gt;</description>
      <pubDate>Mon, 02 Mar 2026 01:15:06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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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음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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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cription>어찌 이런 일이 있을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눈앞이 캄캄했다. 초보자도 사용하기 편리하다더니, 숙련된 사람이 아니면 낭패를 보기 딱 좋은 기구였다. 나는 눈썹 숱이 제법 많은 편이다. 유난히 검고 빽빽해서 배추도사처럼 답답해 보인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워낙 화장에는 젬병이라 손질은 엄두도 못 냈다. 지인들이 인상이 바뀐다며 눈썹 문신이라도 하자고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2OG%2Fimage%2FTtZVk78UD64y6lXPTdZ-YtIKa_c.jpg" width="320" /&gt;</description>
      <pubDate>Mon, 02 Mar 2026 01:11:14 GMT</pubDate>
      <author>박종희</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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