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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레비나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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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아내와 단둘이 통영에서 사는 50대 초반의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길 위에서 마주치는 삶의 이면을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싶습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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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02T03:48:23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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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2. 기억의 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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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09:00:11Z</updated>
    <published>2026-10-09T09:00:11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한은 여느 때처럼 손끝의 감각만으로 익숙한 숫자를 눌렀다.  이미 여러 번 반복한 동작이었기에 눈을 감고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현관문이 열리고 어둠 속으로 한 걸음 들어서는 순간, 그는 어제와는 전혀 다른 공기가 자신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단순히 오래 닫혀 있던 방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었다.  누군가 오랫동안 말하지 못한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dKCkWodJKr3ZBgOs7e654T3etK8"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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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1. 이름을 잃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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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6T09:00:18Z</updated>
    <published>2026-10-06T09:00:18Z</published>
    <summary type="html">마침내 영영 떠나간 사람처럼.  그날 이후 류현에게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한 자리에서 천천히 썩어가는 것이었다.  밤이 깊어졌을 무렵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어둠 속에서 작은 빛 하나가 켜졌다.  이한.  류현은 한동안 화면을 바라보기만 했다.  전화를 받는다는 것은 목소리를 문 너머에서 듣는 일이 아니라, 바로 곁에서 받아들이는 일이었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1iRwLbJsG3aQlpDFZPz1cCKHGDY"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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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0. 잃어버린 자리에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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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2T09:00:22Z</updated>
    <published>2026-10-02T09:00:22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한은 눈을 떴을 때, 자신 안에 생긴 커다란 빈자리를 느꼈다.  방 안은 어제와 다르지 않았다.  구겨진 침대 시트. 식어버린 커피 자국.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는 오래된 대본들.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었다.  그런데 자신만 어딘가에서 조금 밀려난 기분이었다.  마치 오랫동안 몸에 익은 외투의 단추 하나가 사라진 것처럼.  없어진 것이 무엇인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115icYfrt9-m5r7qhse2-6eqvUk"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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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명절날, 소풍을 다녀왔습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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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8:00:11Z</updated>
    <published>2026-10-01T08:00:11Z</published>
    <summary type="html">추석 사흘 전, 아버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식탁 옆에서 전화기를 들고 있던 아내의 스피커폰 너머 아버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깊게 가라앉은 음성은 몇 번이나 망설인 끝에 힘겹게 얹혀 왔다.  &amp;ldquo;혹시 시간 되면&amp;hellip;&amp;hellip; 작은애한테 한번 다녀와도 되겠냐?&amp;rdquo;  추석 당일 아침 부모님 댁에서 차례를 지낸 뒤, 작은형수를 찾자는 말씀이었다.  그곳을 들렀다가 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j1-0FC8vxDjJ2iStjsqPyp3cGDQ"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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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9</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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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9T09:00:19Z</updated>
    <published>2026-09-29T09:00:19Z</published>
    <summary type="html">류현은 그 문장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좋아요. 그 길을 멈추지 말고 계속 걸어주세요.]  전송 버튼을 누른 뒤에도 그는 한동안 손가락을 휴대폰 위에 올려둔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한은 지금 걷고 있었다.  류현이 닫아버린 문 밖을.  류현이 검은 천으로 가려버린 창문 너머의 세계를.  자신이 오래전에 포기해버린 계절 속을.  그 생각을 하자 가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8E2J8-Wt3xjWTvXs802F5aQMVM8"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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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8. 오래된 꿈 뒤편의 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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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5T09:00:09Z</updated>
    <published>2026-09-25T09:00:09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한은 한동안 빌라 앞에 서 있었다.  바람이 이상하게 조용한 날이었다.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끝내 입을 다문 사람처럼, 바람은 불어왔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햇빛은 평소보다 희고 얇았다.  모든 것이 선명하지도, 그렇다고 흐릿하지도 않은 오후였다.  이한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런 날이면 사람은 괜히 조심스러워진다.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지도 않고&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UNa8xXIQmHHWiRDgJ0rlq0QaNu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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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7. 좌절의 온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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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2T09:00:12Z</updated>
    <published>2026-09-22T09: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류현은 그날의 공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비가 오기 전의 공기.  땅이 아직 젖지 않았는데도 이미 젖을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나는 냄새.  무언가가 곧 시작될 것처럼 잠잠히 기다리는 순간의 냄새.  그 냄새가 이제 이한을 통해 다시 이 방 안으로 들어올 것이었다.  류현은 눈을 감았다.  두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부탁했다.  잠시 뒤, 발소리가 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9tQcuguv3t0fVXzXmLJ_dBgilZ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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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6. 기억의 냄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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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8T09:00:18Z</updated>
    <published>2026-09-18T09:00:18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한은 눈을 뜨기 전에 먼저 냄새를 느꼈다.  냄새라기보다, 오래된 기억의 표면에 남아 있던 흔적에 가까웠다.  비가 지나간 뒤 젖은 흙에서 올라오는 비릿한 냄새.  오래된 극장의 좌석 사이에 밴 곰팡이 냄새.  촬영이 끝난 뒤 대기실 한쪽에서 맡았던 값싼 향수 냄새.  서로 다른 시간 속에 흩어져 있던 냄새들이 이상하게도 한곳에 모여 있었다.  마치 지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9U55eRqJNtrCBwwYaiYG2Cmtdp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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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5. 첫문장의 예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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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5T09:00:19Z</updated>
    <published>2026-09-15T09:00:19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한이 나간 뒤에도 그의 발소리는 오래 남아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이 낡은 벽과 바닥을 타고 아주 희미한 떨림으로 번졌다가 사라졌다.  류현은 눈을 감은 채 그 사라지는 기척을 한동안 느꼈다.  어제와 같은 고요는 아니었다.  누군가 다녀간 뒤의 고요였다.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이전과 완전히 같을 수는 없는 그런 침묵.  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RltOBPJDhcUNUVoUduJgTO0qOHw.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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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4.우리가 바라보는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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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1T09:00:25Z</updated>
    <published>2026-09-11T09:00:25Z</published>
    <summary type="html">둘째 날, 이한은 다시 그 낡은 빌라의 계단을 올랐다.  신발 밑창이 오래된 시멘트 바닥을 밟을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났다.   어제와 같은 계단이었다.   같은 복도였고, 같은 냄새였다.   그런데 걸음은 어제보다 조금 느렸다.  처음 오는 사람의 발걸음과, 다시 찾아오는 사람의 발걸음은 달랐다.  처음에는 낯선 공간으로 들어가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xXDyihDykC_fj-Mae5i6R-hURwE.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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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3.문 안의 시간, 문밖의 노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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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8T08:00:10Z</updated>
    <published>2026-09-08T08:00:10Z</published>
    <summary type="html">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삑, 삑, 삑, 삑.  잠시 뒤 현관문이 열렸다.  닫혀 있던 집 안으로 바깥의 공기가 밀려들었다.  오래된 가구와 벽지가 낯선 냄새를 받아들이는 듯했고, 어딘가에서 미세한 마찰음이 났다.  류현은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몇 년 만인지 생각해보려 했지만 곧 그만두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세는 일은 이제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a0zpgs8yQb3cwntR0HyGeZYHU_E.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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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노을의 색</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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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4T09:00:12Z</updated>
    <published>2026-09-04T09: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튿날, 이한은 선배가 알려준 주소를 찾아갔다.  도시의 변두리였다.  오래된 빌라들이 서로의 어깨에 기대듯 다닥다닥 붙어 있었고, 그중에서도 이한이 찾아간 건물은 유난히 낡아 보였다.  외벽의 페인트는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드러난 시멘트에는 오래된 빗물이 얼룩처럼 남아 있었다.  계단참에는 누군가의 초조함을 대신 말해주기라도 하듯 담배꽁초가 수북했고,&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IfrNkYApyLsqDkTsX8QINF8Gn3U.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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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이한과 류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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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1T09:00:11Z</updated>
    <published>2026-09-01T09:00:11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한은 그날도 오디션장 앞에 섰다.  면접관은 그의 이력서를 한동안 말없이 바라보았다.  종이에 적힌 이름과 나이, 몇 줄의 경력을 읽고 있는 것 같았지만, 이한에게는 그 시선이 단순히 이력서를 훑는 사람의 눈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오래 닫혀 있던 가구의 서랍을 조심스럽게 열어 그 안에 밴 냄새를 확인하듯, 그는 종이 위에 적히지 않은 이한의 지난 시간까&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BgD63KwQuXkO1Q3Hpe8o9os3Gko.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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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마지막 신호가 꺼지는 자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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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1T10:00:10Z</updated>
    <published>2026-08-21T10:00:10Z</published>
    <summary type="html">가디언을 뒤로하고 걷자, 파도 소리가 잦아들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자연의 변화인지, 제 센서의 문제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길이라 부르기 어려운 길을 저는 묵묵히 걸었습니다. 표식도, 지도도 없었습니다. 다만 가슴 안쪽에서 편지가 제 걸음마다 흔들렸습니다. 한 걸음씩 나아갈수록 방향도, 이유도, 목적지도 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걷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9iPHP6kSLxUd3vWRzQJGDFl4QY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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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증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결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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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8T06:00:05Z</updated>
    <published>2026-08-18T06: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숲을 벗어나자 눈앞의 세상이 갑자기 넓어졌습니다. 거대한 회색빛 바다가 눈앞에 쏟아져 내렸습니다. 아무런 예고도 없었기에 그 경계는 한층 선명했습니다. 마지막 나무들이 어깨를 스치며 물러선 자리에서, 세상은 아무 말 없이 저를 바다 앞에 세워두었습니다. 낡은 기계의 몸이 먼저 반응했고, 생각은 한 박자 늦게 따라왔습니다.   이곳의 바다는 옛 사진 속의 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MU43J3zL278V2OZsp0YtX5N0ec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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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정원을 돌보는 마지막 로봇</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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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4T10:00:07Z</updated>
    <published>2026-08-14T10: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들판을 지나자 바람의 결이 달라졌습니다. 단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이 바뀐 것이 아니라, 그 바람이 가진 성질 자체가 변해 있었습니다. 이전의 바람이 등을 내밀어 나를 세차게 밀어내는 힘이었다면, 이곳의 바람은 한 자리에 가만히 머무는 법을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풀들은 더 이상 한 방향으로만 몸을 숙이지 않고, 저마다 다른 각도로 잠시 흔들리다 이내 제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QKV1pf1HKPZx3zbeQW0fDX1vwr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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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평생을 오해 속에 유배당한 사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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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3T10:00:11Z</updated>
    <published>2026-08-13T10:00:11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에게는 위로 형이 하나 있었다. 그는 고향에 남아 늙어가는 노모를 봉양하며 살았고, 타지로 나간 여동생과도 수시로 안부를 주고받으며 다정한 가족의 온기를 이어왔다. 하지만 형의 자리는 언제나 텅 비어 있었다.   젊은 시절 무작정 가방 하나를 들고 서울로 떠났던 형은, 그 뒤로 다시는 집으로 걸어 돌아오지 않았다. 연락은 세월의 두께만큼 희미해졌다. 어쩌&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1kDtRE5dz_-8pOgeRoTeSwmTH4A"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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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바람과 풀잎의 오랜 약속처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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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0T10:00:11Z</updated>
    <published>2026-08-10T10:00:11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렇게 묵묵히 걷다 보니, 어느새 나지막한 들판의 끝에 다다라 있었습니다. 끝이라 부르기에는 어딘가 애매하고 모호한 경계선이었지만, 더 이상 길이 이어질 것 같지 않은 곳에서 풍경은 조용히 숨을 죽인 채 멈추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자그마한 오두막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카드 지도를 샅샅이 뒤져보아도, 제 가슴속 어떤 데이터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HkjLjzH6Bb1fApc4Ypx7JCpHWI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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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리는 모두 기억으로 빚어진 고철이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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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07T10:00:10Z</updated>
    <published>2026-08-07T10:00:10Z</published>
    <summary type="html">저는 다시 서쪽을 향해 걸었습니다. 얼마쯤 지났을까요. 저를 맞아준 것은 밤하늘의 달빛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수천 개의 붉고 푸른 안광들이었습니다. 한때는 거대한 재활용 공장이었으나, 이제는 이 거대한 도시의 부속품으로 쓰이다 버려진 이들이 조용히 모여든 곳. 사람들이 '고철의 언덕'이라 부르는 황무지였습니다. 제가 그들의 영역에 발을 내딛자마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zOic9vUpdjF31nHIMKgQgZHWscE.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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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400원짜리 쓰레기통</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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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06T10:00:06Z</updated>
    <published>2026-08-06T10: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부모님의 집은 갈 때마다 조금씩 작아지고, 조금씩 낡아간다. 그곳에 사는 부모님의 어깨가 조금씩 더 굽어가는 것이고, 집안의 물건들이 시간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저마다 빛을 잃어가는 것이다. 베란다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 쌓인 플라스틱 상자들, 누렇게 바랜 가전제품들, 이제는 쓰임새를 잃어버린 해묵은 집기들을 볼 때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서글퍼진다. 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yky%2Fimage%2F7FVrndjubudiqCGzbd6BtE0IO4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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