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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선비천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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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sunbicheonsa</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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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방철호(선비천사) | 작가 일상의 풍경에서 길어 올린 감성으로 글을 씁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시, 수필, 소설을 통해 삶의 다채로운 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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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24T23:25:56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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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상처 위에 핀 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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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8T22:00:14Z</updated>
    <published>2026-10-08T22:00:14Z</published>
    <summary type="html">내 나이 서른둘, 삶의 푸르름이 한창이던 시절에 한 여인을 만났다. 종교심이 깊고 맑았던 그녀를 통해 나는 사랑이 사람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배웠다. 때로는 그 지극한 사랑이 집착과 서운함으로 변해 서로를 아프게 한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 사랑은 기쁨만이 아니라 상처까지 함께 품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몰랐다.  결혼 초반, 우리의 나날은 바랄 것&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dspyh0m3yCENGZmiQX1Z_-n9ZgE.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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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눈을 뜨는 계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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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6T22:00:17Z</updated>
    <published>2026-10-06T22:00:17Z</published>
    <summary type="html">계절이 오면 우리는 가만히 고개를 숙인다. 낡은 허물을 벗어던질 때, 나뭇잎 뒤에서 퍼지는 초록의 울음소리.  말씀이 고이던 태초에도 아이는 나무 아래 서서 첫울음을 기다렸을 것이다.  매미는 너무 작아 보이지도 않는데 그 울음만은 거대하여 먼지 쌓인 도시의 뼈대를 흔들고 땀 흘리는 여름 한 철을 통째로 깨운다.  그 작은 몸 어디에 여름 하나가 온전히 숨&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6cEXSNAOyZi1wS1og4JHXiOVW0k.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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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식탁으로 가는 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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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4T22:00:28Z</updated>
    <published>2026-10-04T22:00:28Z</published>
    <summary type="html">산 그림자가 길게 내려앉은 소래산 자락의 나지막한 밥집,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된장찌개 뚝배기 너머로 아내의 손을 가만히 바라본다. 수저를 쥐는 아내의 마디 굵은 손가락 끝에 묻어나는 미세한 떨림이, 찌개 위로 피어오르는 하얀 김 속에 서서히 풀려간다. 뜨거운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오래 식어 있던 속이 서서히 풀린다. 이 온기를 채우기 위해, 나는 평생&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JgTjltJFwqNLWouW3KG9FVUB8GQ.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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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빈 주머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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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22:00:12Z</updated>
    <published>2026-10-01T22: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추석 당일, 온 친척이 모여 강화도로 성묘를 갔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들판은 가을볕을 받아 눈이 부시도록 청명했다. 섬을 떠나는 사람이 하나둘 늘면서 고향 마을은 오래전부터 활기를 잃었고, 간간이 마주치는 노인의 발걸음은 가을바람만큼이나 더디기만 했다.  산으로 오르기 며칠 전, 아내와 함께 시장을 지난 적이 있었다. 좌판에 수북이 쌓인 굵은 밤알&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YUxc5WGR4ESH079uGLuLtPYpjg.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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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바퀴를 닮은 삶의 자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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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0:00:04Z</updated>
    <published>2026-09-30T10: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새벽 어스름이 소래산 자락에 깔릴 때면 산길을 오르는 이들의 발걸음을 본다. 한 발이 땅을 지긋이 딛고 뒤로 밀려나면 다른 발이 다시 앞으로 나선다. 그 발걸음의 고요한 반복을 바라보다 문득 둥근 바퀴 하나가 떠오른다. 생각해 보면 인간의 삶이란 저마다 가슴속에 자신만의 바퀴 하나를 품고 한 세상 구르다 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흔히 바퀴의 본질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zrcuSa6sMXc-xOfM1DuEKecP2Vw.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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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잘생긴 늙은 호박</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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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0:16:02Z</updated>
    <published>2026-09-29T22: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거실 TV 선반 한쪽 구석, 아랫집 미용실 원장님이 오가는 길에 덤덤히 들려주고 간 늙은 호박 한 덩이가 버젓이 자리를 잡고 있다. 무심코 올려둔 것이었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묵직한 황금빛 존재감은 거실 전체의 공기를 그윽하게 눌러앉힌다. 넓적하고 둥그스름한 몸체, 위에서 아래로 깊게 파인 골, 서리를 몇 번이고 맞고서야 완성된 겉껍질의 투박한 질감.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yurmphxWdG8A0JlvtHls7zIuLQk.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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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흙빛 정장</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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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9T22:00:08Z</updated>
    <published>2026-09-29T22: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사람은 저마다 유년의 한 장면을 품고 평생을 살아간다. 내게 &amp;lsquo;옷차림&amp;rsquo;이란 단어가 단순한 수식을 넘어 하나의 깊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은, 강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던 강화도의 검붉은 흙냄새 속에서였다.  당시 우리 가족의 삶은 온통 논밭에 박혀 있었다. 부모님의 일상은 새벽이슬을 밟으며 시작해 어둠이 내릴 때에야 비로소 끝이 났다. 억센 들판에서 흙을 일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Bb-f7Uf2mb7uqWT8B09QoOFgWwQ.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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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마귀의 사랑</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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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0:16:01Z</updated>
    <published>2026-09-29T10: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베란다 창틀에 연둣빛 사마귀 한 마리가 정적처럼 얹혀 있다. 날이 선 앞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채 모서리에 바짝 엎드린 몸짓이, 마치 자기 몫의 계절을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듯 위태롭고 단단하다. 유리창 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가는 가을 햇살을 받으며 가만히 그 작은 몸을 들여다본다.  가을이 깊어지면 곤충의 세계에는 서늘한 풍경 하나가 펼쳐진다. 교미를 마친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azT1OIhtI6Dpa5T--RRSstcRh_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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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지구별 승객의 안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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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0:16:01Z</updated>
    <published>2026-09-28T22:00:10Z</published>
    <summary type="html">새벽 6시, 근처 나지막한 산길을 걷다 보면 어둠 속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는 사람들과 마주친다. 모자를 깊게 눌러쓴 노인, 묵직한 발걸음으로 등산로를 오르는 중년의 사내, 발밑을 밝히는 작은 랜턴 불빛 하나에 의지해 걷는 이들.  어떤 사람은 매일 비슷한 시간에 만난다. 이름도 모르면서 얼굴은 익숙하다. 하루 보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있나 싶다가, 며칠 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0efdiUvY6udsXimHKnHorKnjE_g.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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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욕망의 건너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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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0:16:01Z</updated>
    <published>2026-09-28T10: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해거름이 들면 산 자락 아래 나지막한 흙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온다. 발끝에 치이는 조약돌 하나에도 저마다의 무게가 있어, 툭 소리를 내며 길 옆으로 구르는 것을 바라본다. 우두커니 서서 골목 어귀를 바라보면, 작은 식당 문틈으로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뽀얀 김과 함께 흘러나온다. 저녁상을 차리는 그릇 달그락거리는 소리, 하품을 뱉으며 대문을 들어서는 사내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VYui1V2zdBRLJi7mTiqtRVnA2r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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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잘린 자리에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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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0:16:01Z</updated>
    <published>2026-09-27T22:00:11Z</published>
    <summary type="html">거실 바닥에 넓게 펼쳐진 신문지 위로 서늘한 쇳소리가 떨어졌다. 아내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전지가위를 들고 인도고무나무 앞에 서 있었다. 내 목덜미를 훌쩍 넘길 만큼 자란 녀석이었다. 짙은 녹색 윤기를 뿜어내며 거실 한구석을 묵묵히 채워주던 나무였지만, 최근 들어 위태롭게 웃자란 탓에 수형이 엉성해져 있었다.  서걱, 서걱.  망설임 없는 가위질 소리가 날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mbNMVdUsPnms9q31xiQwgLtiFN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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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글감의 집, 손가락의 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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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09-27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새벽 세 시, 베란다 문을 조금 열면 소래산 자락에서 내려온 차가운 밤공기가 서재 구석까지 들어온다. 불 꺼진 아파트 거실, 모니터의 푸르스름한 빛만이 내 여윈 손등을 비추고 있다. 마우스를 딸깍일 때마다 화면 위에는 지나온 삶의 파편들이 먼지처럼 떠다닌다. 여전히 내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과 잡념으로 야단법석이다.  어릴 적의 나는 머릿속에 너무 많은 집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5wojDbDtCv5-bJ9OlJMtbTBDaK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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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식탁의 온역(溫域)</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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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0:16:01Z</updated>
    <published>2026-09-26T22: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손바닥을 펼치면 손금 사이로 오랫동안 스며 있던 먹물 자국 대신, 지문 골마다 깊게 파인 주름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평생 붓 끝을 다듬고 곧은 획을 그으며 살아온 손가락이었다. 종이 위에서는 흐트러진 획 하나도 용납하지 못하는 엄격함이 있었지만, 책상 밖의 세상에서는 머릿속의 분명한 잣대가 좀처럼 그대로 들어맞지 않았다. 정답이 선명하던 벼루 앞과 달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YMT6oGTi_Rq1u5nef2y9XPFtjc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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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모퉁이를 돌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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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0:16:01Z</updated>
    <published>2026-09-26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스름이 골목 입구부터 차오를 때면, 나는 일부러 발걸음을 늦추었다. 헐렁한 짙푸른 교복 차림에 묵직한 가방을 손에 들고 걷던 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등하굣길의 그 붉은 벽돌담 모퉁이에서 언제나 잠시 머뭇거렸다.  그 시절의 길은 온통 답답함으로 막혀 있었다. 빽빽한 시간표와 좁은 교실, 칠판 가득 적히던 공식들과 미래에 대한 까닭 모를 불안이 어린 어깨를&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5v51IA_5Lah34ZRZ7Ww6yq8Ylz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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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도토리와 칠판가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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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0:16:01Z</updated>
    <published>2026-09-25T22: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스마트폰 화면 속 스님의 목소리는 막힘이 없었다. 화면 안에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어깨가 처진 질문자가 있었고, 스님은 특유의 무심하고 담담한 어조로 처방을 내려놓고 있었다.  &amp;ldquo;다람쥐가 도토리를 찾을 때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고 찾습니까? 그냥 찾습니다. 소가 풀을 뜯을 때 애를 쓰지 않습니다. 그냥 뜯습니다. 새가 하늘을 날 때 애를 써서 날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rU9Dzoj8tvTjdPwk8fqleUvhHT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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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소파의 체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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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0:16:01Z</updated>
    <published>2026-09-25T10: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책상 옆에 놓인 가죽 소파는 이 방에서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한 사물이다. 팔걸이 부근은 세월에 쓸려 매끈하게 길들었고, 모서리 쪽은 잔주름이 잡히더니 가만히 흰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거실 불을 끄고 가만히 앉아 소파의 팔걸이를 쓸어본다. 미동도 없다. 숨을 쉬지도 않고, 내가 어루만지는 손길에 반응하지도 않는다.  이 가죽도 한때는 들판을 누비던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O8BrzD8_hmjetylf1VxtN267vO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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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소래산의 새벽, 먹구름을 안고 걷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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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0:16:01Z</updated>
    <published>2026-09-24T22:00:13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느 날 문득 삶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예고도 없이, 그러나 아주 서서히 마음의 가장자리부터 검은 먹물이 번져 들었다. 뚜렷한 사고가 있었던 것도, 몸 어디가 찢기거나 부러진 것도 아니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이었기에  그 무게는 오롯이 내가 견뎌야 할 몫이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울의 먹구름이 머리 위를 가득 메우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RtuPwhlq-3wB_LO8j_P67ue74Cg.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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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달콤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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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0:16:01Z</updated>
    <published>2026-09-24T10: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서산마루를 타오르듯 채우던 저녁노을이 어둠의 결 속으로 번져간다. 눈이 부시도록 붉게 타오르던 빛깔은 어디론가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밤이라는 고요한 그릇 속으로 천천히 스며든다. 바람이 언덕을 타고 올라와 옷깃 사이를 파고든다. 손아귀에 잡히지 않고 사라진 것들은 다 어디로 가서 저토록 그윽한 어둠이 되는 것일까.  오십 년 전, 여름날의 구멍가게 앞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8XEGr-SIk-RlTNbB5e5Arpn7Go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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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어금니가 떠난 자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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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0:16:01Z</updated>
    <published>2026-09-23T22:00:13Z</published>
    <summary type="html">병원 진료실의 조명은 지나치게 밝았다. 차가운 쇠 쟁반 위로 떨어진 것은 단지 오래된 치아 하나가 아니었다. 핏물이 거무스름하게 묻어난 어금니는 길고 깊은 뿌리를 달고 있었다. 아흔 해 동안 장모님의 입안 깊은 곳을 지키며 수없이 많은 끼니를 씹어낸 어금니 하나. 의사가 솜을 집어넣어 주며 &amp;ldquo;꾹 물고 계세요&amp;rdquo; 하고 말하자, 장모님은 힘이 빠진 턱에 겨우 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GbGFb1hpvZeKymqJbQFi_lG4H_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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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코스트코에서 길을 잃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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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0:16:01Z</updated>
    <published>2026-09-23T10: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기억은 가끔 공간의 크기로 환산되곤 한다. 은퇴 후 잠시 머물렀던 미국 캘리포니아의 얼바인(Irvine)은 내게 '너무 넓어서 서글픈 공간'으로 각인되어 있다. 그곳의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렀고, 지평선 끝까지 뻗은 도로는 지루할 정도로 완벽하게 곧았다. 3개월이라는 짧은 유예의 시간을 얻어 머물렀던 그 이국땅에서, 나는 넓은 잔디마당이 딸린 단독주&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tRG%2Fimage%2FfR8n8BPSHuAyvZcrhL1IhEhb0y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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