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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김준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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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김준호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세월은 흘러가지만 나는 세월을 따라 흘러갈 수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해야 될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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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0-27T05:58:39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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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빚을 받는 저승사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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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3T00:00:15Z</updated>
    <published>2026-10-13T00:00:15Z</published>
    <summary type="html">읍내에서 제일가는 구두쇠 임 영감이 죽었다. 평생 남에게 쌀 한 톨 거저 준 적 없고, 제 것은 바늘 하나 내준 적 없는 사람이었다. 흉년에 이웃이 굶어도 곳간 문을 걸어 잠갔고, 빌려준 돈은 한 푼도 에누리 없이 이자까지 받아 냈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부고를 듣고 슬퍼하기는커녕, 이제야 그 지긋지긋한 이자 독촉에서 벗어났다며 속으로 안도했다. 몇몇은 상</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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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거울을 파는 사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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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7T22:48:09Z</updated>
    <published>2026-10-07T22:48:09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는 아침마다 자기 얼굴을 고르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오늘은 어떤 표정으로 나갈지, 어떤 각도의 미소로 사람을 맞을지. 그가 만든 거울 앞에 서면, 원하는 얼굴이 무엇이든 그 위에 겹쳐 보여 주었다. 자신감 있는 얼굴, 다정한 얼굴, 흐트러짐 없는 얼굴.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그대로 얼굴에 입고 나가면 그만이었다. 옷을 골라 입듯, 그는 매일 아침 얼</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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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소리를 사는 사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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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6T02:36:24Z</updated>
    <published>2026-10-06T02:36:24Z</published>
    <summary type="html">장에 소리 장수가 들어온 것은, 여자의 남편이 죽고 반년쯤 지나서였다. 낡은 손수레에 작은 병들을 줄줄이 매단 사내였다. 수레가 움직일 때마다 병들이 서로 부딪혀 맑은 소리를 냈는데, 이상하게도 그 소리는 귀가 아니라 가슴 어딘가에 와닿았다. 사내는 그 병 하나하나에 소리가 담겨 있다고 했다. 듣기 싫은 소리는 사서 없애 주고, 듣고 싶은 소리는 팔았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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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뱃사공</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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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3T00:24:42Z</updated>
    <published>2026-10-03T00:24:42Z</published>
    <summary type="html">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마을이 있었다. 이쪽 마을 사람들은 속에 있는 말을 날것 그대로 뱉었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화가 나면 그 자리에서 언성을 높였다. 말과 마음 사이에 틈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저쪽 마을 사람들은 달랐다. 그들은 속뜻을 겹겹이 싸서, 듣는 사람이 알아서 짐작하게 했다. 싫어도 &amp;quot;생각해 보겠다&amp;quot; 했고, 서운해도 &amp;quot;괜찮다&amp;quot; 했</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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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마지막 대서방</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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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13:21:21Z</updated>
    <published>2026-10-01T13:21:21Z</published>
    <summary type="html">마을에 대서방이 하나 남아 있었다. 간판은 없었다. 문 앞에 낡은 벼루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오래 써서 가운데가 옴폭 팬 벼루였다. 그것으로 충분했다. 이 마을에서 벼루를 알아보는 사람은, 이제 대서방을 찾는 사람뿐이었으니까. 가게는 좁았다. 방 한 칸에 낮은 서안 하나가 놓였고, 그 위에는 언제나 먹이 갈려 있었다. 아침마다 노인이 먹을 가는 것으</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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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30. 여전히 책쾌 - 최종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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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6T06:00:04Z</updated>
    <published>2026-09-06T06: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며칠 뒤, 조 참판댁의 몰수됐던 재산이 돌려졌고, 관노로 끌려갔던 부인도 방면되었다. 조 참판댁 재건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봉인이 뜯긴 대문 안으로, 흩어졌던 세간들이 하나둘 다시 들어섰다. 부인은 그 마당에 서서, 오래도록 눈을 감고 있었다.   &amp;quot;다시 이 마당에 서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amp;quot;   부인이 낮게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몇 달의</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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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9. 되찾은 이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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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6T05:00:03Z</updated>
    <published>2026-09-06T05: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정관수와 그 그늘 아래 빌붙어 뇌물을 주고받거나 죄를 함께 덮어온 자들은, 며칠 뒤 국문을 거쳐 그 죄가 하나둘 낱낱이 드러났다.   며칠 뒤 정관수는 능지처참하여 그 목은 저잣거리에  효수되었다. 나머지 무리도 파직되거나 유배되었다. 삼십 년에 걸쳐 조정 곳곳에 뻗어 있던 그 뿌리가, 뽑혀나가는 데는 그리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았다.   그날, 편전에서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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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8. 이명한의 자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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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5T14:34:15Z</updated>
    <published>2026-09-05T00:29:24Z</published>
    <summary type="html">정전 안은 재형의 보고 이후로도 오래도록 술렁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대신들 사이로 낮은 웅성거림이 파도처럼 번졌다 가라앉기를 반복했다. 정관수는 그 자리에 선 채, 두 눈만 형형하게 빛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윤 대감이 그 앞으로 한 걸음 나섰다.   &amp;quot;전하, 종이의 발결과 인주, 필체까지 낱낱이 밝혀졌사옵니다. 그 출처가 광주목이라는 것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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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7. 발결의 차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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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4T01:00:14Z</updated>
    <published>2026-09-04T01:00:14Z</published>
    <summary type="html">정전 안의 모든 이목이 그 뒷모습에 쏠려 있었다. 백관들 사이에서도, 숨죽인 정적만이 흘렀다. 허담은 그 문서를 창가로 가져가, 햇빛에 비스듬히 비추었다. 종이의 질은 같았다. 먹물 색도 같았다. 필체도, 먹도, 벼루도, 인주도 이미 흠이 없다 판정된 뒤였다. 그러나 예전 인장방을 드나들며 귀동냥으로 들었던 말 한 자락이 다시 떠올랐다. 종이도 뜬 발에 따</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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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6. 조정 회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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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3T03:00:10Z</updated>
    <published>2026-09-03T03:00:10Z</published>
    <summary type="html">정관수에게  정식 어명이 내려졌다. 경상도 땅을 경기도로 바꿔주겠으니, 원래 내려보낸 교서를 다시 궁으로 들이라는 것이었다. &amp;quot;정관수가 직접 입궐하여 교서를 올리겠다 했다는군요.&amp;quot; 정관수는 그 어명을 받고도, 겉으로는 아무 내색을 하지 않았다. 다만 청지기를 물리고 홀로 사랑채에 앉아, 오래도록 그 문서를 들여다보았다. 노비 열 구가 함께 딸려 있었다는 사</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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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5. 미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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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3T02:00:08Z</updated>
    <published>2026-09-03T02: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 밤새, 허담의 머릿속을 맴돈 것은 정관수가 지금껏 벌여온 모든 위조의 공통점이었다.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하고, 세곡을 감하고, 병력을 늘리고, 이번엔 노비까지. 하나같이, 무언가를 더 얻어내는 쪽으로 향해 있었다. &amp;quot;그자는 위조를 벌일 때마다, 반드시 무언가를 손에 쥐었습니다.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으면서까지.&amp;quot; 허담은 그 생각을 정리하며 윤 대감</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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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4. 부족한 증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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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1T23:27:09Z</updated>
    <published>2026-09-01T23:27:09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튿날부터, 허담은 지금까지 모은 모든 정황을 다시 하나하나 점검했다. 이명한에게 들은 이름과 흉터, 벼루와 인주의 성분 기록, 그리고 승정원 실무관 최가가 확인해 준 좌상댁 벼루 목록까지.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정관수 본인의 손이 직접 움직였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허담은 그 정황들을 서안 위에 늘어놓고, 몇 번이고 순서를 바꿔가며 다시 짜 맞</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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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3. 허담의 붓</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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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1T06:24:45Z</updated>
    <published>2026-09-01T06:24:45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명한을 만나고 돌아온 지 열흘이 지났다. 재준이라는 이름과 흉터, 그리고 어린 시절의 필체까지 확보했으나,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었다.   그 열흘 동안, 세 사람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조바심을 삼켰다. 박정도는 지전 장부를 붙들고 밤을 새웠고, 재형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정관수댁 담장 근처를 서성였다.   허담은 그 열흘을, 재준의 어린 시절</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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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2. 제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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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1T00:00:20Z</updated>
    <published>2026-09-01T00:00:20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명한은 오래도록 밤하늘을 올려다보다, 마침내 낮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자를 스치는 바람 소리만이, 그 짧은 침묵을 채웠다.   &amp;quot;그 아이 이름은 조가라 했네. 성만 알 뿐, 본명은 나도 끝내 알지 못했지.&amp;quot;   &amp;quot;어떻게 만나게 되셨습니까?&amp;quot;   &amp;quot;정관수가 데려왔네. 열두어 살쯤 됐을까? 고아라 했어. 어디서 주워온 아이인지, 그것도 말해주지 않았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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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1. 이명환과 재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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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31T10:53:35Z</updated>
    <published>2026-08-31T00:00:21Z</published>
    <summary type="html">문서고 잠입이 있은 지 닷새가 지났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 그러나 그 고요함이, 허담의 마음을 오히려 더 조마조마하게 했다. 최가에게서는 며칠째 아무 소식이 없었다. 원래도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이였으나, 이번만큼은 그 침묵이 유독 불안하게 다가왔다. &amp;quot;괜찮으실까요? &amp;ldquo; 재형이 지전 안쪽 방에서 낮게 물었다. &amp;quot;섣불리 찾아가지는 말게. 오히려 그쪽</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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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0. 사라진 위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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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30T00:00:15Z</updated>
    <published>2026-08-30T00:00:15Z</published>
    <summary type="html">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허담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벼루를 갈고, 인주 냄새를 맡고, 밀랍의 결을 손끝으로 익혔다. 이제는 눈을 감고도 대략의 나이와 산지를 가늠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약속된 날 새벽, 허담과 박정도는 어두운 옷으로 갈아입고 지전을 나섰다. 재형은 만약을 대비해 지전에 남아 소식을 기다리기로 했다. &amp;quot;긴장되는가?&amp;quot; 박정도가 낮게 물었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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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9. 향과 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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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30T12:19:05Z</updated>
    <published>2026-08-29T00:00:20Z</published>
    <summary type="html">여러 벼루를 놓고 씨름한 지 보름이 지났다. 허담의 손끝은 이제 먹을 갈아보는 것만으로도 어느 벼루인지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게 되었다. 손바닥에 남는 먹의 미세한 감촉, 갈리는 소리의 결까지도 이제는 어느 정도 구분이 갔다. 그러나 그 감각을 말로 옮기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실제 위서와 나란히 놓고 비교할 방법이 없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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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8. 새로운 소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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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8T09:21:40Z</updated>
    <published>2026-08-28T01:20:48Z</published>
    <summary type="html">조 참판의 일이 있은 지 한 달이 지났다. 저잣거리의 소문은 어느새 잦아들었으나, 지전 안 네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그 무게가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정관수 쪽에서도, 윤 대감댁 쪽에서도, 서로 간을 보듯 조용한 나날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고요함이 오히려 더 불길하게 느껴졌다. 폭풍 전야의 정적처럼,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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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7. 은밀한 부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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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7T06:13:13Z</updated>
    <published>2026-08-27T06:13:13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 밤, 윤가 사랑채에 낯선 이가 조용히 들었다. 평범한 옷차림이었으나, 몸가짐 하나하나에서 예사롭지 않은 기품이 묻어났다. 저잣거리 상인 행세를 하고 있었으나, 그 걸음걸이와 말투에는 오랜 궁중 생활이 배어 있어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amp;quot;윤 대감을 뵈러 왔습니다.&amp;quot; 그 말투는 정중했으나, 그 안에 담긴 절박함까지는 감추지 못했다. 청지기가 안으로 고하</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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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6. 조작된 교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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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7T00:35:54Z</updated>
    <published>2026-08-27T00:35:54Z</published>
    <summary type="html">편전 깊은 곳, 임금은 홀로 서안 앞에 앉아 있었다. 밤이 이슥했으나 잠은 오지 않았다. 촛불 하나가 조용히 흔들리며, 방 안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렸다 짧게 줄이기를 반복했다. 서안 위에는 두 개의 문서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하나는 승정원일기의 초록이었고, 다른 하나는 며칠 전 경상 감사가 올린 장계였다. 장계에는 이리 적혀 있었다. '전하께서 하교하신</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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