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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시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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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2010년부터 대중문화를 듣고, 보고, 씁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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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23:02:31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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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3화 이름을 짓는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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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10-10T11:00:13Z</published>
    <summary type="html">기자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이름을 쓴다.  가수 이름, 그룹 이름, 배우 이름, 작품 이름. 한글로 쓰고 괄호 안에 영문을 붙인다.  띄어쓰기 하나, 영문 대소문자 하나 틀리면 바로 연락이 온다. 이름은 그 사람의 전부라서.   그런데 정작 내 이름 하나를 정하지 못했다.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원고가 아니라 필명 짓기였다.  본명으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k5-e3a4iWVrhG5wuysS-apPcjjs.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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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화 작가 신청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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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0T10:00:08Z</updated>
    <published>2026-10-10T10: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기자는 매일 심사를 받는다.  데스크를 거치고, 편집부를 거치고, 독자를 거친다.  십수년을 그렇게 살았으니 심사라면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브런치 작가 신청서를 열기 전까지는.   신청 전에 먼저 검색부터 했다.  브런치 작가 되는 법, 브런치 작가 합격 후기, 브런치 작가 세 번 탈락.  생각보다 글이 많았다. 몇 번을 떨어지고 나서야 붙었다는 사연,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hLX0-kh7BrwrzXSf_IyQPtr9trw.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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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7화 막간: 바람 없는 밤 - Windless Night</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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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11:00:08Z</updated>
    <published>2026-10-09T11: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밤 열 시  마지막 손님이 나간 지 한 시간이 지났다. 수진은 의자를 하나씩 테이블 위로 올렸다. 다리 넷이 천장을 향하면 가게는 금세 낯선 얼굴이 된다. 낮 동안 사람들이 앉았다 간 자리가 전부 뒤집힌 얼굴.  행주를 빨다가 손등을 보았다. 며칠 전 할머니 손님이 두드려 주고 간 자리였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한 번. 거기만 아직 따뜻한 것 같았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TfguNJ6fUdKTLK2eaE5FM5yu7_Q.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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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하루에 두 번 - 해 지기 전에 &amp;middot; 4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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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8T11:00:13Z</updated>
    <published>2026-10-08T11:00:13Z</published>
    <summary type="html">석 달째 되던 날, 스승이 작은 가죽 주머니를 던져 주었다.  열어 보니 루페가 들어 있었다. 검은 테두리가 손때로 반질반질했다. 렌즈를 들어 빛에 비춰 보았다. 흠집 하나 없었다.  &amp;quot;내가 처음 받은 거다. 해방 전에 본정 시계방에서 일할 때.&amp;quot;  본정은 지금의 충무로다. 스승은 거기서 일본인 주인 밑에서 시계를 배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길게 한 적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v6BCI0gNl0xKn7apETjjUJxHdJ8.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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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대마도 - 우리 집에선 대마도가 보여 &amp;middot; 거짓말 하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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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7T11:00:10Z</updated>
    <published>2026-10-07T11:00:10Z</published>
    <summary type="html">거짓말 하나. 우리 집 거실에서는 대마도가 보였다.  이 말을 하면 서울 사람들은 꼭 웃는다. 그중에서도 제일 크게 웃는 건 수열이다.  수열이는 도곡동 고층 아파트에 산다. 아버지는 큰 병원을 하고, 본인은 뉴욕에서 대학을 나왔다. 서울에서 만난 친구 중에 제일 오래 남은 녀석인데, 이상하게 내 어린 시절 얘기만 나오면 눈을 가늘게 뜬다. 뉴욕에서 배워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Mqr7lWAdwrxwdcacH3YFG5D9ysk.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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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화 리드는 한 문장으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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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6T13:56:39Z</updated>
    <published>2026-10-06T11:00:13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침 일곱 시, 메일함이 먼저 일을 시작한다.  컴백 소식, 첫 방송 일정, 개봉 확정, 캐스팅.  보도자료들이 서로 자신을 봐 달라며 아우성이다. 메일함 용량이 버겁도록 쉬지 않고 쌓인다.  2010년부터 그 메일함을 열었다.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챙겨 보고, 그 이야기를 기사로 옮겼다.  그동안 달라진 건 메일함 용량과 더 침침해진 시력&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PlgOny49yamgHLrlyWPKVFGcT4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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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6화 할아버지의 두 번째 봄 - Second Spring</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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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5T22:00:23Z</updated>
    <published>2026-10-05T22:00:23Z</published>
    <summary type="html">영감이 꿈에 왔다. 가고 나서 처음이다. 일 년하고도 반이 넘었는데.  아무 말 없이 웃기만 했다. 살았을 때도 그랬다. 말을 고르다 때를 놓치는 사람. 그러다 딱 한마디 했다.  &amp;quot;우리 처음 앉았던 데 가 봐라.&amp;quot;  깨고 나서 한참 천장을 봤다. 처음 앉았던 데라면 목련다방이다. 1975년 봄, 맞선 보던 날. 그 다방이 아직 있을 리가 없는데.   버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yxgWi38On9Ll0EI3k5j4Ads7OtQ.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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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3화. 열아홉 번째 버전 - 연습한 말은 이불 냄새가 난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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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5T04:46:43Z</updated>
    <published>2026-10-05T04:46:43Z</published>
    <summary type="html">교실은 3층이었다. 계단은 마흔두 개. 세면서 올라갔다.  1학년 3반 앞문에는 종이로 만든 해바라기가 붙어 있었다. 교실 안에서는 새 책상 냄새가 났다. 나무 냄새 반, 비닐 냄새 반.  내 자리는 창가에서 두 번째 줄이었다. 책상 위에 이름표가 있었다. 서솔. 이름표 모서리가 살짝 젖어 있었다. 강당 비 때문이다. 손바닥으로 문질렀더니 '서'가 조금 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wWKK3vFDkDB7sJGIls0hP1pBQN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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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화. 강당에 비가 온 이유 - 떨려도 샌다 손을 잡으면 멈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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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5T04:47:19Z</updated>
    <published>2026-10-05T04:46:20Z</published>
    <summary type="html">자기소개는 열여덟 번 했다. 진짜 말고 연습으로.  누룽지가 가 버린 뒤로는 벽한테 했다. 이불 위에 앉아서. 벽은 하품도 안 하고 박수도 안 친다. 그래서 연습하기 좋다.  &amp;quot;제 이름은 솔이에요.&amp;quot;  여기까지는 쉬웠다. 성은 빼고 이름만 말하면 되니까. 그다음이 어려웠다. 좋아하는 걸 하나 말해야 했다. 딱 하나만.  보리차. 그런데 보리차는 다들 좋아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TR9CRh03GSezJJu7ehB3amT_iyQ.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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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화. 말하지 않는 자기소개 - 이름이 두 개면 헷갈리니까 그냥 솔이라고만 한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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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5T04:45:05Z</updated>
    <published>2026-10-05T04:45:05Z</published>
    <summary type="html">입학식까지 일주일 남았다.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가 있다. 후견인님이 사인펜으로 그렸다. 3월 2일. 옆에 작은 글씨로 '입학식, 연차'. 연차는 모르는 말이다. 후견인님 회사에서 쓰는 말 같다.  학교에 가면 첫날 자기소개를 한다고 했다. 이름이랑 좋아하는 것 하나만 말하면 된다고. 그래서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자기소개는 좀 이상하다. 말하는 것보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dCfd0snlTFRzka7irhnwdSPwV9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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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계란 프라이 한 개 - 해 지기 전에 &amp;middot; 3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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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4T22:00:30Z</updated>
    <published>2026-10-04T22:00:30Z</published>
    <summary type="html">손은 머리보다 오래 산다.  괘종 앞에 의자를 끌어다 놓고 앉았을 때, 손가락이 먼저 알았다. 어디를 눌러야 유리 뚜껑이 열리는지, 진자를 어느 각도로 잡아야 고리에서 빠지는지. 나는 생각하지 않았다. 손이 혼자 움직였고 나는 그걸 구경했다. 남이 하는 일을 어깨 너머로 보는 견습공처럼.  문제는 연장이었다.  루페 없이 톱니를 보는 건 안개 낀 날 간판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kg33ZlD0jYW8VbREOLqCZph3Efg.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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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울지 않는 고등어 - 해 지기 전에 &amp;middot; 2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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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4T08:41:29Z</updated>
    <published>2026-10-04T08:41:29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quot;어르신, 오늘도 오셨네요.&amp;quot;  형광 조끼를 입은 남자가 다가왔다. 공사장 사람이었다. 얼굴이 낯익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amp;quot;오늘도라니. 나는 여기서 오십 년 장사한 사람이오.&amp;quot;  &amp;quot;네, 압니다.&amp;quot;  남자는 나무라지 않았다. 대신 휴대폰을 꺼내 무언가를 눌렀다. 그리고 다시 넣었다.  &amp;quot;따님 곧 오실 거예요.&amp;quot;  내 딸을 당신이 어떻게 아오. 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UaZTGMapzfNSHroAnovrqK4YF4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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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삼 분 늦은 아침 - 해 지기 전에 &amp;middot; 1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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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4T09:04:24Z</updated>
    <published>2026-10-04T08:41: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침은 기름 냄새로 온다.  시계 기름에는 냄새가 거의 없다. 예지동에 처음 들어간 해, 스승은 기름병 뚜껑을 열어 내 코밑에 대 주며 말했다. 냄새가 나면 이미 상한 기름이다. 좋은 기름은 코가 아니라 손끝으로 아는 거다. 그런데 나는 육십 년 동안 그 냄새 없는 냄새를 맡으며 살았다. 눈을 뜨면 콧속이 먼저 가게 문을 연다. 미끈하고 서늘한, 아주 오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Xd9TeyNa9DYp8lEqQnXr1dcCA4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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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5화 우리였던 여름 - The Summer We Were</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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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3T05:20:32Z</updated>
    <published>2026-10-03T05:19:55Z</published>
    <summary type="html">지은이한테 연락이 왔다. 사 년 만이다.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게 재작년 생일 축하 메시지였다. 생일 축하해, 고마워, 언제 밥 한번 먹자. 그 '언제'는 오지 않았다.  이번 메시지는 길었다. 3월에 결혼한다고. 그리고 마지막 줄에, 축사를 내가 해 줬으면 좋겠다고.  창구 마감하고 셔터 내려가는 소리를 들으면서 그 문장을 다섯 번쯤 다시 읽었다. 왜 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J7nAFmLzZM6_22NtNKO4M8lX7L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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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4화 산책의 온도 - My BORI</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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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3T05:18:28Z</updated>
    <published>2026-10-03T05:18:28Z</published>
    <summary type="html">보리 없이 스무하루째  오후 네 시에 또 눈이 현관으로 갔다.  십오 년 동안 그 시간이면 보리가 현관 앞에 앉아 있었다. 꼬리로 바닥을 탁, 탁 치면서. 나는 번역 원고를 덮고, 리드줄을 채우고, 운동화를 신었다. 비가 와도, 마감이 코앞이어도. 보리가 기다렸으니까.  리드줄은 아직 현관 고리에 걸려 있다. 빨간색이 조금 바랬고, 손잡이 쪽은 내 손 모양&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vKXrLz4vYFXxz354Da1uFgCq6ik.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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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3화 기쁨의 축제 - Fiesta of JOY</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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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3T05:15:42Z</updated>
    <published>2026-10-03T05:15:42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는 민트 초코 프라페를 사랑한다. 정확히 말하면, 민트 초코 프라페를 마실 때 내 마음이 방울방울 튀는 걸 좋아한다. 그 방울들은 내 배 속에서 작은 풍선처럼 부풀었다가, 입 안에서 톡 터지면 웃음이 나온다. 엄마는 내가 너무 달콤한 걸 좋아한다고 걱정하지만, 나는 달콤함이 세상을 부드럽게 만든다고 믿는다.   그날은 비가 조금 내린 뒤라 골목이 반짝거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bOzx0IzJ3NTHKRb25bDpfzx8iJ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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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화 아직 굽는 중 - Still Baking</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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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3T08:47:19Z</updated>
    <published>2026-10-03T05:15:20Z</published>
    <summary type="html">서류 탈락 문자를 받았다. 서른일곱 번째.  &amp;quot;귀하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amp;quot;로 시작하는 문장은 이제 외울 정도다. 그럼 뭐가 부족했던 건데. 휴대폰을 엎어 놓고 천장을 한참 봤다.  아침에 엄마가 도시락을 싸 줬다. 스물아홉에 도시락이라니. 엄마는 천천히 하라면서 반찬통을 하나 더 넣었다. 천천히 하라는 말과 반찬통 두 개 사이에서, 나는 매번 어느 쪽&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de5iemCnYqRDqXFs2K5QlNFTkx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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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화 퇴근하는 별 - Clocked-out Star</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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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3T05:04:36Z</updated>
    <published>2026-10-03T05:04:36Z</published>
    <summary type="html">사표를 넣고 다닌 지 석 달째다.  봉투 모서리가 손때와 함께 닳았다. 출근길에 만지고, 엘리베이터에서 만지고, 회의 중에 테이블 밑으로 손을 넣어 또 만졌다. 오늘도 만지기만 했다.  아홉 시 사십 분 버스에서 팀장 메시지가 왔다. 월요일 오전까지 수정본 가능하냐고. 질문 같지가 않다. 문장의 끝에 물음표 대신 마침표가 붙어있다. 의문문 속에 숨어 있던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bbT3PvR1zUoAARfp0xVBgEPiPEc.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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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9화. 유작 - 에필로그 &amp;middot; 유작</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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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3T03:57:14Z</updated>
    <published>2026-10-03T03:54:00Z</published>
    <summary type="html">유골이 돌아온 것은 9월 셋째 주였다.  그 전에 절차가 있었다. 시민단체와 절과 양국의 여러 기관이 오갔다. 유골함 안에서 녹아 붙은 은반지 하나가 나왔다. 가는 은의 고리. 하루에의 편지에 적혀 있던 반지. 약한 데를 지켜 주는 거래요. 부어오른 넷째 손가락에 끝까지 들어가지 않아 첫 마디에 걸려 있었다고.  유족을 찾는 일은 어려웠다. 경성 북촌의 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IvI334CDwBjuWd7h6mWMlO9fGc8.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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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8화. 피아노 치던 사람, 윤 - 에필로그 &amp;middot; 유작</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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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3T03:57:14Z</updated>
    <published>2026-10-03T03:53:50Z</published>
    <summary type="html">2023년 9월, 서울  그 물음표가 지워진 것은 100년이 되는 해였다.  8월 말, 서윤은 일본의 한 시민단체에서 이메일을 받았다.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희생자를 조사하는 단체였다. 수십 년 동안 강변의 발굴을 요구하고, 증언을 모으고, 이름 없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찾아온 사람들. 그녀는 3년 전 그 단체에 편지를 보낸 적이 있었다. 할아버지의 악보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ww%2Fimage%2FxUF9IVwPXBp3I94wDFtsqQwDEg4.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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