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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정해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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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근현대사를 읽고 쓰는 사람. 사료가 멈춘 자리에서 소설을 시작합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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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5T03:00:09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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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소개장 - 세 여자, 불령의 시간 &amp;middot; 3장 최금봉</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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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9T20:17:12Z</updated>
    <published>2026-10-19T20:17:12Z</published>
    <summary type="html">11. 소개장 늦여름에 치료가 끝났다. 진남포에서 미국인 의사를 만났다. 그가 물었다. &amp;ldquo;치료 다 끝났습니까? 이제 경성에 안 가도 됩니까?&amp;rdquo; &amp;ldquo;얼추 나았습니다. 그런데 선생님.&amp;rdquo; &amp;ldquo;왜요? 무슨 고민이라도.&amp;rdquo; &amp;ldquo;절 치료한 조선인 의사가 치과 공부를 권했습니다.&amp;rdquo; &amp;ldquo;치과 공부요? 조선에는 공부할 데가 없는데, 어디서요?&amp;rdquo; &amp;ldquo;동경에 여자치과전문학교가 있다고 합&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Ob%2Fimage%2F1dS9qbYvJ2XqwC605LxHaoD8kCc.jpg" width="191"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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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경성 - 세 여자, 불령의 시간 &amp;middot; 3장 최금봉</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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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9T20:15:29Z</updated>
    <published>2026-10-19T20:15:29Z</published>
    <summary type="html">7. 경성 진남포에는 치과가 없었다. 평양에 치과가 있었다. 일본인 의사였다. 부모가 평양으로 가자고 했다. 경찰서 고문실이 떠올랐다. 고춧가루 물을 부을 때, 숨을 쉬려고 입을 벌렸었다. 일본인 앞에 누워서 다시 입을 벌리고 싶지는 않았다. 가지 않았다.  1922년 여름이었다. 경성으로 갔다. 평양에서 기차를 갈아탔다. 열 시간이 걸렸다. 경성역에서 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Ob%2Fimage%2FtjxlYaYcRTDyfxU6HZztHXnbvhM.jpg" width="134"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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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민국(民國)의 시작 - 세 여자,&amp;nbsp;&amp;nbsp;불령의 시간 &amp;middot; 3장 최금봉</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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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20T05:29:12Z</updated>
    <published>2026-10-19T00:52:02Z</published>
    <summary type="html">3장 최금봉  1.&amp;nbsp;민국(民國)의 시작 1919년, 봄 내내 진남포에서 사람이 잡혀갔다. 여자는 교단에 그대로 섰다. 출석을 불렀고, 날짜를 고쳐 썼다. 게이코와 준코는 계속 손을 들었다. 망국의 임시정부가 대한이라는 국호를 올렸다. 찢어진 종이 조각이 모여 민국을 만들었다. 총독부가 여배(女輩, 여편네)라 적은 아녀자들이 애국부인회를 만들었다. 금가락지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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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세 여자 세 사내 - 세 여자, 불령의 시간 &amp;middot; 1장 &amp;middot; 2장</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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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9T20:10:54Z</updated>
    <published>2026-10-18T01:36:25Z</published>
    <summary type="html">1장 세 여자  1. 진남포 진남포 삼숭소학교. 교실 정면에 지도가 걸려 있었다. 지도 이름은 대일본제국이었다. 조선과 일본과 대만의 색깔이 같았다. 벚꽃색이었다. 칠판 위쪽에 다이쇼 7년이라고 적혀 있었다. 여자가 그 밑의 월일을 고쳐 썼다. 돌아서서 출석을 불렀다. &amp;ldquo;게이코.&amp;rdquo; &amp;ldquo;하이.&amp;rdquo; &amp;ldquo;준코.&amp;rdquo; &amp;ldquo;하이.&amp;rdquo; 경자와 순자였다. 아이들은 제 이름이 불리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XOb%2Fimage%2FwREJfxrNY4O-rrJRwPTL4l75xhs.jpg" width="134"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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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프롤로그 - 세 여자,&amp;nbsp;&amp;nbsp;불령의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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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7T07:55:27Z</updated>
    <published>2026-10-17T07:32:07Z</published>
    <summary type="html">신문에 공고가 났다. 기미년에 거리로 나갔던 사람을 찾고 있었다. 마흔여덟 해 전 일이었다. 강당에 사람이 모였다. 입구에 긴 상이 놓여 있었다. 젊은 남자가 사람들의 이름을 받아 적었다. 본적과, 그해 나이와, 어디서 무얼 했는지 물었다. 누군가는 오래 말했고 누군가는 짧게 끝냈다. 사람들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단상 앞에 어떤 여자가 여러 사람에게 둘러싸</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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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二十. 경술청구고종일기 - 스무나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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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7T02:52:06Z</updated>
    <published>2026-10-16T03:38:18Z</published>
    <summary type="html">초이렛날과 초여드렛날을 나는 일기에 적지 않았다. 적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잊은 것은 아니었다. 그 이틀은 적히지 않은 채로 내 안에 남았다. 초이렛날 낮에 숙조께서 일어나 앉으시려 하셨다. 부축을 받아 잠시 앉으셨다. 오른손으로 학사공의 손을 잡으시고, 왼손으로 중숙 아재의 손을 잡으셨다. 말씀이 없으셨다. 두 분을 번갈아 오래 보셨다. 학사공은 오십</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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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十九. 명정(銘旌) - 스무나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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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7T02:52:06Z</updated>
    <published>2026-10-16T03:34:00Z</published>
    <summary type="html">초엿샛날 새벽에 숙조께서 부축을 받아 앉으셨다. 중업 아재를 부르셨다. 아재가 귀를 입에 댔고 나는 그 곁에 있었다. &amp;ldquo;내가 죽은 뒤에 나를 들것에 실어 하계 집으로 돌아가게 하여라. 비단으로 된 수의는 쓰지 말고 평소 입던 옷으로 염하도록 하여라.&amp;rdquo; 숨을 고르셨다. &amp;ldquo;네 계부가 묻힐 자리를 생각해서, 장례와 제례에는 일체 대부의 예를 쓰지 말고 벼슬 없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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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十八. 다시 온 사람들 - 스무나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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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7T03:56:08Z</updated>
    <published>2026-10-16T03:28:51Z</published>
    <summary type="html">초닷샛날 낮에 사립 밖이 소란해졌다. 예안에 주재하는 일본 경찰 하나와 수비병 셋과 순검 셋이었다. 일곱이 마당으로 들어섰다. 총을 멘 사람이 있었다. 스무이튿날에 온 셋과는 달랐다. 그날은 군수가 앞장서고 일본인이 칼을 풀고 들어왔다. 그날은 문안이라는 말을 썼다. 초닷샛날에 온 자들은 문안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마루에 올라서서 말했다. &amp;ldquo;영공께서 정</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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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十七. 시(詩) - 스무나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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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7T02:52:06Z</updated>
    <published>2026-10-16T03:25:48Z</published>
    <summary type="html">초이틀 아침에 권응섭을 부르셨다. &amp;ldquo;감주 김 어른이 전에 시와 서를 써서 나에게 주신 것이 있는데 지금은 답을 드릴 형편이 아니네. 자네가 나를 위해 한마디 전해 주게.&amp;rdquo; 응섭이 무릎을 꿇었다. &amp;ldquo;사람이 음식을 물리친 지 이레가 되면 이미 배고프고 추운 것을 잊어버리게 되네. 마치 바위굴에 몸을 붙여 속세의 생각을 끊어 버린 것 같아서, 다만 맛 좋은 찬물</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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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十六. 물 - 스무나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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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7T02:52:06Z</updated>
    <published>2026-10-16T03:22:12Z</published>
    <summary type="html">구월 초하룻날 새벽에 우리들을 부르셨다. 목소리가 낮아 귀를 대야 들렸다. &amp;ldquo;내 조부 하계공께서 손수 쓰신 삼경 책이 햇수가 오래되어 훼손되었다. 내가 손때가 없어질까 두려워 올봄에 산에서 지낼 때 다시 베껴 한 질을 이루었는데, 한 달 안에 일을 마쳤다. 늙은 눈이 안개 낀 듯 흐려 자획도 단정치 못하나 읊조리고 읽을 만은 하게 되었다.&amp;rdquo; 잠시 숨을 고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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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十五. 이불 위의 관 - 스무나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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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7T02:52:06Z</updated>
    <published>2026-10-16T03:15:40Z</published>
    <summary type="html">스무여드렛날, 날이 밝자 마당에서 톱질하는 소리가 났다. 목수가 언제부터 나무를 켜고 있었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그 하루가 내게는 비어 있었다. 방문이 열려 있었다. 톱질 소리가 방 안까지 들어갔다. 그 소리는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기별 같았다. 숙조께서는 그 소리를 들으며 누워 계셨다. 한 번도 무슨 소리냐고 묻지 않으셨다. 목수를 부르라 하신 분이었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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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十四. 빈 날 - 스무나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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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7T02:52:06Z</updated>
    <published>2026-10-16T03:10:35Z</published>
    <summary type="html">스무이렛날에 대하여 나는 적어 둔 것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 전날 목수를 부르셨고 이튿날 숙조께서 이불 위에 갓을 얹고 손님을 보셨다. 그사이에 하루가 있었는데 그 하루가 비어 있었다. 목수가 와서 나무를 켰을 것이다. 누군가 왔을 것이고 누군가 갔을 것이다. 내자가 밥을 지었을 것이고 그 밥이 물려졌을 것이다. 내자가 그 밥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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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十三. 목수 - 스무나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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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7T02:52:06Z</updated>
    <published>2026-10-16T02:20:20Z</published>
    <summary type="html">스무닷샛날 아침에 며느리들이 들어와 뵈었다. 숙조께서 둘째 며느리에게 말씀하셨다. 젊어서 세상을 떠난 중집 아재의 부인이었다. &amp;ldquo;무릇 여자는 마음이 좁아지기 쉽다 하였는데, 하물며 홀로 된 사람이야 오죽하겠느냐. 마음을 너그럽고 넓게 가지거라. 네가 글은 모르나, 옛사람이 이르기를, 떨쳐 낼 수 없는 일을 만나거든 늘 저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라 하였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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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十二. 두 글자 - 스무나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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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7T02:52:05Z</updated>
    <published>2026-10-16T02:17: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스무나흗날 아침에, 간밤에 우리 집에서 묵으신 천전과 오천과 표곡의 어른들께서 다시 들어와 뵈었다. 숙조께서 자리에 앉으신 채로 말씀하셨다. &amp;ldquo;&amp;lsquo;체동(螮蝀) 장의 무신야(無信也)&amp;rsquo; 위에 붙는 토가 &amp;lsquo;로다&amp;rsquo;가 아닌 듯하오. 생각해 보니 &amp;lsquo;라다&amp;rsquo;인 것 같소. 잘못 전해져 그리된 것이오.&amp;rdquo; 어른들께서 다 승복하셨다. &amp;ldquo;참으로 음미할 만합니다.&amp;rdquo; 백하공께서 홍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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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十一. 이름 - 스무나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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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7T02:52:05Z</updated>
    <published>2026-10-16T02:13:33Z</published>
    <summary type="html">팔월 스무사흗날 해 질 녘에 천전에서 여러분이 오셨다. 백하공 김대락 어른과 김소락 어른이었다. 표곡에서 유공들이 오시고 오천에서는 아침에 작별 편지를 받으신 김노헌 어른이 아우와 함께 오셨다.  저물 무렵 분천에서 이식연 참봉이 왔다. 푸른 배를 올리면서 조금 맛보시라 청했다. 숙조께서 손을 저으셨다. &amp;ldquo;그대의 뜻은 고마우나 나무 열매와 곡식의 자양분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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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十. 손님 - 스무나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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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7T02:52:05Z</updated>
    <published>2026-10-16T01:03:51Z</published>
    <summary type="html">스무사흗날 아침에 오천의 김노헌 어른과 대평의 유연박 어른께 편지를 써 보내셨다. 두 분 모두 오랜 벗이셨다. 숙조께서는 나라를 건사하지 못한 죄인을 자처하여 산에 드셨다. 그 뒤로 다섯 해 동안 벗들께 편지 한 통 보내지 않으셨다. 그날 쓰신 것은 작별의 글이었다. 편지를 끊으신 것도, 끝에 작별을 고하신 것도 모두 당신을 돌이켜 보시는 일이었다. 족제</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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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九. 군수와 순사 - 스무나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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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10-16T01:02:59Z</published>
    <summary type="html">스무이튿날, 비가 내렸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앉으셨다. &amp;ldquo;내 기운이 약간 상한 듯하나 정신은 오히려 예전과 같다. 찬수가 와서 머물러 있으니, 금계의 갈문을 손보기 시작해도 될 듯하다.&amp;rdquo; 찬수는 상익의 자였다. 차례로 지어 부르시고 중업 아재에게 받아쓰게 하셨다. 반쯤 나아갔을 때 능호가 읍내에서 비를 맞으며 올라왔다. &amp;ldquo;군수와 일본 순사가 조사하러 온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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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八. 옛사람 - 스무나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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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10-16T01:01:11Z</published>
    <summary type="html">팔월 스무하룻날이 되었다. 내자는 그날 아침에도 시렁에서 밥을 내렸다. 나도 이제 그것을 세고 있었다. 해가 높이 오르도록 누워 계시다가 의관을 갖추시고 가묘로 가셨다. 가묘는 집터의 가장 뒤쪽 깊은 자리에 있었다. 집 뒤로 돌아 쉰 걸음이 못 되는 길을 가시는 동안 여러 번 쉬셨다. 숙조께서는 가묘에 배알하시고 한동안 엎드려 계셨다. 무슨 말씀을 올리셨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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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七. 물 한 잔 - 스무나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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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10-16T01: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팔월 스무날 아침에도 밥은 닭장으로 갔다. 숙조께서 그날 충호와 언영에게 손수 글을 써 주셨다. 서로 화목하되 도리를 잃지 말고, 일가를 거두되 정을 다하며, 또 세세히 살피고 두루 삼가서 집안의 옛 법도를 잃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두 사람이 온 집안을 이끌 자리에 있는 까닭에, 다른 이에게 주신 것과는 말씀이 달랐다. 낮에 총부(冢婦)가 왔다. 중업 아재</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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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六. 엄지 - 스무나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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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7T02:52:05Z</updated>
    <published>2026-10-16T00:58:21Z</published>
    <summary type="html">팔월 열아흐렛날 아침에도 내자는 시렁에서 밥을 내려 닭장으로 갔다. 저물 무렵에 길호가 왔다. 숙조께는 손자이고 중업 아재의 아들이었다. 해평 처가에 있다가 기별을 들었다고 했다. 삼백 리 길을 밤낮으로 걸어온 탓에 옷자락에 묻은 흙이 많았다. 숙조께서 보시더니 말씀하셨다. &amp;ldquo;상을 당하여 달려오는 길이라도 별을 보게 되면 멈추고 그 자리에 머무는 법이거늘,</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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