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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햇살 이정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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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시골에서 글 쓰는 할머니입니다. 햇살 머무는 작은 툇마루에서 흙내음 스며든 정겨운 글을  나눕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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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5T04:22:17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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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걸러내기 - 걸러내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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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5T10:51:43Z</updated>
    <published>2026-10-05T10:51:43Z</published>
    <summary type="html">걸러내기 햇살 이 정순  고장난 정수기 앞에 선다. 버튼을 눌러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맑은 물을 주던 기계는 차가운 침묵에 갇혀 있다. 한참을 기다려도 물을 쏟아내지 못하고 내부에서 헛도는 기계소리, 그 멍청하고 답답한 울림을 들으며 가만히 나를 본다.   마음이 꼬이고 소통이 되지 않는다. 몸이 힘 드는 것보다 마음이 묶이는 것이 더 힘이 든다. 사</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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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산이 아프다 - 산이 아프다               이 정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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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8T04:23:02Z</updated>
    <published>2026-09-28T04:23:02Z</published>
    <summary type="html">&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NOz%2Fimage%2FQyRu_Dccnf3vS3_Osoao-sogc2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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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세월살이 - 세월살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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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0T01:31:48Z</updated>
    <published>2026-09-20T01:31:48Z</published>
    <summary type="html">자글자글 주름이진다 주름 사이사이로 지나온 세월이 말을 건넨다  기뻤던 날도 있었고 눈물로 밤을 지새운 날도 있었다  웃음은  눈가에 머물고 슬픔은 이마에 내려 앉아 지워지지 않는 무늬가 되었다  한 줄 주름이 깊어질 때마다 삶의 무게는 더해지고 마음의 깊이도 함께 자란다  이제야 알겠다 주름은 늙음의 흔적이 아니라 세월을 견뎌온 나만의 훈장이라는 것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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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몽돌아 - 몽돌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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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7T02:02:53Z</updated>
    <published>2026-09-17T02:02:53Z</published>
    <summary type="html">몽돌아  모난 것이 깎이느라 얼마나 아팠느냐   매끈매끈한 몸을 만들기까지 얼마나 겸손했느냐  70년이 넘도록 깎여도  여전히 모난 자아가 운다.  오늘도 깎이느라 목젖이  아프도록 속울음을 삼킨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NOz%2Fimage%2FKEDasVgLGC3wMJ_qeVwSpIHQtiQ"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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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해거름 - 햇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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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6T09:22:56Z</updated>
    <published>2026-09-16T09:22:56Z</published>
    <summary type="html">해거름 햇살 이 정순 &amp;ldquo;윷이요&amp;rdquo; 윷가락을 던졌다.  &amp;ldquo;우~와! 모다.&amp;rdquo; 다시 던졌다. 걸이다, 둘러 가지 않고 지름길로 갈 수 있다. 이번 판에도 어르신이 이길 것 같다.  치매 5등급 어르신의 일상이다. 가끔은 온전하게 정신이 맑다. 꼭 일부러 하는 것 같다. 수시로 기억이 들락날락한다. 인지 활동으로 윷놀이 한다. 처음 얼마 동안에는 윷을 던지고 윷가락</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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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선 멈춤 - 햇살 이 정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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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1T02:06:50Z</updated>
    <published>2026-08-21T02:06:50Z</published>
    <summary type="html">우선멈춤 햇살이 정순  약속 장소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만나기로 한 시간은 빠듯했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녹색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아주 잠시 나는 마음이 흔들렸다. 주행하는 차가 많지 않았다. &amp;lsquo;그냥 건너도 괜찮지 않을까.&amp;rsquo; 짧은 몇 초 동안 많은 생각들이 지나간다. 그러나 횡단보도의 적색 신호등은 말없이 나를 붙잡았다.   우선멈춤이다.   잠시</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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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고목에 돋는 새순 - 햇살 이 정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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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7T04:49:20Z</updated>
    <published>2026-08-17T04:49:20Z</published>
    <summary type="html">고목에 돋는 새순    햇살 이 정순 &amp;ldquo;윷이요~~.&amp;rdquo; 소리를 지르며 어르신이 윷가락을 던진다.   &amp;ldquo;우와~ 모다!&amp;rdquo;   음색 다른 합창이 방안을 울린다. 싱글벙글한 얼굴로 어르신은 윷가락을 모아서 다시  던진다. 이번엔 걸이다. 어르신의 윷말이 지름길로 접어들었다. 이번 판에도 나를 이길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와 드려야 놓을 수 있었던 윷판의 말</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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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누른 봉투 - 누른 봉투         햇살 이 정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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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1T02:14:54Z</updated>
    <published>2026-08-11T02:14:54Z</published>
    <summary type="html">누른 봉투 햇살 이 정순         새벽 찬바람을 가르며 집을 나선다. 쌩하니 찬 공기가 얼굴을 감싼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발이 시리다 못해 감각마저 둔해진다.  아버지는 깜깜한 미명에 엄마가 차려 준 이른 밥상을 물리고, 새벽별을 보며 출근을 서둘렀다. 새벽일을 하기 위해서다. 동료들이 출근하기 전, 그날 작업할 준비를 해두고 종일 일을 했다. 오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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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낡은 포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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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08T02:41:16Z</updated>
    <published>2026-08-08T02:41:16Z</published>
    <summary type="html">낡은 포대              햇살 이 정순   군데군데 덧대어 기운 자국이 드러나는 낡은 포대가 눈에 거슬린다. 한 때는 깨끗한 쌀을 품어 &amp;lsquo;쌀 포대&amp;rsquo;라 불리더니 해가 거듭되며 감자포대, 양파 포대, 마늘포대로 불린다. 그러다 쓸모가 없어지면 쓰레기를 담아 소각장의 불길 속에서 포대로서의 생을 마감한다. 그는 비로소 포대로서의 모든 짐을 내려 놓는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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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마침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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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06T15:28:53Z</updated>
    <published>2026-08-06T15:28:53Z</published>
    <summary type="html">마침표 햇살 이 정순    서리가 오기 전 고춧대를 뽑았다. 널브러진 고춧대 끝에는 미처 다 거두지 못한 약 오른 풋고추가 붉게 익어간다. 한 철을 함께 보낸 고추살이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다.   고추모종은 4월 중순에서 5월 초에 심는다. 갓난아기 다루듯 미리 준비해 둔 밭에 모종삽으로 주먹만 하게 흙을 파고 물을 적당히 준 뒤, 뿌리가 다치지 않게 흙</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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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 보다 더 좋을 수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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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5T13:11:58Z</updated>
    <published>2026-08-01T03:35:09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 보다 더 좋을 수가햇살 이 정순해가 진다. 뉘엿뉘엿 해가 나뭇결에 걸려 게으름을 부린다. 잦은 봄비로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아 포슬포슬 발밑에 느낌이 좋다. 꽃삽을 챙겨 텃밭에 간다. 냉이가 기다린다.겨울 냉이는 목이 뻣뻣하고 교만한 사람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 흙 색깔하고 흡사하다. 고개를 숙이고 자세히 보면 냉이가 지천에 다닥다닥 깔려 있</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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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숨바꼭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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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5T04:40:39Z</updated>
    <published>2026-07-23T10:32:12Z</published>
    <summary type="html">숨바꼭질      햇살 이 정순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술래잡기는 술래가 숨은 아이들을 모두 찾아야 비로소 끝나는 놀이다. 열심히 숨었는데  머리카락이 때론 옷자락이 살짝 보이기도 한다.며칠 전까지 시금치가 새파랗게 싹을 틔웠는데, 누렇게 잎이 변색되었다. 또 그 녀석이 지나갔다. 화가 난다. 요 녀석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마늘밭에 너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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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상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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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5T04:26:37Z</updated>
    <published>2026-07-21T07:13:08Z</published>
    <summary type="html">상처 햇살 이 정순        미안하다. &amp;lsquo;얼마나 아팠을까? 이 상처를 안고 지금까지 잘 견디었구나. 내가 대신 사과하고 용서를 빌게&amp;lsquo; 해인사 소리 ?길을 걷다 보면 홍류동 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울창한 소나무 숲을 만난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큰 소나무들 사이로 유난히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나무마다 흉터처럼 남아 있는 빗살무늬 상처다. 일제강점기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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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곁가지 치기 - 햇살 이정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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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5T04:02:24Z</updated>
    <published>2026-07-20T01:06:35Z</published>
    <summary type="html">곁가지 치기  햇살 이 정순 툭, 떨어진다. 주먹만 한 자두가 도르르 굴러간다. 빗방울에 씻긴 붉은 자두는생의 힘을 다한 심장처럼 바닥에 뒹군다.  방송에서는 장마가 끝났다고 하지만, 비는 여전히 질기다.  잦은 비로 제대로 익기도 전에 병이 들었다. 탁구공보다 큰 자두들이 툭툭 떨어진다. 진작 가지치기를 하자고 했지만, 남편은 나무가 자식인 양 아끼는 눈</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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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닭장드라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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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5T03:55:13Z</updated>
    <published>2026-07-19T09:20:52Z</published>
    <summary type="html">닭장 드라마             햇살 이 정순  &amp;ldquo;야, 이 녀석들아 밥값 좀 해라. 맨날 공밥만 먹고 그럴끼가.&amp;rdquo;오늘도 닭장에 갔던 남편이, 짚을 깔아 준 포란통이 휑하니 비어 있어 빈손으로 나오며 투덜거린다. 공밥을 먹지 않고 순풍순풍 알을 낳아 주던 암순이들이 따믐따믐 건너뛰더니, 이젠 아예 알 구경을 시켜주지 않는다.&amp;ldquo;야들아, 너거 본분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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