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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백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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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접시 위, 그리고 그 안쪽을 씁니다. 매주 화/금 21:00(9월에는 공모전 준비로 금요일에만 업로드:3)</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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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13T03:36:03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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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셈법의 식사」 - 갈비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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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12:00:08Z</updated>
    <published>2026-10-09T12: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혼자인 저녁이면 냉장고부터 열었다. 고무 테두리가 뜯어지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시린 불빛이 발등까지 쏟아졌다. 화구의 밸브는 좀처럼 돌아가는 법이 없었다.  냉장고 안에는 계절이 없었다. 날짜만 있었다. 반찬통 뚜껑을 하나씩 들추고 쪼그라든 포장 귀퉁이에 찍힌 숫자를 읽었다. 모차렐라 치즈는 내일까지였고, 부침 두부는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으악. 짧은 비명</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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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오답의 혀」 - 병원식</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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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8T12:00:06Z</updated>
    <published>2026-10-08T12: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식판 위의 것들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기름기 적은 닭고기와 데친 채소, 염분을 줄인 국. 필요한 영양과 열량을 맞춘 음식들이 제 칸을 반듯하게 차지하고 있었다. 뚜껑 안쪽에 맺힌 물방울마저 고기 위로 얌전히 떨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무해하고 바른 음식이었다.  닭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어금니가 맞물릴 때마다 뽀얀 살이 힘없이 벌어졌다. 씹을수록 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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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공작(工作)과 카레」 - 카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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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2T12:00:06Z</updated>
    <published>2026-10-02T12: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창틀 사이로 서늘한 가을바람이 밀려들던 고등학교의 가사 실습실. 뽀얗게 일어난 먼지 사이로 매캐한 가스 냄새가 훅 끼쳐오던 그날의 공기를 기억한다.  내게 요리란 범접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하필이면 같은 조로 묶인 아이들도 모두 생전 칼자루 한번 제대로 쥐어본 적 없는 맹탕들이었다. 우리는 과일 깎는 법조차 몰라, 누군가 간식으로 싸 온 사과를 껍</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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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배고픔을 데리고 사는 법」 - 김치 타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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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9T14:12:17Z</updated>
    <published>2026-09-18T12: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좋아하던 타코 가게가 폐업했다. 별생각 없이 지도 어플리케이션을 열었던 날이었다. 검색창에 익숙한 상호를 쳐넣자, 이름 옆으로 차갑고 무기력한 회색 글자가 붙어 있었다.  영업 종료.  화면 위를 미끄러지던 엄지가 일순 멎었다. 붉은색의 경고도 아닌, 완전히 숨이 끊어진 잿빛의 선고였다.  마지막으로 그곳을 찾은 것은 바람이 서늘해지던 초겨울이었다. 타코를</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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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떡은 돌아오지 않는다.」 - 영양떡</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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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1T12:00:06Z</updated>
    <published>2026-09-11T12: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매주 화요일 밤 아홉 시. 한쪽 벽면 전체가 거울인 연습실에서 언니들과 숨을 고르는 시간이었다. 마지막 곡이 끝나면 명치 깊은 곳에서 베이스의 잔향이 반 박자 늦은 맥박처럼 둥둥거렸다. 늘 반 스텝씩 늦던 나는 그날도 가장 마지막에 언니들의 웃음소리 틈으로 엉거주춤 비집고 들어갔다. 차가운 형광등 아래, 살갗 위로 달아올랐던 뜨거운 땀은 서늘하게 식어 가며</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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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9퍼센트의 냄비」 - 소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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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3T01:38:54Z</updated>
    <published>2026-09-04T00:00:14Z</published>
    <summary type="html">뭇국이 심심하다. 무는 투명하게 익어 바닥에 흐물흐물 가라앉아 있고, 김에서는 단내만 올라온다. 소금 한 자밤을 집어 국물 위에서 손끝을 탈탈 턴다. 숟가락으로 저어 다시 혀를 적신다. 여전히 밍밍하다. 다시 한 자밤을 넣는다. 비슷하다.  혀가 무딘 탓이 아니다. 혀는 원래 절대적인 농도를 재지 못한다. 다만 직전에 스쳐 간 감각과의 차이만을 더듬을 뿐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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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인분의 자리」 - 삼겹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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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2T13:18:20Z</updated>
    <published>2026-08-28T12:10:11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나의 세계 역시 법적인 죽음을 맞이했다. 호적과 진단서 위에 나란히 찍힌 두 개의 마침표가 내 삶을 덮쳤을 때, 몸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입을 닫는 것이었다.  식도는 굳었고, 위장은 바짝 쪼그라들었다. 소화할 위액조차 말라, 속은 물 한 방울 들지 않는 서늘한 동굴이었다. 며칠을 내리 굶었는지, 끓어오르는 그 한여름 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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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초콜릿은 상흔이 되어」 - 초콜릿 봉봉</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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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2T00:22:57Z</updated>
    <published>2026-08-21T12:00:09Z</published>
    <summary type="html">꺾인 해바라기 같은 오빠와, 생그러운 장미 같은 동생 사이에서 나는 사랑받고 싶어 안달 난 풀잎이었다. 한쪽은 부족한 만큼 더 많은 시선을 받았고, 다른 한쪽은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웃게 했다. 나는 향만 기이하게 짙은, 이름을 알 수 없는 풀로 자라났을 뿐이다.  무엇 하나 모자라지 않았으나 그 무엇도 빼어나지 못했다. 나는 나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성적</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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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하이에나」 - 백숙</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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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9T14:23:06Z</updated>
    <published>2026-08-14T12: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국가고시 3일 전이었다. 늘 그렇듯이 라디오의 일기예보를 기상 알림 삼아 일어났다. 그날은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 하였다. 평소에 입던 패딩 위에 목도리를 추가로 둘러매고, 도서관 가기 전 편의점에 들렀다. 딸기우유 2+1개. 시험 당일 탈이 날까 5일 전부터 유지하던 식단이었다. 3개쯤 되니 주머니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앗 차가. 가장 추운 날이라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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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혀의 침묵」 - 멸치국수와 토마토 참치국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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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07T12:00:07Z</updated>
    <published>2026-08-07T12: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소면을 너무 많이 삶았다. 한 줌이면 될 것을 두 줌을 풀었고, 면은 끓는 물속에서 제 몸을 불려 냄비를 메웠다. 가닥을 찬물에 헹궈 채반에 받치니, 희고 매끄러운 것들이 서로를 베고 누웠다. 헹궈 둔 면발은 이틀 치 끼니가 되었다. 어제의 실수가 오늘의 점심까지 미리 삶아 둔 셈이었다.  어제 저녁은 멸치국수였다. 며칠을 우려 말갛게 가라앉힌 국물에 면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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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 타래」 - 미식단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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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28T12:00:10Z</updated>
    <published>2026-07-28T12:00:10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늘 점심은 샐러드 파스타였다. 차갑게 식힌 면 위로 토마토와 잎채소가 흩어져 있었고, 새콤한 소스 냄새가 코끝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렸다. 포크를 돌리자 면발이 나선으로 얽혀들었다. 나는 입술을 열지 못한 채 그 한 타래를 오랫동안 내려다보았다.  아주 오래전, 많이 좋아했던 사람과 마지막으로 먹은 것도 이 서늘한 요리였다. 그때 우리는 마지막인 줄 몰랐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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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테이블 위로 흩어지는 헛소리는 정말이지」 - 미식단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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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22T12:07:44Z</updated>
    <published>2026-07-22T12:07:44Z</published>
    <summary type="html">테이블 위로 흩어지는 헛소리는 정말이지, 무의미하기 짝이 없어 입을 닫았다. 삐뚜룸하게 올라간 입꼬리가 들킬까, 고개를 숙이고 잔을 기울였다. 이미 식어버린 커피라도 이 순간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끝에 맺힌 욕지거리를 잘라내는 것은 찌르는듯한 시큼한 산미였다. 입안 전체를 누르는 새까만 향 뒤로 씁쓸한 맛이 식도를 거칠게 긁으며 내려갔다.  미약하게</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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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동식 커피」 - 미식단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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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7T12:02:23Z</updated>
    <published>2026-07-17T12:02:23Z</published>
    <summary type="html">후텁지근한 시장통, 찰나의 틈에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동식 수레가 보였다. 시장 입구에서 그 커피 수레를 보자, 사려던 것들을 잊었다. 시장에 올 때마다 혹시 오늘은 지나쳤을까, 이미 다른 골목으로 사라졌을까 전전긍긍하게 만들던 이동식 커피였다.  장바구니를 든 채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달렸다. 커피 알갱이 한 숟갈, 설탕 두 숟갈, 프림 두 숟갈. 그 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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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얼마 전 아버지가 퇴원하셨을 때다」 - 미식단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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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4T12:00:10Z</updated>
    <published>2026-07-14T12:00:10Z</published>
    <summary type="html">얼마 전 아버지가 퇴원하셨을 때다. 그러나 내 시선이 머무른 곳은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병실의 메마른 불빛 아래에서 엉망으로 부식되어 있었다.  그날 저녁, 나는 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초밥을 식탁 위에 올렸다. 평소라면 반의 반도 들지 못하던. 어머니는 초밥을 와구와구,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의 손끝에 있던 붉은 연어가 창백한 입술사</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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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원초적인 의식은 가장 피폐한 조건 위에서」 - 미식단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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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0T12:27:07Z</updated>
    <published>2026-07-10T12:27:07Z</published>
    <summary type="html">삶을 이어 나가기 위한 가장 원초적인 의식은, 우습게도 가장 피폐한 조건 위에서 이루어진다. 주방은 나에게 고개를 숙이고 허리를 깊숙이 굽히라 명령했다. 도마를 마주한 시간은 길지도 않건만, 목과 허리가 꺾인 꽃대처럼 아래로 짓눌렸다. 이 신성하고도 피폐한 의식에 온몸으로 복종하라는 무언의 압박과도 같았다.  서늘한 칼날이 감자의 단단한 살을 파고들었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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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본래 주어진 이름은 날 것」 - 미식단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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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7T12:00:09Z</updated>
    <published>2026-07-07T12:00:09Z</published>
    <summary type="html">본래 주어진 이름은 날 것의 재료에 불과했고, 내가 붙인 이름은 가장 완벽한 접시였다. 그 전까지는 나는 쟁반 위에 널브러진 식재료에 불과했다.  하지만 내가 스스로 나의 이름을 읊조리는 순간, 겉돌던 선택들은 비로소 단정한 요리의 형태를 갖추었다. 접시 밖으로 튀어 나가던 감각들이 다시금 안으로 수렴했다. 식탁 위에 흩어져 있던 어설픈 자아들은 정갈히 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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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와장창. 살얼음판과 같은 신경이」 - 미식단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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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30T12:00:11Z</updated>
    <published>2026-06-30T12:00:11Z</published>
    <summary type="html">와장창. 깨져나갈 살얼음판과 같은 신경이 날을 바짝 세운 하루였다. 당장이라도 울부짖는 이 예민함의 목을 눌러 비명을 가둬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긴 잠에서 깨어나 앙칼진 울음을 터뜨린 감각들을 무작정 재우기에는, 이 생동감이 지나치게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이 징글맞은 각성을 달래려 눅진한 소스에 젖은 돈까스 한 점을 삼켰다. 튀김옷의 파삭함이 입안 전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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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충무로의 어느 4월 오찬」 - 한국의 집</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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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6T13:00:29Z</updated>
    <published>2026-06-26T12: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당신의 접시는 사계절을 닮았다.  당신의 접시를 만난 그날, 나는 마주한 동행의 눈동자에서 바뀌어진 계절을 읽고 있었다. 눈동자에서 사라진 난류에, 우리의 시간이 오래전에 부식되었음을 깨달았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팔뚝에 닿는 바람은 이미 따스한데, 우리는 아직도 혹한의 겨울에 덩그러니 앉아 있었다. 침묵은 굵은 서리가 되어, 겨울의 겨울이 다가오는 것만</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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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026년 5월 2일」 - 미식단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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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3T12:01:01Z</updated>
    <published>2026-06-23T12:00:17Z</published>
    <summary type="html">2026년 5월 2일, 한강 수평선 너머의 하늘은 흐리고, 서늘한 바람은 귓가를 핥듯 스쳐 지나갔다. 귓바퀴에 물기가 채 날라가기 전, 나는 펄펄 끓는 면발을 입에 밀어 넣었다.  홧홧한 기름기는 입안을 동그랗게 감싸고, 면발과 함께 혀 위를 맴돌다 더운 숨과 함께 삼켜졌다. 혀뿌리를 꾹꾹 누르고 지나가는 국물의 맵싸함 때문인지, 살갗 위에 저며드는 강바람</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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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조응과 굴복의 경계는 모호했다.」 - 단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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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19T12:00:06Z</updated>
    <published>2026-06-19T12: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조응과 굴복의 경계는 모호했다. 스스로 고개를 숙이는 자발성과 발목이 잡혀 진창 속으로 처박히는 강제성. 그 사이의 간극이 무의미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산소 대신 부서진 모래가 꾸역꾸역 콧속을, 목구멍을 가득 채우는 것 같았다. 청명한 봄 공기는 기도를 타고 내려오지 못했다. 숨이 막혔다. 습기를 머금은 모래알이 폐부를 짓누르는 것만 같았다. 내가 숨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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