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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은둔설계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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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은둔설계자'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문장 너머에 숨겨진 세상의 설계도를 읽고 쓰는 사람입니다. 오랫동안 지식을 전달하는 일을 해왔지만, 이제는 글의 이면에 흐르는 치밀한 논리와</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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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4T22:10:05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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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인지계급 - 그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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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00:00:13Z</updated>
    <published>2026-10-09T00:00:13Z</published>
    <summary type="html">15화. 설계자 답은 사흘 뒤에 왔다. 그 실수가 뭐였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을 오랜만에 보네요. K는 심장이 뛰었다. A 맞으세요? 여기선 그렇게 불러도 돼요. 반가워요, K 선생님. K는 그제야 A가 이름 대신 이니셜만 쓰던 이유를 다시 떠올렸다. 이 사람은 처음부터 자신을 지우는 법을 알고 있었다. 그동안 왜 답이 없으셨어요. 걱정했어요. 팀이 개편됐어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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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인지계급 - 그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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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7T00:00:15Z</updated>
    <published>2026-10-07T00:00:15Z</published>
    <summary type="html">14화. 점수를 본 사람들 박지우가 초대 코드를 보내온 건 그 주 주말이었다. 조심하셔야 해요. 이거 진짜 아무한테나 안 주는 거예요. K는 코드를 입력했다. 화면이 몇 초간 로딩되더니, 텅 빈 흰 화면에 글자 몇 개만 떴다. 여긴 아무것도 저장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본 것은 여기 두고 가세요. 들어가자 게시판이 나타났다. 이름도, 프로필 사진도 없었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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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인지계급 - 그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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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5T00:00:20Z</updated>
    <published>2026-10-05T00:00:20Z</published>
    <summary type="html">13화. 박지우의 결석 박지우는 그 뒤로 사흘을 결석했다. 나흘째 되던 날, 박지우가 다시 교실에 나타났다. 여전히 표정이 어두웠지만, K가 알던 얼굴과는 조금 달랐다. 겁먹은 얼굴이 아니라, 뭔가를 곱씹고 있는 얼굴이었다. 방과 후, 박지우가 K를 찾아왔다. &amp;quot;선생님, 저 이상한 거 봤어요.&amp;quot; K는 긴장했다. &amp;quot;뭘 봤는데?&amp;quot; &amp;quot;저희 반에 수아 있잖아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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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2T00:00:10Z</updated>
    <published>2026-10-02T00:00:10Z</published>
    <summary type="html">12화. 감시 박지우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아이들은 가끔 결석하거나 조퇴했다. 그런데 오후가 되도록 아무 연락이 없었다. K는 담임 시스템에서 박지우의 출결 기록을 열어봤다. 출결 사유란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진로 재조정 상담 완료로 인한 조퇴 처리. K는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결석이 아니라 조퇴였다. 그것도 이미 '완료'</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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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00:00:10Z</updated>
    <published>2026-09-30T00:00:10Z</published>
    <summary type="html">11화. K의 선택 며칠이 지나도록 K는 그 화면을 열지 않았다. 박지우의 에세이 페이지. 우측 상단에 작은 버튼이 있었다. '교사 직권 재분류'. 재검토 요청과는 다른 버튼이었다. 재검토는 시스템에게 다시 봐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었지만, 이 버튼은 K가 직접 등급을 바꾸는 것이었다. AI의 판정을 사람이 뒤집는, 이 시스템 안에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인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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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8T00:00:17Z</updated>
    <published>2026-09-28T00:00:17Z</published>
    <summary type="html">10화. 박지우의 점수 박지우가 다시 K를 찾아온 건 진로 상담 주간이었다. &amp;quot;선생님, 이거 좀 봐주세요.&amp;quot; 박지우가 태블릿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진로 추천 결과가 떠 있었다.  ▶진로 적성 분류 &amp;mdash; 단순 반복 업무 적합 ▶추천 계열: 서비스직, 사무보조직 ▶비추천: 이공계열, 인문학계열 상위 트랙  K는 화면을 아래로 내렸다. 세부 설명이 있었다. 본 학</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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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5T00:00:12Z</updated>
    <published>2026-09-25T00: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9화. 시스템 바깥 K는 다음 날부터, 승인 버튼 앞에서 예전보다 오래 머물렀다. 사십 초가 이 분이 됐고, 이 분이 오 분이 됐다. 승인은 여전히 눌렀다. 다만 예전처럼 자동으로 나가지는 않는 손이었다. 교무실 원로 격인 최 교사가 그런 K를 유심히 보고 있었다. 어느 날 퇴근길에 K를 붙잡았다. &amp;quot;요즘 뭔가 달라졌네.&amp;quot; K는 얼버무리려다 그만뒀다. 최</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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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3T00:00:12Z</updated>
    <published>2026-09-23T00: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8화. 분류 점수 교무실 시스템에는 교사용 메뉴가 따로 있었다. K는 그동안 그 메뉴를 열어본 적이 없었다. 열 이유가 없었다. 학생을 평가하는 화면은 매일 봤지만, 자신이 평가받는 화면이 있다는 건 알면서도 굳이 찾아본 적이 없었다. A가 사라진 뒤로, K는 처음으로 그 메뉴를 눌렀다. '교원 역량 지표'라는 제목의 페이지가 열렸다. 여러 항목이 나열돼</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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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1T00:00:19Z</updated>
    <published>2026-09-21T00:00:19Z</published>
    <summary type="html">7화. 저항도 데이터가 된다 K는 사흘을 망설이다 A가 남긴 아이디로 메시지를 보냈다. 그때 감사했습니다. 하나만 더 여쭤봐도 될까요. 학생 성적에 이의를 제기하면, 그게 기록에 남나요? 답은 늦은 밤에 왔다. 남아요. 재검토 요청 자체가 하나의 데이터예요. 누가, 언제, 얼마나 자주 이의를 제기하는지, 전부 로그로 쌓여요. K는 다음 문장을 기다렸다. 곧</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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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8T00:00:12Z</updated>
    <published>2026-09-18T00: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6화. 설계자 교사 연수 공지가 떴다. &amp;quot;차세대 학습 최적화 시스템 안내.&amp;quot; 참석은 필수였다. 강당에 모인 교사들 앞에서, 서른 살 안팎으로 보이는 개발자가 발표를 시작했다. 이름표에는 '수석 엔지니어'라고 적혀 있었다. 화면에는 그래프가 떴다. 학습 효율 지표, 채점 정확도, 처리 속도. 모든 막대가 위를 향해 있었다. &amp;quot;이번 업데이트로 채점 정확도가 9</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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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6T00:00:10Z</updated>
    <published>2026-09-16T00:00:10Z</published>
    <summary type="html">5화. 전환 부적합 박지우가 조회 시간에 나타나지 않았다. 10분이 지나서야 교실 뒷문으로 들어왔다. 눈이 부어 있었다. K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수업을 시작했다. 묻는 것 자체가 이 학급 시스템에는 없는 절차였다. 쉬는 시간, 박지우가 교무실로 K를 찾아왔다. &amp;quot;아빠가요.&amp;quot; 그 말만 하고 한참을 서 있었다. K는 기다렸다. &amp;quot;어제 통보받았어요. 회사에서.</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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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4T00:00:18Z</updated>
    <published>2026-09-14T00:00:18Z</published>
    <summary type="html">4화. 1176년 박지우는 태블릿을 열었다. 이번 주 역사 과제였다. 고려시대 향&amp;middot;소&amp;middot;부곡 제도. AI가 짠 커리큘럼에 따르면, 이 단원은 &amp;quot;중세 신분제의 특수성 이해&amp;quot;라는 학습 목표 아래 배정돼 있었다. 박지우는 자료 목록을 훑었다. 대부분 뻔한 요약이었다. 신분은 있었지만 노비는 아니었다. 특정 생산물을 바쳐야 했다. 그 정도였다. 스크롤을 내리다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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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1T00:00:12Z</updated>
    <published>2026-09-11T00: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3화. 거짓말은 아니에요 다음 날, 종례가 끝난 교실에 박지우가 남아 있었다. 다른 학생들이 다 빠져나간 뒤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K가 교탁을 정리하다 그걸 알아챘다. &amp;quot;할 얘기 있어?&amp;quot; 박지우는 잠깐 망설이다가 가방끈을 꽉 쥐었다. &amp;quot;선생님, 저 그 에세이... 진짜 제가 쓴 거예요.&amp;quot; K는 손을 멈췄다. &amp;quot;당연히 그렇겠지.&amp;quot; &amp;quot;아니, 그러니까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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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9T00:00:13Z</updated>
    <published>2026-09-09T00:00:13Z</published>
    <summary type="html">2화. C등급 다음 날 오후, K는 학생 에세이 목록을 열었다. K가 맡은 반들의 에세이 평가를 확인하는 날이었다. AI가 밤사이 1차 평가를 완료해 놓았다. 백서른두 편. 등급과 코멘트가 각각 달려 있었다. K의 역할은 검토하고 최종 확인하는 것이었다. 형식적으로는 그랬다. 스크롤을 내렸다. A, A, B, A, B, B, C. C에서 손가락이 멈췄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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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7T00:00:21Z</updated>
    <published>2026-09-07T00:00:21Z</published>
    <summary type="html">1화. 승인 오전 7시 52분. K는 교무실 자리에 앉아 태블릿을 열었다. 화면이 밝아지는 짧은 순간, K는 언제나처럼 숨을 한 번 참았다. 이유는 스스로도 몰랐다. 습관이었다. 오늘의 수업 설계안이 도착해 있었다. 학습 목표. 도입 질문. 본문 발췌. 토론 주제. 마무리 활동. 순서대로 정렬돼 있었다. 색깔별로 구분된 항목들, 예상 소요 시간까지 친절하게</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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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죽지 않는 문장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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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9T00:00:06Z</updated>
    <published>2026-08-29T00: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16편(완결)&amp;nbsp;마르크스가 아직도 여기 있다 &amp;mdash; 비동시성의 동시성  시리즈를 닫으면서 이상한 사실 하나를 다시 봤다. 1848년에 쓰인 문장(마르크스)과, 1971년에 쓰인 단어(마약과의 전쟁)와, 2024년에 나온 문장(한강)이 &amp;mdash; 지금 이 글 안에서 나란히 서 있다. 176년의 간격이 있는 문장들이 왜 같은 힘으로 지금 작동하는가. 독일 철학자 에른스트</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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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4T00:00:19Z</updated>
    <published>2026-08-24T00:00:19Z</published>
    <summary type="html">15편 영혼에서&amp;nbsp;피 냄새가 난다 &amp;mdash; 김영민은 왜 허무를 정의하지 않았는가  지금까지 쓴 글을 다시 봤다. 마르크스, 카뮈, 처칠, 톨스토이, 와일드, 니체, 괴테, 라캉, 비트겐슈타인 등 전부 번역된 문장이었다. 살아남은 문장을 찾을 때 자동으로 서구 고전을 뒤졌다. 그 습관이 이미 하나의 감옥이었다.  한국어 문장 하나 2022년, 김영민의 《인생의 허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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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2T00:00:07Z</updated>
    <published>2026-08-22T00: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14편&amp;nbsp;말할 수 없는 것에 침묵하라 &amp;mdash; 비트겐슈타인의 사다리  지난 편에서 노자의 수행적 역설을 봤다. 이번엔 다른 문제를 보자. 오스트리아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1921년에 쓴 책이 있다. 《논리철학논고》. 그 책의 마지막 문장이다. &amp;ldquo;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amp;rdquo;  노자와 다른 질문 13편의 노자는 &amp;ldquo;말하는 순간 나는 모순되는가&amp;rdquo;를 물었</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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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7T00:00:20Z</updated>
    <published>2026-08-17T00:00:20Z</published>
    <summary type="html">13편&amp;nbsp;아는 자는 말하지 않는다 &amp;mdash; 노자의 수행적 역설  2500년 전 문장이 하나 있다. &amp;ldquo;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한다.&amp;rdquo; 《도덕경》 56장. 노자. 이 문장을 한번 반박해보려고 하면 &amp;mdash; 이상한 일이 생긴다.  반박하려는 순간 빠지는 함정 이 문장이 틀렸다고 말하고 싶다면 &amp;mdash; 말을 해야 한다. 근데 이 문장의 틀 안에서 말하는 순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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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5T00:00:07Z</updated>
    <published>2026-08-15T00: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12편&amp;nbsp;&amp;nbsp;나는 생각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 &amp;mdash; 라캉과 괴테는 왜 원문을 그대로 가져왔는가  서양 문명에서 가장 무거운 문장 두 개가 있다. &amp;ldquo;태초에 말씀이 있었다.&amp;rdquo; 요한복음. &amp;ldquo;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amp;rdquo; 데카르트. 하나는 종교의 출발점이고, 하나는 근대 철학의 출발점이다. 근데 두 사람이 각각 이 문장과 싸웠다. 방식이 똑같았다.  먼저 성경을 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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