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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정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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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시월부터 다시.</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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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1T01:03:51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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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영화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 (2018) - 어린 루시의 무릎 &amp;mdash; 장르가 무너지는 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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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7T04:44:36Z</updated>
    <published>2026-09-27T04:44:36Z</published>
    <summary type="html">같은 영화를 반복해서 보는 습관이 있다. 어떤 작품은 한 번 보고 지나치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남긴다. 처음에는 사건만 보인다. 다음에는 침묵이 들리고, 그다음에는 장면과 장면 사이에 버려진 시간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쯤 되면 영화는 더 이상 완성된 것이 아니다. 다 말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표면이 된다. 오래 반복해 보다 보면 줄거리보다 먼저 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QWxXAv7p-t-ISI6UcMsh2I1keqo.jfif" width="4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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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영화 뉴 월드 (2005), 포카혼타스 - 사랑 이후의 인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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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0T00:42:38Z</updated>
    <published>2026-09-20T00:42:38Z</published>
    <summary type="html">테런스 말릭의 영화 &amp;lt;뉴 월드&amp;gt;에서 오래도록 잔상이 남는 것은 사랑의 시작보다 사랑이 지나간 뒤의 얼굴이다. 사랑이 피어나는 환희의 순간보다, 사랑이 한 인간을 완전히 바꿔놓은 뒤 그를 홀로 남겨두는 고립의 순간. 포카혼타스가 스미스의 죽음을 전해 듣는 장면이 바로 그렇다. 그 장면은 놀라울 만큼 고요하다. 비보가 도착했음에도 세계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xJCnqoI0gguk3wBC_I0YlugiXBA.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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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영화 하루나 아이 (2026), 와다 코지. - 살아남았다는 말과 살아갈 수 있다는 말 사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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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7T13:59:19Z</updated>
    <published>2026-09-17T13:59:19Z</published>
    <summary type="html">직업은 인간의 손보다 먼저 눈을 바꾼다. 사람은 일을 통해 단지 생계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오래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기술을 익히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먼저 보고 무엇은 뒤로 미뤄도 되는지, 어디까지를 자기 책임으로 붙들고 어디서부터는 배경으로 밀어낼 수 있는지를 가르는 하나의 질서를 몸에 들이는 일에 가깝다. 유능함이란 어쩌면 그 질서를 망설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M056TxO0zkOTqbR--wPpenaevBI.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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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에세이는 처음이라서 미안합니다 (2)</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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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4T17:50:13Z</updated>
    <published>2026-08-14T17:49:51Z</published>
    <summary type="html">조용해지고 나면 벽 뒤에서 무엇인가 씹는 소리가 났다. 딱딱한 것을 오래 불려 앞니로 조금씩 끊어 먹는 소리. 귀를 대면 멎었고 돌아서면 다시 시작했다. 벽은 이상할 만큼 따뜻했다. 손바닥을 오래 붙이고 있으면 안쪽에서 같은 크기의 손바닥이 마주 대는 것 같았다. 밀면 밀렸고 떼면 잠깐 따라 나왔다. 나는 벽지를 벗겼다. 그 아래에도 벽지가 있었다. 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1pnARt5kKASdNp5TFs9Wa4GYzo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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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에세이는 처음이라서 미안합니다 (1)</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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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4T17:50:48Z</updated>
    <published>2026-08-12T15:56:44Z</published>
    <summary type="html">먼저 얼굴을 망가뜨렸다. 알아볼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죽이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므로. 눈알을 숟가락으로 퍼내듯 기억 속에서 그 시선을 파냈고, 눈꺼풀 안쪽에 붙어 있던 오후의 빛까지 손톱으로 긁어냈다. 그래도 웃는 얼굴이 남아 있어서 입을 찢었다. 양쪽 볼이 벌어질 때까지, 더는 웃음인지 비명인지 구별할 수 없을 때까지. 이빨은 하나씩 뽑아 바닥&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GEYnq00GF9fxP9mbsYxyoqKwZa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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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헤어질 결심 (2026), 이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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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26T01:27:31Z</updated>
    <published>2026-07-25T16:20:55Z</published>
    <summary type="html">분명하게 말해두고 싶은 게 있다.         서래는 죽으러 이포에 간 것이 아니다. 해준을 만나기 위해 마련한 길 또한 아니다. 그녀가 그곳으로 향하면서 자신의 최후를 알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녀는 사랑 때문에 미친 사람이 아니다.         그저 해준이 보고 싶어서 간 것이다.         사랑받을 수 있으리라 믿어서도 아니었을 것이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ASCXBUqeXIchYAH2J7ArKimgBA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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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헤어질 결심(2020), 붕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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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7T07:56:47Z</updated>
    <published>2026-07-17T07:54:14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들에게 사랑이 시작된 곳과 사랑이 망가진 곳은 다르지 않다.         수사였다.         해준은 서래 곁에서도 여전히 형사였다. 그녀에게 자신을 온통 고백하는 순간에도 그의 몸은 피의자를 쫓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해준에게 직감은 생각보다 먼저 몸을 가져가는 감각이었다. 한 번 붙잡히면 피로도 생활도 자기 자신을 보존하려는 마음도 남겨두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FrFKoILpPgxtxzfN0hH1hsdTtEc.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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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헤어질 결심(2026), 서래. - 2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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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9T12:10:57Z</updated>
    <published>2026-07-06T06:37:04Z</published>
    <summary type="html">누군가의 고통을 끝내주는 일이 죄인지, 자비인지, 배신인지, 사랑인지 구분할 수 없었던 수많은 밤들. 그 누군가 가운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었기에 마침내 내릴 수 있었던 결단.          그녀의 어머니는 오랜 시간 투병했을까. 그랬다면 그녀에게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가장 지루한 노동이고, 가장 오래 지속되어 온 죄책감일 거다. 그것의 질감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nUkyLIEbfgQIxI97gWMmji1acb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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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헤어질 결심 (2020), 해준. - 1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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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0T14:16:44Z</updated>
    <published>2026-07-05T17:18:31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에게는 왜 그녀였을까.         그너에게 왜 그였을까.    도대체 왜 그 둘은 서로가 될 수 없었을까.          이 영화는 하나의 구성 요소에 스포트라이트를 결코 넘겨주지 않는다. 모든 것이 공평하게 한 장면 속에 감독의 의도대로 배치되어 있다. 사치롭지만 넘치지 않는 감각으로 장면 하나하나를 채워 넣는다. 그래서 장면마다 사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hqd6Qt3OaB3vQdEbAQ1nJYY1Ux0.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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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피아니스트 (2001), 편지 속 에리카. - 종이 속 그녀를, 세상으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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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30T18:55:20Z</updated>
    <published>2026-06-30T17:03:07Z</published>
    <summary type="html">2부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에리카는 사랑을 하려고 했다. 아니, 어쩌면 그녀는 사랑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서 더는 눌러지지 않는 어떤 것을 사랑이라고 불러보려 했을 뿐이다. 이름 붙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감정. 혐오라고 하기에는 너무 뜨겁고, 욕망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비참하고, 병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vVukcN552v0xcb8QsZwa92gV-K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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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피아니스트 (2001), 문 없는 방. - 발터 이전의 에리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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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30T16:54:43Z</updated>
    <published>2026-06-28T07:31:54Z</published>
    <summary type="html">1부    사람들의 에리카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다만 아무도 보지 못했을 뿐이다.  그들은 여전히 그녀를 에리카라고 불렀다. 유일하게 그녀를 배신하지 않은 건 그녀의 얼굴이었으니. 서로에게 빌려 쓰는 가면에 불과한 그것이 그녀를 사회적으로 기능하게 했다. 늘 같은 표정으로, 음악원 복도를 지나가는 곧은 등으로, 건반에 놓인 손을 멈춰 세우는 낮은 목소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l-CEePnOR71tYF3wAnJTSUimMZ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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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토탈 이클립스 (1995)</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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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30T17:18:56Z</updated>
    <published>2026-06-14T14:27:33Z</published>
    <summary type="html">다시 영화를 틀고, 나는 삼십 분도 버티지 못했다.  역겨웠다.  영화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저 화면 속 랭보와 베를렌이 내가 기억하던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다시 보니, 내가 미쳤다고 부른 것은 어쩌면 그들이 아니었다. 내가 보기 좋은 방식으로 다듬어놓은 그들의 그림자였다.  미쳤다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오래도록 그것을 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pihQHWeTfWH0xwbpQ_v-tNrl9mI.jfif" width="371"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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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팬텀 스레드 (2017), 기이한 공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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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07T07:27:52Z</updated>
    <published>2026-06-07T07:27:52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떤 사랑은 상대가 건강할 때 들어갈 자리를 얻지 못한다. 상대가 단정할 때, 완벽할 때, 자기 세계 안에서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서 있을 때, 사랑은 그 곁에서 오래 문밖을 서성인다. 다정하게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틈이 없다. 이미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인 사람에게 누군가가 들어갈 자리는 없다. 하루의 순서, 식사의 소리, 옷감의 결, 말의 높낮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M6TeCuWHwJD6816dszrSQUzdQlY.jfif"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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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해피 투게더 (1997), 보영에 대한 변명. - 우리 다시 시작하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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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03T01:48:56Z</updated>
    <published>2026-06-02T17:3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ldquo;우리 다시 시작하자.&amp;rdquo;  보영은 늘 이 말을 너무 쉽게 꺼낸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치 부서진 것은 다시 붙이면 되고, 더러워진 것은 씻으면 되고, 지친 사람은 조금 쉬게 두면 다시 자신을 받아줄 수 있다는 듯이. 마치 사랑이란 결국 한 사람이 끝없이 망가뜨리고, 다른 한 사람이 끝없이 수습하는 이름이라는 듯이.  그는 그 말을 고백처럼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AjFRf3febxgIQMc44YMEQLC0uAg.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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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두 번째 커튼콜, 조명을 낮추는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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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30T23:37:41Z</updated>
    <published>2026-05-30T23:37:41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번 세 편의 영화에서 같은 장면이 걸렸다. 아이가 예술을 본다. 그리고 운다.    한 아이는 환호하는 관객들 사이에서 무대 위 배우를 연민한다. 한 아이는 무대에 압도되어 공포를 느끼고, 또 한 아이는 이름 모를 눈물을 흘린다.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없었던 아이들. 아름다운 게 무엇인지, 재능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전에 먼저 몸으로 무언가를 마주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UAcZ1FL6jrv2Sts3jiFw4GsrBmI.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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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영화 서편제 (1993), 송화. - 폐허 속, 생존의 흔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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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26T23:00:56Z</updated>
    <published>2026-05-26T22:56:05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 땅에는, 잔혹한 육체의 훼손을 아주 고상하고 비장하게 포장해 주는 마법 같은 단어 하나가 있다. 바로 &amp;lsquo;한(恨)&amp;rsquo;이다. 사람들은 종종 타인의 끔찍한 고통이 한으로 맺히고, 그것이 다시 위대한 소리로 승화되었다며 기꺼이 눈물을 훔친다. 심지어 그 한을 인위적으로 주입하기 위해 타인의 생살을 찢고 감각을 절단하는 가해자의 행위를, &amp;lsquo;예술을 향한 숭고한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6zxl4800Sa954Twrx3aMMET0dR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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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영화 국보 (2025), 키쿠오. - 밤과 위스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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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27T00:22:16Z</updated>
    <published>2026-05-23T15: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예술은 영원을 약속한다. 그러나 그 달콤하고 오만한 거짓말이 현실로 직조되기 위해서는, 언제나 펄떡이는 가장 유한한 육체가 먼저 제물로 바쳐져야만 한다. 뼈가 굳기도 전의 어린 몸일수록 환영받는다. 자기만의 형태를 갖추기 전의 생살을 찢고 그 안에 지독한 형식을 욱여넣어야 하기에, 예술은 언제나 백지처럼 무방비한 어린 육체를 가장 먼저 탐하는 기괴한 취&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fJT2310TkvcfhF4jli_2zi3T_F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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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영화 패왕별희 (1993), 샤오라이쯔. - 영원을 떠받치는 몸들에 대하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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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27T00:20:24Z</updated>
    <published>2026-05-23T08: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인간에게는 늙고 쇠하는 몸을 떠나 영원의 인공물 쪽으로 건너가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 육체는 닳고 감각은 흐려지고, 생은 제 시간 안에서 반드시 끝나지만, 어떤 형식은 그보다 오래 남을 수 있다는 믿음. 예술은 바로 그 믿음을 가장 순도 높게 자극한다. 살아 있는 몸은 사라져도 선율과 자세와 이미지와 배역은 남는다. 한 사람의 시간이 끝난 뒤에도 같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7vcpa_IMgchilakSuXz3vIiWcOU.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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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영화 OST, 하나비 (1997). - 견디는 자의 소리 없는 연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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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22T06:43:49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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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mmary type="html">키타노&amp;nbsp;타케시의 영화는 늘 지독한 허무와 그 허무를 견디게 하는 찰나의 온기 사이에서 진동한다. 무표정한 얼굴 뒤로 폭력을 휘두르는 기타노의 카메라는, 역설적으로 그 비정한 세계가 얼마나 고요하고 서늘한지를 비춘다.&amp;nbsp;『HANA-BI』는 불꽃놀이를 뜻한다. 밤하늘에 잠시 피었다가 사라지는 빛. 그러나 기타노 다케시는 그 빛을 환희의 이미지로 다루지 않는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Xom8hz4qwDtX3bIEy2u6SFCeyV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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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첫번째 커튼콜,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이우진, 트루먼, 구씨를 보내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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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27T00:23:17Z</updated>
    <published>2026-05-20T00: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영화는 끝났고 인물들은 화면 너머로 사라졌다. 선명한 비극을 연료로 전부 소진한 채 자신의 서사를 닫았던 이우진도, 세트장의 가짜 하늘을 열고 진짜 세계로 걸어나간 트루먼도, 상처를 설명하지 않은 채 산포의 흙탕물 속에서 하루를 마모시키던 구씨도 결국 각자의 장소로 찾아갔다. 그들의 얼굴을 오래 붙들고 서사와 관계와 야성의 구원을 복기하는 동안, 질문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E7g%2Fimage%2FfopKEv1SjrFd5hWnciHYhc9LGio"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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