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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Ryan Kim</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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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내 감정을 누가 대신 해석하는지 씁니다. 파리에서 인간과 AI의 마음을 연구하고 가르칩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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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1T19:25:08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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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내가 왜 창피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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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8T02:03:35Z</updated>
    <published>2026-08-18T02:03:35Z</published>
    <summary type="html">내가 왜 창피해  장편소설을 다시 고치다가, 문장보다 먼저 제 해석이 보였습니다.  부모의 젊은 날을 쓰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서울에서 여러 여자와 방을 나누어 살았고 미싱 앞에 앉았습니다. 아버지는 제도판에 선을 긋고, 친구들과 개울에서 고기를 잡았습니다. 아직 서로를 모르던 두 사람이 각자의 아침을 살고 있었습니다.  그때 나는 없었습니다.  그런데&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WaYV_zBJsCD6APoRoVZdH-t5vlY.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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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리는 같은 바다를 찍지 않았습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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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01T01:29:53Z</updated>
    <published>2026-08-01T01:29:53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버지가 휴대전화를 조금 오른쪽으로 옮기자 화면 속 수평선도 따라 움직였습니다. 새벽의 해변은 비어 있었습니다. 모래 위에는 아직 발자국이 드물었고, 파도는 닿았던 자리를 금세 지웠습니다. 사람이 오기 전인지, 모두 떠난 뒤인지 알기 어려운 바다였습니다. 카페로 들어간 아버지는 통유리 앞에 섰습니다.  휴대전화를 들고 한동안 각도를 맞추셨습니다. 화면 안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9jgvR4Lc2jBc_uy-s9ok8755EwU.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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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두 분의 뒤를 따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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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29T08:34:03Z</updated>
    <published>2026-07-29T08:34: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머니가 일흔이 되신 여름, 부모님을 모시고 동생네 가족과 함께 강원도로 왔습니다.  소나무 사이로 낮은 집들이 드문드문 놓여 있었습니다. 현관을 열자 사슴뿔 장식 아래 작은 불빛이 켜져 있었고, 침실의 큰 창에는 나무 한 그루가 몸 전체로 들어와 있었습니다. 창밖에 소나무가 서 있다기보다, 그 곁에 방 하나를 잠시 빌린 듯했습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PecVux65Y-pEZ09ODlu_BnGGcWU.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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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퇴근 다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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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20T08:55:30Z</updated>
    <published>2026-07-20T08:55:30Z</published>
    <summary type="html">한국의 한 대학에서 임기가 끝나던 날, 파리로 이사할 연구실의 물건들을 검은 상자에 담았습니다.  책과 서류,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작은 것들. 방 하나를 채우고 있던 생활은 테이프로 닫힌 몇 개의 상자가 되었습니다.  어제까지 자리를 이루던 물건들이 상자 안에 들어가자 금세 짐처럼 보였습니다.  그 방에는 늘 재킷이 걸려 있었습니다. 창으로 들어온 빛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XrHuWd0ZucwZzRRqMKkIJeL6rtk.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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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너를 이해하는 일은 언제나 늦게 온다 - 먼저 와 있던 문장</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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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8T00:48:42Z</updated>
    <published>2026-07-18T00:48:28Z</published>
    <summary type="html">도서관에서 나쓰메 소세키의 『소나티네』를 빌렸습니다. 책을 받아 든 순간부터 돌아갈 날은 정해져 있었습니다. 정해진 날까지 제 곁에 둘 수는 있어도, 제 것으로 만들 수는 없는 책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지난해 말 출간한 제 책 『너를 이해하는 일은 언제나 늦게 온다』를 펼쳤습니다. 4장 「흐름에서 머무름으로」를 다시 읽고, 5장 「머무름으로서의 사랑」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0GX_FfZ5RE3oyELH_jDETl5WFCQ.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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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직 생기지 않은 이름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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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1T07:37:28Z</updated>
    <published>2026-07-11T07:37:28Z</published>
    <summary type="html">소설 한 편을 마무리해가고 있습니다.  쓰는 동안 부모님에게 오래 묻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 아이폰의 녹음 버튼을 누르고, 이미 알고 있다고 믿었던 시간을 처음부터 다시 물었습니다. 어떤 대답은 짧았고, 어떤 문장 뒤에는 오래된 침묵이 남았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밤, 서랍 아래쪽에서 카세트테이프 하나를 꺼냈습니다.  라벨은 거의 지워져 있었습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iOldcg44lfWIrnD8iDNNe1QK4Hk.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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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래도 어떤 오후는 완전히 가지 않습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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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0T08:17:42Z</updated>
    <published>2026-07-10T08:17:42Z</published>
    <summary type="html">선정릉에 갔습니다.  일요일 오후였습니다. 도심에서 몇 걸음 안쪽으로 들어왔을 뿐인데, 발소리부터 낮아졌습니다. 오래된 나무들이 먼저 그 자리에 서 있었고, 흙길은 그 아래로 길게 열려 있었습니다.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걷기 좋은 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몇 걸음 앞의 흙이 먼저 색을 바꾸고, 나뭇잎이 아래쪽부터 젖어들고,</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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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내 감정에 누가 이름을 붙였는가? - 분노 3이라는 숫자가 이름을 대신하기 시작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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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7T12:00:06Z</updated>
    <published>2026-07-07T12: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내 감정에 누가 이름을 붙였는가? 새벽 세 시에 깬 적이 있습니다.  이유는 몰랐습니다. 꿈을 꾼 것도 아니었습니다. 누가 부른 것도 아니고, 방 안에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고 있었습니다. 가슴 어딘가가 뜨거웠습니다. 불안이라고 하기엔 선명하지 않았고, 분노라고 하기엔 대상이 없었습니다. 슬픔이라고 부르기엔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tCjGcY6yzHE-GB4DbA6qkF_LsyI.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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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받아주는 쪽의 얼굴 - 오래 들어준 사람은 어느 날 조금 늦게 대답합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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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6T20:11:12Z</updated>
    <published>2026-07-06T20:11:12Z</published>
    <summary type="html">새벽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몸보다 먼저 조용해지는 곳이 있습니다. 손목의 붕대를 풀고, 땀이 마르기 전 의자에 앉아 있으면, 하루 동안 들었던 말들이 뒤늦게 몸으로 내려옵니다. 그 말들은 대체로 크지 않습니다. 힘들었다는 말, 괜찮다는 말, 아무렇지 않다는 말,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는 말. 사람은 자주 자기 마음을 가장 먼 곳에서 가져옵니다. 가까&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Ca5Iyf177Jd0I_fXoUhXJXC5sSs.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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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생각보다 먼저 - 파리와 강남, 두 도시 사이에서 몸이 먼저 기억하는 것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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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1T04:22:00Z</updated>
    <published>2026-07-01T04:22:00Z</published>
    <summary type="html">알람보다 먼저 방이 푸르렀습니다.  의자 옆에는 전날 밤 미리 싸둔 운동가방이 놓여 있었습니다. 지퍼는 끝까지 잠기지 않은 채였고, 안쪽에는 손목 보호대와 갈아입을 옷, 물병 하나가 조용히 겹쳐 있었습니다. 파리에서도 늘 비슷했습니다. 다른 방, 다른 바닥, 다른 창밖이었지만, 새벽마다 가방은 먼저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곧 다시 파리로 돌아갑니다.  그곳&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NUBTxMm1BGbdWoU_kstE0ksX1qE.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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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왼쪽 아래 모서리 - 한 사람이 한 그림 앞에 오래 서 있던 자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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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8T02:57:18Z</updated>
    <published>2026-06-28T02:57:18Z</published>
    <summary type="html">수원에 둘이 갔습니다.  6월의 전시장은 바깥보다 서늘했지만, 입구를 지나도 햇볕은 한동안 어깨에 남아 있었습니다.  함께 온 사람은 나보다 조금 늦게 걸었습니다.  빠르게 걷지 않으려 했습니다. 부스 하나를 지나면 한 번 돌아보고, 다음 벽 앞에 서기 전에 걸음을 늦추었습니다.  대답이 긴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좋다. 색이 곱다. 저건 좀 슬프네.  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vT_fNDIyQ8Njo92mDTwnMRv4kWE.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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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철 - 남의 계절을 돌보느라 지나쳐온 자기에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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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1T06:41:06Z</updated>
    <published>2026-06-21T06:41: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연꽃을 오래 봅니다.  피어 있는 동안에는 사람들이 다가와 사진을 찍고, 지고 나면 아무도 그 자리를 오래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진 자리에 서서 한참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사실 꽃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안에서 한 번도 자기 이름으로 피어보지 못한 시간을 조용히 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꽃은 한철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5XY-UL8Qo7L3tUCrDx4CljqEJzc.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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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부모님 집 마당에 앉아 있었습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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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18T08:10:30Z</updated>
    <published>2026-06-16T12:25:27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후에 부모님 집 마당에 앉아 있었습니다.  오래된 나무 테이블 위에 어머니가 내어 주신 차가 식어 가고 있었습니다. 맞은편 의자는 비어 있었습니다. 담장 너머에서는 차 소리가 멀리 들렸고, 마당 안은 조용했습니다. 두 자리 사이에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돌아온다는 말을 오래 생각했습니다.  같은 자리에 같은 사람으로 다시 오는 일은, 생각보다 드뭅니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KhEp9yvhxEJqIVLiujWg_xdZprw.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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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작년 봄, 그는 거기 있었습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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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14T00:31:23Z</updated>
    <published>2026-06-14T00:31:23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늘 데이비드 호크니의 부고를 들었습니다.  88세였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다면, 그는 여든아홉 번째 여름을 맞았을 것입니다.  부고를 본 뒤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습니다.슬프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멀었고, 아무렇지 않다고 하기에는 그날의 제가 너무 선명했습니다. 작년 봄, 저는 그를 보았습니다.  정확히는, 그의 그림 앞에 서 있었습니다. 파리의 한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nTGyOmBxbb5ILBGLlx5WSnUfXeA.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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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저녁이 가장 좋은 때라는 문장 앞에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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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12T20:11:14Z</updated>
    <published>2026-06-12T20:11:14Z</published>
    <summary type="html">도서관에서 한 권을 빌려 왔습니다.  오래전 여러 번 읽은 책이었습니다. 이미 줄거리를 알고 있었고, 좋아하는 문장도 외우다시피 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그 책이 서가에서 손에 잡혔습니다. 다시 읽을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저 가지고 나와, 근처 카페에 앉았습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이었습니다.  영국의 한 저택에서 평생 집사로 일한 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WhiSBxYI74C3mYrtGbbH9KBf7So.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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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오늘 아침, 한 문장을 지웠습니다. - 깊어진다는 일은 지워지는 문장이 늘어나는 일에 가까웠습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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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12T02:27:14Z</updated>
    <published>2026-06-12T02:27:14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늘 아침, 한 문장을 지웠습니다.  이상하게도 그 문장을 지우고 나서야, 제가 오랫동안 붙잡고 있던 것이 문장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 명상을 하고, 운동을 다녀와, 씻고 책상 앞에 앉는 시간이 있습니다. 도시가 아직 깨지 않은 시간. 십 년 넘게 같은 자세로 시작해 온 아침입니다. 그 앞에서 한 문장을 두고 한참을 앉아 있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VPAG0hgliDa4jhSQu9RfU-L3Vek.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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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비가 오기 전이면 오래 다친 자리가 먼저 압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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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02T08:45:06Z</updated>
    <published>2026-06-02T08:45:06Z</published>
    <summary type="html">비가 오기 전이면 오래 다친 자리가 먼저 압니다.  처음에는 몸이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번 꺾였던 자리. 무리하게 버텼던 관절. 끝까지 들어가다 멈추지 못했던 어깨.  몸 어딘가에 시간이 남아 있다가, 날이 흐려지면 다시 말을 거는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조금 달랐습니다.  몸은 과거만 기억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zcOofinq7gfYL25rl0JnvsXphEg.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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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몽블랑, 원래 크기로 돌려놓는 빛 - 고도는 사람의 언어를 천천히 벗겨냅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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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30T22:37:45Z</updated>
    <published>2026-05-30T22:37:45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떤 산 앞에 서면, 사람은 조금 덜 자기 자신이 됩니다.  안시에서 아침 버스를 타고 샤모니로 향했습니다. 호수의 푸른빛은 뒤로 밀려났고, 창밖에는 점점 더 흰 산맥이 가까워졌습니다. 여행이라기보다, 무언가 오래 말하지 못한 감정 쪽으로 이동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샤모니에 도착해 몽블랑 케이블카를 탔습니다. 케이블카는 생각보다 훨씬 컸고, 사람들은 모두 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SlIH18DFtNQsAPpdBqGmfvKtU70.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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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위와 핀 사이에서 - Pont Neuf 위에서, 말년의 Matisse를 다시 생각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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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23T03:09:24Z</updated>
    <published>2026-05-23T03:09:02Z</published>
    <summary type="html">해가 조금 낮아진 시간이었습니다.  자전거 바퀴는 오래된 돌길 위를 천천히 굴렀고, 센강 위로는 빛이 길게 눕고 있었습니다. 바람은 아직 완전히 저녁이 되지 않은 온도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강변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멀리서 Pont Neuf가 보였을 때 처음에는 공사 중인 줄 알았습니다.  가까이 갈수록 이상했습니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Uof5xNqHB-G1-dPPqgYORXBZBZc.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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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어떤 색은 늦게 자기 자리를 찾는다 - Grand Palais, 말년의 Matisse 앞에서 오래 멈춰 있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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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22T03:03:02Z</updated>
    <published>2026-05-22T03:03: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늘 Grand Palais의 Matisse 전시는 이상하게도 회고전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한 화가의 말년을 정리해놓은 자리라기보다, 몸이 더는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을 때에도 감각이 어떻게 끝까지 자기 언어를 찾아가는지 보여주는 조용한 기록에 가까웠습니다.  보통 나이가 들수록 자기 세계를 정리합니다. 좋아했던 것들을 하나씩 접고, 이제는 늦었다는 말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D1S%2Fimage%2F9B0nxmb0E673WRDQR_C23zsJo18.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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