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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방인의 문장</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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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한지연 (이방인의 문장)의 브런치스토리입니다. 언어와 문학, 그리고 낯선 감정들에 대해 씁니다.한국어로 읽고, 조금 비스듬한 자리에서 생각합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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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7-27T14:38:38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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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눈먼 아비를 위한 쌀 - 가장 무거운 공양일수록, 가장 달콤한 약속으로 받아 내는 법이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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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1T11:47:57Z</updated>
    <published>2026-10-11T11:47:57Z</published>
    <summary type="html">옛날, 바닷가 먼 마을에 눈먼 사내가 딸 하나와 살았다. 그 딸이 어찌나 착한지, 마을 사람들은 서로에게 그 아이를 본보기로 들곤 했다. &amp;quot;저 눈먼 심 씨네 딸을 좀 보아라!&amp;quot; 어미들은 제 딸이 말대꾸라도 하면 그렇게 일렀다. &amp;quot;저 애는 불평이 없다. 왜냐고 묻는 법도 없고. 그저 해야 할 일을 할 뿐이야.&amp;quot; 그러면 제 딸들은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워했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G95yS_M-bmH-NPZMWvV00Igl9n8.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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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무도 해주지 않은 말 - 4부. 보는 사람 &amp;middot; 그런 말 아무도 안 해줬는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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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1T07:26:23Z</updated>
    <published>2026-10-11T07:26:23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날도 저녁이었고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는 어머니 손을 내 손에 잡았다. 그리고 내가 보고 있는 것을 말했다.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지 보인다고 말했다. 늘 애쓴다고. 매일 집안일을 다 하고 그러고도 일하러 나가는 것이, 그것도 일주일에 7일 그러는 것이 보인다고. 아들 둘을 키워냈고 둘 다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고. 한 번도 불평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YXz_q--gAac7Zq3iVZyXAFbH-f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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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목욕탕 - 잘 봐 두시라고 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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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1T07:32:26Z</updated>
    <published>2026-10-06T01:22:44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느 날 오후에 어머니가 가게에서 메시지를 보냈다. 잠깐 집에 들렀다가 &amp;quot;목간&amp;quot; 간다고. 그때 나는 아직 학교에 있었고,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몰랐다. 모르는 단어라서 물어봤다.  목욕탕이라고 했다.  나한테 그곳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장소였다. 어머니는 거기에 갔고, 다른 사람들도 갔다. 나는 아니었다.  몇 주 뒤에 나는 어머니한테 물었다. 나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dCzc7NmHUELrJjcBkicXxEzAeVk.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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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첫 놀기 - 고객님, 저희 서비스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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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2T13:32:55Z</updated>
    <published>2026-10-02T13:32:55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머니한테 우리 한번 같이 놀러 나가자고 물어봤다.  우리는 늘 점심을 먹거나, 일을 하거나, 장을 보기만 했다. 나는 그냥 한번 놀러 나가고 싶었다. 친구랑 나가서 이야기하듯이.  어머니는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그러자고 했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고 안주를 좀 먹고 많이 웃었다. 바 위에는 펼친 우산들이 매달려 있었다. 온갖 색으로.  그날 저녁에 무슨 특&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R4J-h8Bor7qixEvFEDLdhrVNbxw.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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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호칭 - 하루 종일 '얘'라고 불리는 사람은 아침보다 어려진 채로 하루를 마친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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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1:10:01Z</updated>
    <published>2026-09-30T11:1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quot;입력물은 다 정리했나, 신참?&amp;quot;  필경사는 책상 맨 끝자리에 앉아, 사장의 무심한 말이 옆방에서 온 젊은 남자에게 가닿는 것을 지켜보았다. 신참. 그것은 하찮은 이에게 붙이는 호칭이었다. 아직 일도 모르고, 서열 속 제자리를 이제부터 얻어야 하는 사람을 그렇게 불렀다. 그 말은 분명 젊은 남자에게 가닿았다. 사장에게 신참이라 불린 그 순간, 필경사는 방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OEJuB523gyu0Rj1MM0YWXe90XSI.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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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쌍가락지 - 왼손에는 어머니 반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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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8T21:00:14Z</updated>
    <published>2026-09-28T21:00:14Z</published>
    <summary type="html">결혼식이 한 다음에 어머니가 나한테 반지 두 개를 주었다.  그게 무엇인지 나는 전혀 몰랐다. 두 반지는 똑같이 생겼고 순금이었다. 나는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이건 정말 많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며느리는 시어머니한테 이 반지를 받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자기는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다.  나중에 쌍가락지에 대해 한번 찾아봤다. 전통적으로 남편이 죽으&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ADAMI792rnHkVqfeZg6Sx4axjaw.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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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배추 세 포기 - 입에 넣어 달라고 부탁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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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6T10:50:21Z</updated>
    <published>2026-09-26T10:50:21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머니한테 같이 김치를 담그자고 부탁했다.  처음에는 망설이다가 결국 그러자고 했다. 그래서 집에서 우리 둘이서만 담갔다. 나는 받아 적었고, 전부 사진으로 남겼다.  배추 3포기. 소금, 물, 설탕. 부추, 까나리. 배 1개, 양파 1개. 큰 감자 3개. 매실청. 대추 10개. 마늘 3술. 사과 반 개. 새우젓 200밀리. 표고버섯 1개. 고춧가루 600&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EjA_OctaOMj9qx8SPNkfrMEC3qU.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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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청동 - 조상 모시기, 이제 간편하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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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3T12:07:03Z</updated>
    <published>2026-09-23T12:07: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내가 물려받은 건 조상들뿐이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돈도, 집도, 땅 한 뙈기도 받지 못했다. 낡은 자동차 한 대조차 없었다. 어머니가 한때 가졌던 모든 것은 병이 이미 오래전에 다 먹어 치운 뒤였다. 청구서가 하나씩 날아올 때마다, 어머니의 재산은 병에게 야금야금 삼켜졌다. 내게 남은 건 조상들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IT4aEgGtr_HdVPyns20Z2ec1ylI.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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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새벽 세 시, 옆방 - 참 이상한 애네, 생각이 왜이케 많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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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1T23:59:59Z</updated>
    <published>2026-09-21T23:59:59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 전에는 보통 이야기를 나눴다.  긴 이야기일 때가 많았다. 꼭 좋지 않게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웃음으로 끝나서 둘 다 웃는 얼굴로 각자 방에 들어간 날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밤 중 많은 날이 나한테는 카톡문자로 끝났다.  이유는 늘 세 가지 중 하나였다.  대부분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해서였다. 단어가 모자랐고, 말했어야 할 것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Aze0RXPkBP1_YIF9sY40jPFFSR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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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전화로 주문받기 - 그럼 이제 전화 받으면 되겠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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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7T21:00:16Z</updated>
    <published>2026-09-17T21:00:16Z</published>
    <summary type="html">전화 받는 것만 빼고 다 하겠다고 어머니한테 말해두었다.  물론 가게로 직접 오는 손님도 있었지만, 주문은 전화로 많이 들어왔다. 문제는 전화로 주문을 받는 것 자체가 아니었다. 배달이었다. 배달 주문을 받으면 주소도 입력해야 한다. 그런데 나는 어디가 어딘지 전혀 몰랐고, 그 지역에 배달이 되기는 하는지도 몰랐다. 배달비가 얼마인지는 더더욱 몰랐다.  솔&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cJwkdv9Spfbwdnvk-9fCT284x44.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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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금니 - 입 안에 감춘 재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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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6T02:28:42Z</updated>
    <published>2026-09-16T02:28:42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머니는 모아둔 돈을 입에 넣어 두라고 했다. 돈이란 게 말이다, 어머니는 늘 그렇게 말했다. 장롱에서도 훔쳐 가고, 매트리스 밑 양말 속에서도 빼 가고, 방바닥 장판을 들춰서도 가져가는 거란다. 은행이 무너지면 네 돈도 같이 무너지고. 그렇지만 입에 넣고 다니는 건 아무도 그리 쉽게는 못 가져간다. 적어도 너 모르게는 못 가져가지. 금니는 언제나 너랑 같&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DnSE5FYW1sji-VFQSOkL7Qci2Y4.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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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하루 네 시간 - 3부. 일 뒤에 숨기 &amp;middot; 스무 시간과 스무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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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4T22:00:27Z</updated>
    <published>2026-09-14T22:00:27Z</published>
    <summary type="html">대학교는 서울 반대편 끝에 있었다.  아침 여섯 시에 버스를 타고 나갔다. 버스가 이미 꽉 차서 서지 않고 지나갈 때도 있었다. 그다음에 지하철로 갈아타고, 서울역에서 다시 갈아타고, 또 지하철을 탔다. 가는 데 거의 두 시간, 돌아오는 데 두 시간.  솔직히 말해서 대학교 가까이에 살 수도 있었다. 기숙사도 있었고, 방도 있었고, 교환학생들이 보통 얻는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W33-5Ec7RtFgVkABqqea-1QUgl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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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차례상 말고 부엌  - 부엌 대신 지옥이라고 썼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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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0T22:00:19Z</updated>
    <published>2026-09-10T22:00:19Z</published>
    <summary type="html">첫 설날을 나는 거의 부엌에서만 보냈다.  아무도 나를 그리로 보내지 않았다. 내가 들어갔다. 거기서는 도울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거기서는 나를 어느 정도 기다린다는 것도 알았으니까. 그리고 그 말고는 나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랐으니까. 사촌들이 있는 옆방으로 가도 된다는 말도 들었다. 안을 들여다봤는데 다들 휴대폰만 하고 있었다.  다른 건 전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318wzomXO49gNieZeA6bFgNcAmg.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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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빨간 컵 - 사과가 돌아왔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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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7T22:00:15Z</updated>
    <published>2026-09-07T22:00:15Z</published>
    <summary type="html">빨간 컵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떠올려 보려고 하지만 정작 문제가 무엇이었는지가 생각나지 않는다.   내가 무슨 말을 했고, 그것이 내가 뜻한 것과 다르게 가닿았다는 것은 기억한다. 어머님 얼굴에서 바로 보였다. 그렇게 알아차린다. 가끔은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한참 뒤에야 알기도 하는데, 내가 못 알아차렸으면 어머님이 언젠가 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SomAklLZObs14FEeNOUQimIuwqI.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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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모인 - 쓸모 있는 건 일부러 보내지 않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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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3T22:12:37Z</updated>
    <published>2026-09-03T22:12:37Z</published>
    <summary type="html">2022년 10월에 나는 어머님한테 독일어를 조금 가르치기 시작했다.  대단한 일은 아니었다. 가끔 단어 몇 개를 보내거나, 사진을 보내거나, 아침에 산책하면서 뭔가를 보여줬다.  Es freut mich sehr. 에스 프러이트 미히 세어. 반가워요. Danke. 단케. 고맙다. Moin. 모인. 안녕. Baum. 바움. 나무.  정말로 쓸모 있는 건 일&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4DUfnDy07Ikq298dzd-0kaE3KIU.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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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손이 차니까 - 두 사람만으로는 시작되지 않는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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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31T23:00:08Z</updated>
    <published>2026-08-31T23: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우리는 넷이었다. 어머님, 어머님 친구 두 명, 그리고 나.  그중 한 명은 옆 가게 아주머니였다. 내가 어머님을 처음 만난 날, 잠깐 들렀다 간 그 사람이었다.  젊은 사람은 나뿐이었고, 외국인도 나뿐이었다. 그것 말고는, 오랜만에 처음으로 지켜야 할 역할이 없었다. 그냥 이야기하고 구경하면 됐다. 아마 내가 무엇을 어떻게 말하는지, 어떻게 행동하는지 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N2pTECcsazMIR0L-9O19-KNGRI8.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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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어머님, 어머니, 엄마 - 주차장에서 부른 이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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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7T23:00:06Z</updated>
    <published>2026-08-27T23: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처음에 어머님이라고 불렀다.  찾아봤다. 그렇게 불러도 되는지 오빠한테 물어봤다. 처음 입 밖으로 내기 전에 연습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조심스럽게, 신중하게 발음했다.  언젠가 그게 어머니가 되었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말할 수 없다. 바꾸겠다고 마음먹은 특별한 날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한 번 그렇게 말했고, 그 말이 입에서 나오고 나서야 알아차렸다. 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12_sij-MKHKM7GEVVT8pi46LivM.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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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열두 시까지  - 2부. 사이에 서서 &amp;middot; 준비한 문장은 하나도 쓰지 않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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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4T23:00:04Z</updated>
    <published>2026-08-24T23: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우리는 같이 도착할 계획이었다.  교환학기가 시작될 무렵이었다. 팬데믹 때문에 시부모님을 삼 년 동안 못 봤었다. 한국으로 가는 길에 싱가포르에서 남편의 제일 친한 친구를 만났다. 거기에서 같이 한국에 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코로나에 걸려서 남아야 했다.  나는 혼자 갔다.  일 년 동안 시부모님 댁에서 지내겠다고 한 건 내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92XBPFx5_fVOf7r7E0FtSMKkwss.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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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에펠탑 -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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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0T23:00:04Z</updated>
    <published>2026-08-20T23: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친가 쪽 첫 큰 가족 모임은 할아버님 집에서 있었다.  다들 와 있었다. 사촌들. 큰엄마와 큰아빠. 작은아빠와 작은엄마. 막내 작은아빠. 할머니와 할아버님. 남편과 시부모님. 나.  나는 방 한가운데 있는 소파베드에, 벽을 등지고 앉아 있었다.  옆에는 할머니가 앉아서 나를 옆에서 쳐다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미 오래전부터 말을 하지 않는다고, 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OrLSp6QHzrMb_tPKs1lkIEdE7YY.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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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투리 - 네일 디자이너가 웃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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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7T23:00:07Z</updated>
    <published>2026-08-17T23: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느 날 저녁부터 시작된 게 아니었다. 어쩐지 처음부터 계속 그랬다. 그런데도 그게 나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이 하나 있었다.  다들 사투리를 쓴다. 시부모님은 대구 사람이고, 그 주변 사람들도 전부 그렇다. 내가 배운 것과는 다르게 들린다.  나는 분명히 배웠다. 단어도, 높임말도, 문장 전체도. 끝까지 해낸 대화 하나하나가 자랑스러웠다.  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i5BX%2Fimage%2FwLbEY4-pNQoMnTK21oPagV6Hl1Q.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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