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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지구 외계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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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머무는 생각들을 천천히 글로 옮기고싶어요 사람과 삶, 그리고 감정에 대해조용히, 오래 이야기하고 싶어요.</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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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4-08-27T07:35:49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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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에필로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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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31T11:00:03Z</updated>
    <published>2026-03-31T11: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봄이 한 번 더 지나고, 여름이 얕게 다녀갔다. 촛농이 굳은 그물은 계절마다 색을 조금씩 바꿨고, 바닥의 원은 새 신발과 오래된 신발의 발자국을 공평하게 기억했다. 병과 돌판 사이의 거리는 여전히 한 뼘, 간판은 대부분의 날 꺼 둔 채였다. 벽의 종이들은 낡지 않았다. 낡지 않는다는 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떼었다가 다른 자리에 붙여도 다시 숨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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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0화. 종소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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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4T11:00:01Z</updated>
    <published>2026-03-24T11: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저녁 빗자국이 골목에서 마르고 있었다. 간판은 여전히 꺼 둔 채, 문턱의 테이프만 얇게 빛을 모았다. 그물의 매듭에는 굳은 촛농이 작은 별처럼 붙어 있었고, 바닥의 원은 낮에 누가 지나간 손가락 자국을 품은 채 얕게 반짝였다. 병과 돌판은 서로의 그림자를 나누며 한 뼘 거리로 붙어 있었다. 우리는 오늘의 공지를 다시 한 번 읽고, 숨으로 접었다. &amp;ldquo;문을&amp;hellip;</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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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9화. 비가 그친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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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7T11:00:01Z</updated>
    <published>2026-03-17T11: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비가 그치고 골목이 물기를 털어 올렸다. 간판은 여전히 꺼 둔 채였지만, 유리문에 매달렸던 물방울들이 하나씩 내려앉고, 문턱 테이프는 새김처럼 반짝였다. 촛농이 굳은 그물은 흔들리지 않았고, 바닥의 원은 얇은 광택을 되찾았다. 병과 돌판은 서로의 그림자를 나누며 자리를 지켰다. 종을 아주 작게 울리자, 소리는 내 귀에만, 그의 귀에만 닿았다. &amp;ldquo;문을 엽니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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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8화. 마지막 수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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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10T11:00:02Z</updated>
    <published>2026-03-10T11: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저녁 바람이 느리게 들어왔다. 촛농이 단단해진 그물은 낮보다 덜 흔들렸고, 바닥의 원은 손가락 자국들을 얕게 품은 채 온기를 지켰다. 병과 돌판은 서로의 그림자를 주고받았다. 벽의 선언문은 낮의 숨을 밤으로 넘기는 중이었다. 주인장이 수선대 앞에 서서 모래시계를 한 번 눕혔다. 시간은 흘러가다 멈추는 척, 멈추다 가만히 고였다. 그가 나와 사람들을 천천히</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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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7화. 마음의 모양 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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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03T11:00:05Z</updated>
    <published>2026-03-03T11: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침 공기가 맑았다. 촛농이 굳은 그물은 밤새 단단해졌고, 바닥의 원은 손가락 자국을 품은 채 잔열을 지키고 있었다. 병과 돌판은 서로의 그림자를 나누고, 벽의 문장들은 밤에 쓴 숨을 낮으로 옮기는 중이었다. 나는 칠판 앞에서 펜을 쥐고 서 있었다. 오늘은 글을 붙이는 날. 이름을 크게 부르지 않고도 모두가 읽을 수 있는 글. 주인장이 말했다. &amp;ldquo;선언문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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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6화. 무너지지 않는 방</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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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4T11:00:02Z</updated>
    <published>2026-02-24T11: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점심 무렵까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 빵 모서리 냄새가 방을 데우고, 모래시계는 일정하게 흘렀고, 벽의 문장들은 얌전히 숨을 쉬었다. 나는 문턱 테이프의 끝을 손톱으로 한 번 눌렀다. 붙들림이 오늘도 괜찮다고 안심하려는 버릇 같은 동작. 그때였다. 아주 얇은 &amp;lsquo;딱&amp;rsquo; 소리. 불이 나간 것도 아닌데, 방의 색이 반 톤 가라앉았다. 주전자의 김이 한순간 끊기고,</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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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5화. 마지막 거래 제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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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17T11:00:02Z</updated>
    <published>2026-02-17T11: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침, 문턱 테이프의 가장자리가 조금 말려 있었다. 나는 손톱으로 살짝 눌러 다시 붙였다. 병과 돌판은 어젯밤 자리 그대로, 그물은 천장 모서리에서 얕게 숨 쉬었다. 벽에는 전날의 한 줄들이 조용히 빛을 들이고 있었다. 주인장이 오늘의 안내를 적었다. 오늘의 안내&amp;nbsp;이유를 들고 오세요.&amp;nbsp;기록은 팔지 않습니다.&amp;nbsp;온도는 나눕니다. 종이 울리기도 전에 문이 열렸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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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4화.&amp;nbsp;이유를 말하는 연습</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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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10T11:00:03Z</updated>
    <published>2026-02-10T11: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해가 완전히 내려앉자 간판 불은 여전히 꺼 둔 채, 실내의 온도만 한 칸 올렸다. 병과 돌판은 수선대 중앙에 나란히, 그물은 천장 모서리에 얕게 걸려 있었다. 주인장이 벽면의 빈 칸을 손바닥으로 쓸었다. &amp;ldquo;오늘은 벽을 채웁니다. 이름은 쓰지 않습니다. 날짜도 적지 않습니다. 한 줄만, 현재형으로.&amp;rdquo; 나는 칠판에 크게 적었다. 이유를 들고 오세요. 오늘부터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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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3화. 주인장의 오래된 상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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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03T11:00:00Z</updated>
    <published>2026-02-03T11:00:00Z</published>
    <summary type="html">밤비가 아닌데 지붕에서 물방울 소리가 났다. 그물에 걸린 빛들이 낮게 흔들리고, 병과 돌판 사이의 온도는 오늘도 미지근을 유지했다. 문은 닫혀 있었고, 간판 불은 꺼 둔 채였다. 나는 접수병의 라벨을 한 장씩 정리하다가 물었다. &amp;ldquo;오늘은&amp;hellip; 조금 조용하네요.&amp;rdquo; 주인장은 바늘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바늘끝에 묻은 빛가루가 사라지지도 않고, 더해지지도 않았</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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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2화. 되돌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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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27T11:00:01Z</updated>
    <published>2026-01-27T11: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침, 우리는 장치를 &amp;lsquo;되돌림&amp;rsquo;으로 맞췄다. 모래시계를 거꾸로 꽂고, 원의 결을 반대로 쓸고, 그물 매듭에 한 올씩 거꾸로 묶는 매듭을 더했다. 주인장이 돌판을 들어 올려 병과 마주 보게 세웠다. 글자가 병의 유리에 비쳤다. 먼저 부름 &amp;ldquo;오늘은 뒤집는 날입니다.&amp;rdquo; 주인장이 말했다. &amp;ldquo;나간 것을 불러들이고, 훔친 것을 되돌립니다.&amp;rdquo; 나는 칠판에 짧게 적었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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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1화. 함께 고치는 법</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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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20T11:00:03Z</updated>
    <published>2026-01-20T11: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침, 간판 불은 꺼 둔 채 문을 열었다. 종은 맑게 울리지 못했지만, 어제보다 덜 갈라졌다. 주인장은 문턱 봉합 테이프를 한 번 더 눌러 붙이고, 수선대 위 큰 병과 돌판을 나란히 세웠다. 나는 칠판에 잉크펜으로 오늘의 안내를 천천히 적었다. 오늘의 안내 혼자 고치지 않습니다. 각자 받은 행운을 아주 조금만 내어놓습니다. 기록은 남기지 않고, 온도만 올립</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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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0화. 새는 빛</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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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13T11:00:04Z</updated>
    <published>2026-01-13T11: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침부터 종이 묘하게 울렸다. 맑지 않았다. 목이 잠긴 금속처럼, 중간에서 한 번 꺾여 나갔다. 주인장은 문 고리를 손끝으로 눌러 보더니 종줄을 조심스럽게 살폈다. &amp;ldquo;어제랑 같은 자리인데&amp;hellip;&amp;rdquo; 나는 수선대를 둘러보았다. 바늘통이 비어 있었다. 얇은 바늘들이 꽂혀 있던 칸이 휑했다. 실타래도 반쯤, 아니 그보다 더, 속이 휘어진 과일처럼 속살이 벗겨져 있었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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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9화. 그림자 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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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06T11:00:16Z</updated>
    <published>2026-01-06T11:00:16Z</published>
    <summary type="html">하루 종일 바늘 소리가 얌전했다. 접수병은 반쯤 찼고, 온도표의 미지근 칸에 작은 점이 여러 개 찍혔다. 저녁 빛이 유리문을 눌러 오던 때, 문턱이 한 번 미세하게 흔들렸다. 종은 울리지 않았다.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종의 흔들림을 잡아 멈춘 것처럼. 문이 열렸다. 검은 우산 끝에서 물방울이 또렷이 떨어졌다. 젖지 않은 구두, 젖지 않은 손목, 젖지 않은 미</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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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8화.&amp;nbsp;즐거운 수리의 날들&amp;nbsp;</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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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2-23T11:00:00Z</updated>
    <published>2025-12-23T11:00:00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침의 종소리가 맑게 울렸다. 수선대 위 돌판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그 옆에 실 한 올이 느리게 누워 있었다. 주인장은 주전자를 들어 김을 한 번 내보내더니 말했다. &amp;ldquo;오늘은 당신이 접수부터 해 보세요.&amp;rdquo; &amp;ldquo;접수요?&amp;rdquo; &amp;ldquo;네. 이유를 먼저 들어 주는 사람. 오늘은 그 자리가 당신 겁니다.&amp;rdquo; 나는 숨을 짧게 들이마시고, 앞숨으로 내보냈다. 맞은편 벽에</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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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7화. 느린 온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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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2-16T11:00:00Z</updated>
    <published>2025-12-16T11:00:00Z</published>
    <summary type="html">문을 열자 종이 아주 천천히 울렸다. 비는 오지 않았지만, 공기 속엔 눅진한 물기 대신 부드러운 온기가 돌았다. 수선대 위 주전자에서 김이 낮게 흘렀다. 주인장은 바늘을 잠깐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 &amp;ldquo;오늘은 걸음이 조용하네요.&amp;rdquo; &amp;ldquo;어제 늦게까지 실을 감아서요. 손끝이 아직 실 냄새예요.&amp;rdquo; 그가 웃었다. &amp;ldquo;좋은 냄새죠.&amp;rdquo; 나는 수선대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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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6화 반짝이고 사라지는 것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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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2-09T11:00:00Z</updated>
    <published>2025-12-09T11:00:00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침부터 일이 이상하게 잘 풀렸다. 첫 번째는 문자였다. &amp;ldquo;카드 연회비 부분 환급이 발생했습니다.&amp;rdquo; 오래전에 잊어버린 금액이 통장으로 들어왔다. 금액은 생각보다 컸다. 두 번째는 메일이었다. &amp;ldquo;지난달 응모하신 짧은 글, 가작으로 선정. 원고료와 상품권 지급.&amp;rdquo; 세 번째는 전화였다. &amp;ldquo;보증금 정산 중 착오가 있어요. 부족분 오늘 이체할게요.&amp;rdquo; 세 번의 반짝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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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5화 순서의 수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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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2-02T11:00:02Z</updated>
    <published>2025-12-02T11: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문을 밀자 종이 한 번 울렸다. 오늘은 내가 먼저 인사했다. &amp;ldquo;안녕하세요.&amp;rdquo; 주인장은 고개를 들어 나를 보았다. 실타래가 손바닥에서 고요히 굴렀다. &amp;ldquo;오늘은 어떤 이유로 오셨어요?&amp;rdquo; 나는 잠깐 숨을 고르고, 가슴 주머니의 동전을 톡 만졌다. 말이 속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떠올랐다. &amp;ldquo;늘 마지막이었어요.&amp;rdquo; 그는 고개를 기울였다. 다그치지 않는 눈빛이었다. &amp;ldquo;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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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4화&amp;nbsp;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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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1-25T11:00:01Z</updated>
    <published>2025-11-25T11: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전 햇빛이 골목 끝까지 밀려왔다가, 수선소 유리문 앞에서 한 번 부드럽게 꺾였다. 문 안으로 들어가자 종이 울렸다. 주인장은 이미 수선대 앞에 앉아 있었다. 얇은 바늘이 손끝에서 반짝였다. &amp;ldquo;오늘은 일찍 오셨네요.&amp;rdquo; &amp;ldquo;그냥&amp;hellip; 아니죠. 오늘은 연습하려고요. 망설임 줄이는 법.&amp;rdquo; &amp;ldquo;좋습니다. 그럼 오늘은 손님 오시면 먼저 말을 붙여 보세요.&amp;rdquo; 그 말이 끝나기</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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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3화&amp;nbsp;작은 기적이 미끄러질 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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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1-18T11:00:00Z</updated>
    <published>2025-11-18T11:00:00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침 공기가 맑았다. 빗자국은 말라 있었고, 하수구에는 밤새 굴러 들어간 낙엽이 겹겹이 쌓였다. 정류장으로 가는 골목에 들어서자 발끝이 먼저 기억을 꺼냈다. 늘 서던 자리에서 한 걸음 옆. 나는 그대로 섰다. 어제 병을 흔들 때 들리던 작고 마른 소리가 문득 귓가에 되살아났다. &amp;ldquo;오늘은 내 차례가 왔을 때, 망설이지 않는다.&amp;rdquo; 그 문장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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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화&amp;nbsp;이유의 가격</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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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1-11T11:00:01Z</updated>
    <published>2025-11-11T11: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다음 날, 비는 그쳤다. 대신 바람이 날카로웠다. 정류장에서 한 걸음 옆으로 서는 버릇이 금세 몸에 배었다. 엉겁결에 앞을 내주던 발이, 아주 조금 먼저 나갔다. 그 한 걸음 덕분인지, 오전 내내 일들이 맞물려 돌아갔다. 놓칠 뻔한 통화를 건졌고, 분실물도 금세 찾았다. 작은 기적들이 습관처럼 따라왔다. 점심 무렵, 나는 다시 골목으로 갔다. 간판은 낮빛</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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