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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건강한 오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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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은퇴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첫 페이지였습니다. 책과 글쓰기를 통해 저는 그 고요 속에서 또 다른 &amp;lsquo;성장&amp;rsquo;을 발견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위로와 용기로 닿기를 바랍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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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6-04T08:36:25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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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다른 무게, 같은 신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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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2T10:00:02Z</updated>
    <published>2026-10-12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는 비를 맞고 있었다. 나는 따뜻한 방 안에서 파란 점을 보고 있었다.  앱을 열고 메뉴를 고르고 결제 버튼을 누른다. 3초가 걸린다. 지도 위로 파란 점이 나타난다. 빗줄기가 굵어진다. 그러나 점은 멈추지 않는다. 골목을 빠져나와 큰길로 접어들고, 신호등 앞에서 잠깐 서 있다가 다시 움직인다. 나는 소파에 앉아 그 점을 본다. 헬멧에 빗물이 고이고 장갑&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rVkimtoR0ITH0haLe4qoy7mQxSg.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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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삶도 쉼표가 필요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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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0T10:00:02Z</updated>
    <published>2026-10-10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붉은 아스콘 산책로와 풀밭의 경계에 바스락거리는 갈색 낙엽들이 두껍게 깔려 있다. 나무 그늘이 비스듬히 드리운 자리에 세 개의 목재 의자가 일렬로 바르게 줄지어 서 있다. 분홍 의자, 연두 의자, 그리고 노란 긴 벤치가 높고 맑은 가을 햇살 아래 각자의 색을 또렷이 드러낸다. 나뭇결을 따라 도포된 페인트 표면은 햇볕과 바람을 견디며 미세한 금이 가 있고,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hR-iC8ylf2oMBJ7lVj5RQDDG1XQ.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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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지워도 남는 무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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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5T10:00:03Z</updated>
    <published>2026-10-05T10: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페달을 멈추자 체인이 헛돌며 금속음이 강변에 퍼진다. 자전거를 세우고 프레임에 몸을 기댄 채 남강의 물빛을 바라본다. 바퀴가 회전을 멈추면 체인의 서걱거리는 소음도 함께 꺼진다. 수통을 들어 물 한 모금을 삼킨다. 차가운 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감각이 선명하다. 강은 아래로 흐르고, 바람은 수면을 쓸며 지나간다. 아무런 말도 필요 없는 시간이다. 강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pGHdfM5iypWAfwdFeYWjREYNbJE.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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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깝고도 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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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3T10:00:01Z</updated>
    <published>2026-10-03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공원의 푸른 잔디밭 한가운데 나무 기둥 하나가 서 있다. 기둥에는 알록달록하게 칠해진 목재 표지판들이 겹겹이 포개져 못 박혀 있다. 판재 위에 판재가 얹히며 제각각의 방향으로 뾰족한 화살표를 밀어낸다. 노랑, 분홍, 파랑, 연두의 페인트는 햇볕 아래서 약간 빛이 바래 있고, 나뭇결을 따라 미세하게 갈라진 틈이 보인다. 나무판 위에는 단정한 필체로 낱말들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ubalm1uKr33QsLls1XLyYbwL1A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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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집현산 숲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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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8T10:00:03Z</updated>
    <published>2026-09-28T10: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새벽 다섯 시, 나는 자전거를 끌고 집현산 임도로 들어선다. 해는 아직 능선 뒤에 있고 숲은 어둑하다. 체인이 돌아가는 소리와 타이어가 흙을 누르는 소리만 길 위에 남는다. 몸이 오르막을 먼저 알고, 생각은 그 뒤를 따라온다.  나는 이십오 년을 회사에서 일했다. 그때 나의 하루는 문서로 시작해서 문서로 끝났다. 보고서에는 목적이 있었고 결재란이 있었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1ZRL0-dGDcqdCpPo-ee3VTLDT2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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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을이 왔어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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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6T10:00:01Z</updated>
    <published>2026-09-26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탑차의 백색 금속 판재 위에 붉은 단풍잎 한 장이 붙어 있다. 화물차의 뒷문은 무겁고 차갑다. 알루미늄 틀과 은색 회전 걸쇠, 굵은 리벳들이 박힌 백색 철판 위에 단풍잎은 정중앙을 조금 비껴 자리를 잡고 있다. 차량의 도색 표면은 오돌토돌하게 들떠 있고, 잎사귀는 얇은 줄기와 다섯 갈래의 날을 마른 체구 그대로 펼친 채 밀착해 있다. 지난밤 내린 가랑비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V_vzG9uJA10ZicRTJ_PcGBAh46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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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계급은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다른 말로 옮겨갔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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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1T10:00:07Z</updated>
    <published>2026-09-21T10: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디디에 에리봉은 아버지의 부고를 받고서야 고향 랭스로 돌아갔다.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파리의 지식인이 된 그는 오랫동안 자신의 삶을 성적 정체성의 문제로 설명해 왔다. 동성애자로서 겪은 차별, 그 차별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탈출. 그러나 랭스로 돌아간 그는 더 불편한 질문과 마주한다.  자신이 떠난 이유는 정말 가족의 동성애 혐오뿐이었을까. 아니면 노동계급&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au-L5hlil1TfkKMNueZPu-AqSjQ.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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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평촌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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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9T10:00:04Z</updated>
    <published>2026-09-19T10: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진주역을 떠난 자전거가 가을의 초입을 통과한다. 경남수목원을 지나 함안으로 이어지는 길은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선 부지다. 묵직한 쇠로 된 철길이 떠나간 자리에 들어선 아스팔트 자전거길은 매끄럽고 곧다. 바퀴가 구를 때마다 고무 타이어와 지면이 마찰하는 둔탁한 소리가 다리 밑에서 끊임없이 울린다. 길가에 떨어진 밤송이와 도토리가 이따금 바퀴에 눌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7hmis9pygGhjMEjlreMYVSFLxB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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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세 개의 키워드로 읽는 『영혼의 미술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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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6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9-16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균형, 슬픔, 역설 퇴직하고 나서 첫 겨울, 나는 자주 아팠다. 몸이 아니라 자리가 아팠다. 무엇으로 나를 불러야 할지 몰랐다. 그 시절을 다시 떠올린 건, 이번 독서 모임 때문에 집어 든 『영혼의 미술관』에서였다. 미술책이라기에 가볍게 폈다. 첫 장에서 멈췄다.  &amp;quot;예술은 신비로운 영역이 아니라 실용적인 도구다.&amp;quot;  도구. 이 단어가 낯설었다. 나는 25&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VHU-l8M1jTN87rCD4ALvEKB85G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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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붙들린 자의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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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4T10:00:04Z</updated>
    <published>2026-09-14T10: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남강 변을 걷는다. 자전거를 세운다. 왼편으로 물이 흐르고 오른편으로 억새가 흔들린다. 처음 이 산책을 시작했을 때, 나는 아무것도 찾지 않았다. 그런데도 자꾸 무언가가 눈에 걸렸다.  어느 날은 다리 밑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노인이었다. 그는 삼십 분째 미동도 없었다. 낚싯줄은 물살에 조금씩 휘어질 뿐 당겨지지 않았다. 나는 그 옆에 앉아 그의 굽은 등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43Xx8LdH2jr3FTRxuB5s7o4irW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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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랑이 훨훨 그대 곁으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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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2T10:00:03Z</updated>
    <published>2026-09-12T10: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우리 동네 바람모아공원의 푸른 풀밭 위에 세 장의 부식된 철판이 무겁게 서 있다. 붉은 녹이 가득 슨 코르텐강 표면은 축축한 땅의 기운을 머금은 채 서늘한 질감을 뿜어낸다. 왼쪽 철판 아래쪽에는 바람을 불어 보내는 어린아이의 작은 실루엣이 놓여 있다. 아이의 입가에서 시작된 민들레 홀씨들이 철판의 두꺼운 몸통을 뚫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세 겹의 철판을 따라&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vTzBdXMFzis-1yTKHQs7L4fPTz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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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능선 앞에서 멈춘 아침 - 값싼 행복과 고결한 고통 사이에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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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7T10:00:03Z</updated>
    <published>2026-09-07T10: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속 주인공은 마지막까지 하나의 질문을 붙들고 있다. 값싼 행복이냐, 고결한 고통이냐. 사십 년을 지하실에 틀어박혀 세상을 비웃던 그가, 결국 남긴 것은 답이 아니라 이 질문 하나였다.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 이미 함정이 있다. 행복과 고통을 나누는 칼끝이 너무 날카롭다. 그 칼끝은 대개 고통 쪽으로 기운다. 오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NVeulxm9FZjCglnhlPAxT_QVzg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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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플라스틱의 전용, 역할의 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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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5T10:00:00Z</updated>
    <published>2026-09-05T10:00:00Z</published>
    <summary type="html">신문을 펼쳤다. 기사를 읽다가 손이 멈췄다. 사진 한 장이었다. 샷시&amp;nbsp;사이,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가 매달려 있었다.  한때는 과일을 담았을 것이다. 딸기나 포도를 보호하던 용기다. 이제는 우편함이다. '우편함'이라는 종이가 붙어 있다. 춘천시 춘천로 161번길 21-1이라고 적혀 있다. 신문 기사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용기를 한참 바라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IEsV1-TZXOkSLa4FHqTGRYptFv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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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세 개의 키워드로 읽는 『모비 딕』</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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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2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9-02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벽,&amp;nbsp;집착,&amp;nbsp;동조 허리 디스크 수술을 앞두고 책을 골랐다. 일주일 입원. 두꺼운 책이 필요했다. 도서관에서 『모비 딕』을 빌렸다. 어릴 때 『백경』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던 책이었다. 제대로 읽은 적은 없었다.  병실 침대에 누워 첫 문장을 읽었다.  &amp;quot;나를 이슈메일이라 불러다오.&amp;quot;  이슈메일은 구약성경에서 아브라함의 서자다. 적자가 태어나자 광야로 쫓겨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UJmawoX7cohNFT52a9i_Zp3fPl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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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는 하지 않았다 &amp;mdash; 1998, 2010</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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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31T10:00:03Z</updated>
    <published>2026-08-31T10: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엘리자베스 핀치는 말했다. &amp;quot;어떤 인물이 형용사 세 개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게 보이면 그런 묘사는 늘 불신하라.&amp;quot; 줄리언 반스의 소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를 덮은 지 수일이 지났음에도 이 한 문장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나 역시 나 자신을 세 개의 형용사로 정리해 왔다. 신중하다, 합리적이다, 조직적이다. 그 정리 뒤에 무엇을 숨겨왔는지, 은퇴 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B44l-ZuHfXl-9ulxoAT3LN4gPmw.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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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신기루 시장</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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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9T10:00:01Z</updated>
    <published>2026-08-29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동트기 전 진주 중앙시장 골목, 보도블록 위에 마른 마늘 타래가 좌우로 산처럼 쌓여 있다. 남해에서 올라온 알마늘이다. 짚 대신 노끈으로 묶은 타래 끝에는 흙 묻은 줄기와 수염뿌리가 털털하게 매달려 있다. 가운데는 주황색 그물망에 담긴 마늘 알들이 겹겹이 쟁여져 있다. 볕에 바짝 말라 바스락거리는 얇은 겉껍질 아래로 은회색 속살이 슬그머니 내비친다. 붉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cTad1zor1HL19NYxfexGG0paJC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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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세 개의 키워드로 읽는 『대성당』</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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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6T10:00:01Z</updated>
    <published>2026-08-26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침묵 &amp;middot; 눈멂 &amp;middot; 손 ​ 혼자 사는 집에는 소리가 남는다. 사람이 아니라 소리가. 저녁을 먹고 나면 텔레비전을 켜둔다. 말을 걸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다. 정적이 너무 크게 들려서다. 화면 속 사람들이 대신 떠들어주는 동안,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도 하루를 마감할 수 있었다. ​ 카버의 인물들도 그렇게 산다. 「대성당」의 화자는 아내의 눈먼 친구가 집에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V9HwqyrZWSgSLwFwEIVbwuxAJMk.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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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의 미시즈 그레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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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4T10:00:01Z</updated>
    <published>2026-08-24T10: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 소설을 덮은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한 구절이 불현듯 떠오른다. 밥을 먹다가, 산책을 하다가, 이 글을 쓰려고 앉았다가. 기억은 은근한 속임수에 능하다고, 밴빌은 썼다. 나는 그 말을 믿는 쪽이다. 오래전부터.  예순이 넘은 남자가 열다섯 살의 여름을 더듬는다. 아일랜드의 흐린 햇살, 바다 냄새, 그리고 한 여자의 목소리. 그 여름이 실제로 존재했는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a35K6mSVP8Ef2gvc0f0v2fGUgS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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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 그릇이 되기까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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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2T10:00:00Z</updated>
    <published>2026-08-22T10:00:00Z</published>
    <summary type="html">광장 한복판에 붉은 천 차양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 아래엔 사람 키보다 훨씬 긴 나무 판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밥이 평평하게 깔려 있었다. 진주비빔밥이었다. 고사리의 검은빛, 시금치의 푸른빛, 지단의 노란빛, 고기의 붉은빛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밥은 아직 하얗고 고명은 아직 또렷했다. 먼 곳에서 보면 한 장의 정갈한 그림 같았고, 가까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EY0SdI9fSYciYipNrBj0DLp8DVQ.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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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세 개의 키워드로 읽는 『다민족 사회 대한민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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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9T10:00:02Z</updated>
    <published>2026-08-19T10: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위계 &amp;middot; 선의 &amp;middot; 딜레마 초전동 들녘, 여름 한낮. ​ 비닐하우스 사이로 낯선 억양의 한국어가 오간다. 태국에서 왔다는 그들은 새벽부터 일하고, 해가 지면 컨테이너 숙소로 돌아간다. 명절이 되어도 고향에 가지 못한다. 사업장을 벗어나면 불법이 된다는 걸, 마을 사람들도 다 안다. ​ 같은 계절, 서울의 한 외국계 회사. 미국에서 온 임원이 3년짜리 계약서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WwZ%2Fimage%2F0uwvHpGskpqBDBdmKVw3VpByDS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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