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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채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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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사라지는 것들의 온도를 기록합니다. 기억의 가장자리에서, 또 어느 날은 계절의 한복판에서... 사랑과 상실, 그리움과 회복의 결을 따라 조금 덜 외로워지는 글을 씁니다. 감성에세이</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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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5-25T00:19:04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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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람은 들숨만으로 살 수 없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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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03:15:35Z</updated>
    <published>2026-10-09T03:15:35Z</published>
    <summary type="html">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잠깐 참아봅니다. 공기를 가득 품었는데도 곧 답답해집니다. 더 많이 가졌으니 더 오래 편안할 것 같은데, 몸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숨을 마실 때 횡격막이 내려가고 갈비뼈 사이의 근육이 갈비뼈를 들어 올립니다. 가슴 안의 공간이 넓어지고 폐도 함께 늘어납니다. 숨을 내쉴 때는 횡격막이 다시 위로 올라오고, 늘어났던 폐가 오므라듭니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2RZMV2SG46nKYOOq-83sVzxKad0.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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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림작가님 가라사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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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7T05:12:04Z</updated>
    <published>2026-10-07T05:12:04Z</published>
    <summary type="html">림작가님은 말씀하셨다. ​ &amp;ldquo;글을 쓸 때 네 가지 진술 방식이 있다. 서사, 묘사, 설명 그리고 논증이다. 이 네 가지는 글쓰기의 기본이고, 이를 잘 다루는 것이 글쓰기 능력의 전부다. 미심쩍으면 고치고 또 고쳐라.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보다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amp;rdquo; ​ 스승은 침을 튀기셨다. 물론 진짜 침은 아니다. ​ 진술 방식 예문을 하루에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EyA5FRPJ8o3sxJ_YLm2oZbXUmD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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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맨드라미 한 잔 할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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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7T07:24:26Z</updated>
    <published>2026-10-05T00:02:26Z</published>
    <summary type="html">마당가에 핀 맨드라미가 줄지어 환대했다. 어머니는 맨드라미를 모아 심지 않고 꼭 줄을 세워 심는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한 뼘 이상 거리를 둔다. 가을이 되어 곁가지까지 불어난 꽃송이를 보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 꽃머리가 수북하고 두툼해서 중전마마의 가채 처럼 아슬하다.  맨드라미가 붉어졌는데 나는 잘 익은 열매를 보는 것 같다. 먹음직스런 맨드라미를 툭&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vLUs0i2DPDNJrn1sDf15vs8Umjo.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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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씨앗의 대책</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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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3T13:56:07Z</updated>
    <published>2026-10-03T13:56:07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는 도심 속 상가나 아파트를 보면 위치는 물론 상호조차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러나 상가 앞 스티로폼 화분에 심긴 꽈리나 오크라는 도저히 잊기 힘들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쪼그려 앉아 아기 주먹만 한 가지를 보고 감탄한다. 아무나와 쉬이 친해지지는 않지만 꽃을 가꾸고 채소를 기르는 사람과는 금세 마음을 튼다.  ​ 인간이 씨앗을 땅에 묻으면서 정착&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a3Nofq0-bteqQuSIT7WAbWgwHM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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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시월의 숙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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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2T03:17:52Z</updated>
    <published>2026-10-02T03:17:52Z</published>
    <summary type="html">산이 좋으냐 바다가 좋으냐. 누군가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산이라고 할거다. ​ 작년 시월 이었다. 집을 떠나 홀로 산에 박혀 있었다. '산이 울긋불긋 하다'는 한 줄로 시월의 산을 퉁칠 수는 없었기에 가까이 들어갔다. 바람이 골을 따라 쓸려 올 때면 은사시 잎이 떨리며 까무라쳤다. ​ 나무 위의 집에서 홀로 며칠 머물렀는데 탈색이 빨라진 나무들이 창문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WOSWiMG9tCCa6B7DoU2BIUSLou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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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남기고 가는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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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04:20:59Z</updated>
    <published>2026-10-01T04:20:59Z</published>
    <summary type="html">올여름은 지독히 가물었다. 앓다가 죽은 나무가 많아졌다. 스펀지처럼 퍼석하게 말라버린 수국의 가지는 보기에도 참담했다. 초가을에 벌써 가지가 누렇게 삭아버린 경우는 처음이었다. 잎은 끝부터 말라가고 그나마 남은 잎은 주근깨가 덕지덕지 끼었다. 마음의 준비는 벌써부터 해두었다.  죽은 가지의 밑동에 전지가위를 대고 서걱서걱 잘랐다. 빈 빨대 같은 줄기가 잘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o4JOXMwofkcxSimrUfmyT_20wV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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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샐러드를 먹으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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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06:16:55Z</updated>
    <published>2026-09-30T06:16:55Z</published>
    <summary type="html">당신의 안부를 물어준 사람이 있습니까? 생일도 기념일도 아닌 아주 보통의 날에요.  '오늘 비 오는데 컨디션은 어떤가'를 묻는 먼 곳에서 온 안부. 소금에 절여진 열무처럼 시들하던 아침이 소금기를 털고 당장 샐러드 볼로 달려들 것 같다. 내친김에 냉장고에서 요거트를 꺼내고 셀러리와 비트잎을 찾는다.  볼 바닥에 깔린 당신의 안부에 잎채소를 썰어 넣고 동그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lhmdZ4KjIVZrkFdHTXEjSF_aPK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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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오메, 질기네 고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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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9T07:31:53Z</updated>
    <published>2026-09-29T07:17:18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lt;비단향 꽃무&amp;gt;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있었다. 결혼식을 올리던 날 사고로 남편을 떠나보낸 여자가 있다. 여자는 남편을 기억하며 홀로 아이를 키운다. 그녀를 짝사랑하면서도 마음을 삼키기만 하는 시동생이 나온다. 그 역을 맡은 최민용 배우가 여자를 말없이 바라볼 때면 눈빛에 그늘이 졌다. 드라마 전반을 요동치는 '비가'라는 주제곡이 마음을 거칠게 쓸곤 했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cWogEg1F-eV4MHHCv363URVfC5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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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밀어의 계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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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8T07:23:09Z</updated>
    <published>2026-09-28T07:23:09Z</published>
    <summary type="html">요 며칠 구름이 짙어 비를 흩뿌렸다. 비둘기 모이를 훌훌 던지듯 듬성지게 내렸다. 비 온 뒤 쌀쌀해진 탓에 옷장 깊숙이 개켜둔 카디건과 스카프를 꺼냈다. 가을이구나 싶어 하늘을 본다.  하늘은 가볍게 떠있는 것 같다. 물빛이 반사되어 파랗게 일렁이는 것이 똑 바다다. 가을 하늘은 일상에 묵묵히 종사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얼굴을 내밀어 물컹물컹 시를 쥐어짜게&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WrAXNJYDcn8GAE5EZ4HSfBi1Pq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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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스타 아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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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3T06:27:28Z</updated>
    <published>2026-09-23T06:27:28Z</published>
    <summary type="html">하이쿠 시집을 끼고 시인의 집에 갔습니다. 닭장 옆에 아스타가 피었다는 루시아의 말을 듣고는 봄날 심어둔 시인의 아스타가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여름을 성실히 보냈다면 몸집이 제법 커졌을 아스타가 궁금해졌습니다. ​ 대문은 열려 있고 진도는 벌떡 일어나 나를 쳐다봅니다. 이내 꼬리를 흔드는 것이 나를 대번 알아본 모양입니다. 잔디밭을 걸으며 올봄 매만졌던 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8S3TplCU_7rluSfJ9R7Hj717DR8.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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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무명 씨의 고백</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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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2T23:29:03Z</updated>
    <published>2026-09-22T23:29: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사람들이 나를 싫어합니다. 얼굴을 씻기지도 않고 음식을 내어주지도 않습니다. 이틀을 굶고 나면 눈이 가물거리고 해야 할 일도 잊고 주저앉아버립니다. 나는 살기 위해, 밥을 얻기 위해 정중하게 문을 두드립니다. 나를 받아주는 곳은 없습니다.  얼굴이 새까매지고 속은 까칠해집니다. 길을 지나다 구멍 난 담벼락을 보았습니다. 부엌에는 물이 끓고 구수한 된장 냄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wyUGGYx8_MM_gWmgOUS8zk9y5G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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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다시 커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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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2T13:23:24Z</updated>
    <published>2026-09-22T13:23:24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깨를 부딪치며 줄을 섰을 때 어쩌다 만났다 ​ 무얼 마실건지 그가 물었다 난 커피라고 대답했고 그는 아이스냐고 되물었다 난 뜨겁게 라고 대답했다 ​ 요새 잠은 잘 자는지 묻는다 대답이 없자 커피는 숙면을 방해한다며 ​ 악몽이라도 꿀 수 있다면 잠에 빠지고 싶다고 말하려 하면 말은 길어질 것이다 ​ 카페라테 아이스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그가 계산한다 우유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gYK0CxpfHEwWIHnk8tVtaQ3Gy3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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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자미화에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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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2T00:46:58Z</updated>
    <published>2026-09-22T00:46:58Z</published>
    <summary type="html">굳은 몸을 천천히 늘이며 걷는다. 슈만의 &amp;lt;꽃의 곡&amp;gt;이 흐를 때 자미화 가지가 휘어진다. 꽃송이가 붉을수록 그늘이 짙다. 허공을 누비는 슈만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자미화를 두드린다. 가지가 손가락처럼 하늘로 뻗는다. ​ 고려의 시인은 '자미화 아래 드러난 신선의 붓끝이 세상의 온갖 나무를 붉게 피운다' 라고 썼다. ​ 나는 그 붓끝이 자미화의 붉은 이슬을 찍&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9mhPfUhbl03uUiE-gfTS1r75lR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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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파, 하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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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1T14:49:27Z</updated>
    <published>2026-09-21T14:49:27Z</published>
    <summary type="html">실처럼 가는 쪽파를 깐다. 줄기가 시들기 전에 수염뿌리를 잘라내고 살살 벗겨낸다. 쪽파는 요망하다. 조금만 힘을 주면 뚝 끊기고 만다. 달래처럼 달래가며 다듬어야 한다. 당장에 껍질을 까두지 않으면 곪아 썩어버린다. 봉지째 썩어가는 그 냄새가 역겹다. 맞다, 나는 경험자다. ​ 파를 손질할 때면 생각한다. 파의 오래된 고향은 중앙아시아의 파미르고원이라는 것&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vfdwusy7kbj3camdw_VveIXMpl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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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교대근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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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9T10:42:26Z</updated>
    <published>2026-09-19T10:42:26Z</published>
    <summary type="html">망설이다 꽃무릇 한 송이를 꺾었다. 꺾을 때 꽃이 휘청 허리를 비틀었다. 꽃무릇의 콜록대는 기침이 꽃술을 타고 퍼졌다. 환절기 탓일게다. 여기저기서 꽃무더기가 재채기를 해댄다. 공단 사람들이 마스크를 하고 통근버스를 기다린다. 이 아침 석산(石蒜)이 절정이다. ​ 석산은 꽃무릇이다. 돌 석에 마늘 산이라 읽고, 돌마늘로 풀어 읽는다. 돌단풍이나 돌양지꽃처럼&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YkazP5c8MwlPujl1oyi95AFAWG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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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닳지 않는 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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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8T23:57:01Z</updated>
    <published>2026-09-18T23:57:01Z</published>
    <summary type="html">문장이 닳는다. 단어가 닳는다. 닳아버린 문장을 읽을 때 기운이 빠진다. 시인의 집에 갔을 때였다. 그는 '윤슬'이라는 단어를 극도로 싫어한다고 했다. ​ 나는 가만 생각해본다. 내게도 윤슬은 던져진 말 같다. 아름다운 빛을 가리키지만 그뿐이다.  윤슬이라는 말을 들어도 감각이 작동하지 않는다. 윤슬 대신 '물비늘'이라는 말을 쓴다. 물비늘은 듣는 순간 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y6p2Vr-wK1VsVxx3iPGp2Zcc4c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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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수크령에 대하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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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8T03:22:53Z</updated>
    <published>2026-09-18T03:22:53Z</published>
    <summary type="html">낭미초(狼尾草)라는 이름을 가진 풀이 있다. '이리의 꼬리 풀'이라는 뜻으로 푼다. 강아지풀이 그러한 것처럼 '이리'라는 동물의 이름을 빌려 썼다. 시골의 들 여기저기서 쉽게 눈에 띈다. 뻣뻣한 털이 풀섶에서 묻어 집까지 따라오곤 했다. 나는 그 풀꽃을 '수크령'으로 기억한다. ​ 수크령. 내게 수크령이라는 말의 어감은 이렇다. 떠난 남자를 기다리며 언덕배&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OcO8T_dPKYLoopBAZmrPcGEnXg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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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족하구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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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7T05:48:23Z</updated>
    <published>2026-09-17T05:48:23Z</published>
    <summary type="html">세 줄 쓰기를 하고 있다. 문장을 짧게 쓰되 밀도를 높이는 훈련이다. 써보니 알겠다. 강한 것은 짧다. 긴말이 필요 없다. 백 문장의 나열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은 세 줄 사이 여백이 채운다.  작가의 글은 독자의 글이 된다. 세 줄 이외의 것은 상상에 맡긴다. 독자를 믿자.  ​ 꾸밈말이 줄었다. 꾸밈말은 이 말 저 말 가르마를 타지 못할 때 써먹던 수법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DtXkTyeedm2LwE7bLeIx1MgTTd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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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다정 배달 서비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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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6T03:40:31Z</updated>
    <published>2026-09-16T03:40:31Z</published>
    <summary type="html">커피와 조각 케이크가 그려진 모바일 상품권이 도착했다. 사진 속의 각얼음은 유리처럼 차다. 시루케이크 꼭대기에 딸기가 다소곳하다. 슈가 파우더가 내려앉은 딸기는 첫눈을 맞은 것 같다. 요사이 나도 보낸 적 있는 다정함 서비스다. ​ 전파를 타고 목소리가 오듯 사람의 마음도 파도를 탄다. 바닷가 우편함으로 왕왕 병편지가 밀려온다. 마개를 열면 햇사과며 아이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yGDVL8yKks2ema4PPPRBNMZdMsI.PNG" width="29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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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판막</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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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5T13:59:32Z</updated>
    <published>2026-09-15T13:59:32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이가 운다. 한 시간도 앉아있을 수 없고 다리가 저린다면서. 병원에서 주사와 물리 치료를 받았지만 고통이 단번에 가시지는 않을 것이다.  아이가 우니 엄마가 생각난다. 나는 어려서부터 여러 번 수술했다. 홀로 사남매를 기르던 엄마는 병원비며 입원비를 어떻게 감당하셨을까.  고2 겨울, 수술을 마친 나는 발등에 링거를 꽂고 병실에 누워있었다. 어머니는 보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UYo%2Fimage%2FHoucqtcdLV6f_tA4SMR4BicucU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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