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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냥 하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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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yunielog</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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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뻔한 위로보다 선명한 직시를 선호합니다. 디자이너의 시선으로 사유를 조립하고, 일상의 이면과 인간의 구조를 바라봅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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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2-25T03:42:17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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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잠실의 불이 꺼지기 전에 - 사라지는 것은 장소뿐일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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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01:44:13Z</updated>
    <published>2026-10-08T12:34:33Z</published>
    <summary type="html"># 마지막이라는 말이 생기고 나서 경기장의 조명이 꺼지는 데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이 하나둘 그라운드 뒤편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간 뒤에도, 나는 1루 쪽 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계단마다 종이컵 구르는 소리가 나다가 그마저 잦아들었고, 한 시간 전까지 이 거대한 공간을 빽빽하게 채우던 함&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DpkfRBvsf9-g1vHC9bne-Lpi1LM.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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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답장을 기다리다 탐정이 되었다 - 오지 않는 연락 앞에서 인간은 왜 지독한 각본가가 될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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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2T23:00:04Z</updated>
    <published>2026-09-02T23: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친구가 휴대폰 화면을 캡처해 보내왔다. 남자와의 대화창, 그 곁에 숫자 '1'이 세 시간째 꼼짝 않고 붙어 있었다.  &amp;quot;아 진짜 얘 뭐야? 썸붕 낼까? 어이없지 않아?&amp;quot; 고작 세 시간의 침묵에 관계의 사형 선고부터 내리려는 그녀를 보며, 나는 짐짓 안경이라도 고쳐 쓰는 시늉을 한다. 마지막 문장의 종결 어미, 무표정한 물음표 뒤에 생략된 이모티콘, 평소 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eFGT1b1hhrpF1nQA2ounfTyyUj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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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바다라는 벼랑에 - 트임이 아닌, 멈춰도 되는 명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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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2T15:48:06Z</updated>
    <published>2026-08-23T23:46:19Z</published>
    <summary type="html">마음의 바닥이 보일 때마다 유독 푸른 물결이 아른거린다. 사람의 표정과 숨 가쁜 시간들로부터 멀어져, 아무것도 가로막지 않는 경계로 발을 옮기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다. 오직 하늘과 바다만 마주한 그 막힘없는 풍경 앞에서라면, 오래 체해 있던 숨도 비로소 가라앉을 것 같아서.  그러나 모래를 지나 파도가 찰랑이는 경계에 다다르는 순간, 아주 낯선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J6sUhJCE5rWdblVkT3qtrtHoVFw.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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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 영원을 말하는 유한한 사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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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8T01:00:06Z</updated>
    <published>2026-08-18T01: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영원이라는 말을 잘 믿지 않는다. 영원한 사랑이나 변치 않는 마음 같은 표현을 들으면, 문장의 울림보다 먼저 유효기간의 날짜를 가늠해보는 편이다. 인간이 빚어낸 것들 중 오래가는 것은 더러 있어도 끝내 닳지 않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삶의 꽤 이른 길목에서 배운다.  그리고 영원을 믿지 않는 나는, 일요일이면 사람들 앞에서 영원을 입에 올린다.  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Pu55nS9P9Y12LPGZ3zRN-GJ8x2Q.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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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기억은 자주 제 편을 든다 - 우리가 지나간 시간을 편집하는 방식</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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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1T10:04:59Z</updated>
    <published>2026-08-11T09:50:13Z</published>
    <summary type="html">사진첩을 넘기다 예전 회사 사람들과 찍은 사진 앞에서 손이 멈춘다. 워크숍이었는지 회식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어깨에 팔을 걸친 나는, 곁에서 고개까지 젖혀가며 웃는 동료를 따라 눈이 사라질 만큼 환하게 웃고 있다.  이상한 일이다. 내 기억 속 그 시절은 매끄러운 웃음보다 눅눅한 피로로 남아 있다. 매일 아침 회사 엘리베이터 앞에 서면 성&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gsSaGY5kMp2_5MdECcrkplomF-k.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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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당신의 침묵이 누군가의 비명보다 시끄럽습니다 - 관계의 여백을 건너는 마음과 언어의 시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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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06T23:53:26Z</updated>
    <published>2026-08-06T23:47:09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두운 차 안이거나, 소음이 잦아든 밤의 방이었을 것이다. 누군가 내 안의 마음을 묻는 질문을 던졌고, 나는 즉시 답하지 못했다. 입술을 다문 채 가만히 창밖의 흐릿한 불빛을 바라보거나 바닥의 결을 짚었다. 나는 단지 내 안에서 어지럽게 엉킨 감정의 실타래를 푸느라, 그에게 내어줄 알맞은 단어를 고르는 중이었다.  그러나 나의 고요가 1초씩 길어질 때마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Ie0cIJvmZXhUA2X1C5qLGz-xo1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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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다정한 얼굴을 한 수집가들 - 몽타주와 아카이브 (Montage and Archive)</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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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25T10:20:35Z</updated>
    <published>2026-07-25T10:20:35Z</published>
    <summary type="html">세상은 대개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너그러운 점수를 준다. 입술을 달싹여 제 몫의 공기를 채우는 대신 가만히 눈을 맞추고, 적재적소에 고개를 끄덕이며 타인의 감정에 기꺼이 곁을 내어주는 이들. 세상의 무수한 관계론은 그런 온화함을 다정함이라는 단어와 동의어로 취급하곤 했다.  본디 타인의 푸념을 듣는 일에도, 내 약점을 늘어놓는 일에도 도통 재주가 없는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EvY0k9P66KT1BV4vUGHAXe-VWNs.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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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낭만은 왜 꼴값이 되었을까 - 낭만에도 비용표가 붙는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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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20T05:30:45Z</updated>
    <published>2026-07-20T05:25:34Z</published>
    <summary type="html">비를 맞으며 한강변에서 맨발로 달리며 춤을 추는 인플루언서의 영상을 보았다. 화면 속 인물은 거센 빗줄기 속에서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 자유로워 보였다. 그러나 내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말은 &amp;quot;영화의 한 장면 같다&amp;quot;가 아니라 &amp;quot;뭐 하는 짓이지&amp;quot; 였다.  나는 한강을 바로 앞에 두고 산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자주 강변을 걷고, 비가 오는 날이면 물비린내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pere27xlSCC0Xtvfs_i8IQ-wML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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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 먹으면 될 것을 굳이 굽는 마음 - 기다림이 빵의 모양을 얻기까지, 효율 바깥에서 부푸는 것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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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22T05:01:05Z</updated>
    <published>2026-07-17T07:09:46Z</published>
    <summary type="html">사워도우는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드는 빵이 아니다. 밀가루와 물과 소금, 오븐을 돌리는 전기세까지 따져도 빵집에서 사 오는 것보다 쌀 때가 많다. 대신 다른 것을 받아 간다. 하루를 잘게 나누는 시간과, 무심코 외출하려던 사람을 다시 주방으로 돌아오게 하는 약속 같은 것들.  빵 하나를 얻으려면 이틀 전부터 르방을 깨우고, 반죽을 만들고, 접고, 덮어두고,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50xnc_wi6ALjvLp9W3-5_SHtwC0.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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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내가 대신 기억할 수 없는 것들 - 잊는 사람과 기억하려는 사람 사이에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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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7T08:05:54Z</updated>
    <published>2026-07-16T03:53:56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빠에게 전화를 스무 번쯤 걸었을 때 경찰에 신고했다. 반나절 넘게 연락이 닿지 않았고, 독립해 따로 사는 나는 외부 미팅 중이라 본가로 당장 들어가 볼 수도 없었다. 경찰에게 아파트 현관문을 열어봐 달라고 부탁하고 위치추적을 요청하는 동안, 가족들은 각자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할 장면들을 먼저 떠올렸다. 일하느라 밖에 있던 엄마마저 아빠의 행방을 모른다고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PXqbN22rHjOvycjdH9LziPpwiQQ.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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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거위 이동 안내 - 한강에는 장례가 없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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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2T23:00:11Z</updated>
    <published>2026-06-22T23:00:11Z</published>
    <summary type="html">산책로 한구석에 세워진 안내판 앞에서 발길이 멈췄다. 안내판은 모든 일을 너무 간단하게 정리하고 있었다.  &amp;lt;중랑천 거위 이동 안내&amp;gt; 이곳에서 서식하던 거위는 야생동물 습격 등 위험성이 높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였습니다. 그동안 거위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장은 단정했고, 글씨는 선명했다. 파란 테두리 안에 놓인 말들은 행정적으로 흠잡을 데 없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C4eXwzFyVAJoYDoTuycbVFlQHUM.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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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취향은 나보다 오래 산다 - 행복 목록을 쓰다 말고 취향의 유적을 발굴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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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18T02:18:47Z</updated>
    <published>2026-06-17T23:00:23Z</published>
    <summary type="html">며칠 전 SNS에서 그런 글을 봤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쭉 적어보라는 글이었다. 대단한 자기계발 문장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것들을 적다 보면 삶이 조금 선명해진다는, 요즘 너무 흔해서 오히려 무해해 보이는 종류의 제안이었다. 뭔가 낯간지러웠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적어보고 싶어졌다. 사람은 가끔 자신이 가장 심드렁하게 대했던 방식으로 구원받기도 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vF5UW5L93upMunHs8bhJ4D7RQu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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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amp;ldquo;안녕하세요, 돈 얘기 하러 왔습니다&amp;rdquo; - PDF 한 장의 생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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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17T03:11:57Z</updated>
    <published>2026-06-16T23:00:40Z</published>
    <summary type="html">견적서를 보낼 때마다 나는 잠시 단정한 사람이 된다. 평소에는 그렇게 반듯하게 살지도 않으면서, 이상하게도 돈이라는 노골적인 실체 앞에서는 문장 끝마다 다정하고 반듯한 빗질을 시작하는 것이다.   안녕하세요. 문의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와 같이 견적 전달드립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단 네 문장. 그 건조하고 빈틈없는 서식 안에 한 인간의 얄팍한 생계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xPLC9SqZzQlW3BuQ9KAI1n6ZS8.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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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수취인이 자리를 비운 동안 - 아무것도 없는 저녁, 비로소 감정이 찾아왔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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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01T04:45:12Z</updated>
    <published>2026-06-01T04:40:55Z</published>
    <summary type="html">2년 전의 오늘, 나는 꽤 덤덤하게 말했다. 말하는 나조차 의아할 정도로 목소리에는 높낮이가 없었다. 몇 달간 나를 흔들었던 일들, 그러니까 아빠의 병원 검사, 체불된 임금, 고용부에 접수하던 서류들, 그리고 자꾸 세상이 빙글빙글 돌아서 혼자 이비인후과를 오가던 일들을 그저 지나가는 바람처럼 이야기했다. 눈물 한 방울 없는 건조한 고백이었다. 그런데 정작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nO8-S-fdgG9PLm5uKSEQCdk8nU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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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위로가 아니라 닻이 필요한 날 - 아파도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들에 대하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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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23T03:43:44Z</updated>
    <published>2026-05-19T07:38:55Z</published>
    <summary type="html">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에서 한 개그우먼이 던진 말이 이상하게 와닿았다.  &amp;quot;엉덩이 주사 맞는데 아아악 안 하잖아요? 참는 거죠. 어른이니까. 감성 다 집어넣고 낭만 집어넣고 할 시간이 없어요. 두 다리로 씩씩하게 살아야돼요.&amp;quot;  웃으며 지나간 장면이었지만, 그 말이 조금 서글펐다. 어른이 된다는 건 덜 아픈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아픈 와중에도 생활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yFWHuFMeDFJQHjgL0VpG4jIp9Aw.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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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보다 향이 먼저 도착했다 - 스쳐 지나간 삶의 무게, 타자의 존재 인식</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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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15T08:00:27Z</updated>
    <published>2026-05-15T05:07:19Z</published>
    <summary type="html">미사가 이미 시작된 성당에 늦게 들어간 적이 있다. 성당 문은 늘 조용히 열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늦은 사람에게는 유난히 크게 열린다. 나는 의자 소리 하나에도 몸을 낮추며 뒷자리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누구와도 눈을 마주칠 틈이 없었다. 내가 왔다는 사실을 최대한 공기 중에 희석시키고 싶었다.  사람들이 퇴장하고 기도문과 성가의 여운이 천천히 가라앉을 무렵&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RnDx1mJaKYI-hwar7FbXzBfvlU.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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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보이지 않는 감각들의 지도 - 시각이 멈춘 자리에서 세계는 더 짙어졌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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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29T05:30:45Z</updated>
    <published>2026-04-29T04:54:27Z</published>
    <summary type="html">완전한 암흑. 몇 해 전 '어둠 속의 대화' 체험에서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흔들린 것은 시야보다 거리감이었다. 손을 펼쳐도 손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손끝은 거리의 단위가 되기 시작했고, 소리는 방향을 얻었다.  지팡이 끝이 바닥에 닿는 소리로 공간을 가늠했고, 손에 쥐어진 물건의 온도와 결만으로 그것이 무엇인지를 더듬었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C5T8LF5cvVwzSWGJadnQq3PW6T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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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내 사랑의 모양은 &amp;lsquo;지킴&amp;rsquo;입니다 - 멈출 수 없기에, 오늘 더 단단히 쥐는 것들에 대하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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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8T04:54:45Z</updated>
    <published>2026-04-08T00:00:22Z</published>
    <summary type="html">누군가 소원을 물으면 나는 짐짓 망설인다. 입술 끝까지 차올랐던 '성공'이나 '성취' 같은 단어들은 이내 힘없이 흩어진다. 한참을 고심하다 내뱉는 대답은 결국 하나다.  &amp;quot;지금 이 상태가, 부디 깨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amp;quot;  결핍이 동력이 되어 무언가를 갈구하는 삶도 있겠지만, 내게는 해당하지 않는 말이다. 나의 간절함은 평온하고 완벽한 순간에 온다.  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TMWjFcB329x-59at4-WvEBwVh5o.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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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짜 비를 들으며 잠드는 밤 - 박제된 빗소리와 나의 조용한 합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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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31T01:34:43Z</updated>
    <published>2026-03-31T00:00:19Z</published>
    <summary type="html">방 안의 공기는 건조하고, 정지해 있다. 창밖은 며칠째 비 소식 없는 무채색의 도시였다. 침대에 누운 채 스마트폰의 차가운 유리를 문지른다. 몇 번의 손가락 움직임 끝에 스피커에서 우르릉, 낮은 진동과 함께 후드득 빗방울 소리가 터져 나온다. 화면 속 숫자는 0에서 시작해 허공을 가로지르고, 방의 습도는 여전히 완강하게 마른 자리를 지킨다.  물리적으로는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HAm5hf-5M2eXNPmlUvbInBlrwzQ.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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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누군가의 속도가 된다는 것은 - 다른 이를 위해 핸들을 고쳐 쥐는 찰나의 사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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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4T00:00:20Z</updated>
    <published>2026-03-24T00:00:20Z</published>
    <summary type="html">빨간 불이 켜진다. 도심의 흐름이 일시정지 부호처럼 멎는 정지선 앞, 나는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다. 습관적으로 룸미러를 위아래로 매만지다 거울의 하단 프레임에 걸린 하얀 덩어리에 시선이 머문다. 뒷좌석 카시트 위에 웅크린 채 곤히 잠든 나의 노견이다.  오후의 햇살이 차창을 비스듬히 통과해 녀석의 등 위에 내려앉는다. 예전보다 부쩍 줄어든 살집, 그 위로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hGju%2Fimage%2FZvb5KJSURLxEBrMHstAAcq_HSE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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