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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에우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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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캐나다를 베이스캠프 삼아, 방랑자와 유목민 사이 그 어딘가를 지나며 삶의 이야기를 딸들에게 전하고 싶어 적어 내려갑니다. 그림과 여행, 책은 내 삶의 조각들입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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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4-01-15T03:03:18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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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화이트보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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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7T23:37:28Z</updated>
    <published>2026-06-27T23:31:40Z</published>
    <summary type="html">며칠전 열두 시쯤 주문했던 화이트보드가 아침 일찍 로켓배송으로 도착했다. 성질이 급한 나는 곧바로 박스를 뜯었다. 가로 스틱과 세로 스틱, 크고 작은 부품들을 하나씩 꺼내 바닥에 내려놓는데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의외로 크게 울렸다. 아랫집의 꿀잠을 깨울 것 같아 손을 멈췄다. 조립은 아침으로 미루기로 했다.  이튿날 아침 급하지 않게 천천히 즐기자는 마음&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AkQ4M_2LvtAhYOfqV_1YVgH4I80.jpg" width="413"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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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스톤헨지에서 만난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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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14T00:26:20Z</updated>
    <published>2026-05-14T00:20:30Z</published>
    <summary type="html">중학생 시절, 나는 역사적 장소와 유물이 담긴 그림엽서를 모았다. 학생 잡지에 끼워 오기도 했고 아버지가 출장 가방 에서 나오기도 했다. 불국사와 석가탑, 다보탑 같은 우리나라의 보물부터 에펠탑과 개선문 같은 해외의 유적지까지. 엽서 속 세계는 내게 작은 창문이었다. 그렇게 모은 엽서들 가운데 낯설면서도 끌림이 강한 사진 한 장이 있었다. &amp;lsquo;여기는 어디일까&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fMXg133xbQ8_ydo0PHtDBrXysw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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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에이징 커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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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14T00:27:31Z</updated>
    <published>2026-05-02T00:3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달리는 손흥민을 보며 많은 이들이 에이징 커브를 말한다. 에이징 커브란 나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신체와 인지 기능, 그에 따른 성과가 변하는 곡선을 뜻한다. 대개 전성기가 지나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곤 한다.  나 역시 인생의 딱 중간쯤인 오십 대에 들어서며 이 곡선의 존재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딸들과 함께 쇼핑하며 고르던 옷과 색상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B9PH5-y5JKuKRmKwSDCwO8RPGus.jpg" width="42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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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한 작가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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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9T01:12:58Z</updated>
    <published>2026-04-09T01:11:41Z</published>
    <summary type="html">책 한 권을 좋아하는 것과 한 작가를 사랑하는 일은 다르다. 내게는 인생의 특정 시점에 방향을 바꾸어 놓은 책들이 있다. 그중에는 &amp;lsquo;아직도 가야 할 길&amp;rsquo;처럼 책 속의 한 문장, 한 문단이 삶을 흔들어 놓은 작품도 있다. 그것은 마치 영화의 단 한 장면이 영화 전체의 서사를 압도해 버리는 순간과도 같다.  그러나 작가를 사랑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lFg1Xwg7YJseCW3JQRIS6ZwUHD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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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형부의 히말라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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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4T23:06:47Z</updated>
    <published>2026-03-24T23:06:47Z</published>
    <summary type="html">일흔을 훌쩍 넘긴 형부는 환갑이 되던 해, &amp;ldquo;이제는 충분하다&amp;rdquo;며 운영하던 개인 병원을 정리했다. 더 늦기 전에 꿈이었던 트래킹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소아과 의사였던 형부는 아기들에게 직접 주사를 놓고 항생제도 꼭 필요한 만큼만 처방할 정도로 일에 대한 기준이 확고했다. 아이가 빨리 낫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불만을 표하기도 했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4jWSpHNsnxXLU0Ls3S0-ksIHWv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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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흐르는 쪽으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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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3-24T23:21:54Z</updated>
    <published>2026-03-07T00:55:19Z</published>
    <summary type="html">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사랑과 상실, 그리고 치유를 다룬 미드가 있다. 버진 리버(Virgin River). 넷플릭스에서 시즌 7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의 스토리는 사실 특별하지 않다. 내가 이 드라마를 챙겨보는 가장 큰 이유는 흐르는 강과 울창한 숲이 만들어내는 풍경 때문이다. 폭이 넓은 강이 특히 좋다. 그 안정된 유속은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IcYlbzkqNFArw87Ha6OuLtcah4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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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눈빛만큼 자유로운 영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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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25T00:42:53Z</updated>
    <published>2026-02-25T00:27:29Z</published>
    <summary type="html">서울에서 천경자 화백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나는 그보다 먼저 화가의 고향 고흥 분청문화박물관에서 열린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를 다녀왔다. 입구에는 &amp;ldquo;천경자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답하는 전시가 되었으면 한다&amp;rdquo;는 인사말이 적혀 있었다. 전시장 안에는 미술작품과 함께 &amp;lsquo;갑을&amp;rsquo;로 표기된 보통학교 통지표, 박경리 작가와 주고받은 사진과 엽서, 여행 스케치들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C7S6MM-2DVZOWuXvoEZj-bmbOIU.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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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볍게, 호안 미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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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13T00:49:46Z</updated>
    <published>2026-02-13T00:49:46Z</published>
    <summary type="html">내가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특정한 미술관을 찾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한 도시에 머물며 그 주변의 미술관들을 둘러보기도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우디 건축물들을 보기 위해 머물던 중에 호안 미로 미술관을 들렀다. 학창 시절 미술 시간에 들었던 이름은 익숙했지만 그의 그림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날 아침, 챙겨 온 옷들로는 몹시 더워 반팔의 파란 원피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A_J2WcJbkzOHSSPaag0gK3Sp70.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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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보이지 않는 뒷모습</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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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19T02:00:16Z</updated>
    <published>2026-02-07T01:11:37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두운 호텔 방, 침대 끝에 아빠가 걸터앉아 있다. 소리를 비집고 나오는 울음에 흔들리는 아빠의 등과 어깨만 조명이 비춘다. 어린 딸 소피와 아빠 캘럼이 터키의 휴양지에서 남긴 기록이 성인이 된 딸에게서 다시 읽히는, 애프터썬의 한 장면이다. 아빠와 닮은 우울을 지닌 소피는 장면 사이에 남아 있던 아빠의 마음을 더듬듯 알아간다. 영화는 그렇게 쓸쓸한 기억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eaxfAhGuKpS1lnR5Df340J-I9N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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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소주 반 병</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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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13T00:54:56Z</updated>
    <published>2026-01-30T00:52:53Z</published>
    <summary type="html">꽁꽁 언 날,아버지는 뜨거운 불속으로 떠났다.너무 추울까 봐,너무 뜨거울까 봐나는 울었다.  이별의 하루를 보내고부모님 집으로 돌아왔다. 냉장고에는요양원에 가기 전 드시던참이슬 반 병이 남아 있었다.그 남은 소주 앞에서참고 있던 것이 터졌다.  그렇게 빨리 떠나실 줄은 몰랐다고나는 아직도 변명을 찾는다.  아흔의 무게를미처 헤아리지 못한 내가 원망스러워울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X7gH9xe_kIZsMR8RqlgqWNkbKz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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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달달하기도, 깔끔하기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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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13T00:59:25Z</updated>
    <published>2026-01-27T00:32:56Z</published>
    <summary type="html">세련된 감각을 지닌 작가의 강의를 들었다. 그는 &amp;lsquo;글의 다이어트&amp;rsquo;를 말하며 불필요한 문장을 가차 없이 도려냈다. 외과의사의 메스처럼 예리했고, 굳은 근육을 지압하듯 시원하면서도 아렸다. 또 다른 노년의 강사는 형용사와 비유로 화려한 예시문을 들려주었다. 그 글은 달디단 케이크 같았다. 길가의 모든 꽃에 아름다움을 건네느라 자꾸 멈칫거렸고, 문장은 예뻤지만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FRfJVYkI4vSDEtyaMuWrhAf_-cQ.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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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퇴고하며 살아간다는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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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13T01:00:00Z</updated>
    <published>2026-01-23T01:18:47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렵게 써 내려간 초고는 운동화 끈을 단단히 묶고 출발선에 서는 일에 가깝다. 그 글이 자기 호흡으로 끝까지 달릴 수 있을지는, 언제나 퇴고에 달려 있었다.  다시 들쳐보는 글에는 어김없이 아쉬움이 남는다. 단어 하나가 마음에 걸리고 문장의 순서가 어긋나 보이며 마무리의 여운이 부족하다. 며칠도 지나지 않아 불을 끄고 누운 침대 위에서 아쉬웠던 문장들이 &amp;nbsp;&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NJKPAq5OEAuYf8dPULKwFfyvkw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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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책장만 빼고 미니멀리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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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03T01:07:34Z</updated>
    <published>2026-01-15T01:32:43Z</published>
    <summary type="html">옷장과 서랍을 열고 신발장과 팬트리를 훑었다. 지난 1년 동안 한 번도 손길이 닿지 않았던 물건들을 현관 앞으로 옮겼다. 선물로 받았지만 그대로 묶여 있던 스카프들, 지난 겨울 한 번도 꺼내 입지 않은 스웨터, 언젠가 입겠지 하며 남겨 두었던 짧은 정장 스커트와 구두. 몇 해째 모아만 둔 화장품 샘플과 버리지 못한 예쁜 종이 상자들, 혹시 모를 손님을 위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UEpGhBuQrIfRJSLfXazD8IuoRD0.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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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오래 만진 슬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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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13T00:48:24Z</updated>
    <published>2026-01-13T00:46:38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래 만진 슬픔 이문재  이 슬픔은 오래 만졌다 지갑처럼 가슴에 지니고 다녀 따뜻하기까지 하다 제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  이 불행 또한 오래되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있어 어떤 때에는 표정이 있는 듯하다 반짝일 때도 있다  손때가 묻으면 낯선 것들 불편한 것들도 남의 것들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내 것 문밖에 벗어놓은 구두가 내 것이듯  갑자기 찾아온 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gpo4hJdQcD2TDpwhA3PpR9T-2_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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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버지를 보낸 겨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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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1T04:29:48Z</updated>
    <published>2026-01-08T00:42:41Z</published>
    <summary type="html">밤 11시, 전화가 울렸다. 작은언니가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amp;ldquo;빨리 응급실로 와. 아버지가 쓰러지셨어.&amp;rdquo;  눈 쌓인 밤길, 손에 든 선불폰으로는 카카오 앱을 쓸 수 없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팔을 흔들었지만 택시는 서지 않았다. 무작정 달리다 편의점으로 뛰어들었다. &amp;ldquo;택시 좀 불러주세요. 지금 빨리 병원에 가야 하는데요.&amp;rdquo; 응급실 문을 열고 아버지를 찾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UNOSEbdJAlgkS7WN8sCMWU7LJq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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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다른 길이 없었음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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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08T13:09:31Z</updated>
    <published>2026-01-07T00:24:57Z</published>
    <summary type="html">법정 스님의 책이 열 권 있다. 책꽂이에는 1976년 마흔넷의 법정이 쓴 『무소유』부터 2008년 삶의 끝자락에서 남긴 『아름다운 마무리』까지 차례로 꽂혀 있다. 스님의 말씀은 늘 소박한 울림으로 내 삶의 중심에 자리해 왔다. 여행을 떠날 때도 나는 가장 먼저 스님의 책을 챙겼다.  그 책들에는 묘한 시간의 결이 있다. 긴 수련의 출발점이었던 『무소유』를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tnpJ1J3cVPTG1s6Ds1gQ0HlHp9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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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방문객</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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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1-01T01:45:47Z</updated>
    <published>2026-01-01T01:45:47Z</published>
    <summary type="html">방문객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     어마어마한 사람이며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JrUXXhTHv_wKz6Td2DRcy8qqMzQ.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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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주원이와 할미, 보고 싶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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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13T01:00:59Z</updated>
    <published>2025-12-28T00:45:36Z</published>
    <summary type="html">태명 봄, 이름 주원. 말이 서툰 아기가 어느 날, 낯선 호칭으로 나를 불렀다. &amp;ldquo;할미.&amp;rdquo;    데이케어를 다녀온 주원이와 알록달록 종이컵을 쌓고 레고 박스로 찻길을 만들고 작은 텐트 안에 비집고 들어갔다. 주원이의 'apple' 소리에 할미는 오물거리는 그 입 모양을 따라 했다.  바삭한 낙엽 위를 걷고 토끼풀 시계를 채워 주었으며 쌓인 눈 위에서는 스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55WAHaQGJL2b7CacOoYumrZIjwU.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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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한 조각씩, 슈톨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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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13T01:01:39Z</updated>
    <published>2025-12-25T01:10:23Z</published>
    <summary type="html">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한 조각씩 잘라먹는 슈톨렌은 독일의 겨울 빵이다. 친구는 말린 레몬 조각과 홀리 잎이 장식된 갈색 상자에, 초록 속지로 감싼 하얀 슈톨렌을 보내왔다.  럼에 절인 무화과와 건살구, 호두와 헤이즐넛이 듬뿍 들어가 있어 2주 동안 천천히 나누어 먹으며 깊게 숙성되는 단맛을 즐기는 것이 묘미다. 겉면에 하얀 설탕이 두껍게 덮인 이 빵은 강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szIxS05Q7zSlWs8bzRmLgsc6vLE.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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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형상은 이미 돌 안에 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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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2-13T01:02:55Z</updated>
    <published>2025-12-23T01:20:24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카데미아 미술관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야 했다. 미술관은 과시적이지 않았고 작품 앞에는 사람들의 조심스러운 집중이 있었다. 모두의 시선은 내려다보고 서 있는 조각상으로 쏠렸다. 그러나 내 시간은 완벽하게 아름다운 다비드보다 미처 돌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노예상 앞에 멈추었다.  세상으로 나오려는 그는 여전히 거친 대리석에 붙잡혀 있었다. 온 힘을 다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q64%2Fimage%2FeiOreOJboutCrm3kh000gqB4yo8.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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