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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고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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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질문이 생길 때만 책을 엽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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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4-03-18T03:18:54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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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등가 없는 사랑</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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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4T14:01:10Z</updated>
    <published>2026-10-04T14:01:10Z</published>
    <summary type="html">사랑에는 등가가 없으니 마음을 빚진다는 말은 어쩌면 어울리지 않는다.  등가라는 것은 무언가를 건네고 그와 같은 값의 무언가를 돌려받는 일이다.  하지만 사랑은 그렇게 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루를 건넨다고  하루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마음을 내어준 만큼 같은 크기의 마음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어떤 사랑은  편지보다 우편함에 가깝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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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초록은 늦게 보인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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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2T14:22:39Z</updated>
    <published>2026-10-04T13:54:03Z</published>
    <summary type="html">해 질 무렵이면 나무는 잠시 자기 색을 잃는다.  초록 잎마다 붉은 하늘이 번지고  멀리서 보면 전부 같은 빛이다.  사과 하나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익어가는 동안 몇 번이나 색을 바꾸었을까.  붉은 껍질 아래 작은 씨앗들이 아직 젖은 채로 붙어 있다.  누군가는 꽃이 지면 계절도 끝났다고 말하지만  땅속에서는 다음 잎이 밀려 올라온다.  아무도 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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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포도나무가 있던 집</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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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2T14:21:47Z</updated>
    <published>2026-09-27T07:44:19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릴 때 한동안 고모할머니 댁에 맡겨져 살았다.  그 집에는 포도나무가 있었다.  마당 한쪽에서 시작된 덩굴은 평상 위까지 느릿하게 뻗어 있었고, 여름이면 잎이 지붕처럼 겹쳐져 그 아래에 앉으면  햇빛도 한 번쯤은 쉬어가는 것 같았다.  나는 그곳에서 계절을 배웠다.  산에 올라가면 이름도 몰랐던 풀을 배웠고 처음 보는 새가 날아오면 한참을 멈춰 서서 같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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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무구한 사람에게는 계절이 쉬웠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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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4T14:31:43Z</updated>
    <published>2026-09-21T15:51:19Z</published>
    <summary type="html">애써서 쥐지 않아도 쏟아지는 날씨 같은 것이라, 그냥 그 계절을 당연하게 누리면 그만이다.  공기를 마시는 법을 따로 배우지 않듯 너의 무심함에는 어떠한 악의도 없다.  단지 단 한 번도 허기져본 적이 없어서 내가 벼랑 끝에서 건져 올린 것들의 무게를  단 한 번도 달아보지 못할 뿐.  어떤 사람에게 감각이란  숨쉬듯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온기지만,  다른</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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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랑은 없는 대답도 듣는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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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8T13:51:11Z</updated>
    <published>2026-09-18T13:39:42Z</published>
    <summary type="html">가끔 사람은  자신이 들은 말보다 말이 끝난 뒤의 침묵을 더 오래 기억한다.  짧은 대답 하나에도 계절이 바뀌고, 한 사람의 마음이 멀어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침묵에는 언제나 하나의 뜻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말을 고르는 침묵도 있고 말을 잃은 침묵도 있으며 아무 뜻도 없이 머무는 침묵도 있다.  우리는 많은 침묵 중에서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골</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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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름을 붙여봤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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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8T13:36:13Z</updated>
    <published>2026-09-10T23:00:25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름을 붙여봤다.  이름을 얻으니 너무 분명해진다.  이름이 없을 때에는 오래 바라볼 수 있었다.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조금 더 머물 수 있었다.  이름을 붙이는 순간 경계가 생긴다.  경계가 생기면, 그 밖에 남겨지는 것들이 생긴다.  우리는 이해하기 위해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견디기 위해 이름을  붙이는지도 모른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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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To. 사라지는 것에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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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4T06:38:05Z</updated>
    <published>2026-09-04T06:38:05Z</published>
    <summary type="html">계절은 붙잡을 수 없고, 시간은 되돌릴 수 없고, 사람의 마음은 내 것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자꾸 그것들을 아낀다.  어쩌면 마음은  소유보다 보존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가질 수 없으니  없애지도 못하는 것.  쓸모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오래되고, 미련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조용한  아마 사람은  가질 수 있는 것만으로는 자신이 살아 있었다는 사실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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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끝의 바깥</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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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8T10:16:08Z</updated>
    <published>2026-08-28T10:16:08Z</published>
    <summary type="html">우주 끝을 상상하면 끝이라는 말이 조금 우스워진다.  그 너머를 알 수 없어서 끝인 것인지, 아무것도 닿지 않아서 끝인 것인지.  별 하나가 사라지고도 그 빛은 계속 간다.  수억 년 뒤에 도착한 빛에게 사라짐은 너무 늦은 소식이다.  우주 끝에는 이미 끝난 것들이 아직 도착하고 있을 테니까.  아직 닿지 않은 것은 끝났다고 부르기엔 조금 이르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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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심지를 지키는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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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2T14:17:51Z</updated>
    <published>2026-08-28T09:37:55Z</published>
    <summary type="html">또 어떤 사랑은 티를 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말보다 오래 남는 것들을 믿었다.  불을 밝히는 일보다 꺼지지 않게 심지를 지키는   꽃을 피우게 하는 일보다 꽃이 지는 계절에도  화분을 버리지 않는  마음을 보여주는 일보다 마음이 다치지 않을 곳에  조용히 두는  사랑을 증명하는 일보다 사랑하지 않는 날에도  같은 마음으로 대하는   나는 그</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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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강아지가 되어 사랑하는 법</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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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4T15:56:12Z</updated>
    <published>2026-08-27T22:19:36Z</published>
    <summary type="html">사람이 눈으로 지나친 것들을 강아지는 오래 코끝에 머금는다.  누군가 다녀간 자리, 비에 젖은 흙냄새, 한참을 쓰다듬은 손바닥의 온기, 다시 돌아올 사람의 희미한 흔적까지.  떠나간 사람까지 사랑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사라지는 것을 붙잡는 일이 아니라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는 것을 끝내 알아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곁에 있을 때보다 떠난 뒤에야</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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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서로의 배역</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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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2T14:10:39Z</updated>
    <published>2026-08-27T22:18:56Z</published>
    <summary type="html">사랑은 이상하게 역할극을 닮았다.  서로가 서로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고 하다 보면  마치 대본을 외우듯 사랑하고, 누가 알려준 적도 없는 사랑의 장면들을  꽤 익숙하게 연기한다.  그런데 가끔 대본에 없는 순간이 온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같이 있는 순간, 상대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조차 사라지는 순간.  오히려 그런 순간에 사랑이 진짜 같다고 느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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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되새김질하는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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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2T14:08:25Z</updated>
    <published>2026-08-27T22:17:43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느새부터 마음에 들어온 사람과의 공백을  그냥 두지 못한다.   그 공백을 채울 문장들을 미리 찾아  책 사이에 숨겨두는 버릇이 있다.  한 사람을 생각하며 활자의 바다를 헤매다  문장 하나를 건져 올리고,  삼켰다가 다시 꺼내 보고,  또 곱씹다가 결국 혼자 삼킨다.  이 일은 새끼에게 줄 여물을  온종일 되새김질하는  어미 소와 서글프도록 닮았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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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감정의 파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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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4T16:25:23Z</updated>
    <published>2026-07-25T23:29:54Z</published>
    <summary type="html">시선에 너무 짠 바다를 담았기에,  베일 듯 따가운 윤슬을 담았기에,  혹은 차가운 고독을 통째로 들이켰기에.  밀려오는 감정의 파고를 견디며  때로는 그렁그렁한 눈물을 품은 채 시선의 침묵을  묵묵히 지켜내야만 했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DJ0%2Fimage%2Fz6hzlzJE0-JFY9JrDU9TiEEEmm0.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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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비주류를 듣는 마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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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4T16:24:46Z</updated>
    <published>2026-07-15T07:21:17Z</published>
    <summary type="html">슬레이터가 인생 3대 팝 명반으로 마이너한 음악을 고르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날렸다. 주류와 비주류, 그 경계선 위에서 서로의 취향을 검열하고 깎아내리기 바쁘다.  그리고 이 글은, 그 시선들의 한복판에서 굳이 비주류 음악을 찾아 듣는 한 사람으로서 던지는 대답이다.   세상은 자꾸 다져놓은 넓고 평평한 길로만 오라고 떠민다. 차트에 걸린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DJ0%2Fimage%2FtXkQYwusFce3aWDzTu3NtdjyhMw.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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