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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김대능</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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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출간 도서 &amp;lt;이과생 아내에게 들려주는 미술사 이야기&amp;gt; - 세종도서 선정</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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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3-10-15T11:31:48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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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음표 하나 - 지우고 나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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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1T02:00:04Z</updated>
    <published>2026-10-11T02: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문장을 하나 쓰고 지운다. 다시 쓰고, 몇 글자 바꾼 뒤 또 한 번 끝까지 읽는다. 마음에 들지 않아 문장 전체를 지워버릴 때도 있다. 한참을 그러다 보면, 처음과는 사뭇 다른 글이 남아 있다.  어제는 맞았던 문장이 오늘은 틀리다. 여기까지가 맞는지, 조금 더 나아가야 하는지 말해주는 사람도 없다. 좋은 문장인가 아니면 그저 그런 문장인가. 생각을 적는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TSgD-c9oHXZGkNiob3dfT7VSXMo.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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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저녁을 고르는 사람 - 우리의 식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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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4T02:00:02Z</updated>
    <published>2026-10-04T02: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요리를 준비한다. 휴직을 시작했던 겨울과 달리, 요즘 저녁 메뉴는 그날그날 정해진다. 아내의 입맛은 자주 바뀐다. 예전 같았으면 선택하지 않았을 메뉴를 주문하기도, 심지어 우리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음식을 찾기도 한다.  달라지지 않은 점도 있다. 우리의 식탁 위엔 항상 스마트폰이 세워져 있다. 마주 앉아있지만, 밥 먹는 동안 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UBMCmQ-1y-XPteF7W7yxUk8yFrQ.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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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내게는 없었던 것 - 끝내 건네지 않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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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0T02:00:05Z</updated>
    <published>2026-09-20T02: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엄마가 기차를 타며 웃고 있다. 기차라고 하기엔 장난감에 가깝다. 바퀴 달린 몸체에 엄마가 걸터앉아 있고, 나는 그 뒤에 연결된 또 하나의 칸에 앉아 손잡이를 잡고 있다.  언제 찍은 사진인지는 잘 모르겠다. 몇 살이었는지, 내가 그 기차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궁금한 게 많지만 사진은 말이 없다. 이내 찍히지 않은 시간을 상상한다. 사진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O5sbRRSG_l6a_0mr32tBxtY-SSw.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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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 시절 우리는 몰랐다 - 다시 만난 아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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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4T06:00:29Z</updated>
    <published>2026-09-13T02: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조그만 방을 구하고 짐을 옮기던 날이 떠오른다. 대학교 2학년 때쯤이었다. 그때 난 집을 나서야 내 삶이 시작될 것 같았다. 봄에는 학교를 다녔고, 여름엔 아르바이트를 했다. 가을이 오면 학교로 돌아갔고, 겨울엔 생활비를 벌었다. 쉬는 날에는 밀린 청소를 하고 친구들을 만났다.  수년이 흘렀다.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찾아가는 곳이었던 건지, 집은 점점 일상&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kTTodgrFCSeN1tBQyWf3t-kDRu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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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amp;quot;아빠도 아직 태어나지 않았어.&amp;quot;</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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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6T02:00:04Z</updated>
    <published>2026-09-06T02: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친구가 어색하게 느껴졌던 적이 있다. 아이 앞에서 목소리가 높아지고, 별것 아닌 몸짓 하나에도 얼굴이 금세 풀리고. 그러다가도 안 되는 것을 말할 때면 그의 말투가 단단해졌다.  언젠가 낯설기만 했던 친구의 얼굴이 다시 떠오른다. 그쪽으로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일까. 요즘 들어 난 아이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다. 길에서 마주친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걷는 모&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REHudo2HJcf0Vok3V08K94e-ddQ.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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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이가 지은 집 - 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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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30T02:00:04Z</updated>
    <published>2026-08-30T02: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우리가 처음 본 것은 아이가 아니라 집이었다.&amp;nbsp;난생처음 받아본 초음파 사진에서 우리가 알아볼 수 있었던 건&amp;nbsp;거무스레한 동그라미 하나뿐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그곳이 아기집이라 했다. 손톱보다도 작은 동그라미가,&amp;nbsp;그 아이의&amp;nbsp;집이었다.  아기가 사는 집이라니.  그 말을 듣고 나니 아기집의 하루를 상상하게 됐다. 누가 지은 집일까. 엄마가 만들어준 걸까, 아니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4DLl0v_uEe1nwnXRf2zp7IrUo9k.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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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처음엔 선이었다 - 우리 꼭 만나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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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3T02:00:02Z</updated>
    <published>2026-08-23T02: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처음부터 여름이었던 건 아니다.  이 아이의 시작은 흐릿한 선 하나였다. 작은 창 안에 두 번째 선이 겨우 모습을 드러냈다. 가까이 들여다봐야 겨우 보일 만큼 흐렸지만, 그 순간 아내의 얼굴에서 엄마가 잠깐 비쳤다. 우린 한동안 그 선을 지켜봤다. 빛에 비춰보기도,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기도. 분명 있는 것 같았지만 오래 보고 있으면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RFqPxdqHKjk-aXDbtigIm4IA2S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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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두 번째 여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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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6T02:00:04Z</updated>
    <published>2026-08-16T02: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여름이 왔다.  봄은 어느 날 끝나 있었다. 창문을 열어도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았고,&amp;nbsp;공기는 갑작스레 무게라도 생긴 것처럼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내 겨우내 잊고 있던 감각이 하나씩 깨어났다. 태양 아래 몇 걸음 걷는 것만으로 피부에 열기가 차올랐고, 옷자락은 금세 몸에 들러붙었다.  여름은 소리로도 번졌다. 귀를 찌르며 아침을 알리는 매미 소리, 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2Fl8TLTFfYeGLY1POd_ZMJ79EUc.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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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리가 없었던 시절은 없으므로 - 어색하게 이어지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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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09T02:00:02Z</updated>
    <published>2026-08-09T02: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한때 특별했던 사람이 다시 아무나가 될 수 있을까.  해가 저물어 가도록 내 이름이 불리지 않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없는 사람을 계속 찾을 수는 없다. 내가 하던 일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고, 내가 앉던 자리에는 나와 상관없는 시간들이 쌓여가고 있다.  나는 사람들로부터 잊혀지기 위해 멈췄다. 완전히 사라지고 싶었던 건 아니었지만&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U3trcqLmXmtiwBBiYecQyhkAUK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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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름이 머물던 곳 - 한 번도 불리지 않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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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02T02:00:02Z</updated>
    <published>2026-08-02T02: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누군가 나를 부른다.  책상에 엎드려 있던 나는 큰일이라도 난 듯 몸을 일으킨다. 친구가 축구공을 옆구리에 끼고 서 있다. 그는 나가자는 말도 없이 공을 한 번 들어 보인다.  그때는 그랬다. 종이 울리면 의자가 한꺼번에 뒤로 밀렸고 공 하나를 들고 운동장으로 쏟아져 나갔다. 대강 편을 나누면 경기가 시작됐다. 여기로 공을 달라고, 저리로 달려가라고.&amp;nbsp;그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hMJSy7etreV18CbvFoBmER8iLgg.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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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맛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 떡볶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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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26T02:00:02Z</updated>
    <published>2026-07-26T02: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후 3시. 아내에게 먹고 싶은 게 있는지 물어본 뒤 장을 보러 나간다. 마트는 한산하다.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이 시간에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남자가 혼자 카트를 미는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나는 느긋한 걸음으로 진열대 사이를 지나간다.  채소와 고기, 해산물 코너를 지나면 즉석식품 코너가 나온다. 냉면과 우동, 떡볶이, 막국수가 저마다의 사진과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J6jHktJfIJQhqc-wMAKmlfl-Qeg.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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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충분하지 않았다 - 필요와 위로 사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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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9T02:00:02Z</updated>
    <published>2026-07-19T02: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숫자들은 차갑게 정렬되어 있었다. 스마트폰 속 카드 내역은 할 말이 많다는 듯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돈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어디서 밥을 먹었는지, 언제 병원에 갔는지, 어디를 놀러 갔다 왔는지. 지출 내역의 행간마다 내가 머문 흔적이 살포시 끼어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들을 나눠보려 했다. 필요했던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하지만 선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jOdFl3IV_Otbc4bqNbXApQxQHI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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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남은 날들의 두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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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2T07:02:52Z</updated>
    <published>2026-07-12T07:02:52Z</published>
    <summary type="html">벌써 여섯 번째다. 월급날이지만, 돈은 들어오지 않는다.  휴직하기 전에는 그랬다. 매달 같은 날짜가 되면 통장에 숫자가 찍혔고, 그 숫자는 마음속 어딘가 안도감을 주었다. 월급은 적어도 다음 달까지 무너지지 않는다는 무언의 약속이었다.  하지만 그 약속은 이제 도착하지 않는다. 대신 다른 알림들이 줄지어 울린다. 카드값, 보험료, 관리비, 대출금. 들어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thP7LPewr58ZejrjPYKB1HuQZP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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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돌아오다 - Track 06</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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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5T04:28:40Z</updated>
    <published>2026-07-05T04:28:40Z</published>
    <summary type="html">현관문을 열었다.  집은 조금도 낯선 척을 하지 않았다. 신발장은 떠날 때처럼 닫혀 있었고, 거실엔 익숙한 빛이 고여 있었다. 배낭을 구석에 내려놓고 화장실로 향했다. 따뜻한 물줄기 아래 서자 몸이 돌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피부에 남아 있던 바닷바람과 땀은 천천히 씻겨 내려갔다.  잠깐 한숨을 돌린 뒤 짐을 풀었다. 땀이 밴 옷가지와 소금기가 묻은 물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Soj5C5nZMLbsdA_NKKjpeylyRD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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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마주하다 - Track 05</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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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4T06:39:55Z</updated>
    <published>2026-06-21T03:19:59Z</published>
    <summary type="html">바다에서 벗어나자, 나는 혼자가 되었다. 길은 한라산 쪽으로 조금씩 기울었고, 다른 여행자들의 인기척은 등 뒤로 멀어졌다. 대신 낮은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현무암을 쌓아 올린 담, 마을 한구석의 낡은 벤치, 바람에 뒤척이는 귤나무. 그곳엔 내가 몰랐던 하루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서두르던 마음은 어느새 잦아들었다. 담장 안쪽으로 시선을 밀어 넣자, 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BsW978WPCWaiK4bmlYpRAFNJo_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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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벗어나다 - Track 04</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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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14T03:01:03Z</updated>
    <published>2026-06-14T03:01:03Z</published>
    <summary type="html">바다는 내내 아름다웠다.  잔물결 사이로 윤슬이 잘게 흩어졌고, 바람은 달아오른 몸을 천천히 식혀주었다. 나는 넋 놓고 그 길을 달렸다. 숨을 들이마시고, 다리를 굴리고, 다시 숨을 내쉬는 일. 페달을 밟을 때마다 땅이 조금씩 밀려났고, 몸은 그 반복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다 낯익은 장소가 나타났다. 안개 낀 섬의 첫 바퀴를 조심스레 굴렸던 자리. 처음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XH6PWfWzpIQBn1eloxxu3byPxDE.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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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오르다 - Track 03</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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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07T03:23:52Z</updated>
    <published>2026-06-07T03:23:52Z</published>
    <summary type="html">땀방울이 맺혔다.  숨은 점점 짧아졌고, 페달이 계속 무거워졌다. 자전거는 생각보다 정직했다. 내가 힘을 주지 않으면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다리에서 뜨거운 통증이 올라왔다. 한 번만 내려서 걸어갈까. 몇 번쯤 생각했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고, 오르막을 끝까 지 타야 한다는 법도 없었다.  그런데 발이 고집을 부렸다. 조금만 더. 진짜 조금만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IEptAHokhh3ZpUPINLTJiZl6x64.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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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고르다 - Track 02</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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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31T02:42:08Z</updated>
    <published>2026-05-31T02:42:08Z</published>
    <summary type="html">일찍 눈이 떠졌다. 창문을 열자 눅눅한 바람이 짧게 스쳤다. 제주는 밤새 젖어 축축한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나는 낡은 텔레비전을 틀었다. 화면 속에서 날씨와 교통, 간밤의 뉴스가 차례로 지나갔다. 누군가의 일상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나갈 준비를 마치고 문을 열자, 손잡이에 하얀 우산 하나가 조용히 걸려 있었다. 어젯밤 빗속에 떠밀려 온 투숙객이 마음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Uajc9xBO6WHpSeMUmPfryHpqvWw.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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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놓치다 - Track 01</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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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24T02:05:37Z</updated>
    <published>2026-05-24T02:05:37Z</published>
    <summary type="html">버스를 놓쳤다.  예약 시간을 착각했던 탓이었다. 스마트폰 속 출발 시각은 이미 과거가 되어 있었다. 도로 위 어딘가에서 공항으로 달리고 있을 버스를 떠올렸다. 잠시 멍해졌다. 아직 집을 나서기도 전인데, 첫 페이지가 구겨진 기분이었다.  원래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아내가 옆에 있었다면 말이다.  아내는 떠나기 전부터 여행지에 도착해 있는 사람이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V9g1KvYiCFIQEBxo2Q0TOxkv85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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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랑이 사건이 되기까지 - 기다리거나 사라지거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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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17T03:32:55Z</updated>
    <published>2026-05-17T03:32:55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quot;이 사람이랑 결혼해야겠다. 이런 느낌이 있나요?&amp;quot;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회사 동료가 내게 물은&amp;nbsp;적 있다. 동료는 연애 중이었다. 값진 조언이라도 해줬어야 했지만, 사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비슷한 질문을 받을 때면, 이후의 나는 이렇게 답한다.  100가지 중 99가지가 맞아도 끝내 엉키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하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g2k2%2Fimage%2FDXEpcNb_9KF9p1leS4abm-0htw4.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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