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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정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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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세상살이에 궁금함이 많아 글을 쓰기 시작한 평범한 시민입니다. 과학, ICT 분야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지만, 소소한 일상의 삶을 글로 담아내는 것을 좋아합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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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3-05-09T07:24:29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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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흙과 먼지 사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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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22:00:16Z</updated>
    <published>2026-10-09T22:00:16Z</published>
    <summary type="html">봄볕이 내려앉은 연못가에 서 본 적이 있습니다. 물빛이 유리처럼 맑은 날이었지요. 그 속을 커다란 물고기 한 마리가 지느러미를 느리게 흔들며 지나갔습니다. 비늘에 햇살이 부딪혀 은빛으로 흩어질 때, 곁에 있던 아이가 나직이 탄성을 질렀습니다. &amp;quot;우와, 예쁘다.&amp;quot; 그 한마디에 어른들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물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런데 만약 같은 물고기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nMvkJjQYRs35N4NxEOUfcTZte_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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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연결의 끝에서 인간을 묻다 - AI 시대, 기술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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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7T22:00:20Z</updated>
    <published>2026-10-07T22:00:20Z</published>
    <summary type="html">인류의 통신사(史)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거리와의 싸움'이다. 사람은 오래전부터 멀리 있는 이에게 생각과 목소리를 전하고 싶어 했다. 봉화와 파발에서 전신과 전화로, 라디오와 텔레비전에서 인터넷과 이동통신으로 이어진 기술의 역사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 온 과정이었다.  한 회선이 한 사람의 신호만 실어 나르던 시절은 다중화 기술과 함께 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2p4CzaXGJbc2YKruQY0FWPLy7Gk.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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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고통이지, 목숨이 아니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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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5T21:46:41Z</updated>
    <published>2026-10-05T21:46:41Z</published>
    <summary type="html">문을 밀고 들어선 사내의 허리춤에서 쇠붙이 소리가 났다.  아테네의 겨울이었다. 병상에 누운 안티스테네스는 오래 앓고 있었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 안쪽이 찢기는 것 같았고, 밤은 낮보다 길었다. 젊은 날 그는 소크라테스의 곁을 지켰고, 가진 것 없이도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가르쳐 온 사람이었다.  제자 디오게네스가 문병을 왔다. 스승은 그를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_BsnQbCQZ2mptdmXkB21Jlva10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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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매화에 물을 주어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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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4T00:00:20Z</updated>
    <published>2026-10-04T00:00:20Z</published>
    <summary type="html">1570년 겨울, 도산의 아침은 몹시 추웠다.       일흔 살의 노학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기도 힘들었다. 제자들이 방 밖에서 숨을 죽이고 있을 때, 퇴계 이황은 마지막 말을 남겼다.       &amp;quot;저 매화나무에 물을 주어라.&amp;ldquo;       죽음을 앞둔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유언도, 훈계도, 사후의 당부도 아닌 화분 하나였다. 그는 자기 목숨이 꺼져 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4FtAci5TbiZ3uuxfYUUJZRtkIz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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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을비(詩)</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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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22:00:30Z</updated>
    <published>2026-10-01T22:00:30Z</published>
    <summary type="html">가을비  이정호  하늘이 물들이는 밤, 가을비가 내립니다 노래처럼 부드럽게 오늘을 적시며  서장대의 그윽한 눈빛이 나를 안아주고, 낙엽 하나 조용히 비에 몸을 맡깁니다  들녘은 고요히 고개 숙이고, 대왕의 꿈도 도포 자락 적시며 잠듭니다  조선의 숨결이 가을을 흔들면, 가을은 마음 깊은 곳에 스며듭니다  누구도 깨울 수 없는 왕의 꿈이 오늘 밤, 젖은 가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G5B4LevALBIaqRzyJKOIeDH4Pr0.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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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부서진 자리에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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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9T22:00:32Z</updated>
    <published>2026-09-29T22:00:32Z</published>
    <summary type="html">시어도어 루스벨트는 원시와 근시, 두 개의 다른 눈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가까운 것을 보는 안경과 먼 것을 보는 안경, 그 둘을 늘 몸에 지니고 다녀야 했던 그에게 강철 안경집은 성가신 짐이었습니다.  그런데 밀워키의 저녁, 한 발의 총알이 그 짐의 정체를 뒤바꿔 놓았습니다. 가슴을 향해 날아온 총알은 접힌 원고와 안경집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갔고, 그는&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PjKPUUX9EaZMC4qD5bqcOhMMsU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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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라앉는 것들 - 콩과 씨앗과 벼 이삭이 가르쳐준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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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7T22:00:49Z</updated>
    <published>2026-09-27T22:00:49Z</published>
    <summary type="html">쟁반 위에 콩을 한 움큼 쏟아놓고, 그것을 슬며시 기울이던 손이 있었다. 어릴 적 마루 끝에 앉아 지켜보던 그 손은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매끄럽고 여문 콩들은 저희끼리 무게를 나누듯 또르르, 한 방향으로 굴러 한 곳에 모여들었다. 그러나 벌레가 먹은 자리, 속이 물러버린 자리를 지닌 콩들은 쟁반을 기울어도 꿈쩍하지 않았다. 무언가를 감추려는 사람처럼, 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1mlUYq2efrCsWwd6Bh1o47YziT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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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발밑의 돌 - 같은 구덩이, 다른 걸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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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5T00:00:26Z</updated>
    <published>2026-09-25T00:00:26Z</published>
    <summary type="html">구덩이에 빠진 한 남자가 있습니다. 발 앞에는 돌덩이 하나가 뒹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보지 않습니다. 그저 무릎을 끌어안은 채 웅크리고 앉아, 자신을 이 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은 세상을 원망합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놓인 돌은, 그에게는 그저 발에 걸리적거리는 장애물일 뿐입니다.  같은 시각, 또 다른 구덩이에 빠진 한 여자가 있습니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lMRa7OWBwvH-l5MHUtmBZ56vEh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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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시선의 확장</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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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2T22:00:33Z</updated>
    <published>2026-09-22T22:00:33Z</published>
    <summary type="html">화성행궁 옆 골목, 낡은 담장 밑에 잡초 하나가 돌 틈을 비집고 올라와 있었다. 지나가던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리며 걸음을 재촉했고, 어떤 이는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같은 담장, 같은 틈, 같은 초록이었다.  나는 그 틈을 오래 바라본 적이 있다. 돌과 돌 사이, 빛 한 줌 겨우 드는 자리에서 뿌리를 내린다는 것. 그것을 잡초라 부르든 생명이라&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Eug2Rm1nvNrfmzMpTXAJP8OJ4P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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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만의 온도로 산다는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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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0T22:00:50Z</updated>
    <published>2026-09-20T22:00:50Z</published>
    <summary type="html">제주도 전체 면적의 6.1%를 차지하는 '곶자왈'은 나무와 덩굴이 마구 엉클어진 신비로운 숲입니다. 제주 고유어로 숲을 뜻하는 '곶'과 덤불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이름처럼, 겉보기에는 그저 거친 수풀들이 뒤엉킨 모습입니다. 평균 10미터 이상 용암류가 쌓여 있는 이 지대는, 그 거친 겉모습과는 달리 매우 독특한 기후를 품고 있습니다.  이 숲은 1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6HlqAJU6Ck4pbLr1__SJgoowqPo.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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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모양은 빌릴 수 있어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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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8T22:00:17Z</updated>
    <published>2026-09-18T22:00:17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래전 한 잡지에서 읽은 유머 하나가 오래 남았습니다.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 손님이 미용실 의자에 앉았습니다. 미용사는 잠시 당황했습니다. 손님이 말했습니다. &amp;quot;고통 없이 내 머리를 당신 머리처럼 만들어주면 큰돈을 드리겠소.&amp;quot; 미용사는 망설임 없이 기구를 들어 자기 머리를 깎기 시작했습니다. 바닥에는 머리카락만 수북이 쌓였습니다. 결국 미용사가 한 일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uQf8aL_CFHd70tQSymtPA1_N-J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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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빛이 드는 자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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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7T02:05:17Z</updated>
    <published>2026-09-17T02:05:17Z</published>
    <summary type="html">19세기 영국의 예술 평론가이자 화가였던 존 러스킨이 어느 파티에서 손수건을 바라보며 울상으로 앉아 있는 한 귀부인에게 다가가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귀부인은 존 러스킨에게 값비싼 손수건을 내보이며 말했습니다.  &amp;quot;이 손수건은 최고급 실크로 만든 것인데 누군가가 여기에 잉크를 쏟아 버렸어요. 손수건에 얼룩무늬가 생겨 이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게 됐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sogSO6VqJOUtnf7Q5SdRTYONR_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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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완벽하다고 말하는 사람만큼 완벽한 바보는 없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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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5T01:55:50Z</updated>
    <published>2026-09-14T21:55:51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래된 누각의 기둥 아래를 들여다본 적이 있다. 주춧돌은 다듬은 돌이 아니었다. 산에서 굴러온 그대로, 울퉁불퉁한 자연석이었다. 그런데 그 위에 얹힌 나무 기둥의 밑동이 돌의 굴곡을 따라 파여 있었다. 골이 진 자리는 골을 따라, 솟은 자리는 솟은 만큼 물러나 있었다.  목수는 돌을 평평하게 깎지 않았다. 대신 나무를 깎았다. 돌이 가진 흠을 없애는 대신,&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y586JFcG5aeT6YZeMz4iAprYCXE.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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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다양성의 가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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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2T21:56:38Z</updated>
    <published>2026-09-12T21:56:38Z</published>
    <summary type="html">저녁 무렵의 버스에는 스무 명쯤이 타고 있었다. 창가에 앉은 남자는 아까부터 같은 문자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앞자리 여자는 통화를 하며 소리 없이 웃었다. 뒷문 옆 노인은 눈을 감은 채 손잡이만 붙들고 있었다.  모두 같은 방향으로 실려 가고 있었지만, 아무도 같은 이야기를 살고 있지 않았다. 나는 그중 어느 것도 읽을 수 없었다.  가장 생동감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AxF-n1Swek5L2jlrJq9YD8tRkx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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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지각과 결석</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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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0T22:00:39Z</updated>
    <published>2026-09-10T22:00:39Z</published>
    <summary type="html">강의 첫 시간에는 출석을 부른다. 이름을 하나씩 읽어 내려가다 보면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자리가 있다. 나는 잠시 기다렸다가 다음 이름으로 넘어간다.  그러다 십 분쯤 지나 뒷문이 조심스럽게 열린다. 숨이 찬 얼굴 하나가 고개를 숙이며 들어와 맨 뒷줄에 앉는다. 나는 출석부의 그 이름 옆에 표시를 고쳐 넣는다. 결석이 지각으로 바뀐다. 종이 위에서 그것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BXimKy1ok9Nb6xxmqRQHx-BaxV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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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AI 윤리원칙, 선언을 넘어 신뢰의 인프라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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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8T22:00:28Z</updated>
    <published>2026-09-08T22:00:28Z</published>
    <summary type="html">정부가 '대한민국 인공지능 윤리원칙'을 내놓았다. 인공지능기본법 제27조에 근거한 이번 원칙은 인간의 존엄성, 사회의 공공선,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세 축으로 삼고, 그 아래 인간 중심성, 프라이버시 보호, 공정성&amp;middot;포용성, 책임성, 안전성, 신뢰성, 투명성이라는 일곱 원칙을 세웠다. AI가 산업과 일상에 이미 깊이 스며든 지금, 논의의 무게중심도 옮겨가고 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8SmSld5TUxALcN7lSe7759L7hBw.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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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취하는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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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6T22:00:29Z</updated>
    <published>2026-09-06T22:00:29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는 마흔여섯이었다. 정확히는 마흔여섯 하고도 두 달이 더 지난 어느 화요일 저녁, 회사 앞 호프집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엔 입사 동기 셋. 누군가 승진했고, 누군가는 떨어졌고, 그는 후자였다. 발표는 오전 열한 시에 사내 게시판에 올라왔다. 그는 그 화면을 두 번 읽었다. 두 번째에는 자기 이름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생맥주 첫 잔&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EIUy22L9NffxhYENWNta4iAFqj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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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전리층의 비밀과 장거리 교신의 길, 그레이 라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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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4T22:00:24Z</updated>
    <published>2026-09-04T22:00:24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nbsp;그레이 라인의 개념과 생성,&amp;nbsp;활용  그레이 라인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면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해가 뜨거나 지는 경계선' 정도로 이해한다. 그러나 단파 통신을 조금이라도 깊이 들여다보면, 이 경계선이야말로 전리층, 태양 활동, 지구 자기장, 전파 흡수와 반사의 모든 요소가 한순간에 겹치는 매우 특이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레이 라인은 시각&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gfWRDastZJxj4cBo2Hf-97cKEY0.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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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내가 나에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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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2T22:00:42Z</updated>
    <published>2026-09-02T22:00:42Z</published>
    <summary type="html">며칠 전 새벽, 잠이 오지 않아 거실에 앉아 있었다. 식구들은 모두 잠들고 냉장고만 이따금 낮게 몸을 떨었다. 형광등 불빛 아래 혼자 깨어 있던 그 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졌다.  문득 손등을 내려다보았다. 마디마디 거칠어진 살갗, 도드라진 힘줄,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굽어버린 손톱 하나. 평생 글을 쓰고 강단에 서고 누군가의 일을 거들며 살아온 손이었다. 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m2jzFItzfmT_f-_MpgU_qzPkF0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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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먼저 다가갈 때 시작된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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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31T22:00:39Z</updated>
    <published>2026-08-31T22:00:39Z</published>
    <summary type="html">대형마트 입구에 서서 잠시 머뭇거린 적이 있다. 양손에 짐을 들고 있던 그날, 비닐봉지 손잡이는 손가락 마디를 파고들었고 자동문은 평소보다 굼떠 보였다. 한 걸음 물러선 자리에서 문은 열리지 않았다. 닫힌 유리는 매장 안을 보여주는 대신 짐을 든 채 서 있는 나를 비추고 있었다.  그때 뒤따라온 누군가가 성큼 걸어와 섰다. 문이 소리 없이 갈라졌고, 나는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oVE%2Fimage%2FY2pS8eDBAurKucPwugFPxw4IEXM.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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