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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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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매 순간 떠오르는 점들을 이어 선을 긋기 위해 사유합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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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3-08-11T09:11:40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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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다운 게 뭔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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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2T03:04:54Z</updated>
    <published>2026-10-12T02:00:42Z</published>
    <summary type="html">금요일 늦은 저녁, 소란스러운 맥줏집 구석 탁자에서 맥주잔 표면에 맺힌 물방울을 엄지손가락으로 훔쳐내고 있을 때였다. 왁자지껄한 대화 틈새로 건너편 동료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불쑥 한마디를 던졌다.  &amp;quot;야, 너답지 않게 왜 그래? 원래 이런 데서 그런 말 잘 안 하잖아.&amp;quot;  탁자 아래로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발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손에 쥐고 있던 맥주잔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xr%2Fimage%2Fxl_J70vOF6b6_UEg90lOaOia9m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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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다른 삶도 완전하지 않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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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0T00:00:14Z</updated>
    <published>2026-10-10T00:00:14Z</published>
    <summary type="html">식탁 모서리를 그러쥐었던 손가락에서 힘을 풀었다.  넷째 손가락 관절을 타고 뻐근한 통증이 팔꿈치 안쪽까지 올라왔다. 식탁 위 유리그릇에는 먹다 남은 복숭아 과육이 식은 시럽에 잠겨 있었다. 달디단 시럽 위로 깡통의 비릿한 쇠 냄새가 얇게 떠돌았다.  싱크대에서는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채 찬물로 그릇을 헹구는 소리가 이어졌다. 달그락, 달그락. 굳어버린 오른</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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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은 오늘 한 번뿐이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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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10:00:08Z</updated>
    <published>2026-10-09T10: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평일 정오, 도심 오피스 빌딩 숲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근린공원 벤치에 앉아 비닐 포장지를 벗긴 샌드위치를 베어 문다. 한 손에는 푸르스름한 액정이 켜진 스마트폰이 들려 있다. 화면 속에서는 어젯밤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화려한 사건들과 끝없이 이어지는 짧은 영상들이 매끄러운 손가락 움직임에 맞춰 위아래로 미끄러진다. 귓가로는 대로변을 질주하는 차량 엔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xr%2Fimage%2F51YzjnFLZHBUOs8UzakLKD0Ggx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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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엄마가 살아 있는 아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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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8T00:00:18Z</updated>
    <published>2026-10-08T00:00:18Z</published>
    <summary type="html">현장에서 두 겹으로 꼈던 장갑을 벗어 두고 돌아왔지만, 방에 들어와 외투를 벗었을 때도 손등에서는 락스 냄새가 가시지 않았다.  수도꼭지를 틀고 비누칠을 거듭했으나 찬물에 얼어붙은 손끝의 냉기와 살갗에 밴 약품 냄새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좁은 자취방 안에는 석유난로의 매캐한 잔향과 내가 묻혀 온 겨울바람만이 겉돌았다.  자리에 누웠으나 잠은 오지 않았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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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포개어지지 않는 시간들 - 부모는 내 늙음을 보지 못하고, 자식은 내 청춘을 기억하지 못한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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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7T11:00:19Z</updated>
    <published>2026-10-07T11:00:19Z</published>
    <summary type="html">일요일 점심, 본가 식탁 맞은편에서 어머니가 사과를 깎고 있다. 낡은 스테인리스 과도가 껍질을 스칠 때마다 사각거리는 마찰음이 낮게 울린다. 관절염으로 마디가 불거진 손가락, 검버섯이 내려앉은 손등. 껍질은 얇게 이어지지 못하고 서너 번 툭툭 끊기며 도마 위로 떨어진다. 그 느릿한 손놀림을 바라보다가, 문득 거실 벽면에 걸린 오래된 액자로 시선이 옮겨간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xr%2Fimage%2FH-zsv50cZ0Fs0nvn46TqEmH_Wg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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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인생이라는 무대의 투자자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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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6T09:00:19Z</updated>
    <published>2026-10-06T09:00:19Z</published>
    <summary type="html">일요일 늦은 밤,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 화면에는 다음 주를 위한 일정표가 분 단위로 채워져 있다. 오전 아홉 시 회의, 오후 두 시 보고서 마감, 저녁 일곱 시 운동까지 빈틈없이 정돈된 네모 칸들을 바라볼 때, 우리는 묘한 안도감을 느낀다. 완벽하게 준비된 각본을 손에 쥔 연출가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그 정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xr%2Fimage%2F3O28OmEujsktG_67EOCSHmngcw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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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바나나 껍질을 밟은 시지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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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6T05:37:32Z</updated>
    <published>2026-10-06T05:37:32Z</published>
    <summary type="html">밤 11시 20분, 길고 피로했던 하루를 겨우 버텨내고 돌아온 방 안. 외투를 벗어둘 기운도 없이 작은 접이식 밥상을 펴고, 하루의 첫 온기나 다름없는 따뜻한 국그릇을 올려놓는다. 마침내 모든 소음이 잦아들고, 이제야 조촐한 평온을 한 입 넘기려던 참이다. 어둠이 내린 방구석에서 웅크리고 있던 고양이가 별안간 허공을 향해 발톱을 세우며 질주를 시작한다. 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xr%2Fimage%2FXuL6huUtJNof1XZLCwXBN5PtQe8.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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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건너는 사람에게 강은 이름을 묻지 않는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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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2T03:55:56Z</updated>
    <published>2026-10-02T03:55:56Z</published>
    <summary type="html">늦은 밤 책상 앞에 앉아 이력서나 온라인 프로필의 자기소개 칸을 채우려다 보면, 빈 화면 속 깜빡이는 커서를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유난히 길어진다. 그 네모 칸 안에는 나를 쓸모 있는 사람으로 증명해 줄 명사들이 들어서야 한다. 직함, 소속, 연차, 다룰 줄 아는 도구들의 목록, 그리고 지난 몇 년간 일궈낸 성과의 숫자들. 자판을 몇 줄 두드리다 지우기를&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xr%2Fimage%2F1xwE2FFg9l8jlM1PIxAdlmNdSKU.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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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당신이 잘 지낸다면 좋은 일입니다, 나도 잘 지냅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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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9T05:35:10Z</updated>
    <published>2026-09-29T05:35:10Z</published>
    <summary type="html">책상 서랍 깊은 곳을 비우다가 오래된 수첩 한 권을 발견한다. 몇 해 동안 한 번도 펼치지 않아 표지 모서리가 닳아 있고 종이는 누렇게 바래 있다. 아무렇게나 넘기던 종이 틈에서 포스트잇 한 장이 툭 떨어진다. 0.5밀리미터 파란색 볼펜으로 꾹꾹 눌러쓴 짧은 라틴어 문장이 적혀 있다.  Si vales bene est, ego valeo.  몇 번의 계절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xr%2Fimage%2FKhAc5y_NE-xHSyK1Nb566xfqQwk.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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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다정한 사람은 세상을 모를 리 없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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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8T10:00:15Z</updated>
    <published>2026-09-28T10:00:15Z</published>
    <summary type="html">모니터 오른쪽 구석에서 메신저 알림창이 연거푸 붉은 점을 깜빡인다. 스크롤을 내리자 예의를 한 겹 벗겨낸 날카로운 문장들이 화면을 채운다. 마감 일정을 일방적으로 앞당기며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상대의 차가운 통보다. 심장이 쿵 내려앉고, 목덜미가 뻣뻣하게 굳어온다. 자판 위에 얹힌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탕비실로 걸어가 정수기 레버를 누른다. 차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xr%2Fimage%2F73ZGD-BOkHo4u7QMCUvjKIQlCv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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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도피하지 않는 고독의 자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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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8T04:19:22Z</updated>
    <published>2026-09-28T04:19:22Z</published>
    <summary type="html">일요일 오후, 세탁기가 마지막 탈수를 마치며 슈베르트의 '송어' 멜로디를 울린다. 젖은 티셔츠와 양말을 털어 빨래건조대에 널고, 찬장에서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꺼낸다. 얼음을 반쯤 채운 뒤 진하게 내린 드립 커피를 붓고 뚜껑을 돌려 닫는다. 불과 일주일 전, 별다른 준비 없이 공원에 나갔다가 낭패를 겪은 참이었다. 공원에는 등받이가 있는 벤치가 거의 없었고,&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xr%2Fimage%2FlOWulwGeRxxIq4990cGrk2465NU.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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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돌아갈 수 없는 쪽</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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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6T00:00:15Z</updated>
    <published>2026-09-26T00:00:15Z</published>
    <summary type="html">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와닿은 것은 뺨을 파고드는 시멘트 바닥의 냉기였다.  어둠 속에서 깜박이던 붉은색 [ON AIR] 표시등도, 천천히 돌며 테이프를 긁어대던 오픈릴 레코더의 금속 릴도 없었다. 머리 위로는 녹슨 철제 셔터가 굳게 내려앉아 있었고, 셔터 틈새로 초겨울 새벽바람이 들이치고 있었다.  혜화역 계단 참이었다.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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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대체 무엇을 기대했던 걸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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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4T11:31:08Z</updated>
    <published>2026-09-24T11:31:08Z</published>
    <summary type="html">몇 달 동안 모든 저녁과 주말을 쏟아부었던 기획서가 회의실 테이블 위에서 단 몇 분 만에 백지화되는 순간이 있다. 몇 년을 가족처럼 부대끼며 미래를 약속했던 동업자가 굳은 표정으로 다른 길을 가겠다고 통보하는 오후도 있고, 계절이 바뀌도록 서로의 영혼을 전부 내어줄 것처럼 타오르던 연인이 작은 짐가방 하나를 챙겨 현관문을 나서는 새벽도 있다.  모든 소란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xr%2Fimage%2Fu--Wywqn6N8P4Sh_QrVf7LT8Mg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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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서리의 얼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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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4T00:00:20Z</updated>
    <published>2026-09-24T00:00:20Z</published>
    <summary type="html">손잡이를 쥔 손바닥으로 차가운 철문의 냉기가 파고들었다.  머리 위에서 붉은색 [ON AIR] 표시등이 깜박이며 웅웅거렸다.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공기는 조금 전 복도의 퀴퀴한 먼지 냄새와는 달랐다. 차가운 기계 기름 냄새, 자석 테이프가 회전하며 내뿜는 비릿한 냄새, 그리고 밀폐된 방에 오랫동안 머물던 사람의 메마른 체온이 섞여 있었다.  주머니 속에서</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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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때는 옳았고, 지금은 틀리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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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3T07:02:23Z</updated>
    <published>2026-09-23T07:02:23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래된 서랍 속이나 클라우드 사진첩의 깊은 폴더를 정리하다가, 몇 년 전 내가 썼던 글이나 작업물, 혹은 누군가와 주고받았던 메시지 창을 우연히 열어보게 되는 밤이 있다. 화면에 떠오른 문장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 순간 목덜미가 달아오르며 손가락 끝이 굳는다.  어쩜 이렇게 낯뜨겁고 유치했을까. 왜 저런 자리에서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저토록 장황&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xr%2Fimage%2Fe8X9zTFZ5-mPLsF-HC-Z4X5R9r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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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살아라, 그대는... 그 뭐냐... 그거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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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2T10:00:12Z</updated>
    <published>2026-09-22T10: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불을 끈 방,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 화면을 무심코 넘기다 한 장의 이미지 앞에서 손가락을 멈추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1997년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유명한 포스터 문구를 패러디한 낡은 짤방이었다.  원래 그 자리는 웅장한 선언이 차지해야 할 곳이었다. 상처투성이 얼굴로 숲을 지키려던 소녀를 향해 소년 아시타카가 던졌던 영화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xr%2Fimage%2FgD0sSdORcEChYsjSzVajU-a1N-A.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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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 꽃다발의 주인이 내가 아니었음을 알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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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2T06:47:01Z</updated>
    <published>2026-09-22T06:44:57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느 늦은 오후,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다 스레드(Threads)에 올라온 몇 줄의 글 앞에서 손가락을 멈추었다.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답례로 나눠준 조그마한 꽃다발을 들고 버스 정류장에 서 있던 한 사람이 적어 내려간 일화였다.  가방을 멘 채 버스를 기다리던 그의 곁으로 백발의 노인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고 했다. 정류장의 소음을 거스르지 않&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xr%2Fimage%2FJ5sPbTREXvODCWdyFrmNmYvlBZk.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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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소한 엇박자에 져주는 이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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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1T10:18:02Z</updated>
    <published>2026-09-21T10:18: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골목 어귀의 작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선다. 바깥의 열기와 소음이 닫히는 문 뒤로 물러서고, 주방 환풍기 돌아가는 일정한 기계음만이 빈 공간을 메운다. 테이블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주문을 하려 고개를 든다. 다가온 직원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다. 물병을 테이블 위에 툭 소리가 나게 내려놓고는, 메&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xr%2Fimage%2FbBlHOGodDpzDRV0pPHMFYQxMhYU.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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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달이 두 개인 방</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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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9T10:00:04Z</updated>
    <published>2026-09-19T10: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혜화역 대합실 계단 옆, 반쯤 내려앉은 셔터 밑으로 몸을 숙였다. 차가운 쇳가루 냄새가 정수리를 스쳤다. 화강암 계단을 디디며 내려갈수록 등 뒤 대합실의 일상적인 기척이 서서히 끊겨 나갔다. 청소부가 타일 바닥을 문지르던 축축한 마포걸레 소리도, 막차를 타러 뛰어가던 취객들의 구두 굽 소리도 셔터에 가로막혀 멎었다.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정적이 발목을 차갑</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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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악역이 없는 자리에 남는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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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8T07:17:03Z</updated>
    <published>2026-09-18T04:33:42Z</published>
    <summary type="html">소리를 지르며 다툰 것도 아니고, 누군가 먼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극적인 파국도 아니다. 가로등 불빛이 길게 드리운 늦은 밤, 차가워진 벤치에 나란히 앉아 아주 낮은 목소리로 몇 마디를 주고받았을 뿐이다. 말과 말 사이에는 긴 침묵이 흘렀고, 이제는 정말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방향으로 돌아섰다.  혼자 문을 열고 들어선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Lxr%2Fimage%2FgpcvVCyyFoiHRP51Boleok3PWF8.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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