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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은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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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eunjin-story</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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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마음에 담아 둔 것을 천천히 꺼내 씁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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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3-02-18T07:11:37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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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벌써 가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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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8T00:11:20Z</updated>
    <published>2026-10-08T00:11:20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quot;엄마랑 같이 안 살래?&amp;quot;  수제비 반죽을 떼던 손이 멈췄다. 또 그 말이다.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엄마가 어느새 식탁 옆에 바짝 다가와 서 있었다. 한동안 내 손만 내려다보더니, 오늘 저녁 반찬 이야기를 하듯 무심하게 던진 말이었다.  &amp;quot;엄마는 딸이 그렇게 좋아?&amp;quot;&amp;quot;그럼, 딸이 좋지.&amp;quot;&amp;quot;난 엄마랑 살면 힘들 것 같은데. 삼 일 만에 도망갈지 몰라.&amp;quot;&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gWi34HL2U2HUkz_RC46gbH5de2E.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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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흰 침대와 파란 의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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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3T01:14:50Z</updated>
    <published>2026-10-03T01:14:50Z</published>
    <summary type="html">늦은 밤 전화벨이 울렸다. 시아버지가 피를 토하셨다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렸다. 통화하는 남편의 목소리는 이미 굳어있었고, 그 사이로 구급차 사이렌이 다급하게 섞여 들어왔다.  폐에 피와 물이 차 급히 빼내야 한다며 입원 수속을 밟고 있다는 연락이 다시 왔다. 한숨 돌렸으니 걱정 말라는 시어머니의 말에도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밤새 그 일을 혼자 감당&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96hWt9_hH1I7WZs_kcKjblKLNCE"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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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장 젊은 사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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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5T08:56:51Z</updated>
    <published>2026-09-25T08:56:51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전 8시 40분, 남편과 함께 시부모님을 모시고 노인전문병원에 도착했다. 진료 예약은 9시였다. 퇴직하면 아침잠부터 실컷 자보자던 계획은 이런 식으로 자주 미뤄졌다.  지방 소도시의 아침 거리는 그런대로 한산했다. 그러나 병원으로 꺾어 드는 길부터는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환자를 내려주는 차들과 느린 걸음의 어르신들, 휠체어를 미는 보호자들이 뒤엉켜 오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A14Nf_qJdYW9Wi2L_R9imwGq0Yw.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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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도둑은 없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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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7T03:13:28Z</updated>
    <published>2026-09-16T23:21:21Z</published>
    <summary type="html">노트북 앞에서 풀리지 않는 글을 붙잡고 있었다. 모니터 속의 글자들이 빽빽하다 못해 모래알갱이처럼 보였다. 뚫어지게 들여다봐도 그 말이 그 말이었다. 화장대에 올려둔 휴대폰에서 진동소리가 울렸다. 예상대로 엄마였다.       &amp;ldquo;우리 논 있잖아. 가져간 그놈이 또 왔다 갔어.&amp;rdquo; 어제와 비슷한 레퍼토리가 이어졌다. 얼마 전에도 가까이 사는 남동생에게 확인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VWY-2O2GFB5_e3pfv-mbH-RF3FU.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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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악플은 아니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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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9T23:30:34Z</updated>
    <published>2026-09-09T23:30:34Z</published>
    <summary type="html">선 하나 긋는 것조차 쩔쩔매던 날들을 지나, 건물과 나무에 원근감을 살려 제법 도시다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런데 글쓰기는 달랐다. 까다롭고, 어렵고, 막막했다. 감히 써볼 생각조차 못 하던 영역이었다. 그랬던 내가 매일 글을 쓰고 있다니,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이다.    시작은 도서관 글쓰기 프로그램이었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책 만들기'였다. '내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_IVfnWuMF_BaWTChvOU4Upa0VV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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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발령지 말고, 내가 고른 도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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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2T22:01:27Z</updated>
    <published>2026-09-02T22:01:27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담한 월세방 하나를 얻었다.  8차선 도로가에 있는 오피스텔의 작은 방이었다. 4개나 되는 엘리베이터가 있고 주상복합이라 아래층은 미용실 편의점 베이커리 식당들이 있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건물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유일하게 하나뿐인 창을 여니 메타스퀘어 나무 아래로 쉴 새 없이 자동차와 버스들이 움직&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Ns0wClubS1LJq1dQJYSstQ2wZkI"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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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어디에서 살 것인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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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31T01:40:34Z</updated>
    <published>2026-08-27T00:22:11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quot;이제 뭐 하실 거예요?&amp;quot; 퇴직을 한다고 하니 사람들이 가장 먼저 이렇게 물었다. 고생 많았다며 이젠 쉬엄쉬엄 지내라며 물어보는 이도 있고, 때가 되어 떠나는 사람에게 건네는 격식 차린 인사처럼 묻는 이도 있었다.  &amp;quot;실컷 놀아야죠.&amp;quot; 그렇게 말하면 정말 놀기만 할 거냐고 묻다가, 무슨 계획이든 있을 것 아니냐며 궁금해했다.  늦잠도 자고 여행도 다니고,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Z7QctxgveDYVS9aKonitonOGyA0"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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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여보, 우리 같이 퇴직할까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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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9T23:23:49Z</updated>
    <published>2026-08-19T23:23:49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해 겨울, 남편은 이상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밤늦게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 무언가를 찾더니, 급기야 배편 시간표까지 출력해 들고 다녔다. 제주도 책방 투어를 가자고 했다. 평소라면 &amp;quot;이 근처나 돌아보자&amp;quot; 하던 사람이 바다 건너 제주라니. 그것도 비행기도 아닌 배편이었다. 가볼 책방 몇 군데의 동선까지 이미 짜놓고 있었다.  &amp;quot;왜 갑자기? 무슨 일 있어?&amp;quot;&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Pbxrtmfz3sb0swt5bRjZ_BeHHso.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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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와 같이 걷고 싶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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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3T00:17:41Z</updated>
    <published>2026-08-13T00:17:41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는 오랫동안 오늘이 아니라 내일을 살았다. 퇴직이라는 선 하나를 넘으면, 불확실했던 삶에도 명쾌한 지도 한 장이 쥐어질 줄 알았다. 어디로 가면 좋을지, 무엇을 하며 지내면 좋을지, 다 표시된 지도. 그 지도를 손에 쥐는 순간을 자주 상상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나는 살면서 그렇게 잘 짜인 지도를 믿어본 적도, 그대로 따라 걸어본 적도 없었다.  젊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09Qq4hDn0c_uaDy3TvOAU-Iv9Tg.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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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계획은 계획일 뿐 - 프롤로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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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06T01:28:24Z</updated>
    <published>2026-08-06T01:28:24Z</published>
    <summary type="html">돌아보면 나는 늘 다음 일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언제쯤 퇴직하면 좋을지, 어디에서 살고 무엇을 배우며 살아갈지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그려 두었다. 내 삶의 대부분을 함께했던 교직을 조금 일찍 마치기로 한 것도, 그렇게 준비해 온 계획의 일부였다. 아이들처럼 꼼꼼한 계획표를 붙여 놓지는 않았지만, 제2의 인생만큼은 마음속으로 자신 있게 그려 볼 수 있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n575nT5G3auyCB69UNoEa9g_uio.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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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색 앞에서 잠시 멈춥니다 - 에필로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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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7T06:04:44Z</updated>
    <published>2026-07-07T06:04:44Z</published>
    <summary type="html">색을 붙잡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단골 가게 옆집의 파란 대문 앞에서, 비 오는 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아이의 노란 비옷 앞에서 문득 걸음을 멈추곤 했다. 눈에 들어온 색은 금세 지나가 버렸기에 이름을 붙여 문장으로 남기면 조금은 내 곁에 머물 줄 알았다.  그렇게 시작된 연재였지만 마음에 담아 두고 싶었던 색은 생각보다 오래 머물지 않았다. 붙잡으려 애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2D1dGTY6Xr82YT1Avqn6_PwUXo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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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파트에 살구가 열렸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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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5T04:00:44Z</updated>
    <published>2026-06-24T22:48:26Z</published>
    <summary type="html">주말에는 엄마 집에 꼭 간다. 냉장고에 반찬을 채워 넣고, 밀린 빨래를 돌리고, 어질러진 주방을 정리한다. 가장 중요한 일은 말벗이 되어드리는 일이지만, 정작 그 일은 늘 나중이 된다.  엄마가 이곳 아파트로 이사 온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갈 때마다 마음이 앞선다. 오늘은 어떤 음식을 만들지, 세탁기가 멈추지는 않을지, 방문 예약은 언제인지 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u3mYShLjLd_p8NztqF7mqM16h9Y"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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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색을 고르는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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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0T09:33:18Z</updated>
    <published>2026-06-19T05:55:43Z</published>
    <summary type="html">가끔씩 나는 타인이 아닌 나를 알아보는 게 재미있다. 나도 모르는 내 마음을 한 꺼풀씩 벗겨내고 그 안에 숨어 있던 결을 발견하면&amp;nbsp;신기하다.&amp;nbsp;소심해서 겁쟁이인 줄만 알았는데 의외로 용감한 구석도 있었고, 평생 단점이라 여겼던 예민함은 공감력이 되어 있었다. 덕분에 남들의 표정이나 말투에 스친 감정을 읽어내는 데도 도움이 됐다.  아이들과 지내며 그런 장점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s%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hko5tEv0vwFL08GCF0CLQ0fR1a8.jpg" width="4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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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박카스 - 파란 뚜껑의 기억</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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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11T06:14:25Z</updated>
    <published>2026-06-11T06:14:25Z</published>
    <summary type="html">전에 없던 습관이 새로 생겼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시골집만 가면 나도 모르게 행동한다. 옛날 부엌을 지나 주방문을 열고 들어가 냉장고 문부터 열게 된다. 그 안에 다른 사람이 보면 안 되는 몰래 숨겨둔 보물이 있어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시골에 가면 심하게 목이 말라서도 아닌데 기어코 그 문부터 열고 본다.  투명한 용기에 담긴 500밀리 물이 다섯 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NHAiszmYSxZ1BMvBYWiaC_lUC3w"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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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같은 음악을 듣고 있었지만 - 건반의 흑과 백</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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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05T01:25:52Z</updated>
    <published>2026-05-14T02:32:11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때는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그래도 들었다. 프로콜 하럼의 〈A Whiter Shade of Pale〉. 듣기만 해도 우울한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그 창백한 슬픔이란 걸 알지도 못하면서 이해하는 척 방구석에 누워 하릴없이 하루 종일 들었다. 가끔은 정말로 내가 세상에서 제일 우울한 사람인 줄 알았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음악은 늘 그렇게 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R58h1tKUh_Q0MBYIfBAbLnV1ruI"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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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림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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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08T03:26:34Z</updated>
    <published>2026-05-07T04:49:46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quot;검은색 물감을 쓰지 마세요.&amp;quot;  강사의 말에 잠시 멈칫했다. 그림자는 당연히 검은색 아닌가? 팔레트 바깥쪽에 짜놓은 대로 굳어버린 울퉁불퉁한 검은색. 빛이 닿지 않는 곳은 늘 그 색으로 채웠다. 그게 너무 당연해서, 다른 그림자 색를 떠올려본 적이 없었다.  공들여 그린 밑그림은 잠시 뒤로 밀려났다. 오늘은 '음영 발색표'를 만드는 날이라고 했다. 그림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YbqsgfKjpn70xr8erYsIis8scN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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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물 한 번 주지 않았는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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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14T13:32:20Z</updated>
    <published>2026-04-30T01:20:53Z</published>
    <summary type="html">삼십 년 동안 물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은 사람치고는 꽤 당당한 어깨였다.  시골집이 보고 싶다며 찾아온 지인이 담장 너머 동백을 보며 감탄을 쏟아내는 동안, 나는 그 칭찬을 고스란히 받아먹고 있었다. 죽어가던 나무를 그저 땅에 내려놓았을 뿐인데, 마치 내가 잘 돌본 사람처럼 으쓱해졌다.  &amp;ldquo;이거 동백나무 아닌가요?&amp;rdquo;  그는 대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발걸음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aEzxkKmxJTRfBB-ACPrJS6FjUuk.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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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카키색을 보는 세 사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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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5-02T03:09:36Z</updated>
    <published>2026-04-23T01:06:56Z</published>
    <summary type="html">남편은 내 옷차림에 거의 간섭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싫어하는 색이 하나 있다.카키색 점퍼나 코트를 입으면 그는 얼굴을 찡그린다. 고개까지 저어가며 말릴 때도 있다. 그 표정 안에서 &amp;lsquo;별로&amp;rsquo;라는 말, 또는 &amp;lsquo;싫어&amp;rsquo;라는 말이 읽힌다.  평범한 베이지색 코트나 검정 가죽 재킷 사이에서, 내 눈에 들어 고른 옷이었다. 부드럽고 차분한 색감이 마음에 들었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24b5FAxsvv5Ez1puV8ewO1KxkzI" width="477"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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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라진 자주색 니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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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16T05:16:32Z</updated>
    <published>2026-04-16T02:14:49Z</published>
    <summary type="html">잠결이었지만, 그런 소리는 처음이었다. 몸은 무거웠지만 눈이 확 떠졌다. 적막을 찢고 들려온 건 남편의 신음이었다. 창가 쪽에서 잠든 남편이 무언가에 짓눌린 듯 괴로워 보였다. 그냥 둘 수 없다는 생각에 몸을 일으켜 그를 세게 흔들었다. 그는 눈을 번쩍 떴다가, 이내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상한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후로는 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m1W0fAg-fxttBT_C76ATLpLOAI0.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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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MBTI로는 설명되지 않는 변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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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4-09T00:34:50Z</updated>
    <published>2026-04-09T00:34:50Z</published>
    <summary type="html">요즘은 사람을 몇 가지 알파벳으로 나누어 이해하는 방식이 흔하다. E와 I로 서로를 구분하는 대화도 자연스럽다. 가볍게 시작된 구분이지만, 때로는 사람을 쉽게 나누는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가끔씩 MBTI 결과지를 들여다보는 나를 발견한다. 그 설명 앞에서 &amp;quot;나랑 똑같은데!&amp;quot; 하고 용한 점쟁이의 점괘를 얻은 것 마냥 뚫어지게 그 안에서 나를 찾는&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f8Rd%2Fimage%2F-mMvyzPHmsmcqL_zwFXlIU9mhy0.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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