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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김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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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고양이와 상호 입양으로 동거를 시작한 생명체입니다. 시선을 작고 부드러운 털 뭉치에 기대어 살고 있습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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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2-01-16T15:17:56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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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5:00 PM - P ^~P&amp;nbsp;&amp;nbsp;, 혹은 존재하면서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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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05:03:41Z</updated>
    <published>2026-10-09T05:03:41Z</published>
    <summary type="html">퇴근을 알리는 오후 다섯 시의 알람이 울리자, 센터 내의 모든 기계음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 무한한 8 자 모양의 동선을 그리던 준하의 카트도 비로소 멈춰 섰다. 준하가 땀에 젖은 조끼를 벗어던지고 셔틀버스 승강장으로 향할 때, 반대편 입구에서는 야간조를 배정받은 이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센터의 거대한 문이 열리자, 안팎 세상의 팽팽하던 공기에 균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4XGhTlNWwEtt2WY9AP-NV_8L8O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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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4:20 PM - 찌그러진 멜로디와 엉긴 문장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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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10-09T05:03:41Z</published>
    <summary type="html">출고 라인의 가파른 코너 구간에서 비틀린 소음이 터졌다. 과적된 골판지 상자 하나가 레일 틈새에 비스듬히 짓눌려 들어가며 거대한 잼 사태를 일으켰다.  &amp;lsquo;콰직- 콰콰콰쾅!&amp;rsquo;  뒤따르던 수십 개의 박스들이 잇따라 부딪히며 터져 나갔다. 어지럽게 구르는 사과들 사이로, 팩에서 튕겨 나간 알록달록한 유아용 멜로디 장난감 하나가 충격으로 눌려 경쾌한 소리를 뱉어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On7sCeqOuccNlIpjMLYnnjdMQ4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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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2:30 PM - 오르골의 태엽처럼 감겨 돌아가는 하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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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10-09T05:03:40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quot;준하 씨, 뭐 해요! 빨리빨리!&amp;quot;  관리자의 고함이 롤러의 마찰음과 테이프 뜯기는 소리를 찢고 귓가를 때렸다. 컨베이어 벨트의 마찰음, 사원들의 거친 숨소리가 어지럽게 뒤엉켰다. 준하의 손놀림만 혼자 박자를 놓쳤다. 옆 라인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관리자의 발자국 소리가 귓전을 예리하게 파고들었다.  '쩍.'  준하의 손에서 30구짜리 달걀판이 미끄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k7B4I2FYkceuwWDQUjzYyg-a99U.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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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2 : 00 PM - 마침표라는 팽팽한 테이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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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10-09T05:03:40Z</published>
    <summary type="html">시우는 삐딱한 블라인드 틈새로 스며드는 오렌지색 햇살을 뒤로하고 의자에 앉아 깜빡이는 모니터 커서 앞에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방 안의 공기는 탁했고, 모니터 주위로 정체된 먼지들이 빛을 받으며 유영하고 있었다. 방치된 배달 용기. 방 안의 엔트로피는 이미 극에 달해 있었다.  마우스 휠을 스크롤하여 어제 쓰다 만 글의 파일명을 보았다. 《숫자와 형상으로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0XfvqGGRnXcO9z_ftWUEYPCy-TQ.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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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1:00 PM - 상자 속으로 사라지는 식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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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05:03:40Z</updated>
    <published>2026-10-09T05:03:40Z</published>
    <summary type="html">오후 작업에서 준하가 배정받은 곳은 출고의 심장부인 포장대였다. 토트(Tote)의 바코드를 스캔하고 품목을 하나씩 찍으면, 모니터에는 정교한 '박제법' 같은 포장 지시가 뜬다. 물건의 숨통을 끊듯 에어캡을 두르고 상자 속에 밀어 넣어 고정하는 일련의 의식. 준하는 그저 매뉴얼대로 움직이는 정교한 유압 기계가 되어 손을 놀렸다. 상품 규격에 맞는 박스를 접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6KTro2dIvN4_yKH4VOdDw1kMjGE.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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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1:00 PM - 꼬여버린 블라인드와 닿지 않는 햇빛</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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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05:03:40Z</updated>
    <published>2026-10-09T05:03:40Z</published>
    <summary type="html">눈을 감고 침대에 누워도, 완벽한 휴식은 찾아오지 않았다. 그것은 수면이라기보다는 차가운 냉동창고의 환각 속으로 미끄러지는 추락에 가까웠다. 잠든 시우의 이마 위로 식은땀이 얇게 피어올랐다. 의식이 몽롱하게 가라앉을수록, 귓가에는 현실의 고요함 대신 영하 20도의 냉각기가 뿜어내는 둔탁한 굉음과 철제 롤러의 마찰음이 환청처럼 쟁쟁하게 울려 퍼졌다.  여기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e8GjDIEVrI1S4IRWkvWi1O_rMlA.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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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2:00 PM - 사루비아 꽃밭에서 냉동창고까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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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05:03:39Z</updated>
    <published>2026-10-09T05:03:39Z</published>
    <summary type="html">반쯤 벗겨진 허물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긴 복도. 오전 작업 종료를 알리는 사이렌이 창고 천장을 가로질러 둔탁하게 터졌다. 회색 콘크리트 구석구석에서 사람들이 한꺼번에 쓸려 나왔다. 식당으로 향하는 긴 복도는 금세 거친 안전화 발소리로 가득 찼다. 주어진 점심시간은 단 한 시간. 작업장에서 식당까지 이동해 늘어선 줄 뒤에서 식판을 받기까지 이미 20분이 날&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kjoqmZM1LDjM8RCgZOzIVcV_Oa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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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4 : 30 AM - 어긋난 직선과 곡선 사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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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10-09T05:03:39Z</published>
    <summary type="html">불 켜진 서재의 모니터 앞. 새로 고쳐 쓴 문장들이 모니터 위에서 불안하게 깜빡이고 있었다.  여느 작가들처럼 시우 역시 군더더기 없는 명사, 생동감을 머금은 형용사, 풍미를 더할 부사와 지면을 박차고 나갈 듯 역동적인 동사를 찾아 헤맸다. 고심 끝에 찾아낸 &amp;nbsp;단어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찰나였다. 어렵사리 선택한 낱말은 홀로 지나치게 도드라져 주변을 배경으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nNyGxxZ7VmgtzIJylxCoHG6n4b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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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9 : 30 AM - 'ZC12 32 503'의 얼어붙은 궤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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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05:03:39Z</updated>
    <published>2026-10-09T05:03:39Z</published>
    <summary type="html">영하 20도의 차가운 철문 앞. PDA 화면에 &amp;lsquo;ZC12 32 503&amp;rsquo;이라는 코드가 찍혔다. 냉동 구역 집품 지시였다. 'ZC'는 냉동, '12'는 통로,&amp;nbsp;'32'는 진열대, '503'은 칸. 준하의 고단한 몸뚱이를 거대한 격자판 위로 내던지는 비정한 좌표였다.  작업장에 들어서기 전, 사지로 향하는 중장갑 병사들처럼 채비를 고쳐맸다. 안전화 안쪽 플라스틱&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QHjKiGPs3mLlFX4tLlAa0j0GZY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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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3:30 AM - '어슴푸레'와 '아슴푸레' 사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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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10-09T05:03:38Z</published>
    <summary type="html">불 꺼진 서재, 모니터의 백색광만이 서늘하게 번지는 화면 앞에 앉아 시우는 내면 깊숙한 곳에서 솟구치는 낯선 힘을 실감했다. 글을 쓸 때마다 밀려드는 충동. 스쳐 지나가는 모든 찰나를 기록하고 싶다는 지독한 열망이었다. 그것은 프루스트가 홍차에 적신 마들렌 한 조각으로 유년의 기억을 통째로 길어 올렸을 때 느꼈던 그 감미로운 소스라침과 닮아 있었다.  밤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iy0gvtc_G3H-VPzjhat4ffZBRM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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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8:20 AM - 속도와 정확함의 칼날 위에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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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10-09T05:03:38Z</published>
    <summary type="html">거대한 콘크리트 미로 속에서 준하가 하는 일은 오직 몸을 부리는 것뿐이었다. 맑은 날이든 흐린 날이든, 낮이든 밤이든 변함없는 인공의 빛이 지배하는 거대 기계의 심장부. 작업장에 들어서는 순간, 주파수가 어긋난 라디오처럼 '삐&amp;mdash;' 하는 고주파음이 고막을 찔렀다. 그 뒤를 이어 냉각기와 집진기, 송풍기가 쉴 새 없이 내뿜는 육중한 기계음이 홀을 가득 메웠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bW0wvtxWTpsnkiZSQrMOTDbu7Cg.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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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3:00 AM - 모니터의 백색광과 J의 8 자 궤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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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05:03:38Z</updated>
    <published>2026-10-09T05:03:38Z</published>
    <summary type="html">셔틀버스가 원룸촌 어귀에 시우를 내려놓았을 때, 동쪽 하늘은 아직 깊은 묵빛에 잠겨 있었다. 방으로 돌아와&amp;nbsp;불을 켜지 않은 채,&amp;nbsp;시우는&amp;nbsp;서늘한 어둠 속에서&amp;nbsp;곧바로 컴퓨터를 켰다. 젖은 외투를 벗어던진 그의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니터 위에는&amp;nbsp;새벽&amp;nbsp;퇴근길의 피로를 매달아 아침까지 써 내려간 소설 속 한 대목이 흐릿하게 떠오르고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Q36YT8d-TaSxYM5CqFLx_gNyFe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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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7:30 AM - D-24 : 바코드라는 태엽에 감겨 돌아가는 하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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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05:03:37Z</updated>
    <published>2026-10-09T05:03:37Z</published>
    <summary type="html">일용직의 하루는 예외 없이 전산의 명령으로 시작된다. 출근 확정 문자를 받고 셔틀버스 QR코드를 찍은 뒤, 센터 와이파이에 접속해 체크인을 마쳐야 겨우 하루치 바코드가 출력되었다.  물류센터의 좁은 탈의실 안. 준하는 위아래가 통으로 연결된 보풀 투성이의 무거운 방한복 속으로 두 다리를 꾸겨 넣었다. 상체를 일으켜 뻣뻣한 소매 속으로 팔을 꿰어 맞추고, 둔&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J9TAAoIBmPBChGgENbg__G23MHY.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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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2:00 AM - 라디오와 냉동창고, 그리고 페이지 바깥에 멈춰 선 초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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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10-09T05:03:37Z</published>
    <summary type="html">새벽의 야간조 셔틀버스 안. 젖은 패딩 점퍼 자락에서 서늘한 습기가 스며 나왔다. 그 냉기가 차창 하단에 희끄무레한 김을 피워 올렸다. 디젤 엔진의 둔탁한 진동을 따라, 가로등 불빛이 유리창을 스쳐 지날 때마다 차 안의 어둠이 짧게 찢어졌다 다물어졌다.  시우는 스마트폰 화면에 시선을 묶어 두고 있었다. 야간조 작업을 마치고 돌아선 새벽, 스며드는 피로를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I_34sCGbrNZ2uVDf6J2LRxYKxXc.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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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6:30 AM - 숫자와 형상, 그리고 부서지는 빗방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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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05:03:37Z</updated>
    <published>2026-10-09T05:03:37Z</published>
    <summary type="html">원룸의 방 안에서 다시 알람이 울렸다. 06시 30분.  행거에 듬성듬성 걸린 옷들 중 품 넓은 후드티를 대충 걸쳐 입고 책상 모서리를 훑었다.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그곳에는 원래 있어야 할 것들이 사라진 채 텅 빈 사각형 자국만 희미했다. 서랍을 열자 엎어 놓은 액자 서너 개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틈새로 비친 사진 속 아이는 노을을 등지고 웃고 있었으&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s8M2-d0CgW63L_NbeuAdQiXE-WQ.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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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5 : 00 PM - 윤곽만 남은 형체들의 도시 : 멀어지는 형체, 길어지는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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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9-30T09:42:37Z</updated>
    <published>2025-08-29T01:24:54Z</published>
    <summary type="html">센터의 거대한 문이 열리자 안팎 세상의 팽팽하던 공기에 균열이 생긴다. 냉랭한 공기와 멀찍이 있던 소음들이 밀려온다. 시우는 카프카의 '성'을 떠올린다. '여기는 겨울이 길어요. 아주 길고 단조롭죠.(.....) 내 기억 속에서는 봄과 여름이 어찌나 짧은지 이틀 정도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이틀조차 아무리 화창한 날이더라도 간간이 눈이 내리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DpaQlAew1hKJUaXG3xGQTGyHhk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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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3 : 00 PM - 푸엥카레의 삼체문제와 사랑의 비최적화에 대하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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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10-22T06:04:15Z</updated>
    <published>2025-08-29T01:24:53Z</published>
    <summary type="html">마침내 '준하의 최적화 모델'을 적용할 차례이다. 아마 눈치 빠른 독자라면 이미 글의 전개 방향을 짐작하고, 왜 이렇게 사전 설명이 길었는지 궁금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접근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준하의 배경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면 최적화 모델의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조심성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체적인 플롯의 흐름을 자연&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f6J1NbjB79nUJtJaXhWWmw7BbV4.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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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3 : 00 PM - 결혼 생활의 최적화 함수에 대하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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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9-30T09:40:09Z</updated>
    <published>2025-08-29T01:24:53Z</published>
    <summary type="html">최적화 문제를 꺼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의 결혼 생활 또한 일종의 최적화 과정과 다름없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이익을 얻으려는 삶의 설계, 그 방향은 확고히 상호 이익을 향했다. 그들은 개인의 이익보다는 관계의 전체적 이익을 우선시했으며, 이는 단순한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 기필코 해내야 할 과업이었다. 제한된 자원, 즉 시간과 돈, 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0D-_HnnDUZAf_A-kOQB15eQBgjo.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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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3 : 00 PM - 'ZC12 32 503' 의 탐욕적 선택</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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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9-30T09:39:11Z</updated>
    <published>2025-08-29T01:24:53Z</published>
    <summary type="html">PDA 화면에 'ZC12 32 503'이라는 신선제품 코드가 뜬다. 준하는 오후에&amp;nbsp;집품(picking) 작업을 배정받았다. 집품이란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찾아내는 일이다. 겉보기엔 보물찾기 같겠지만, 놀이가 아닌 엄연한&amp;nbsp;노동이다. 보물을 찾아 떠나는 설렘이나 숨겨진 단서를 발견하는 짜릿함은 없다. 그저 하염없이 카트를 끌며 이만 보 넘게 발품을 파는 일이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LGprWuVbmsVMLmyeUlP4nVkwiFI.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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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1 : 00 PM - 138억 년의 텍스트, 나의 픽션으로 다시 태어나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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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5-09-30T09:37:53Z</updated>
    <published>2025-08-29T01:24:53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는 검지로 마우스 휠을 빠르게 스크롤하며 글을 위아래로 움직인다. 처음 시도하는 시나리오. 이 이야기를 계속 진행해야 할지, 내용을 바꿔야 할지, 아니면 도로 거둘지 고민에 잠긴다. 시나리오에 담고 싶었던 메시지는 명확하다. 반복되는 일상이 권태로움을 주지만, 동시에 삶을 단단하게 묶어주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매일 똑같이 출근하고, 수업을 준비하고,&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daum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dCbG%2Fimage%2FUmQ3x5HGkJaoUHbj8uT6pMbcG7k.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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