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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0과 1 사이, 낭만이란 버그를 심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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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1-08-25T01:48:47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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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강아지는 올라갔을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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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8T23:51:57Z</updated>
    <published>2026-10-08T23:51:57Z</published>
    <summary type="html">빈자리에 앉으려는데 양옆에서 팔꿈치가 움직였다.  평일 낮 지하철이었다. 볼일이 있어 나가는 길이었다. 서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자리는 거의 찼다. 긴 의자 가운데 한 자리가 비어 있었다. 의자에는 자리마다 옅은 선이 나 있었는데, 양쪽에 앉은 사람의 외투가 그 선을 조금씩 넘어와 있었다. 앉을 수 있을지 잠깐 가늠했다. 몇 정거장 더 가야 했다. 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qyRTkFC0ukFB3gEhp7ZN4BG0jm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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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네, 같이 갈아주세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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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6T00:00:24Z</updated>
    <published>2026-10-06T00:00:24Z</published>
    <summary type="html">필터가 더럽다는 건 알겠는데, 교체할 정도인지는 몰랐다.  정비사가 대기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는 주름이 촘촘하게 잡힌 네모난 필터가 들려 있었다. 접힌 틈마다 먼지가 끼었고 작은 나뭇잎 조각도 보였다. 방금 내 차에서 꺼낸 것이라고 했다.  &amp;ldquo;에어컨 필터도 많이 더러워졌는데, 교환할까요?&amp;rdquo;  나는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가까이서 보니 먼지가 더 잘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TmQmxPYjCw5qBs89k4yc3Y6Fc2I.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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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생각보다 문이 무거웠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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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2T00:00:27Z</updated>
    <published>2026-10-02T00:00:27Z</published>
    <summary type="html">문을 잡아줬더니 사람이 뛰어왔다.  상가 건물을 나서던 참이었다. 문을 밀고 뒤를 보니 복도 저쪽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바로 뒤는 아니었다. 그렇다고 못 본 척 놓기에는 이미 눈이 마주쳤다. 나는 문 옆으로 비켜서서 손잡이를 잡았다. 급한 일도 없었고, 잠깐 기다리면 될 일이었다.  유리문은 저절로 닫히는 종류였다. 위쪽에 경첩 장치가 붙어서 손을 떼면 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a0ga_R5bleKs7KMEv1PBsTUEwF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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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서비스로 주신 계란 프라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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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9T00:00:27Z</updated>
    <published>2026-09-29T00:00:27Z</published>
    <summary type="html">계란 프라이를 남기면 안 될 것 같았다.  밥은 거의 다 먹은 뒤였다. 찌개에는 두부 몇 조각이 남았고, 작은 접시 위에는 노른자와 그 둘레의 흰자가 남았다. 배는 불렀다. 평소 같으면 숟가락을 놓았을 텐데, 젓가락으로 흰자 끝을 잘랐다. 이것까지 먹고 일어나야 했다. 누가 그렇게 말한 것은 아니었다.  집 근처 백반집이다. 점심때를 조금 넘겨 가면 혼자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VkzZK_NNx2HEVDbW0CjaK57j0T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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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어디서 뵀더라&amp;hellip;</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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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5T00:00:30Z</updated>
    <published>2026-09-25T00:00:30Z</published>
    <summary type="html">라면 봉지를 들고 있는 사람을 한참 봤다.  저녁거리를 사러 간 마트였다. 카트에는 우유와 두부가 들어 있었고, 나는 라면도 하나 담을까 싶어 그쪽 통로로 들어섰다. 맞은편에 누가 서 있다. 검은 패딩을 입고 한 손에 장바구니를 들었다. 다른 손으로는 진열대에서 꺼낸 봉지를 뒤집어 읽는 중이었다. 아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어디서 봤는지 떠오르지 않았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cqer6XQ8NqEj7mJfn0UBlRidKCw.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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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식사하셨어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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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2T00:00:24Z</updated>
    <published>2026-09-22T00:00:24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quot;찌릿해요, 지끈거려요?&amp;quot;  &amp;quot;지끈거려요. 관자놀이 쪽이요.&amp;quot;  두통약 하나 달라고 했을 뿐인데 질문이 돌아온다. 이 약국에서는 늘 그렇다. 아프다고 하면 어떻게 아픈지를 먼저 묻는다. 찌릿한 것과 지끈거리는 것이 다른 약으로 이어지는 모양인데, 처음에는 그 구분을 몰라서 대답이 늦었다. 무슨 차이인지 머릿속으로 더듬다가 결국 그냥 아파요, 하고 말았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lBsnMXxJj7rv5mkquNIGs7JZ0y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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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축하한다는 말은 없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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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8T00:00:30Z</updated>
    <published>2026-09-18T00:00:30Z</published>
    <summary type="html">도장을 여러 번 찍었다. 장마다 한 번씩, 그리고 종이를 살짝 어긋나게 겹쳐놓고 그 사이에 걸치도록 한 번 더. 인주가 마르기 전에 옮기면 번지니까 한 장씩 넘기면서 기다렸다. 도장은 몇 해에 한 번 꺼낼까 말까 하는 물건이라 인주 뚜껑을 여니 가운데가 눌려 오목했다. 가장자리는 아직 붉고 가운데는 색이 옅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 날은 일 년에 한 번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iWBvk_M2PQvFWgvYrqrJemrrN3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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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읽었는지는 묻지 않는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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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5T00:00:29Z</updated>
    <published>2026-09-15T00:00:29Z</published>
    <summary type="html">삑, 하고 소리가 났다. 두 번째 책도 삑. 세 번째는 바코드가 잘 안 읽혀서 리더기 각도를 바꿔가며 몇 번을 댔다. 그동안 나는 카운터 앞에 서서 기다렸다.  동네 도서관에 이삼 주에 한 번쯤 간다. 평일 오후 두 시쯤이다. 프리랜서로 일하면 시간을 마음대로 쓸 듯한데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 다만 남들이 일하는 시간에 움직일 수는 있다. 그 시간의 도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BU86HU8ppb5FrsgBGNmawbhm5A0.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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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혹시, 당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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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1T05:28:29Z</updated>
    <published>2026-09-11T00:00:27Z</published>
    <summary type="html">종이 쇼핑백 바닥이 네모나게 불룩했다. 책 세 권이 들어 있어서 그렇다. 한 권이 천 쪽 가까이 되는 것들이라 세워서 담으니 바닥이 견디지 못하고 그 모양대로 늘어났다.  책장을 정리하다 나온 책들이다. 오래 일하던 분야의 전문서인데 요즘은 들춰볼 일이 없다. 필요한 게 있으면 화면에서 찾는다. 검색창에 넣으면 몇 초 만에 나오고 그게 책보다 정확할 때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sgyxxrdJoJj36piSoHu6aNshwh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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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초 동안만 아는 사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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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8T00:00:13Z</updated>
    <published>2026-09-08T00:00:13Z</published>
    <summary type="html">저녁을 먹고 나면 하천변으로 나간다. 글이 안 풀린 날일수록 나간다. 앉아서 버텨봐야 화면만 보고 있게 되니 차라리 걷는 편이 낫다. 프리랜서로 일하면 하루가 뭉개진다. 출근도 퇴근도 없으니 일이 끝나는 지점이 따로 없고, 저녁을 먹고 나서도 아직 안 끝났다는 감각이 남는다. 걷는 동안에는 그게 잠깐 멈춘다. 원고 생각을 안 하는 건 아닌데, 앉아서 하는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TrqLFEYaglkJE0_NuX9IRHPwQu0.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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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래도 차단기는 올라간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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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4T00:00:25Z</updated>
    <published>2026-09-04T00:00:25Z</published>
    <summary type="html">출차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았다. 앞으로 조금 갔다가 뒤로 물러났다가 다시 갔는데도 봉은 그대로 내려와 있었다. 뒤에 차가 한 대 붙었다. 백미러로 그 차의 앞유리가 보이는데 운전자 얼굴은 안 보인다. 그래도 기다리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창문을 내리기까지 몇 초가 걸렸다. 내리고 나서 뭐라고 해야 하나 싶었다. 저기요, 하고 부르는 것도 이상하고 경적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6JmdoeMZ6iafOzQj8ZvxSPXV6lw.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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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쌓이지 않는 미안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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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1T00:53:33Z</updated>
    <published>2026-09-01T00:00:42Z</published>
    <summary type="html">머리가 길어졌다는 걸 손이 먼저 안다. 샤워를 하다 뒤통수를 문질렀을 때 손가락에 걸리는 양이 달라져 있으면 그때쯤이다. 거울로는 잘 모르겠는데 손은 알아챈다. 두세 달에 한 번, 그런 날이 온다.  미용실은 걸어서 십 분쯤 되는 거리다. 예약을 하고 가는 편은 아니다. 문을 밀면 안쪽에서 소리가 먼저 난다.  &amp;quot;어, 오셨어요.&amp;quot;  그다음에 늘 붙는 말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E9HPQXpFLDlB3AeG0ftA7dpBDsk.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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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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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7T23:41:18Z</updated>
    <published>2026-08-27T23:41:18Z</published>
    <summary type="html">집에서 나와 신호등 하나를 건너고 편의점을 지나면 그 카페가 있다. 걸어서 오 분이 채 안 걸린다. 문을 밀면 소리가 난다. 종은 없지만 뻑뻑한 경첩이 내는 소리다. 그 소리에 맞춰 계산대 쪽에서 인사가 온다.  &amp;quot;어서 오세요.&amp;quot;  나를 보고 하는 인사인지, 문 열리는 소리에 반사적으로 나오는 인사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오늘은 눈이 마주쳤다.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JCtpWEGcvJURS3f1ze-vLLynwPw.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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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오늘은 쉬어갑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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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5T00:10:17Z</updated>
    <published>2026-08-25T00:10:17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침에 커피를 내렸습니다. 원두를 갈 때 나는 소리와 냄새를 좋아해서, 그 잠깐이 하루 중 제일 부지런한 시간입니다. 내려놓고 한 모금 마시면 그때부터는 딱히 부지런할 일이 없습니다. 잔을 들고 앉아 유튜브를 열었습니다. 볼 걸 정해두고 여는 게 아니라 그냥 열어두는 쪽에 가깝습니다. 어느 순간 소리가 배경으로 밀려나고, 손이 옆에 놓인 책으로 갑니다. 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QwsI4h8QCgdeCL4ch9_9NAIQln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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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브런치북을 발행합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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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2T05:42:50Z</updated>
    <published>2026-08-22T05:31:58Z</published>
    <summary type="html">몇 년 전 면접장에서 주로 어떤 글을 쓰느냐는 질문에 선뜻 대답을 못 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그 대답을 대신할 글을 써왔습니다. 이번에 그 글들을 모아 브런치북으로 냈습니다. &amp;lt;이름 없는 마음들에게&amp;gt;입니다.   여기 담긴 것들은 대개 이름이 없는 마음입니다. 축하한다고 말해놓고 그 말이 목에 걸리던 것 같은. 부러움이라기엔 조금 다르고 서운함이라기엔 많이&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iOw4G9wD-gNabdOtGDH9hxOMRsk.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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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이름 없는 것들에 대해 씁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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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1T23:59:57Z</updated>
    <published>2026-08-21T00:00:25Z</published>
    <summary type="html">후배에게 카톡이 왔다.  전 직장에서 같이 일하던 사이다. 오랜만이라 반가운 마음에 잘 지내지, 하고 답을 보냈다. 답장은 금방 왔다.  죽지 못해 살고 있죠.  농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문장이었다. 몇 마디 더 오가다 점심이나 먹자고 했다. 예전에 자주 가던 갈치조림 집이 있었다. 회사 근처라 점심때마다 줄을 서던 데였다. 열두 시 십 분만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W2EK0gyc6kzrqohI3wkoOPbORq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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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산을 쓰면 밖이 잘 보이지 않는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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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1T23:59:57Z</updated>
    <published>2026-08-18T00:00:24Z</published>
    <summary type="html">현관에 우산이 서 있다.  어젯밤에 접어둔 채로 아직 마르지 않았다. 살마다 물방울이 맺혀 있고 물먹은 천은 묵직하게 처져 있다. 손잡이 아래 바닥에는 물이 조금 고였다. 이 우산은 어젯밤 내내 젖었고, 그동안 나는 젖지 않았다.  우산은 늘 그렇다. 제가 다 젖어야 안쪽 사람이 안 젖는다. 마른 우산은 한 번도 쓰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얼마 전 저녁에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JyMKvCH9WIOHHzfYB1q0wyn-kyg.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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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죽지도 자라지도 않는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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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1T23:59:56Z</updated>
    <published>2026-08-14T00:00:24Z</published>
    <summary type="html">베란다에 화분이 하나 있다.  이름은 모른다. 살 때 들었는데 잊었다. 잎이 두껍고 가장자리가 조금 말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초록색 식물이다. 높이는 무릎쯤 오고 화분은 손으로 들면 묵직하다. 그 자리에 놓인 지 꽤 됐다. 잎 몇 장은 끝이 말라 갈색으로 오그라들었고 만지면 바스락 소리가 난다. 그런데 아래쪽에서는 새잎이 나왔다. 아직 연한 초록이고 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lOPs9tEj69R0ZfKXHrWBqopECO0.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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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주로 어떤 글을 쓰세요</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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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1T23:59:56Z</updated>
    <published>2026-08-11T00:00:22Z</published>
    <summary type="html">면접장에 들어가기 전에 예상 질문을 정리해 갔다.  프리랜서로 막 돌아섰을 무렵이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혼자 일을 구해야 하는 처지가 낯설어서, 준비할 수 있는 건 다 준비하려 했다. 의료 장비 쪽 마케팅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었다. 오래 그 분야에서 일했으니 용어는 익숙했고, 어떤 장비가 어떻게 쓰이고 무엇이 중요한지도 알았다. 기술적인 걸 물어오면 그건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MynR6kaAFCtdnNmsEtMazlQxxrc.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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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기울어진 밑창의 고백</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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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1T23:59:56Z</updated>
    <published>2026-08-07T00:00:23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는 내 걸음걸이를 본 적이 없다.  매일 걷는다. 하루에 몇천 걸음씩, 수십 년째 걷고 있다. 그런데 내가 걷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다. 거울 앞에서 두어 걸음 떼어보는 것으로는 알 수 없다. 그건 걷는 걸 흉내 내는 것이지 걷는 게 아니다. 진짜 내 걸음은 아무 생각 없이 걸을 때 나오는데, 아무 생각이 없어야 하니 그때 나를 볼 수는 없다.  그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cXky%2Fimage%2Fs8nKRBPrr8PmFK4oAiFqfS0IavU.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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