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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순백 상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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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soonbacklee</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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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삶의 얼룩을 잉크 삼아 쓰고, 젖은 슬픔을 햇볕에 말려 다정한 안부로 건네는 기록자</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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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1-01-01T07:42:47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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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깃털을 다듬는 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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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2026-10-12T22: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숲의 동쪽 끝, 작은 언덕 위에 나뭇가지와 짚풀을 성글게 엮은 둥지가 하나 있었다. 그곳에는 다섯 마리의 어린 새와 외기러기 어머니가 살고 있었다. 외기러기는 새벽이면 가장 먼저 일어났다. 외기러기는 아이들의&amp;nbsp;여린 깃털에 묻은 이슬을 털어주고 숲의 배움터로 보낸 뒤, 둥지 한쪽에 놓인&amp;nbsp;날카로운 조개껍데기 가위를 집어 들었다.  찰칵. 가위 소리와 함께 하루&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V4dGFW5VSwMmEn7octhZCqPmDa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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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로또보다 먼저 당첨된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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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1T08:00:04Z</updated>
    <published>2026-10-11T08: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느 청년의 이야기다. 그는 로또를 거의 사지 않았다. 한 달에 10만 원씩 로또를 사 모으는 아버지를 보며 늘 &amp;lsquo;돈 낭비의 결정판&amp;rsquo;이라 혀를 찼다. &amp;ldquo;아빠, 그 돈으로 차라리 적금을 넣으세요!&amp;rdquo; 핀잔을 주는 건 그의 일상이었다.  그런 청년에게는 10년째 연애 중인 여자친구가 있었다. 취업 준비라는 긴 터널을 함께 지나면서도 군소리 없이 서로의 곁을 지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ghD0gkSU17WPt89emRTlS55DcF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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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내 방이 생겼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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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8T22:00:06Z</updated>
    <published>2026-10-08T22: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딸아이가 결혼을 하고 집을 떠나면서 현관 바로 앞 그 방은 비어있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그곳은 여전히 '딸아이의 방'이었다.  아이의 풋풋했던 흔적들을 온전히 보존해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작은 물건 하나 버리지 못하고 예전 모습 그대로 꽁꽁 닫아두었었다.  그 방 문고리를 잡고 안으로 들어서기만 하면, 이상하게도 아이의 고3 시절이 눈앞에 아른거렸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kjazkh9NvarOkbnWZvVF7b4AjM4.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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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둑 길에 두고 온 온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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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5T22:00:08Z</updated>
    <published>2026-10-05T22: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깊은 숲의 동쪽 끝에는 가문이 번성하여 늘 활기가 넘치는 큰 굴이 있었다.  그 큰 굴에는 우리 여섯 형제가 살고 있었는데, 내 위로는 의젓한 첫째 형이 있었고 나는 그 아래 둘째 아들 여우였다.  위아래로 형제들이 왁자지깔 우글거리는 바람에 큰 굴의 담장 너머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싸우는 소리가 자지러지게 담을 넘곤 했다.  그리고 그 큰 굴에서 조금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dMEoNcnLivSWH1gvm-UM_K86rUU.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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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숲의 이름으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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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22:00:07Z</updated>
    <published>2026-10-01T22: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누군가 세상에 태어나 내가 이룬 가장 커다란 업적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두 아이를 낳아 세상에 바르게 키워낸 일이라고 말할 것 같다.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는 손에 거머쥔 커다란 부를 자랑하고, 누군가는 세상에 널리 이름을 남기며, 또 누군가는 모두가 부러워하는 가파른 자리에 올라서기도 한다.  하지만 내 삶을 가장 눈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yMSIISoKV6F8hCBP0t0_4u7Ijc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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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먹이 창고의 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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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8T22:00:13Z</updated>
    <published>2026-09-28T22:00:13Z</published>
    <summary type="html">황토 먼지가 뿌옇게 날리던 서쪽 숲 끝자락에는, 늙은 소들과 몸을 낮춘 짐승들이 모여 사는 쓸쓸한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에는 평생 거친 밭을 갈며 살아온 암소가 있었다. 푸르던 젊은 날부터 시부모 짐승들을 성심껏 모셨고, 두 아이를 낳은 뒤에도 새벽 서리가 가시기 전에 가장 먼저 멍에를 멨다. 해가 지평선 넘어 기울어서야 흙범벅이 된 발로 집으로 돌아왔&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ka9jvxpaBYXwBPahmWAMIT40XDI.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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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바람을 배우는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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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4T22:00:15Z</updated>
    <published>2026-09-24T22:00:15Z</published>
    <summary type="html">남편과 함께 벚꽃 드라이브를 떠나기로 한 날이었다. 차창 밖 양옆으로는 분홍빛 벚꽃이 눈이 부시도록 흐드러져 있었고,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환상의 벚꽃 터널이 이어졌다. 마치 신이 아주 정성스럽고 세밀한 손길로 세상 전체에 비단을 놓아둔 것만 같았다. 미풍이라도 불어오면 꽃잎들은 기다렸다는 듯 바람의 파도를 타고 내게로 쏟아져 내렸다. 한 잎 한 잎&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H2ma57vtYm1WVoauDPLFo1b-3wQ.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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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운전대와 인생</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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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7T22:00:01Z</updated>
    <published>2026-09-17T22: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는 여전히 운전을 잘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커다란 사고 한 번 없이 무탈하게 이 길들을 지나왔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나는 여전히 어설픈 운전자일 뿐이다.  아이들이 까마득하게 어릴 적에는 매일같이 학교와 학원 문 앞을 오가며 부지런히 픽업을 다녔건만, 다 큰 어른이 된 지금의 아이들은 내 운전을 슬며시 평가하곤 한다.  나 역시 한때는 내가 제법 운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RbcFHPC0VAdcfaj2OxD36ntV6CQ.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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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참 바른 남편</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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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0T22:00:02Z</updated>
    <published>2026-09-10T22: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집을 떠난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떨리는 박동을 동반한다.  30년이란 오랜 세월을 매달 한 번씩 만나며 끈끈한 인연을 이어온 부부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   아이들과 함께했던 수많은 가족여행과는 또 다른 벅차오름과 설렘이 공항 대합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날 공항의 조명은 유난히도 밝았고, 오래전부터 기대해 온 여정이었기에 우리 부부는 아이처럼 들떠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sGmmIhAcmoDzXAPdBVZrpekpSVk.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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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결혼 후 1년, 엄마와 함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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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3T22:00:04Z</updated>
    <published>2026-09-03T22: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집안의 거창한 대외적 결정이나 웅장한 울타리는 다른 가족들의 몫이었을지 몰라도, 집 안의 피를 돌게 하고 온기를 지펴 실질적으로 집을 움직이는 것은 늘 엄마와 나뿐이었다.   다른 식구들은 거들지 않던 물지게를 지고 산에 올라 나무를 해 오는 고된 수고도 우리 둘은 마다하지 않았다.  거대한 나무의 줄기는 누군가 세울지 몰라도, 가지를 치고 물을 주며 잎사&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QnP314V5qalzxC7u16OWJkBdnyo.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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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알게 모르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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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7T21:00:03Z</updated>
    <published>2026-08-27T21: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는 사람들에게만큼은 늘 최선을 다하며 살고 싶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참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 그것은 오래된 내 인생의 꿈이었다.  나를 앞세우기보다 상대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고개를 숙이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누군가의 고통을 들으면 내 일처럼 마음이 무너져 함께 눈물을 흘렸고, 그들의 기쁨도 마치 내 것인 양 환하게 웃었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WxI75uLILYD5bkAYDAbH71CHYx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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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0센티 턱을 올라탄 여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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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0T22:00:20Z</updated>
    <published>2026-08-20T22:00:20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는 장롱면허로 오랫동안 살았다. 면허증은 늘 지갑 속에 있었지만 운전은 내 삶과는 조금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는 면허만 따면 금방 도로를 달린다는데, 나는 이상하게 핸들만 잡으면 마음부터 얼어붙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원래 겁이 많은 사람으로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늘 걱정이 앞섰다. 실수하면 어쩌나, 민폐를 끼치면 어쩌나, 괜히 나섰다가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ZNI4DAcHW9oA0GZDOO_M5ZXTxaA.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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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꽃을 사지 않았던 이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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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3T22:00:19Z</updated>
    <published>2026-08-13T22:00:19Z</published>
    <summary type="html">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먹고사는 일이 늘 팽팽한 수건처럼 당겨져 있던 시절.  식탁 위에는 아이들. 간식거리나 과일 몇 개가 올라가는 것이 당연했고, 며칠 뒤면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꽃송이에 지폐를 내어주는 건 어딘가 사치스럽고 철없는 일처럼 느껴지던 때였다.  우리가 살던 동네는 시내로 나가려면 버스를 타고도 꼬박 40분을 덜컹거리며 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QEgJBnsaqAEQpvxhy8LnK1aTrBU.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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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절대로 고개 들지 마</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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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06T23:00:14Z</updated>
    <published>2026-08-06T23:00:14Z</published>
    <summary type="html">언 20년 전의 일이다.  벚꽃이 눈처럼 날리며 온 세상이 분홍빛 시름으로 아련해지던, 딱 4월경의 밤이었다. 그날 우리 가족은 봄날의 가장 화려한 순간을 즐기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뒷좌석에 앉은 여덟 살, 열 살배기 아이들은 하품을 하면서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깔깔거리며 낮에 본 벚꽃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창문을 조금 열자 알싸하고 달콤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lNP_rlZRK-AMag-3q-PLEcguGyQ.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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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적당히 먹으면 된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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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30T22:00:22Z</updated>
    <published>2026-07-30T22:00:22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는 뚱뚱했다. 단 한 번도 말라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결혼 전까지 단 한 번도 다이어트를 하지 않았다. 나의 뚱뚱함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활자로, 혹은 숫자로 대면하여 인정하는 순간, 내가 간신히 붙잡고 있던 '나'라는 세계가 모래성처럼 와르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내게 옷은 마술 상자였다. 몸의 도드라진 굴곡들을 적당히 속여 가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g2eFfbJiwf93Ur_gITlxFE2vL74.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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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손바닥이 기억하는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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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23T22:00:08Z</updated>
    <published>2026-07-23T22:00:08Z</published>
    <summary type="html">2002년 6월의 공기는 유독 뜨거웠다. 전 국민이 붉은 셔츠를 입고 거리로 쏟아져 나오던 그해, 대한민국은 승리의 환희에 취해 있었다. 하지만 내 기억 속의 2002년은 거대한 함성이 아닌, 날카로운 유리 깨지는 소리와 아이의 자지러지는 울음소리로 기억된다.  6월 25일, 텔레비전 속에서는 태극전사들이 달리고 있었고, 우리 집 거실은 남편의 조기축구회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lRMHx8_4PJUEXQCghS4TjcrwEU0.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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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기다림이 끝난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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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16T21:00:07Z</updated>
    <published>2026-07-16T21: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결혼해 살던 나의 첫 신혼집은 시골 변두리에 자리 잡은 작고 낡은 아파트였다.  요즘처럼 이웃의 얼굴조차 모른 채 문을 닫아거는 복도식이 아니라, 서로의 문을 나란히 마주 보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전형적인 계단식 아파트였다. 그렇다 보니 6층 언니는 매일 집으로 가기 위해 꼭 우리 집 앞을 지나쳐야만 했다.  좁은 계단 참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도란도란 눈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DH4Sm_gK4S2FuNbusWNv1C0E5u4.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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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의 결혼, 첫 연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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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9T22:00:11Z</updated>
    <published>2026-07-09T22:00:11Z</published>
    <summary type="html">30년 전이다. 나의 결혼식 날이다.  세상은 하나의 무대이고 모든 남녀는 배우일 뿐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가다 보니 그 오래된 격언이 틀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은 살면서 뜻하지 않게 준비되지 않은 배역을 맡게 되고, 때로는 마음과 전혀 다른 표정을 지어 보이며 무대 위를 버텨야 하니까.  내게도 지금까지 잊히지 않는 생애 첫 연기가 있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aADWnaUAcA2CFLC9_-2yMRD-0A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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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시간의 건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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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5T05:00:01Z</updated>
    <published>2026-07-05T05: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릴 적에는 집 근처에 오래된 향교가 있었다. 멋드러지게 날을 세운 기와지붕이 아름다웠고, 그 지붕을 떠받친 아래 기둥들은 유독 높고 단단해서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며 놀기에 딱 좋은 놀이터였다. 눈부신 햇빛이 기와 위를 미끄러지듯 흘러내릴 때도, 마루 아래의 깊은 그늘만큼은 언제나 서늘하고 시원했다. 우리는 향교 마루 앞에 신발을 아무렇게나 벗어 던지고 맨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puVABVaIX9H26ydR-q6DXzQDXpI.jpe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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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시절 인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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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01T22:00:04Z</updated>
    <published>2026-07-01T22: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살아가면서 영원히 곁에 머물 것만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왕왕 그들은 늘 존재했고, 저마다의 다양한 스토리로 나와 얽히며 함께 삶을 채워왔다. 그러나 이별은 언제나 손을 흔들 틈도 없이 찾아와, 차라리 어제의 기억 속에 덩그러니 자리 잡곤 했다. 그들이 준 송곳 같은 말의 상처도, 밤낮을 몸서리치게 괴롭혔던 그 날카로운 말조차도 이제는 신기하게 기억조차 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bGBK%2Fimage%2FCK2S0ExeRPK8giJItzGFFSFXvS8.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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