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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류지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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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SF와 미스터리를 씁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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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15-10-06T07:10:07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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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에필로그) 이름을 부르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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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1T15:00:05Z</updated>
    <published>2026-10-11T15: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유키코 일행은 나흘을 머물다 돌아갔다. 나흘 동안 두 노인이 한 일을 목록으로 만들면 시시하다. 손을 잡고 앉아 있기. 귤 까먹기. 노래하기. 창밖의 눈 구경하기. 유키코가 가져온 후쿠오카의 화과자를 반씩 나눠 먹기. 그게 전부였다. 80년을 건너온 사람들이 하는 일이 고작 그거였고, 그 고작이 매일 우리 가족 누군가를 부엌 뒤로 데려가 울렸다. 대화는 전</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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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유키가 온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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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0T15:00:04Z</updated>
    <published>2026-10-10T15: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2월 첫째 주 수요일, 인천공항의 전광판이 후쿠오카발 비행기의 착륙을 알렸다. 마중은 나와 아버지가 나갔다. 고모는 집에서 최종 점검 중이었고(단톡방에 올라온 체크리스트가 서른일곱 항목이었다), 어머니와 누나는 할머니 곁을 지켰다. 아버지는 입국장 앞에서 넥타이를 세 번 고쳐 맸다. 장례식장 이후로 처음 보는 넥타이였다. 이모님을 뵙는데, 라는 게 아버지의</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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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시간과의 경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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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9T15:00:05Z</updated>
    <published>2026-10-09T15: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 아침, 할머니가 나를 보고 물었다. &amp;ldquo;&amp;hellip;뉘시오?&amp;rdquo; 부엌에서 조율되던 우리 집의 아침 소음이 한꺼번에 멎었다. 나는 약봉지를 든 채로 웃어 보였다. 저예요, 준영이. 손자. 할머니는 나를 물끄러미 봤다. 낯선 사람을 보는, 예의 바르고 조심스러운 눈으로. 그 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25년치가, 아무것도. 내 목소리가 이상하게 나왔다. &amp;ldquo;밥은. 밥은 안</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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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반쪽 노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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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8T15:00:06Z</updated>
    <published>2026-10-08T15: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원산 동향회 회보는 1955년에 창간해서 2009년에 종간했다. 팔십몇 권. 등사판으로 시작해서 활판이 되고, 끝물엔 워드로 친 A4가 됐다. 창간호 첫 페이지의 인사말은 이렇게 시작했다. 고향을 잃은 우리가 서로의 소식이나마 잃지 않기 위하여. 나는 그 문장에서 벌써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고향. 이 사람들의 고향은 원산이었다. 일본에서 발행되는 회보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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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서류가 된 죽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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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7T15:00:07Z</updated>
    <published>2026-10-07T15: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찾는 일은 생각보다 빨랐고, 찾은 것은 생각보다 잔인했다. 우선 경로부터 정리해야 했다. 유키코가 어디로 갔는지를 찾으려면, 그 배가 어디로 가는 배였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나는 사흘 동안 귀환 관련 자료를 팠고, 화이트보드 대용 스케치북에 우리 가족 최초의 연표를 그렸다. 저녁 식탁에서 그걸 펼쳤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와 누나는 학부모 참관수업에 온 사람</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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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조사 하나</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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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6T15:00:09Z</updated>
    <published>2026-10-06T15:00:09Z</published>
    <summary type="html">할머니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나를 잠깐 보다가,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내 대답이 뭐가 틀렸는지 몰라서 그냥 옆에 서 있었다. 눈은 계속 내렸다. 15층의 유리창은 여전히 세상의 소리를 끄고 있었다. 첫눈이 오던 날과 같은 구도였다. 창가의 할머니, 반 발짝 뒤의 나. 다만 그때의 나는 아무것도 몰랐고, 지금의 나는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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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 밤의 재구성</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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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5T15:00:07Z</updated>
    <published>2026-10-05T15:00:07Z</published>
    <summary type="html">수사물 주인공들은 벽에 사진과 실을 붙인다. 나는 벽 대신 거실 바닥에 폈다. A4로 뽑은 자료들, 수첩, 『조선을 떠나며』, 포대기 끈, 사진. 실은 없어서 볼펜으로 연결선을 그렸다. 쉬었음 청년이 평일 대낮에 거실 바닥에 지도를 펴는 그림은 객관적으로 한심했지만, 이 집에서 그걸 한심하다고 할 사람은 이제 없었다. 아버지가 퇴근길에 슬쩍 보고 가고, 어</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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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럼 우리는 뭐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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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4T15:00:13Z</updated>
    <published>2026-10-04T15:00:13Z</published>
    <summary type="html">읽는 법이 바뀌는 순간, 사람의 얼굴은 이렇게 된다. 먼저 눈이 바빠진다. 수와 활자 사이를, 있을 수 없는 답과 그럴 리 없는 답 사이를 왕복한다. 다음엔 입이 열리는데 소리가 안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얼굴 전체가 아주 조금 늙는다. 나는 그날 저녁 식탁에서 그걸 세 번 봤다. 아버지, 어머니, 누나의 순서로. 침묵은 아버지가 깼다. 그것도 목소리</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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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읽는 법</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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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3T15:00:09Z</updated>
    <published>2026-10-03T15:00:09Z</published>
    <summary type="html">발굴 당일의 나는 꼴이 우스웠다. 월요일 오전 열 시. 아버지 출근, 어머니 출근, 누나 출근. 할머니는 아침 약 드시고 낮잠. 집은 비었고, 나는 안방 앞에 목장갑을 끼고 서 있었다. 목장갑은 필요 없었는데 뭔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폰 플래시도 켰다. 사실 이것도 필요 없었다.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요컨대 나는 잔뜩 쫄아 있었다. 장롱 맨 아래 칸.</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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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1952년에 태어난 사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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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2T15:00:12Z</updated>
    <published>2026-10-02T15:00:12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버지는 유언한 대로 구청에 갔다. 그리고 반차까지 내고 임한 그 원정에서, 서류 봉투 하나를 들고 개선했다. 제적등본. 가족관계증명서. 그 외 뗄 수 있는 건 다 뗀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식탁에 서류를 부채처럼 펼쳐놓고, 돋보기까지 꺼내 썼다. 우리 가족은 그 주위로 모여들었다. 족보 감정단이 따로 없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서류는 깨끗했다. 김숙자. 1</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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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현해탄 러브스토리</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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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15:00:16Z</updated>
    <published>2026-10-01T15:00:16Z</published>
    <summary type="html">누나의 입은 우리 집에서 가장 빠른 통신망이다. 내가 「まってろ(맛테로)」를 번역해준 지 12시간 만에, 온 가족이 그 문장을 알고 있었다. 다만 전달 과정에서 약간의 각색이 있었다. 누나 버전은 이랬다. &amp;ldquo;할머니한테 옛날에 일본인 남자가 있었는데, 꼭 데리러 오겠다고, 기다리라고 했대. 근데 못 온 거지. 그래서 할머니가 80년을 그 말만 품고 산 거야.</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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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리집 전속 통역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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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30T15:00:16Z</updated>
    <published>2026-09-30T15:00:16Z</published>
    <summary type="html">인생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다. 지난주까지 나는 이 집의 감가상각 끝난 비품이었다. 그런데 지금,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내 입만 보고 있다. 아버지는 헛기침을 하고, 고모는 휴지를 뽑아 들고, 누나는 폰을 내려놓기까지 했다. 누나가 폰을 내려놓는 건 국가 재난 문자급 사건에만 일어나는 일이다. 의제: 할머니의 문장들. 내가 3일에 걸쳐 주워 모은 할머니</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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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밑줄 친 책</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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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9T15:00:16Z</updated>
    <published>2026-09-29T15:00:16Z</published>
    <summary type="html">우리 집 장롱은 던전이다. 안방 벽면을 자개장롱이 차지하고 있다. 할머니가 이 집에 들어오실 때 같이 들어온, 우리 집에서 제일 오래된 가구다. 문을 열면 층마다 시대가 다르다. 맨 위 칸은 현대(작년 이불), 중간 칸은 근대(내가 초등학교 때 덮던 담요), 그리고 맨 아래 칸은 고대 유적층이다. 어머니 말로는 거기엔 &amp;ldquo;할머니 물건&amp;rdquo;이 있고, 함부로 손대는</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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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학교에서 배운 게 아니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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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8T16:00:01Z</updated>
    <published>2026-09-28T16: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날 밤 이후로 나에게는 이상한 취미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바로 할머니 관찰하기. 말이 관찰이지, 하는 짓은 잠복근무에 가까웠다. 점심을 차려드리고 나서 슬쩍 거실에 남는다. 폰을 보는 척하면서 귀는 할머니 쪽으로 열어둔다. TV 소리를 한 칸 줄인다. 그리고 할머니의 입에서 그 언어가 다시 나오기를 기다린다. 며칠은 아무 일도 없었다. 할머니는 평소의</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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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미안해, 유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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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8T14:56:45Z</updated>
    <published>2026-09-28T06:48:25Z</published>
    <summary type="html">눈이 온다. 이렇게 쓰면 무슨 순문학 첫 문장 같지만, 사실 나는 그 순간 넷플릭스 결제일이 내일이라는 사실과 통장 잔고 사이의 함수관계를 계산하고 있었다. 답은 매번 같다. 해는 없다. 26년을 살면서 내가 증명한 유일한 정리다. 내 이름은 류준영. 직업은 없음. 특기는 넘기기. 시험도 넘기고, 취업도 넘기고, 아버지의 한숨도 넘긴다. 넘기다 보면 언젠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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