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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양수경</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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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런던에 살며 사람의 마음과 삶의 장면을 천천히 읽고 씁니다. 미술관, 상담, 신앙, 중년의 배움 사이에서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기록합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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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0-04-11T16:07:43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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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림의 가치는 누가 정하는가 -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amp;lt;버링턴 하우스 카툰&amp;gt;</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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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8T22:00:29Z</updated>
    <published>2026-10-08T22:00:29Z</published>
    <summary type="html">내셔널 갤러리 51a 방은 어두웠다.  양옆 전시실에는 미켈란젤로의 &amp;lt;맨체스터 마돈나&amp;gt;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amp;lt;동굴 속의 성모&amp;gt;가 걸려 있었다. 그런데 그 사이 작은 방으로 들어서자 빛이 갑자기 낮아졌다.  벽에는 그림 한 점뿐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amp;lt;성 안나와 성모자, 어린 세례 요한&amp;gt;. 흔히 &amp;lt;버링턴 하우스 카툰&amp;gt;이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성&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8H1ZiOS3rQovLemcbWRA4CawPK0.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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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여행 가면 나는 왜 쓸데없이 걷는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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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5T22:00:41Z</updated>
    <published>2026-10-05T22:00:41Z</published>
    <summary type="html">잘츠부르크의 돌바닥 위로 한여름 햇빛이 내려 꽂히고 있었다.  목덜미에는 땀이 흘렀고 운동화 안쪽은 뜨거웠다. 아침부터 걸었으니 이제 그만 호텔로 돌아가도 될 시간이었다.  휴대전화를 꺼내 걸음 수를 확인했다. 2만 보가 넘었다.  런던에서 2만 보를 걸었다면 나는 꽤 억울했을 것이다. 버스는 왜 안 탔을까, 지하철을 탈걸. 집에 가면 다리를 좀 올려놓아야&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OYcbBDd2lGuES3JMVSanD6oY6ks.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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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지옥은 몸으로 그려졌지만, 구원은 몸에서 시작된다 - 오르비에토 대성당, 시뇨렐리가 그려낸 육체의 심리학</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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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01T22:00:39Z</updated>
    <published>2026-10-01T22:00:39Z</published>
    <summary type="html">절벽 위의 도시, 몸이 먼저 알아차린 높이  멀리서 바라본 오르비에토는 절벽 위에 올라앉은 도시처럼 보였다.  구도심은 해발 약 325미터의 응회암 고원 위에 자리한다. 성벽 가까이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집과 도로가 한참 아래로 물러나 있고, 계곡과 들판은 멀리까지 이어진다. 도시의 끝에서는 땅이 갑자기 끊어진다.  하지만 나는 그 높이를 숫자로 알기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jV-ICcs0yvFGtLPdA9I46MyxiSc.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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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가지도 않을 여행을 검색하는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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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8T22:00:36Z</updated>
    <published>2026-09-28T22:00:36Z</published>
    <summary type="html">여행에서 돌아온 지 며칠 되지 않은 어느 오후였다.  침실 한쪽에는 캐리어가 아직 반쯤 열린 채 놓여 있었다. 미처 꺼내지 않은 충전기와 여행용 파우치가 안쪽 주머니에 남아 있었고, 세탁기 안에서는 며칠 전 낯선 도시를 돌아다니며 입었던 옷들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답해야 할 메일이 몇 개 있었고, 준비해야 할 자료도&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uocC4H4yp9BCmrNZY2lawPCFBRA.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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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리 집에도 모네가 있다 - 진짜라는 사실은 우리의 감동을 바꾸는가</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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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5T22:00:18Z</updated>
    <published>2026-09-25T22:00:18Z</published>
    <summary type="html">여행 경비보다 비싼 모네  우리 집 거실에는 모네가 한 점 걸려 있다.  물론 진짜 모네는 아니다.  십여 년 전 프랑스 지베르니에 갔다가 사 온 &amp;lt;수련 연못&amp;gt;의 모작이다. 포스터나 프린트가 아니라 화가가 직접 캔버스에 그린 유화였다. 당시 판매처에서는 정식으로 제작된 모작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그림 앞에서는 한참을 서성였지만 계산대 앞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xPDaklpHn144CUUu30gCLQzFUVs.jp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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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나쁜 결정의 낙원 - 늦게 시작한 공부가 내게 남긴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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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21T22:00:34Z</updated>
    <published>2026-09-21T22:00:34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ldquo;그 나이에, 그렇게 고생해서 어디에 쓰려고요?&amp;rdquo;  공부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자주 들었던 말이다. 대놓고 말하지 않은 사람도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이해는 됐다. 오십이 가까운 나이에 영국 대학에 들어가, 모국어도 아닌 영어로 상담학을 공부하겠다는 결정은 계산이 잘 맞지 않았다.  등록금은 비쌌고 공부는 오래 걸렸다. 친구가 커피를 마시자고 해도 마음 편&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y2S88WQSFTl5u6bEs6I05NXNuK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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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내가 만든 지도 - 서구의 지도에 없던 마음을 찾아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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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8T22:00:22Z</updated>
    <published>2026-09-18T22:00:22Z</published>
    <summary type="html">대학원에서 &amp;lsquo;통합&amp;rsquo;을 배우는 동안 나는 자꾸 몇 해 전, 학부 마지막 해로 돌아갔다. 서로 다른 상담 이론을 어떻게 함께 쓸 것인가를 배우고 있었지만, 내가 처음 나만의 지도를 그리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훨씬 전이었다.  디퍼럴 뒤에도 나를 따라다닌 질문이 있었다. 내가 옳다고 믿는 선의는 누구의 기준인가.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일과 관계 안에서 서로를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0_cRPix9PkTJv5yr1BU4TJrgaQc.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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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잘려 나간 자리에서 피는 꽃 - 통합은 믹스커피가 아니라 접붙이기였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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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4T22:00:38Z</updated>
    <published>2026-09-14T22:00:38Z</published>
    <summary type="html">대학원 첫 학기, 강의계획서에서 &amp;lsquo;통합(Integration)&amp;rsquo;이라는 단어를 만났다.  수업에서 말하는 통합은 심리학과 신학을 어떻게 함께 볼 것인지, 서로 다른 상담 이론을 한 사람에게 어떻게 맞추어 사용할 것인지를 배우는 일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단어를 자꾸 내 삶 쪽으로 끌어왔다.  통합이라는 말을 듣고 처음 떠올린 것은 믹스커피였다. 뜨거운 물을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g6BDP-aE2VuA-kqu4_OKTkNGTiQ.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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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amp;lsquo;우리&amp;rsquo;라는 바다에서 &amp;lsquo;나&amp;rsquo;라는 섬을 건지는 일 - &amp;lsquo;우리 아빠&amp;rsquo;와 &amp;lsquo;My father&amp;rsquo; 사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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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1T22:00:19Z</updated>
    <published>2026-09-11T22:00:19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ldquo;당신은 무엇을 원하나요?&amp;rdquo;  교수의 질문이 런던의 세미나실 한가운데 떨어졌다. 화이트보드에는 &amp;lsquo;자율성과 자기 결정권(Autonomy and Self-determination)&amp;rsquo;이 적혀 있었다.  상담에서 선택은 내담자의 것이어야 했다. 상담사가 옳다고 믿는 삶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나는 그 원칙에 동의했다.  그런데 정작 &amp;lsquo;당신은 무엇을 원하는가&amp;rsquo;라는&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mZnvXw_prmvprQNg40ffLVVmnn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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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웰빙이라는 숨구멍 - 병명보다 먼저 사람을 보는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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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7T22:00:34Z</updated>
    <published>2026-09-07T22:00:34Z</published>
    <summary type="html">내 기억 속 D는 늘 빗자루 소리와 함께 있다.  아침이면 그는 우리 집 마당의 흙바닥을 쓸었다. 사각, 사각. 일정한 소리 사이로 혼잣말이 낮게 흘러나왔다. 내가 기억하기 전부터 D는 우리 집 별채에 살고 있었다. 언제,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마을에서 그를 맡으려는 사람이 없었고, 마을 일을 보던 아버지가 그를 별채에 머물게 했다고 들었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ANTEq6e0GzGP8ZO9jRQmHUOee7w.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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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아름다움은 살아남은 몸에 있다 - 흉터를 수치가 아닌 증거로 읽는 일</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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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4T22:00:20Z</updated>
    <published>2026-09-04T22:00:20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녀는 상담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왔다.  학교와 아동보호 담당자들은 그녀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지 염려하고 있었다. 준비물을 챙겨주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고, 어느 날은 쇼핑센터에서 아이들과 떨어진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쇼핑을 계속했다. 안내방송을 듣고서야 아이들을 찾았다.  더 심각한 일도 있었다. 아이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AwyqpEq_XFojLauVll3vlJgu8jw.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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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열린 새장 - 휘어진 나무와 돌아온 새가 가르쳐준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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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31T22:00:37Z</updated>
    <published>2026-08-31T22:00:37Z</published>
    <summary type="html">실습을 시작한 뒤, 상담실 문을 열 때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새장이 떠올랐다.  우리 집 마당에는 늘 새와 나무가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버지는 작은 화분 앞에 쪼그리고 앉아 계셨다. 손에는 날카로운 가위와 가느다란 철사가 들려 있었다. 불필요한 가지를 잘라내고, 줄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라도록 철사를 감았다.  그 손을 거친 나무들은 몸통은 굵었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y6-baTSHV3lPn9_6fM4HSuJPpl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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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Placement &amp;mdash; 문 앞에서 기다린 시간 - 살아남기 위한 날씨와 나를 지켜온 체온 사이에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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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8T22:00:19Z</updated>
    <published>2026-08-28T22:00:19Z</published>
    <summary type="html">3학년이 되자 학교는 우리를 강의실 밖으로 밀어냈다. 이제 이론을 배우는 학생에서 실제 내담자를 만나는 &amp;lsquo;수련 상담사(trainee counsellor)&amp;rsquo;가 되어야 했다. 영국의 상담학 과정에서는 슈퍼비전을 받으며 실제 내담자를 만나는 임상 실습(supervised placement)을 거친다. 내가 졸업하려면 상담 시간 150시간을 채워야 했다. 그런데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FCMVRT_tH3pRj1ScOaVU-ImGv0E.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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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숨 쉬는 속도, 태국에서 배운 것들 - 인생의 쓴맛을 삼키는 법, 흙먼지 속에서 배운 상담의 맥락</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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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4T16:11:15Z</updated>
    <published>2026-08-24T21:00:13Z</published>
    <summary type="html">디퍼럴을 받고 나는 도망치듯 태국으로 떠났다. 런던에서 멀어지면 실패에서도 멀어질 줄 알았다.  기아대책 파송으로 현지 선교단체가 운영하는 국제학교에서 일 년을 보내게 되었다. 학교는 방콕 왕통랑구의 랏프라오 일대에 있었다. 화려한 도심에서 조금 비켜난 곳, 좁은 골목과 낮은 건물 사이로 오토바이가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동네였다.  학교 앞에 얻은 원룸에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kuJK_FLmaehFLvOxvrGtpOi8YpU.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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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영원을 고치는 유한한 손 - 마사초의 &amp;lt;삼위일체&amp;gt;, 죽음이 삶을 깨우는 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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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21T19:00:02Z</updated>
    <published>2026-08-21T19: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림보다 먼저 만난 것  나는 마사초의 걸작을 보러 갔다가, 그 앞을 가로막은 철제 비계부터 보았다.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에 가는 날을 오래전부터 기다렸다. 이번 여행에서 꼭 만나고 싶은 작품 가운데 하나가 마사초의 &amp;lt;삼위일체&amp;gt;였다.   그런데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그림보다 먼저 검은 철제 파이프들이 눈에 들어왔다. 비계는 벽화 앞을 수평과 수&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cZp01zfv8Is5BrD986-3D-BWhP0.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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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amp;ldquo;Yes&amp;rdquo;라고 했으면 통과했을지도 모른다 - 자율성과 생명 사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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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4T15:58:08Z</updated>
    <published>2026-08-17T22:00:29Z</published>
    <summary type="html">어쩌면 그 자리에서 &amp;ldquo;Yes&amp;rdquo;라고 대답했으면 통과했을지도 모른다.  교수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내가 틀렸다고 인정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나는 설득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 생각을 주장으로 세울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내 안에는 무언가 맞지 않는다는 감각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논리로 세울 지식도, 영어로 꺼낼 언어도 부족했다.  나는 더 이상 말&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1Pjak-tIXSiPPBakYkHgkSSz9a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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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랑은 한 사람의 얼굴을 어떻게 다시 그리는가 - 사랑이라는 필터로 바라본 라파엘로의 &amp;lt;라 벨라타&amp;gt;</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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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4T22:00:18Z</updated>
    <published>2026-08-14T22:00:18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녀의 이름은 남아 있지 않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얼굴을 오래전 한 화가가 사랑한 여인의 얼굴이라고 믿고 싶어 한다.  왜일까. 우리는 그림 속 여인을 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 얼굴 위에 우리가 믿고 싶은 사랑의 이야기를 덧입히고 있는 것일까.   금빛 소음 속에서 발견한 사적인 온기  피렌체 피티 궁전의 팔라티나 미술관, &amp;lsquo;주피터의 방&amp;rsquo;은 천장까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rWltUs-ge9VQYgR57Pt48lyx104.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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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문을 열면, 또 다른 문이 - 문장보다 사람이 먼저 들어오던 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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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4T15:46:40Z</updated>
    <published>2026-08-10T22:00:29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들이 떠난 뒤 방의 소리가 먼저 사라졌다.  늘 켜져 있던 모니터의 푸른빛도, 이어폰 밖으로 새어 나오던 베이스음도 없었다. 침대 위에는 미처 챙겨 가지 않은 후드티 하나가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었다.  미국 대학으로 떠나기 위해 아들이 짐을 쌀 때까지는 괜찮았다. 아이의 미래를 위한 일이었고, 언젠가는 부모의 집을 떠나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문제&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yh2iMkjMeCUkcHnwHVO_WgKcgAU.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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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수치의 정점에서 신을 마주하다 - 지오토의 십자가 앞에서, 벌거벗겨진 자아를 위한 위로</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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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07T22:00:20Z</updated>
    <published>2026-08-07T22:00:20Z</published>
    <summary type="html">시공간의 틈, 중력의 발견  나는 그 십자가 앞에서 처음으로 신에게도 몸의 무게가 있다는 것을 보았다.   회색 구름이 낮게 내려앉은 피렌체의 하늘 아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이 서 있었다. 화려한 대리석 장식의 정면(Fa&amp;ccedil;ade)과 달리, 옆면에는 거친 갈색 석재 벽이 길게 이어졌다. 그 곁으로 트램이 금속성 소음을 내며 지나가고, 기념품 가판대에는 &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jpg/?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48rqZYyATHORIxvuyFgdgBFCRKc.HEIC"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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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세 개의 언어, 그리고 잃어버린 이름들 - 말보다 먼저 도착한 손</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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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4T13:47:21Z</updated>
    <published>2026-08-03T22:00:28Z</published>
    <summary type="html">5월의 이사벨라 플랜테이션에는 철쭉이 낮은 언덕을 따라 번지고 있었다. 붉은색과 분홍색 꽃 사이로 청보라색 작은 꽃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분명 아는 꽃이었다.  어린 시절 우리 집 마당에도 피었다. 꽃잎의 모양도 알고 줄기를 꺾었을 때 손끝에 묻던 풋내도 기억났다. 눈은 오래 전의 꽃을 알아보았는데 입은 그 이름을 불러내지 못했다.  한국어 이름은 어느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TMg%2Fimage%2FUyTFakDVF2XMEnx06OQojDv_zT4.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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