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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은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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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title>자연의 숨결을 사진에 담고, 책 속 언어를 삶에 이어 적셔왔습니다. 이제는 나만의 문장을 찾아 전자책을 낸 초보 작가로 첫발을 내딛습니다.</sub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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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0-03-14T08:44:07Z</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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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비가 오지 않는 날</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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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1T12:55:35Z</updated>
    <published>2026-10-11T04: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침이 밝았을 때, 마을을 짓누르던 비는 거짓말처럼 멎어 있었다. 서우는 눈을 뜨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부터 확인했다. 간밤의 거친 폭우가 남긴 빗물만이 처마 끝과 가느다란 전깃줄에 방울져 매달려 있었다. 먹빛으로 가득 차 있던 하늘은 씻은 듯 개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빛을 드러내고 있었다. 어색할 만큼 시리도록 맑은 하늘이었다. 서우는 한동안 굳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Fnn%2Fimage%2FS0dnT3PpaxTPCDeiHXIfualztA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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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그날의 우산</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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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1T12:41:59Z</updated>
    <published>2026-10-04T04:00:06Z</published>
    <summary type="html">첫 번째 빗방울이 처마 끝을 가르고 떨어진 뒤에도 서우는 석상처럼 굳어 있었다. 툭. 맑은 낙숫물 하나가 문지방의 마른 틈새를 짙게 물들였다. 툭. 두 번째 물방울이 그 뒤를 쫓아 내리꽂혔다.  서우의 핏기 없는 시선은 작업대 한가운데 홀로 활짝 펼쳐진 붉은 우산에 붙박여 있었다. 20년 동안 굳게 닫혀 있던 제 상처의 껍질이 벗겨진 것처럼, 붉은 천은 빗&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Fnn%2Fimage%2Fp9dJYqhhk7lKgsZYgw3FJlJB3b8.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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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기억하지 못하는 약속</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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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1T12:47:28Z</updated>
    <published>2026-09-27T04: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amp;quot;그래서 당신이... 스스로 기억을 지워버린 거예요.&amp;rdquo; 해인의 목소리가 옅은 안개처럼 가라앉은 방 안을 맴돌았다. 서우는 한동안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열린 문틈 너머로 비가 그친 뒤의 푸르스름한 박명이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비가 지나간 자리는 언제나 고요했다. 모든 생명이 숨을 죽이고 깊은 잠에 빠져든 것처럼. 하지만 운우촌의 비 갠 새벽&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Fnn%2Fimage%2FTEzODwB6ESzyBUQPUGR2mNVbyQ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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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잊어버린 사람들</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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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1T12:48:42Z</updated>
    <published>2026-09-20T04: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비는 멎을 기약도 없이 처마를 사납게 두드리고 있었다. 해인은 들어오면서 문을 닫지 않았다. 열린 문지방 사이로 거센 빗줄기와 밤바람이 수리점 바닥까지 깊숙이 밀려 들어왔다. 서우는 들이치는 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amp;quot;문 닫으세요.&amp;rdquo; 해인은 돌아보지 않았다. &amp;quot;가게 안으로 비가 들이칩니다.&amp;rdquo; &amp;quot;알아요.&amp;rdquo; &amp;quot;아는데 왜 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Fnn%2Fimage%2FMG00LiK5kMXzGccsHLU4HwqFWyc.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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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을 보는 사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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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18T11:05:06Z</updated>
    <published>2026-09-18T11:05:06Z</published>
    <summary type="html">#1. 빨간 동그라미 초등학교 때 내 별명은 한동안 &amp;lsquo;빵점&amp;rsquo;이었다.  받아쓰기 공책 한 귀퉁이에 담임선생이 빨간 색연필로 거칠게 휘갈겨 놓던 커다란 동그라미. 그 둥근 테두리 안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학교가 끝나고 낡은 마루 구석에 가방을 던져둘 때마다 그 붉은 원이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0점, 주머니 속 0원, 해 질 무렵 동네 공터에서 편</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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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산이 기억하는 것</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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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0T12:14:26Z</updated>
    <published>2026-09-13T04:00:05Z</published>
    <summary type="html">비는 사흘째 그치지 않고 있었다. 운우촌 사람들은 사흘 내내 낮게 내려앉은 잿빛 하늘 아래를 걸었다. 첫날에는 젖은 신발을 털었고, 이튿날에는 처마 밑으로 바짝 붙어 걸었으며, 사흘째가 되자 쏟아지는 비를 당연한 풍경으로 받아들였다. 슬픔도, 기다림도, 너무 오래 지속되면 사람은 그것을 견디는 법부터 익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서우의 시간은 그 새벽에 멈춰&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Fnn%2Fimage%2FNKNH9GqD02cM0rKROM5TEDZZhp8.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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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사고는 정말 &amp;lsquo;난&amp;rsquo; 것일까&amp;nbsp; - 언어가 지워버린 행위자의 자릿값</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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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9T13:52:00Z</updated>
    <published>2026-09-09T13:52:00Z</published>
    <summary type="html">식탁 위를 구르던 컵이 바닥으로 떨어져 부서진다. 사방으로 흩어진 파편을 보며 우리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말한다. &amp;ldquo;컵이 깨졌어.&amp;rdquo;  이 문장은 흠잡을 데 없이 매끄럽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기묘한 정적을 품고 있다. 컵은 스스로 깨질 수 없다. 누군가의 소매 끝이 닿았거나, 미끄러운 손가락이 놓쳤거나, 탁자를 흔든 충격이 있었을 것이다. 분명 사건에는 시작</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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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첫번째 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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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0T12:11:43Z</updated>
    <published>2026-09-06T04:00:01Z</published>
    <summary type="html">비는 깊은 밤, 마을의 숨소리가 모두 잦아든 시각에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요란한 빗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 창문 유리창에 아주 작은 투명한 점 하나가 맺혔을 뿐이었다. 선잠에 들어 있던 서우는 침대에서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창가로 다가가 김이 서린 유리창에 손바닥을 가만히 대어 보았다. 서늘한 냉기가 손바닥을 타고 가슴까지 파고들었다&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Fnn%2Fimage%2FJNZTw9shyN3JUN_NSP5dtkZmar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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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0에서 인간의 존재까지 - 2026-09-제시어-숫자0</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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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9-01T14:53:28Z</updated>
    <published>2026-09-01T14:53:28Z</published>
    <summary type="html">1.&amp;nbsp;아무것도 없다는 걸 나타내는 가장 특별한 숫자 숫자 0은 참 묘한 숫자다. &amp;lsquo;아무것도 없다&amp;rsquo;는 뜻을 지니고 있지만, 우리가 쓰는 숫자 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상태를 인간은 &amp;lsquo;0&amp;rsquo;이라는 동그란 기호로 붙잡아 두었다.  과거 서양 사람들은 오랫동안 0을 숫자로 인정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는 자연의 질서에</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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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비를 맞고 온 여자 (2)</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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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0T12:09:24Z</updated>
    <published>2026-08-30T04:00:03Z</published>
    <summary type="html">주전자 입구에서 하얀 김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서우는 찬장에서 작고 도톰한 찻잔 두 개를 꺼냈다. 운우촌에서는 수리점을 찾은 이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대접하는 것이 아주 오래된 미덕이었다. 차를 마시는 동안만큼은 서두르거나 다급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찻잔의 김이 서서히 꺼져갈 때까지 서로의 가슴에 고인 마음이 천천히 따라걸어 오기를 기다려 주는 것&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Fnn%2Fimage%2FALBUwA8Gm0aCj1v9fiWBrEAcNuw.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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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비를 맞고 온 여자 (1)</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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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10-10T12:07:31Z</updated>
    <published>2026-08-23T04:00:00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날 아침도 비는 내리지 않았다. 운우촌의 하늘은 어제보다 훨씬 더 청명했다. 새벽녘 산맥을 타고 불어온 차가운 바람이 밤새 남아 있던 먹구름을 산 너머로 말끔히 밀어낸 모양이었다.  서우는 여느 때처럼 매끄럽게 문을 열었다. 작업대 위에는 어제 맡겨진 할머니의 꽃무늬 우산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휘어졌던 살대는 곧게 펴졌고, 찢어졌던 잔꽃 천도 새것처럼&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Fnn%2Fimage%2Fg6ti-Kyb_nG89MEMclbvsTFvaU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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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산을 고치는 사람</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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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16T04:00:02Z</updated>
    <published>2026-08-16T04:00:02Z</published>
    <summary type="html">운우촌에서 가장 먼저 아침을 맞이하는 곳은 언덕길 어귀의 작은 우산수리점이었다. 사람들은 비가 오기 전에 우산을 고쳤고, 비가 그친 뒤에야 고쳐진 우산을 찾아갔다. 그래서 서우는 날씨와 상관없이 매일 아침 같은 시각에 가게 문을 열었다.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에도 우산은 어디선가 고장이 났고, 비가 오는 날에는 고장 난 마음까지 끌어안은 사람들이 찾아왔기&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Fnn%2Fimage%2FmuUFtlmIUXlMRT5LF-k8W_QCHGY.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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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프롤로그 - 비를 기다리는 마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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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09T08:58:29Z</updated>
    <published>2026-08-09T08:58:29Z</published>
    <summary type="html">운우촌에는 비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고 비를 싫어하는 사람도 없었다. 사람들은 비를 기다렸다. 기다리면서도, 한편으로는 오지 않기를 바랐다. 마을에서 가장 먼저 비를 알아채는 것은 하늘이 아니었다. 바람도, 미류나무 꼭대기의 제비도 아니었다. 그건 사람의 마음이었다. 누군가의 말수가 평소보다 부쩍 적어지고, 다락에 넣어둔 오래된 편지를 괜히 한</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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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우리는 날씨를 소비한다 - 2026-07-제시어-날씨</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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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8-02T07:59:47Z</updated>
    <published>2026-08-02T07:59:47Z</published>
    <summary type="html">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창문을 여는 일이 아니다. 손을 뻗어 휴대폰을 쥔다. 잠결에 화면을 켠 뒤 오늘의 날씨를 확인한다. 기온은 몇 도인지, 비는 언제 오는지, 미세먼지 수치는 어떤지. 그 짧은 몇 초 만에 오늘의 하늘은 화면 속 숫자로 깔끔하게 정리된다.  이상한 일은 그다음부터 시작된다.  날씨를 확인했지만, 정작 창밖의 하늘은 보지</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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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만약 그리움이 우편번호를 가진다면</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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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28T05:13:23Z</updated>
    <published>2026-07-28T05:13:23Z</published>
    <summary type="html">만약 그리움에도 우편번호가 있다면, 나는 그걸 편지봉투 왼쪽 아래에 조심스럽게 적어 넣을 것이다. 받는 사람의 이름은 그냥 하얗게 비워 둔 채로.  오래전 내 곁을 떠난 사람들은 아무도 새로 이사 간 곳의 주소를 남기지 않았다. 어떤 이는 강가의 버드나무처럼 가만히 짐을 쌌고, 어떤 이는 철새를 따라 멀리 가버렸으며, 어떤 이는 계절이 바뀌기도 전에 서둘러</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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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만약(if)이라는 질문, 이해라는 대답 - 2026-06-제시어-if</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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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7-28T05:11:38Z</updated>
    <published>2026-07-28T05:11:38Z</published>
    <summary type="html">김영하 작가의 『단 한번의 삶』을 읽으며 오래된 질문 하나가 떠올랐다. &amp;lsquo;만약(If).&amp;rsquo;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상상을 한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만약 조금 더 현명했더라면. 하지만 삶은 되감기 버튼이 없는 영화와 같다. 우리는 언제나 처음 살아보는 오늘을 살고, 지나간 시간은 기억 속에서만 겨우 다시 만날 수</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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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30화. 여기가 내 세계다 - 마음이 닿아 완성된 나의 세상</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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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8T10:03:48Z</updated>
    <published>2026-06-28T10:03:48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는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이 이 집 안에서 가장 안락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는 일이다. 아침 일찍 거실 러그 위로 낮게 드리워지는 창가의 첫 번째 황금빛 햇살 자국, 낮 시간 동안 온전히 내 몸의 곡선을 받아내 주는 소파 쿠션의 아늑함, 그리고 저녁 무렵 고요를 깨는 도어락 소리와 함께 현관 앞으로 달려나가던 나의 역동적인 발걸음까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Fnn%2Fimage%2FSZqsJ-rwnhK1XyYp5C9mUGbyMhM.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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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9화. 사진 속의 나 - 사각형의 기억 너머에서 영원히 숨 쉬는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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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21T08:55:22Z</updated>
    <published>2026-06-21T08:55:22Z</published>
    <summary type="html">엄마는 거실 가득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나, 내가 소파 구석에서 엉뚱한 모양으로 식빵을 굽고 있을 때 가만히 휴대폰을 들어 나를 찍는다. 나는 렌즈 속의 작은 유리가 무엇을 하는 물건인지,그 기계적인 신비함을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셔터가 울리기 직전, 집안을 감싸는 특유의 다정하고도 고요한 공기의 흐름만큼은 온몸의 털로 생생하게 느낀다. 엄마&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Fnn%2Fimage%2FFyaH0LaGbC8AAv-LCFQiRjMb-44.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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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8화. 엄마의 쉼표 - 말 없는 온기로 곁을 지키는 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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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14T08:06:30Z</updated>
    <published>2026-06-14T08:06:30Z</published>
    <summary type="html">그날은 집안의 공기가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늘 주방에서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저녁을 준비하거나, 다정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거실을 바쁘게 움직이던 엄마가 마른 낙엽처럼 침대 위에 가만히 누워 있었다. 엄마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적었고,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는 힘이 없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언제나 집안 전체에 따뜻한 활기를 불어넣던 엄마의 작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Fnn%2Fimage%2FIq108gkCyQ7RqpbNgm6oOiPOoIA.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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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27화. 간식의 규칙 - 다정함의 냄새가 번지는 순간</ti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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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pdated>2026-06-07T04:00:04Z</updated>
    <published>2026-06-07T04:00:04Z</published>
    <summary type="html">나는 간식을 아주 좋아한다. 바스락거리는 봉지 소리만 들어도 자다가 벌떡 일어날 만큼 간식은 내 묘생의 커다란 즐거움이다. 하지만 내가 그 츄르나 트릿보다 훨씬 더 사랑하는 것은, 다름 아닌 간식이 내 눈앞에 나타나는 바로 그 정취 있는 순간이다. 우리 집의 절대 권력자인 엄마는 결코 아무 때나 간식을 내어주는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엄마의 간식 창고가&lt;img src= "https://img1.kakaocdn.net/thumb/R1280x0/?fname=http%3A%2F%2Ft1.kakaocdn.net%2Fbrunch%2Fservice%2Fuser%2F9Fnn%2Fimage%2Fw5rqOp5YdywcwzabAl0FIFUdxdk.png" width="500" /&gt;</summ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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